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미 탐색전 돌입…“대화하려면 호칭부터 바꿔라”?

입력 2021.05.11 (17: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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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반도 비핵화와 평화를 위한 외교 시계가 다시 돌아가기 시작하는 걸까요. 미국 조 바이든 행정부의 접촉 제안에 북한이 '잘 접수했다'고 반응했습니다.

탐색전이 본격화될 조짐이 보이는 가운데 한미일 정보기관장들은 내일 일본에서 만나고, 꼭 열흘 뒤에는 한미정상회담도 예정돼 있습니다. 대화가 본격화되려면 어떤 조건이 갖춰져야 할까요?

■ "대북정책 설명하겠다"…"잘 접수했다"

바이든 미국 행정부 당국자가 북한 측을 접촉한 것은 지난주로 알려졌습니다. "대북정책 검토 결과를 설명하겠다"는 취지였는데 북한에서는 '잘 접수했다'고 반응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젠 사키 백악관 대변인은 지난달 30일에 "실용적 대북 외교를 모색하겠다"는 큰 틀의 기조를 공개했는데요. 정책의 세부 내용은 아직 공개하지 않았습니다.

미국 쪽에서는 북한에 먼저 설명하고 발표할 것을 발표하겠다, '협상장에 나오라'가 아니라 '대북정책 설명하게 만나자'라는 수준에서 접촉을 타진한 것으로 전해집니다. 언제 어디서 만날지, 대화에 실무자가 나설지 고위급으로 할지 등은 아직 정해지지 않은 상태인 겁니다.

다만, 당장 '협상'이 시작될 것 같지는 않습니다. 이유는 두 가지입니다.

일단 미국 당국자를 직접 만나 설명을 들을지 여부는 평양에서 아마도 최고 지도자가 결정해야 할 겁니다. 전략적 판단을 거쳐야 할 사안이니까요.

그리고 접촉이 이뤄진다 해도 어디까지나 미국에서 '설명'하고 북한은 '청취'하는 수준일 가능성이 큽니다. 서로 카드를 올려놓고 주고받는 '협상'까지 나아갈 단계는 아니라는 뜻입니다.

북한에서 이 제안에 응할지조차 아직 알 수 없습니다. 앞으로 한미일, 한미 고위급 협의가 잇따라 예정돼 있습니다. 여기서 나오는 발언들을 북한은 예민하게 지켜보며 접촉에 응할지 여부를 판단할 가능성이 커 보입니다.

■ 한미일 정보기관장 회의…비핵화 해법 등 논의

박지원 국정원장은 오늘 일본으로 갔습니다. 박 원장은 일본 도쿄에서 애브릴 헤인스 미국 국가정보국장, 다키자와 히로아키 일본 내각정보관 등과 함께 한미일 3국 정보기관장 회의를 할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박지원 국정원장, 한미일 정보기관장 회의 참석차 방일박지원 국정원장, 한미일 정보기관장 회의 참석차 방일

3국 정보기관장 회의에서는 북한과 중국 동향 등 동북아 정세와 미국 바이든 정부의 새 대북정책에 대해 의견 교환이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흐름을 볼 필요가 있겠는데요. 지난달 2일에는 미국 워싱턴DC 인근 해군사관학교에서 한미일 안보실장 회의가 있었습니다. 이 때는 미국의 대북정책 재검토가 진행되던 상황에서 서로 의견을 나눈 거죠.

그리고 정책 검토가 끝난 뒤인 이달 5일에는 영국 런던에서 열린 G7 외교·개발장관 회의를 계기로 한미일 외교장관 회의를 가졌습니다.

한미일 간 '완전히 조율된 대북 전략' 마련을 위한 논의가 이어져 왔고, 완성된 정책을 공유한 뒤에는 '향후 대북정책 추진 과정에서도 계속 긴밀히 소통·협력해 나가기로' 했습니다.

그리고 이제, 북측에 물밑 접촉을 제안해둔 상황에서 정보기관장들이 만나는 겁니다. 헤인스 미 국가정보국장은 곧바로 방한해 우리 외교안보 고위 당국자들을 만나는 방안도 조율하고 있습니다.

■ 한미정상회담 열흘 앞으로…대북 메시지 주목

한미정상회담은 21일에 워싱턴에서 열립니다.

문재인 대통령은 어제(10일) 취임 4주년 기자회견에서 "남은 임기에 쫓기거나 조급해하지 않겠다"라면서도 "다만 평화의 시계를 다시 돌리고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를 진전시켜 나갈 기회가 온다면 온 힘을 다하겠다"면서 북한의 호응을 촉구했습니다.

한미정상회담에서도 관련 논의가 주된 의제가 될 것으로 보입니다. 이 과정에서 특히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어떤 메시지를 내놓을지가 관건입니다.

정상회담 발언을 통해 미국의 대화 의지와 진정성을 확인한 뒤 북한이 대화에 나서지 않겠느냐는 게 일반적인 관측입니다.

