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강 대학생 사망 사건’ 왜 주목받나…“심리적 동조화에, 사건은 진행중”

입력 2021.05.11 (11:11) 수정 2021.05.11 (17: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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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8일(어버이날) 한강공원에서 시민들이 고 손정민 씨의 아버지에게 선물과 편지 등을 전달했다.

지난 8일(어버이날) 한강공원에서 시민들이 고 손정민 씨의 아버지에게 선물과 편지 등을 전달했다.

-누구나 가는 한강서 친구랑 술마시다?..."심리적 동조화"
-사건은 여전히 진행 중..."단순 실족사냐? 타살이냐?"

한강에서 친구와 술을 마시다 실종된 대학생 손정민 씨, 손 씨는 실종 닷새만인 지난달 30일 한강 수중에서 숨진 채 발견됐습니다. 그리고 지난 5일 손 씨 발인이 있었습니다. 손씨와 일면식이 없지만, 그의 마지막을 함께하러 온 시민들도 적지 않았습니다. 어버이날인 8일에는 시민들이 아들을 잃은 손 씨 아버지에게 꽃과 선물, 조의금 등을 전달하는 자리도 마련됐습니다.

한국언론진흥재단 뉴스 빅데이터 분석 프로그램 '빅카인즈'에서 집계된 지난달 29일부터 9일까지의 손정민 씨 키워드를 포함한 관련 보도는 769건에 이릅니다. 포털의 조회 수 높은 기사들 상당수가 손 씨 사망과 관련된 내용이었고 댓글도 많이 달렸습니다 그의 사망 원인을 밝혀달라는 글이 '청와대 국민 청원 게시판'에 올라오기도 했습니다.

그렇다면 사람들은 왜 이 사건에 이렇게 큰 관심을 보이는 걸까요?

우선 안전하다고 생각하는 '한강에서' 친구와 술을 마시다가 실종돼 숨진 채 발견됐다는 것 자체가 사람들에게는 충격적이라고 합니다. '어떻게 이런 일이 일어날까?'라는의문이 드는 것이죠. 또 한강이라는 물리적인 장소가 사람들에게 친밀한 공간인 데다 누구든 친구와 술을 마시러 갈 수 있지 않느냐는 측면에서, 그렇게 예외적인 사건이 아니라는 생각도 든다고 합니다.

결국 누구에게나 일어날 수 있다는 점에서 사람들이 관심을 보이고 나아가 손 씨와 아버지와의 관계 등이 알려지면서 가족의 아픔에 안타까워하는 그리고 공감하는 부분이 커졌다고 합니다.

염건령 한국범죄학연구소장은 이를 '심리적 동조화' 현상으로 설명했는데요.

"자기 현재 상황과 대비해 봤을 때 지금 피해자가 나와 어떻게, 교차점이 얼마나 크냐 또는 일치점이 얼마나 크냐가 그 사건이나 기사에 대해서 관심을 가지는데 영향을 미친다고 봅니다. "

"심리적 동조화 현상으로 설명할 수 있는데 자기도 충분히 겪을 수 있을 만한 상황이기 때문에 더 관심을 갖는다는 거죠."


실종된 아들을 찾는 어머니의 ‘잠수교 노란 쪽지’  (사진 출처 : 보배드림)실종된 아들을 찾는 어머니의 ‘잠수교 노란 쪽지’ (사진 출처 : 보배드림)

지난 3월에는 사라진 아들을 찾는 어머니의 '잠수교 노란 쪽지'가 온라인에 퍼졌습니다. 하지만 실종 17일 만에 25살 김 모 씨가 시신으로 가족 품에 돌아와 사람들의 안타까움이 컸었는데요. 사람들은 잘 알지 못하지만 뭔가 도와주지 못했다는 미안함과 슬픔을 느끼게 됐습니다.

그런 가운데 한 대학생이 실종됐다는 소식이 또 전해져 온 겁니다. 사람들은 뭔가 해야 하지 않을까 싶었고, 한 민간 잠수사는 누가 뭐라고 하기도 전에 한강으로 뛰어들어 손 씨의 시신을 찾기도 했습니다.

시신을 찾았다는 면에서 실종 문제는 완료된 것일 수 있습니다.

하지만 ' 사건은 여전히 진행 중'인 상황이라 사람들의 관심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특히 5월은 연중 그 어느 때보다 아이와 부모, 가족에 대한 생각을 많이 하게 됩니다).

