복도에서 저절로 붙은 불…오일 발랐다가 ‘자연발화’

입력 2021.05.10 (15: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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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9일) 오전 8시쯤 제주시 애월읍 하귀1리 한 사무실 1층 복도에서 불이 났습니다.

신고를 받고 출동한 소방관들이 도착하기 전 목격자들이 자체 진화하면서, 큰불로 번지진 않았습니다. 그러나 3.3㎡ 너비 복도 한쪽과 용접기 1대 등이 불타면서, 소방 추산 1천만 원 상당 재산 피해를 냈는데요.

실내 복도에서 어떻게 불이 났을까요? 소방이 지목한 화재 원인은 다름 아닌, 실내에 발라둔 ‘기름’이었습니다.

제주 서부소방서 제공제주 서부소방서 제공

제주 서부소방서가 조사한 결과를 보면 현장에선 일명 ‘오일스테인(Oil Stain)’을 바르는 작업을 했습니다. 오일스테인은 방충, 곰팡이와 변형 방지 등 방부(防腐)를 위해 목재에 주로 바르는 기름으로, 목재 데크나 목조 주택 등 나무로 만든 시설물에 널리 쓰입니다.

오일 도포 작업을 마친 뒤, 현장에는 작업에 사용한 부직포 등을 그대로 둔 상태였습니다. 이후 도포된 오일에서 화학 반응을 일으키며 자연 발화했고, 부직포 등 주변으로 불이 붙은 것으로 소방 당국은 보고 있습니다. 소방 관계자는 “오일을 바른 뒤 현장에 부직포가 적치되어 있었던 것을 확인했다”며 “부직포와 그 주변만 한정적으로 소실된 점을 미뤄, ‘자연 발화’가 원인이었던 것으로 본다”고 설명했습니다.

오일은 산화 반응 과정에서 발생하는 열을 방출하지 못하면 자연 발화할 수 있습니다. 도포된 오일은 건조되는 과정에서 대기로부터 산소를 흡수하며 굳는데요. 산소와 결합하는 산화 반응에서 에너지가 발생합니다. 이렇게 수 시간 동안 발생한 산화열이 발화 온도에 이르면, 자연적으로 불이 붙게 됩니다.

대개 오일을 바를 때 사용한 헝겊이나 장갑 따위에서 불이 잘 붙는데요. 이를 뭉쳐두면서 열이 발산되지 못하므로, 내부 온도가 더 쉽게 올라가기 때문입니다. 시중 오일스테인 용기 표면에는 ‘제품이 묻은 천, 휴지 등은 자연발화의 위험이 있으므로 쌓아두지 마시오’라는 주의사항이 적혀있기도 합니다.

오일에서 자연 발화해 불로 번지는 사고는 전국적으로도 종종 일어나는데요. 건조한 날씨 속에서 자칫 큰 화재로도 이어질 수 있어, 관리에 주의를 기울일 필요가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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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복도에서 저절로 붙은 불…오일 발랐다가 ‘자연발화’
    • 입력 2021-05-10 15:22:58
    취재K

어제(9일) 오전 8시쯤 제주시 애월읍 하귀1리 한 사무실 1층 복도에서 불이 났습니다.

신고를 받고 출동한 소방관들이 도착하기 전 목격자들이 자체 진화하면서, 큰불로 번지진 않았습니다. 그러나 3.3㎡ 너비 복도 한쪽과 용접기 1대 등이 불타면서, 소방 추산 1천만 원 상당 재산 피해를 냈는데요.

실내 복도에서 어떻게 불이 났을까요? 소방이 지목한 화재 원인은 다름 아닌, 실내에 발라둔 ‘기름’이었습니다.

제주 서부소방서 제공
제주 서부소방서가 조사한 결과를 보면 현장에선 일명 ‘오일스테인(Oil Stain)’을 바르는 작업을 했습니다. 오일스테인은 방충, 곰팡이와 변형 방지 등 방부(防腐)를 위해 목재에 주로 바르는 기름으로, 목재 데크나 목조 주택 등 나무로 만든 시설물에 널리 쓰입니다.

오일 도포 작업을 마친 뒤, 현장에는 작업에 사용한 부직포 등을 그대로 둔 상태였습니다. 이후 도포된 오일에서 화학 반응을 일으키며 자연 발화했고, 부직포 등 주변으로 불이 붙은 것으로 소방 당국은 보고 있습니다. 소방 관계자는 “오일을 바른 뒤 현장에 부직포가 적치되어 있었던 것을 확인했다”며 “부직포와 그 주변만 한정적으로 소실된 점을 미뤄, ‘자연 발화’가 원인이었던 것으로 본다”고 설명했습니다.

오일은 산화 반응 과정에서 발생하는 열을 방출하지 못하면 자연 발화할 수 있습니다. 도포된 오일은 건조되는 과정에서 대기로부터 산소를 흡수하며 굳는데요. 산소와 결합하는 산화 반응에서 에너지가 발생합니다. 이렇게 수 시간 동안 발생한 산화열이 발화 온도에 이르면, 자연적으로 불이 붙게 됩니다.

대개 오일을 바를 때 사용한 헝겊이나 장갑 따위에서 불이 잘 붙는데요. 이를 뭉쳐두면서 열이 발산되지 못하므로, 내부 온도가 더 쉽게 올라가기 때문입니다. 시중 오일스테인 용기 표면에는 ‘제품이 묻은 천, 휴지 등은 자연발화의 위험이 있으므로 쌓아두지 마시오’라는 주의사항이 적혀있기도 합니다.

오일에서 자연 발화해 불로 번지는 사고는 전국적으로도 종종 일어나는데요. 건조한 날씨 속에서 자칫 큰 화재로도 이어질 수 있어, 관리에 주의를 기울일 필요가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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