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상포진 예방접종하러 왔는데”…허술했던 코로나 백신 관리

입력 2021.05.10 (19:07) 수정 2021.05.10 (19: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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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상포진 예방접종인데…'코로나 백신' 맞아

딸이 챙겨줘서 맞게 된 예방접종이었습니다.

어버이날을 나흘 앞둔 지난 4일, 54살 임 모 씨는 대상포진 예방접종을 하라고 챙겨주는 딸의 말을 듣고 남편과 함께 세종의 한 종합병원을 찾았습니다.

의사에게 예진을 받은 뒤 주사를 맞기 위해 기다렸습니다.예방접종 주사를 맞았습니다. 그런데 거기서부터 문제였습니다. 대상포진 주사가 아니었던 겁니다.

주사를 맞은 임 씨에게 간호사는 "대상포진 주사를 놓아야 하는데 아스트라제네카를 놓았다"고 말했습니다.
임 씨에게 코로나19 백신이 투여된 겁니다.

임 씨가 생각지도 못한 일이었습니다. 무서웠습니다. 임씨는 1시간쯤 뒤부터 근육통 증상까지 느꼈습니다.
피 검사나 소변 검사 결과 특별한 이상은 발견되지 않았지만, 오한을 느끼기도 했습니다.

임 씨는 1주일 동안 병원에 입원해 치료를 받았습니다.

■ 어떻게 이런 일이?

간호사가 의사 처방 내용을 제대로 확인하지 않아 생긴 일이었습니다.

해당 병원의 보고서를 보면 먼저 약제를 투여하기 전 처방을 확인하고 그다음 처방 내용을 환자에게 물어본 뒤 마지막으로는 투약하려는 약제와 일치하는지, 3단계로 확인해야 했지만 지켜지지 않았습니다.

병원 측이 작성한 환자안전사건 보고서. 주사를 투여하기 전 처방 확인, 환자 확인, 약제 확인 등 3가지를 확인하지 않았다고 표시돼 있다.병원 측이 작성한 환자안전사건 보고서. 주사를 투여하기 전 처방 확인, 환자 확인, 약제 확인 등 3가지를 확인하지 않았다고 표시돼 있다.

병원 측은 명백한 실수였다고 잘못을 인정했습니다.

그러면서 해당 일에 코로나19 백신을 맞으러 온 사람들이 130여 명쯤 됐는데, 이 사람들에게 계속 코로나19 백신을 놓다 보니 실수를 한 것 같다고 설명했습니다. 계속 하던 행동을 습관적으로 한 셈이었습니다.

해당 병원에는 코로나19 예방접종을 하는 곳이 따로 분리돼 있지 않았습니다. 세종시 보건소는 독감 예방접종을 하는 곳과 다른 예방접종을 하는 곳을 분리하지 않는 것과 같은 이치라고 말했습니다.

또 코로나19 예방접종을 위탁해 시행하는 의료기관 관련 지침에도 이를 분리해야 한다는 규정은 없다고 말했습니다.

하지만 병원 측은, 이미 추진해오던 일이었다며 코로나19 예방접종을 앞으로 병원 6층에서 따로 전담하게 할 계획이라고 말했습니다.


■ "의료법상 처벌 대상 되지 않아"…아픈 사람이었다면?

세종시 보건당국과 질병관리청은 약물을 잘못 투약한 행위만으로는 의료법상 처벌 대상이 되지 않는다고 설명합니다. 피해가 발생했다고 보기 어렵기 때문입니다.

전국적으로 나이에 따라 한창 코로나19 백신 접종이 진행되고 있다는 점도 처벌이 필요하지 않다고 보는 근거가 됐습니다.

하지만 코로나19 백신은 접종자의 당일 몸 상태에 따라서 접종을 연기할 정도로 사려 깊은 절차를 거쳐 진행됩니다. 몸 상태가 좋지 않은 상황에서 백신을 맞았을 때 발생할지 모를 부작용을 줄이기 위해서입니다.

코로나19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코로나19 아스트라제네카 백신
이 때문에 전문가들은 몸 상태가 좋지 않거나 아픈 사람이 임 씨처럼 갑자기 백신을 맞았을 경우 피해가 생길 수도 있었다고 지적합니다.

임 씨는 자신이 겪은 일을 두고 "그나마 건강해서 다행이었다"고 말합니다. '접종 사고'가 발생한 병원처럼 코로나19 백신 접종을 위탁받아 시행하는 기관은 전국 병·의원 등 만 2천여 곳입니다.