'사고사'라 하면 사고 원인의 책임이 누구에게 있는지, 그리고 그런 사고를 방지하기 위해 어떤 조치가 필요한지에 대한 관심이 이어지고 그런 기사들이 나오기 마련입니다.

이번 사건의 경우 아직 손 씨의 사망 원인이 규명되지 않았습니다. 실족사인지 아니면 타살인지 여부도 밝혀지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손 씨 아버지는 의문을 제기해 왔습니다. 왜 친구가 손정민 씨 휴대전화를 가지고 있었는지, 집에 돌아온 뒤 왜 신발을 버렸는지 등을 이해하기 어렵다고 주장합니다.

경찰은 10일 사건 경위를 정확히 파악하기 위해 손 씨의 친구와 그 아버지를 참고인 신분으로 불렀습니다. 친구를 10시간 가까이 조사했다고 합니다. 경찰이 손 씨 사망 경위를 파악할 목적으로 친구를 조사한 건 이번이 처음입니다.

한 변호사는 익명을 전제로 이렇게 말했는데요.

"손 씨 아버지는 사건의 직접 관계자이자 자식을 잃어버린 사람으로서 이번 사건에 의문점을 가지고 문제를 제기하는 것은 당연하다고 봅니다"

" 그리고 손 씨 친구의 경우 신발을 버리거나 변호사를 대동하고 참고인 조사에 참석하는 등 친구로서 일반적인 모습을 보인 것은 아니라고 볼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하더라도 그런 행동이 어떤 것을 특정할 수 있게 하는 건 아니라고 봅니다. 그런 만큼 현재 수사가 진행 중이고 조만간 결과가 나올 것으로 보이기에 섣부른 판단으로 엉뚱한 사람을 공격하거나 비난하는 것은 자제할 필요가 있다고 보이고, 수사결과를 차분하게 기다리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됩니다."

지난달 30일 숨진 채 발견된 손 씨의 왼쪽 귀 뒷부분에는 손가락 2마디 크기의 자상이 있었지만,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은 이 상처가 직접적인 사인은 아니라는 구두 소견을 밝힌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손씨의 정확한 사인은 국과수 부검 최종 결과가 나오는 이달 중순쯤 나올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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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강 대학생 사망 사건’ 왜 주목받나…“심리적 동조화에, 사건은 진행중”
    • 입력 2021-05-11 11:11:46
    • 수정2021-05-11 17:27:05
    취재K

지난 8일(어버이날) 한강공원에서 시민들이 고 손정민 씨의 아버지에게 선물과 편지 등을 전달했다.

-누구나 가는 한강서 친구랑 술마시다?..."심리적 동조화"
-사건은 여전히 진행 중..."단순 실족사냐? 타살이냐?"

한강에서 친구와 술을 마시다 실종된 대학생 손정민 씨, 손 씨는 실종 닷새만인 지난달 30일 한강 수중에서 숨진 채 발견됐습니다. 그리고 지난 5일 손 씨 발인이 있었습니다. 손씨와 일면식이 없지만, 그의 마지막을 함께하러 온 시민들도 적지 않았습니다. 어버이날인 8일에는 시민들이 아들을 잃은 손 씨 아버지에게 꽃과 선물, 조의금 등을 전달하는 자리도 마련됐습니다.

한국언론진흥재단 뉴스 빅데이터 분석 프로그램 '빅카인즈'에서 집계된 지난달 29일부터 9일까지의 손정민 씨 키워드를 포함한 관련 보도는 769건에 이릅니다. 포털의 조회 수 높은 기사들 상당수가 손 씨 사망과 관련된 내용이었고 댓글도 많이 달렸습니다 그의 사망 원인을 밝혀달라는 글이 '청와대 국민 청원 게시판'에 올라오기도 했습니다.

그렇다면 사람들은 왜 이 사건에 이렇게 큰 관심을 보이는 걸까요?

우선 안전하다고 생각하는 '한강에서' 친구와 술을 마시다가 실종돼 숨진 채 발견됐다는 것 자체가 사람들에게는 충격적이라고 합니다. '어떻게 이런 일이 일어날까?'라는의문이 드는 것이죠. 또 한강이라는 물리적인 장소가 사람들에게 친밀한 공간인 데다 누구든 친구와 술을 마시러 갈 수 있지 않느냐는 측면에서, 그렇게 예외적인 사건이 아니라는 생각도 든다고 합니다.

