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흘간 56명 확진…‘코로나 청정’ 제주에서 무슨 일이?

입력 2021.05.11 (15:43) 수정 2021.05.11 (17: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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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가 다르게 제주지역 코로나19 확산세가 심각해지고 있습니다.

이달 초까지만 해도 하루 확진자 발생 수가 한자릿수에 머물렀던 제주에서, 어제(10일) 하루 동안만 신규 확진자 24명이 한꺼번에 나온 건데요.

전국적으로 코로나19 일일 확진자 수가 500명대로 다소 주춤한 것과 달리, 제주에선 오히려 확산세가 더 가팔라지는 양상을 보이고 있습니다.

■ 사흘간 56명 무더기 확진…누적 816명

제주에선 지난 주말 이틀 동안 신규 확진자 32명이 나온 데 이어, 어제(10일) 24명의 코로나19 감염 사실이 새롭게 확인됐습니다.


하루 확진자 발생으로는 올해 들어 가장 많은 수치로, 제주지역 일일 발생 기록 가운데 역대 다섯 번째로 확진자가 많이 나온 날이었습니다.

특히 어제 확진자 24명 중 19명이 제주지역 확진자의 접촉자로 파악됐는데, 이미 제주도에서 지역 사회 감염이 진행 중임을 알 수 있습니다.

5월 초, 하루 1명 정도 확진자가 나왔던 제주에선 최근 일주일 동안 하루 평균 13명을 웃도는 확진자가 발생하고 있습니다.

확진자 한 사람이 주변의 다른 몇 명을 감염시키는지 보여주는 지표인 '감염 재생산지수'도 어느새 3에 육박하고 있습니다.

이 지수가 1 미만이면 '유행 억제', 1 이상이면 '유행 확산'인데, 유행 확산 수치를 훨씬 뛰어넘는 상황입니다.

제주지역 확진자 증가 추세는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보입니다.


제주에선 올해 1월 한 달간 확진자 수가 101명이 나왔는데 이달 들어 열흘 만에 벌써 102명이 발생해, '올해 가장 많은 확진자가 발생한 달' 기록도 이미 깨뜨린 상황입니다.

제주지역 누적 확진자 수도 어제 800명을 돌파해, 오늘 0시 기준 816명으로 늘었습니다.

■ 노래방·PC방·호프집…연쇄 감염 일파만파

제주지역 코로나19 확진자가 급격히 증가한 주요 배경으로는, 다중이용시설을 매개로 한 바이러스 전파가 꼽힙니다.

노래연습장, PC방, 호프집 등 밀폐된 공간에서 다수가 다닥다닥 모여 앉아 먹고 마시고, 노래 부르고, 대화를 나누는 환경 특성이 코로나19 확산을 더 부채질했다고 방역 당국은 보고 있습니다.

제주도 방역 당국의 역학 조사 내용을 보면 현재 제주에서 진행 중인 연쇄 감염은 제주국제대 레슬링 선수팀에서부터 출발합니다.

앞서 레슬링부 소속 학생 가운데 7명이 집단 감염됐고, 이들이 거쳐 간 노래방과 PC방 등 다중이용시설을 매개로, 지인 모임, 학교, 직장 등으로 번져나갔습니다.


구체적인 사례를 들여다보겠습니다.

제주국제대 확진자가 다녀간 한 노래연습장을 도내 한 유흥주점 종사자가 다녀가면서, 같은 유흥주점에서 일하는 동료 등을 감염시킨 사례가 확인됐습니다.

이뿐만이 아닙니다.

당시 이 노래방에서 근무하는 아르바이트생 중 한 명이 제주대학교 학생이었는데, 감염된 사실을 모른 채 호프집 등을 방문한 사실이 역학 조사 과정에서 확인됐습니다.

재학생들이 따로 또 같이 모여 다니는 과정에서 다수가 바이러스에 옮은 것으로 추정됩니다.

이 밖에도 제주국제대 확진자와 같은 시간대에 PC방을 이용한 도내 고교생들이 무더기로 코로나19에 감염됐고, 다른 주변 학교들로 수많은 접촉자와 확진자를 양산했습니다.

이렇게 확인된 관련 확진자들이 오늘(10일 오전 11시 기준)까지 무려 43명에 달하는데, 방역 당국은 관련 확진자가 더 늘어날 수 있다며 우려하고 있습니다.


최근 확진자 대다수가 활동량이 많은 대학생과 중․고등학생인 점도 우려스러운 대목입니다.

확진자와 접촉자가 발생해 원격수업으로 전환한 제주 도내 유치원과 초·중·고등학교가 10여 곳으로 늘면서, 학사 일정에도 차질을 빚을 전망입니다.

재학생 확진자가 10명 넘게 나온 제주대 역시 앞으로 2주 동안 원격수업을 진행하는 한편, 동아리 활동도 전면 금지했습니다.