접종 대상자가 확대되고 있는 가운데 좀 더 세심한 '백신 관리'가 필요하다고 전문가들은 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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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대상포진 예방접종하러 왔는데”…허술했던 코로나 백신 관리
    • 입력 2021-05-10 19:07:02
    • 수정2021-05-10 19:08:13
    취재K

■ 대상포진 예방접종인데…'코로나 백신' 맞아

딸이 챙겨줘서 맞게 된 예방접종이었습니다.

어버이날을 나흘 앞둔 지난 4일, 54살 임 모 씨는 대상포진 예방접종을 하라고 챙겨주는 딸의 말을 듣고 남편과 함께 세종의 한 종합병원을 찾았습니다.

의사에게 예진을 받은 뒤 주사를 맞기 위해 기다렸습니다.예방접종 주사를 맞았습니다. 그런데 거기서부터 문제였습니다. 대상포진 주사가 아니었던 겁니다.

주사를 맞은 임 씨에게 간호사는 "대상포진 주사를 놓아야 하는데 아스트라제네카를 놓았다"고 말했습니다.
임 씨에게 코로나19 백신이 투여된 겁니다.

임 씨가 생각지도 못한 일이었습니다. 무서웠습니다. 임씨는 1시간쯤 뒤부터 근육통 증상까지 느꼈습니다.
피 검사나 소변 검사 결과 특별한 이상은 발견되지 않았지만, 오한을 느끼기도 했습니다.

임 씨는 1주일 동안 병원에 입원해 치료를 받았습니다.

■ 어떻게 이런 일이?

간호사가 의사 처방 내용을 제대로 확인하지 않아 생긴 일이었습니다.

해당 병원의 보고서를 보면 먼저 약제를 투여하기 전 처방을 확인하고 그다음 처방 내용을 환자에게 물어본 뒤 마지막으로는 투약하려는 약제와 일치하는지, 3단계로 확인해야 했지만 지켜지지 않았습니다.

병원 측이 작성한 환자안전사건 보고서. 주사를 투여하기 전 처방 확인, 환자 확인, 약제 확인 등 3가지를 확인하지 않았다고 표시돼 있다.
병원 측은 명백한 실수였다고 잘못을 인정했습니다.

그러면서 해당 일에 코로나19 백신을 맞으러 온 사람들이 130여 명쯤 됐는데, 이 사람들에게 계속 코로나19 백신을 놓다 보니 실수를 한 것 같다고 설명했습니다. 계속 하던 행동을 습관적으로 한 셈이었습니다.

해당 병원에는 코로나19 예방접종을 하는 곳이 따로 분리돼 있지 않았습니다. 세종시 보건소는 독감 예방접종을 하는 곳과 다른 예방접종을 하는 곳을 분리하지 않는 것과 같은 이치라고 말했습니다.

또 코로나19 예방접종을 위탁해 시행하는 의료기관 관련 지침에도 이를 분리해야 한다는 규정은 없다고 말했습니다.

하지만 병원 측은, 이미 추진해오던 일이었다며 코로나19 예방접종을 앞으로 병원 6층에서 따로 전담하게 할 계획이라고 말했습니다.


■ "의료법상 처벌 대상 되지 않아"…아픈 사람이었다면?

세종시 보건당국과 질병관리청은 약물을 잘못 투약한 행위만으로는 의료법상 처벌 대상이 되지 않는다고 설명합니다. 피해가 발생했다고 보기 어렵기 때문입니다.

전국적으로 나이에 따라 한창 코로나19 백신 접종이 진행되고 있다는 점도 처벌이 필요하지 않다고 보는 근거가 됐습니다.

하지만 코로나19 백신은 접종자의 당일 몸 상태에 따라서 접종을 연기할 정도로 사려 깊은 절차를 거쳐 진행됩니다. 몸 상태가 좋지 않은 상황에서 백신을 맞았을 때 발생할지 모를 부작용을 줄이기 위해서입니다.

코로나19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이 때문에 전문가들은 몸 상태가 좋지 않거나 아픈 사람이 임 씨처럼 갑자기 백신을 맞았을 경우 피해가 생길 수도 있었다고 지적합니다.

임 씨는 자신이 겪은 일을 두고 "그나마 건강해서 다행이었다"고 말합니다. '접종 사고'가 발생한 병원처럼 코로나19 백신 접종을 위탁받아 시행하는 기관은 전국 병·의원 등 만 2천여 곳입니다.

접종 대상자가 확대되고 있는 가운데 좀 더 세심한 '백신 관리'가 필요하다고 전문가들은 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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