결국 누구에게나 일어날 수 있다는 점에서 사람들이 관심을 보이고 나아가 손 씨와 아버지와의 관계 등이 알려지면서 가족의 아픔에 안타까워하는 그리고 공감하는 부분이 커졌다고 합니다.

염건령 한국범죄학연구소장은 이를 '심리적 동조화' 현상으로 설명했는데요.

"자기 현재 상황과 대비해 봤을 때 지금 피해자가 나와 어떻게, 교차점이 얼마나 크냐 또는 일치점이 얼마나 크냐가 그 사건이나 기사에 대해서 관심을 가지는데 영향을 미친다고 봅니다. "

"심리적 동조화 현상으로 설명할 수 있는데 자기도 충분히 겪을 수 있을 만한 상황이기 때문에 더 관심을 갖는다는 거죠."


실종된 아들을 찾는 어머니의 ‘잠수교 노란 쪽지’  (사진 출처 : 보배드림)
지난 3월에는 사라진 아들을 찾는 어머니의 '잠수교 노란 쪽지'가 온라인에 퍼졌습니다. 하지만 실종 17일 만에 25살 김 모 씨가 시신으로 가족 품에 돌아와 사람들의 안타까움이 컸었는데요. 사람들은 잘 알지 못하지만 뭔가 도와주지 못했다는 미안함과 슬픔을 느끼게 됐습니다.

그런 가운데 한 대학생이 실종됐다는 소식이 또 전해져 온 겁니다. 사람들은 뭔가 해야 하지 않을까 싶었고, 한 민간 잠수사는 누가 뭐라고 하기도 전에 한강으로 뛰어들어 손 씨의 시신을 찾기도 했습니다.

시신을 찾았다는 면에서 실종 문제는 완료된 것일 수 있습니다.

하지만 ' 사건은 여전히 진행 중'인 상황이라 사람들의 관심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특히 5월은 연중 그 어느 때보다 아이와 부모, 가족에 대한 생각을 많이 하게 됩니다).

'사고사'라 하면 사고 원인의 책임이 누구에게 있는지, 그리고 그런 사고를 방지하기 위해 어떤 조치가 필요한지에 대한 관심이 이어지고 그런 기사들이 나오기 마련입니다.

이번 사건의 경우 아직 손 씨의 사망 원인이 규명되지 않았습니다. 실족사인지 아니면 타살인지 여부도 밝혀지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손 씨 아버지는 의문을 제기해 왔습니다. 왜 친구가 손정민 씨 휴대전화를 가지고 있었는지, 집에 돌아온 뒤 왜 신발을 버렸는지 등을 이해하기 어렵다고 주장합니다.

경찰은 10일 사건 경위를 정확히 파악하기 위해 손 씨의 친구와 그 아버지를 참고인 신분으로 불렀습니다. 친구를 10시간 가까이 조사했다고 합니다. 경찰이 손 씨 사망 경위를 파악할 목적으로 친구를 조사한 건 이번이 처음입니다.

한 변호사는 익명을 전제로 이렇게 말했는데요.

"손 씨 아버지는 사건의 직접 관계자이자 자식을 잃어버린 사람으로서 이번 사건에 의문점을 가지고 문제를 제기하는 것은 당연하다고 봅니다"

" 그리고 손 씨 친구의 경우 신발을 버리거나 변호사를 대동하고 참고인 조사에 참석하는 등 친구로서 일반적인 모습을 보인 것은 아니라고 볼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하더라도 그런 행동이 어떤 것을 특정할 수 있게 하는 건 아니라고 봅니다. 그런 만큼 현재 수사가 진행 중이고 조만간 결과가 나올 것으로 보이기에 섣부른 판단으로 엉뚱한 사람을 공격하거나 비난하는 것은 자제할 필요가 있다고 보이고, 수사결과를 차분하게 기다리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됩니다."

지난달 30일 숨진 채 발견된 손 씨의 왼쪽 귀 뒷부분에는 손가락 2마디 크기의 자상이 있었지만,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은 이 상처가 직접적인 사인은 아니라는 구두 소견을 밝힌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손씨의 정확한 사인은 국과수 부검 최종 결과가 나오는 이달 중순쯤 나올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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