■ 대화 본격화 조건은?…"미국, 김정은 호칭부터 바꿔야"

이정철 서울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바이든 대통령이 당선 전, 김정은을 불량배(thug)라고 부른 후에 호칭 변화가 없었다"면서 "일단 공식 호칭을 쓰면 대북정책을 들어는 보겠다고 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습니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의 견해도 비슷합니다. "적어도 김정은 위원장을 지도자로, 정상국가로 인정해달라는 게 기본"이라면서 "김정은 위원장에 대한 호칭과 김 위원장이 직접 서명한 북미합의 계승 의지가 어느 정도 담겨있다면 북한이 대화에 다가서는 데 큰 장애물은 없을 것"이라고 했습니다.

다만, 북미 대화가 짧은 시간 안에 본격화될 가능성에 대해서는 전망이 엇갈립니다.

이정철 교수는 8월 한미연합군사훈련을 앞두고 7월 쯤 대화 재개 가능성을 점쳤습니다. 홍민 통일연구원 연구위원은 물밑접촉에서 신뢰를 확인한다면 협상이 수면 위로 떠오르는 방식으로, 빠르면 다음달에도 대화 국면으로 들어갈 수 있다고도 했습니다.

반면 박원곤 이화여대 북한학과 교수는 "북한 입장에서는 바이든 팀이 강조하는 '동결' 부분의 수준과 대상 범위, 상응 조치가 어떻게 되는지 궁금할 것"이라면서도 "실제로 테이블에 당장 나올지는 미지수"라고 했습니다.

"설사 대화가 시작되더라도 올해 중에는 코로나 때문에 힘들 것"이라면서 "북한 입장에선 좀 더 버티기를 해서 미국의 양보를 더 끌어낼 수 있지 않을까"라고도 했습니다.

양무진 교수는 "미국이 북한의 체제 훼손과 존엄 모독 발언이 있다든지 새로운 대북 제재를 내놓거나 전단 살포나 군사훈련이 실시된다면 북한은 맞대응으로서 무력 시위라든지 수위를 점점 높이는 도발 가능성은 배제할 수 없다"고 했습니다.

다만 긍정적인 것은 KBS가 자문을 구한 전문가 모두가 "일단은 낮은 수준이라도 대화 분위기 조성은 됐다"라고 평가한다는 점입니다.

북한이 핵실험이나 SLBM, ICBM 발사 같은 고강도 도발을 시도할 가능성도 낮게 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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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북미 탐색전 돌입…“대화하려면 호칭부터 바꿔라”?
    • 입력 2021-05-11 17:54:02
    취재K

한반도 비핵화와 평화를 위한 외교 시계가 다시 돌아가기 시작하는 걸까요. 미국 조 바이든 행정부의 접촉 제안에 북한이 '잘 접수했다'고 반응했습니다.

탐색전이 본격화될 조짐이 보이는 가운데 한미일 정보기관장들은 내일 일본에서 만나고, 꼭 열흘 뒤에는 한미정상회담도 예정돼 있습니다. 대화가 본격화되려면 어떤 조건이 갖춰져야 할까요?

■ "대북정책 설명하겠다"…"잘 접수했다"

바이든 미국 행정부 당국자가 북한 측을 접촉한 것은 지난주로 알려졌습니다. "대북정책 검토 결과를 설명하겠다"는 취지였는데 북한에서는 '잘 접수했다'고 반응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젠 사키 백악관 대변인은 지난달 30일에 "실용적 대북 외교를 모색하겠다"는 큰 틀의 기조를 공개했는데요. 정책의 세부 내용은 아직 공개하지 않았습니다.

미국 쪽에서는 북한에 먼저 설명하고 발표할 것을 발표하겠다, '협상장에 나오라'가 아니라 '대북정책 설명하게 만나자'라는 수준에서 접촉을 타진한 것으로 전해집니다. 언제 어디서 만날지, 대화에 실무자가 나설지 고위급으로 할지 등은 아직 정해지지 않은 상태인 겁니다.

다만, 당장 '협상'이 시작될 것 같지는 않습니다. 이유는 두 가지입니다.

일단 미국 당국자를 직접 만나 설명을 들을지 여부는 평양에서 아마도 최고 지도자가 결정해야 할 겁니다. 전략적 판단을 거쳐야 할 사안이니까요.

그리고 접촉이 이뤄진다 해도 어디까지나 미국에서 '설명'하고 북한은 '청취'하는 수준일 가능성이 큽니다. 서로 카드를 올려놓고 주고받는 '협상'까지 나아갈 단계는 아니라는 뜻입니다.

북한에서 이 제안에 응할지조차 아직 알 수 없습니다. 앞으로 한미일, 한미 고위급 협의가 잇따라 예정돼 있습니다. 여기서 나오는 발언들을 북한은 예민하게 지켜보며 접촉에 응할지 여부를 판단할 가능성이 커 보입니다.