■ 지난해 12월 이어… 또 한 번 '대유행' 접어드나

지난해 2월 코로나19 사태가 국내에도 본격화한 이후, 제주에선 크게 두 차례에 걸쳐 대유행 고비를 넘기고 있습니다.

지난해 12월과 올해 5월을 '제주지역 대유행기'로 볼 수 있겠는데요.

이 두 시기에는 공통점이 있습니다.

바로 직전 달에 제주를 드나든 방문객 수가 100만 명 이상을 기록하는 등 이동량이 급격히 늘어났을 때라는 점입니다.


제주도 관광협회 자료를 보면, 지난해와 올해 월간 100만 명 이상이 제주를 방문했던 시기는 모두 4차례입니다.

각각 2020년 8월(113만 3천95명), 10월(107만 8천243명)과 11월(114만 3천700명), 그리고 올해 4월(106만 9천888명, 잠정치) 인데요.

코로나19 사태 직후 하루 1만 명대로 꺾였던 제주 방문객 수가 점차 회복세를 보이다가, 휴가철 100만 명을 넘긴 지난해 8월의 경우, 제주에서 처음으로 한 달 동안 두 자릿수 확진자(22명)가 나왔습니다.

10월에는 확진자가 단 한 명도 발생하지 않는 기록이 나왔지만, 그다음 달부터 확진자 수가 상승곡선을 그리더니, 도내 소규모 집단 감염 사례가 빗발치며 한 달 새 300명이 넘는 확진자가 한꺼번에 발생해 방역 당국이 한바탕 홍역을 치렀습니다.

당시 확진자가 급증했던 배경을 보면, 연수 명목으로 제주 관광을 다녀갔다가 제주 지역사회에도 코로나19 확진자를 양산했던 진주 이·통장단을 비롯해 교회와 성당, 목욕탕과 유흥주점 등을 중심으로 지역 내에서도 소규모 집단 감염이 잇달았습니다.

올해 들어선 제주 방문객 수가 거의 코로나19 사태 이전 수준으로 회복됐는데요.

제주를 찾는 봄철 나들이객뿐만 아니라 다른 지역을 오가는 제주도민도 증가하는 등 전체적으로 이동량이 많아진 때문으로 풀이됩니다.

이들이 다른 지역 확진자들과 접촉한 뒤 지역사회에서 확진자들을 발생시켰고, 코로나19 방역 긴장감이 느슨해진 틈을 타, 도민 간 접촉으로 인한 지역 내 연쇄 감염이 확산하는 모양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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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흘간 56명 확진…‘코로나 청정’ 제주에서 무슨 일이?
    • 입력 2021-05-11 15:43:21
    • 수정2021-05-11 17:27:03
    취재K

하루가 다르게 제주지역 코로나19 확산세가 심각해지고 있습니다.

이달 초까지만 해도 하루 확진자 발생 수가 한자릿수에 머물렀던 제주에서, 어제(10일) 하루 동안만 신규 확진자 24명이 한꺼번에 나온 건데요.

전국적으로 코로나19 일일 확진자 수가 500명대로 다소 주춤한 것과 달리, 제주에선 오히려 확산세가 더 가팔라지는 양상을 보이고 있습니다.

■ 사흘간 56명 무더기 확진…누적 816명

제주에선 지난 주말 이틀 동안 신규 확진자 32명이 나온 데 이어, 어제(10일) 24명의 코로나19 감염 사실이 새롭게 확인됐습니다.


하루 확진자 발생으로는 올해 들어 가장 많은 수치로, 제주지역 일일 발생 기록 가운데 역대 다섯 번째로 확진자가 많이 나온 날이었습니다.

특히 어제 확진자 24명 중 19명이 제주지역 확진자의 접촉자로 파악됐는데, 이미 제주도에서 지역 사회 감염이 진행 중임을 알 수 있습니다.

5월 초, 하루 1명 정도 확진자가 나왔던 제주에선 최근 일주일 동안 하루 평균 13명을 웃도는 확진자가 발생하고 있습니다.

확진자 한 사람이 주변의 다른 몇 명을 감염시키는지 보여주는 지표인 '감염 재생산지수'도 어느새 3에 육박하고 있습니다.

이 지수가 1 미만이면 '유행 억제', 1 이상이면 '유행 확산'인데, 유행 확산 수치를 훨씬 뛰어넘는 상황입니다.

제주지역 확진자 증가 추세는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보입니다.


제주에선 올해 1월 한 달간 확진자 수가 101명이 나왔는데 이달 들어 열흘 만에 벌써 102명이 발생해, '올해 가장 많은 확진자가 발생한 달' 기록도 이미 깨뜨린 상황입니다.

제주지역 누적 확진자 수도 어제 800명을 돌파해, 오늘 0시 기준 816명으로 늘었습니다.

■ 노래방·PC방·호프집…연쇄 감염 일파만파

제주지역 코로나19 확진자가 급격히 증가한 주요 배경으로는, 다중이용시설을 매개로 한 바이러스 전파가 꼽힙니다.