■ 한미일 정보기관장 회의…비핵화 해법 등 논의

박지원 국정원장은 오늘 일본으로 갔습니다. 박 원장은 일본 도쿄에서 애브릴 헤인스 미국 국가정보국장, 다키자와 히로아키 일본 내각정보관 등과 함께 한미일 3국 정보기관장 회의를 할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박지원 국정원장, 한미일 정보기관장 회의 참석차 방일
3국 정보기관장 회의에서는 북한과 중국 동향 등 동북아 정세와 미국 바이든 정부의 새 대북정책에 대해 의견 교환이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흐름을 볼 필요가 있겠는데요. 지난달 2일에는 미국 워싱턴DC 인근 해군사관학교에서 한미일 안보실장 회의가 있었습니다. 이 때는 미국의 대북정책 재검토가 진행되던 상황에서 서로 의견을 나눈 거죠.

그리고 정책 검토가 끝난 뒤인 이달 5일에는 영국 런던에서 열린 G7 외교·개발장관 회의를 계기로 한미일 외교장관 회의를 가졌습니다.

한미일 간 '완전히 조율된 대북 전략' 마련을 위한 논의가 이어져 왔고, 완성된 정책을 공유한 뒤에는 '향후 대북정책 추진 과정에서도 계속 긴밀히 소통·협력해 나가기로' 했습니다.

그리고 이제, 북측에 물밑 접촉을 제안해둔 상황에서 정보기관장들이 만나는 겁니다. 헤인스 미 국가정보국장은 곧바로 방한해 우리 외교안보 고위 당국자들을 만나는 방안도 조율하고 있습니다.

■ 한미정상회담 열흘 앞으로…대북 메시지 주목

한미정상회담은 21일에 워싱턴에서 열립니다.

문재인 대통령은 어제(10일) 취임 4주년 기자회견에서 "남은 임기에 쫓기거나 조급해하지 않겠다"라면서도 "다만 평화의 시계를 다시 돌리고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를 진전시켜 나갈 기회가 온다면 온 힘을 다하겠다"면서 북한의 호응을 촉구했습니다.

한미정상회담에서도 관련 논의가 주된 의제가 될 것으로 보입니다. 이 과정에서 특히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어떤 메시지를 내놓을지가 관건입니다.

정상회담 발언을 통해 미국의 대화 의지와 진정성을 확인한 뒤 북한이 대화에 나서지 않겠느냐는 게 일반적인 관측입니다.

■ 대화 본격화 조건은?…"미국, 김정은 호칭부터 바꿔야"

이정철 서울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바이든 대통령이 당선 전, 김정은을 불량배(thug)라고 부른 후에 호칭 변화가 없었다"면서 "일단 공식 호칭을 쓰면 대북정책을 들어는 보겠다고 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습니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의 견해도 비슷합니다. "적어도 김정은 위원장을 지도자로, 정상국가로 인정해달라는 게 기본"이라면서 "김정은 위원장에 대한 호칭과 김 위원장이 직접 서명한 북미합의 계승 의지가 어느 정도 담겨있다면 북한이 대화에 다가서는 데 큰 장애물은 없을 것"이라고 했습니다.

다만, 북미 대화가 짧은 시간 안에 본격화될 가능성에 대해서는 전망이 엇갈립니다.

이정철 교수는 8월 한미연합군사훈련을 앞두고 7월 쯤 대화 재개 가능성을 점쳤습니다. 홍민 통일연구원 연구위원은 물밑접촉에서 신뢰를 확인한다면 협상이 수면 위로 떠오르는 방식으로, 빠르면 다음달에도 대화 국면으로 들어갈 수 있다고도 했습니다.

반면 박원곤 이화여대 북한학과 교수는 "북한 입장에서는 바이든 팀이 강조하는 '동결' 부분의 수준과 대상 범위, 상응 조치가 어떻게 되는지 궁금할 것"이라면서도 "실제로 테이블에 당장 나올지는 미지수"라고 했습니다.

"설사 대화가 시작되더라도 올해 중에는 코로나 때문에 힘들 것"이라면서 "북한 입장에선 좀 더 버티기를 해서 미국의 양보를 더 끌어낼 수 있지 않을까"라고도 했습니다.

양무진 교수는 "미국이 북한의 체제 훼손과 존엄 모독 발언이 있다든지 새로운 대북 제재를 내놓거나 전단 살포나 군사훈련이 실시된다면 북한은 맞대응으로서 무력 시위라든지 수위를 점점 높이는 도발 가능성은 배제할 수 없다"고 했습니다.

다만 긍정적인 것은 KBS가 자문을 구한 전문가 모두가 "일단은 낮은 수준이라도 대화 분위기 조성은 됐다"라고 평가한다는 점입니다.

북한이 핵실험이나 SLBM, ICBM 발사 같은 고강도 도발을 시도할 가능성도 낮게 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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