노래연습장, PC방, 호프집 등 밀폐된 공간에서 다수가 다닥다닥 모여 앉아 먹고 마시고, 노래 부르고, 대화를 나누는 환경 특성이 코로나19 확산을 더 부채질했다고 방역 당국은 보고 있습니다.

제주도 방역 당국의 역학 조사 내용을 보면 현재 제주에서 진행 중인 연쇄 감염은 제주국제대 레슬링 선수팀에서부터 출발합니다.

앞서 레슬링부 소속 학생 가운데 7명이 집단 감염됐고, 이들이 거쳐 간 노래방과 PC방 등 다중이용시설을 매개로, 지인 모임, 학교, 직장 등으로 번져나갔습니다.


구체적인 사례를 들여다보겠습니다.

제주국제대 확진자가 다녀간 한 노래연습장을 도내 한 유흥주점 종사자가 다녀가면서, 같은 유흥주점에서 일하는 동료 등을 감염시킨 사례가 확인됐습니다.

이뿐만이 아닙니다.

당시 이 노래방에서 근무하는 아르바이트생 중 한 명이 제주대학교 학생이었는데, 감염된 사실을 모른 채 호프집 등을 방문한 사실이 역학 조사 과정에서 확인됐습니다.

재학생들이 따로 또 같이 모여 다니는 과정에서 다수가 바이러스에 옮은 것으로 추정됩니다.

이 밖에도 제주국제대 확진자와 같은 시간대에 PC방을 이용한 도내 고교생들이 무더기로 코로나19에 감염됐고, 다른 주변 학교들로 수많은 접촉자와 확진자를 양산했습니다.

이렇게 확인된 관련 확진자들이 오늘(10일 오전 11시 기준)까지 무려 43명에 달하는데, 방역 당국은 관련 확진자가 더 늘어날 수 있다며 우려하고 있습니다.


최근 확진자 대다수가 활동량이 많은 대학생과 중․고등학생인 점도 우려스러운 대목입니다.

확진자와 접촉자가 발생해 원격수업으로 전환한 제주 도내 유치원과 초·중·고등학교가 10여 곳으로 늘면서, 학사 일정에도 차질을 빚을 전망입니다.

재학생 확진자가 10명 넘게 나온 제주대 역시 앞으로 2주 동안 원격수업을 진행하는 한편, 동아리 활동도 전면 금지했습니다.

■ 지난해 12월 이어… 또 한 번 '대유행' 접어드나

지난해 2월 코로나19 사태가 국내에도 본격화한 이후, 제주에선 크게 두 차례에 걸쳐 대유행 고비를 넘기고 있습니다.

지난해 12월과 올해 5월을 '제주지역 대유행기'로 볼 수 있겠는데요.

이 두 시기에는 공통점이 있습니다.

바로 직전 달에 제주를 드나든 방문객 수가 100만 명 이상을 기록하는 등 이동량이 급격히 늘어났을 때라는 점입니다.


제주도 관광협회 자료를 보면, 지난해와 올해 월간 100만 명 이상이 제주를 방문했던 시기는 모두 4차례입니다.

각각 2020년 8월(113만 3천95명), 10월(107만 8천243명)과 11월(114만 3천700명), 그리고 올해 4월(106만 9천888명, 잠정치) 인데요.

코로나19 사태 직후 하루 1만 명대로 꺾였던 제주 방문객 수가 점차 회복세를 보이다가, 휴가철 100만 명을 넘긴 지난해 8월의 경우, 제주에서 처음으로 한 달 동안 두 자릿수 확진자(22명)가 나왔습니다.

10월에는 확진자가 단 한 명도 발생하지 않는 기록이 나왔지만, 그다음 달부터 확진자 수가 상승곡선을 그리더니, 도내 소규모 집단 감염 사례가 빗발치며 한 달 새 300명이 넘는 확진자가 한꺼번에 발생해 방역 당국이 한바탕 홍역을 치렀습니다.

당시 확진자가 급증했던 배경을 보면, 연수 명목으로 제주 관광을 다녀갔다가 제주 지역사회에도 코로나19 확진자를 양산했던 진주 이·통장단을 비롯해 교회와 성당, 목욕탕과 유흥주점 등을 중심으로 지역 내에서도 소규모 집단 감염이 잇달았습니다.

올해 들어선 제주 방문객 수가 거의 코로나19 사태 이전 수준으로 회복됐는데요.

제주를 찾는 봄철 나들이객뿐만 아니라 다른 지역을 오가는 제주도민도 증가하는 등 전체적으로 이동량이 많아진 때문으로 풀이됩니다.

이들이 다른 지역 확진자들과 접촉한 뒤 지역사회에서 확진자들을 발생시켰고, 코로나19 방역 긴장감이 느슨해진 틈을 타, 도민 간 접촉으로 인한 지역 내 연쇄 감염이 확산하는 모양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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