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무추진비로 선물 남발, 연말 몰아 쓰기…‘꼼수’ 사용

입력 2021.05.11 (19:11) 수정 2021.05.11 (2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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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지방자치의 현주소와 과제를 짚어보는 KBS창원 연중기획 순서입니다.

KBS는 경남 18개 시·군 의회 의장단의 부적절한 업무추진비 사용에 대해 연속 보도하고 있는데요.

정부는 지방의회 의장단의 업무추진비 집행 직무활동 범위를 규칙으로 정해놓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를 어기고 의회 직원 선물에만 2천만 원 가까이 쓰거나 연말에 몰아 쓴 내역이 곳곳에서 확인됐습니다.

차주하 기자의 보도입니다.

[리포트]

통영의 한 과일가게입니다.

통영시의회 의장단이 이곳에서 지난 2년 동안 업무추진비로 산 직원 선물은 천백여만 원어치!

명절과 직원 격려용 명목입니다.

2018년 7월부터 지난 1월까지 통영시의회 의장단이 업무추진비로 의회 직원들에게 준 선물은 모두 26차례, 천8백여만 원어치입니다.

'직원 격려차'로 갓김치에 이어 닷새 뒤 손지갑, 하루 뒤 맛김, 보름여 뒤에도 식품 선물이 이어졌습니다.

통영시의회 사무국 정원은 20명, 2년 6개월 동안 1인당 90만여 원어치 선물을 준 겁니다.

[박상영/통영시의회 의정팀장 "(통영시의회 의장단이 의회) 직원들에게 과하게 호감을 가지셔서 어떤 분이 (직원 선물을) 지급했는데 어떤 분은 지급 안 할 수가 없어서 중복으로 집행된 게 많습니다."]

의회 직원에게는 명절과 연말, 생일에 의례적 수준으로 선물을 지급해야 한다는 행정안전부 규칙을 어긴 겁니다.

[배도수/통영시의회 부의장 "(제가 직원들과) 술좌석을 이끌거나 그런 예가 없으니까 업무추진비가 여유가 있어서 수고한 직원들한테 작은 선물이라도 하나씩 (지급했습니다.)"]

양산시의회는 규칙상 업무추진비 범위에도 없는 의원과 직원 농장 체험 참여와 제품 구매에 90여만 원을 쓴 뒤, 내역에는 '수행 직원의 격려 물품'이라고 엉뚱하게 적기도 했습니다.

[서진부/양산시의원/전반기 의장 : "체험활동비도 아마 일부 포함된 것 같습니다. (농장에) 가지 않은 (의회) 직원들까지도, 빼고 (격려품을) 구입할 수 없으니까, 직원들 1인당 하나씩은 돌아갈 수 있게 (샀습니다.)"]

업무추진비로 의원끼리 선물을 하는 것도 '공로가 많은 의원'으로 대상을 제한하고 있지만, 지켜지지 않고 있습니다.

의령과 합천, 진주, 하동 의회 4곳은 의원 모두에게 명절 선물로 수백만 원씩 썼습니다.

[최진훈/하동군의회 사무국 : "지방의원의 공로가 많고 적고를 따질 수 있는 기준이 모호하기 때문에 관례에 따라 (모든 의원을 대상으로) 연휴 명절이나 이럴 때 격려품을 제공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행정안전부의 자치단체 세출예산 집행 기준상 금지된 지방의회의 '연말 예산 몰아 쓰기'도 경남 지방의회 절반은 어겼습니다.

합천, 고성, 의령, 김해, 양산, 통영, 창원 지방의회 7곳이 쓴 12월 업무추진비는 평소의 2배 이상!

김해시의회는 3배 이상, 창원시의회는 2배 넘게 썼습니다.

국민권익위원회는 2018년 전국 지방의회 243곳 가운데 경남 19곳을 포함한 167곳이 예산 집행 감사 사각지대에 있다며, 의회 사무처를 감사 대상에 포함하도록 자치단체에 권고하기도 했습니다.

[송광태/창원대학교 행정학과 교수 : "주민 대표 기관인 지방의회가 주민들의 정서를 충분히 감안하지 않고 업무추진비를 집행하는 것은 상당히 문제가 있죠. 어떤 방법으로든지 그것에 대해 감사할 필요가 있다고…."]

경남 18개 시·군의회 가운데 감사 규칙에 의회사무처를 포함한 곳은 14곳, 통영과 의령, 창녕, 함양 의회 4곳은 아예 빠져있습니다.

KBS 뉴스 차주하입니다.

촬영기자:지승환/그래픽:김신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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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업무추진비로 선물 남발, 연말 몰아 쓰기…‘꼼수’ 사용
    • 입력 2021-05-11 19:11:57
    • 수정2021-05-11 20:02:13
    뉴스7(창원)
[앵커]

지방자치의 현주소와 과제를 짚어보는 KBS창원 연중기획 순서입니다.

KBS는 경남 18개 시·군 의회 의장단의 부적절한 업무추진비 사용에 대해 연속 보도하고 있는데요.

정부는 지방의회 의장단의 업무추진비 집행 직무활동 범위를 규칙으로 정해놓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를 어기고 의회 직원 선물에만 2천만 원 가까이 쓰거나 연말에 몰아 쓴 내역이 곳곳에서 확인됐습니다.

차주하 기자의 보도입니다.

[리포트]

통영의 한 과일가게입니다.

통영시의회 의장단이 이곳에서 지난 2년 동안 업무추진비로 산 직원 선물은 천백여만 원어치!

명절과 직원 격려용 명목입니다.

2018년 7월부터 지난 1월까지 통영시의회 의장단이 업무추진비로 의회 직원들에게 준 선물은 모두 26차례, 천8백여만 원어치입니다.

'직원 격려차'로 갓김치에 이어 닷새 뒤 손지갑, 하루 뒤 맛김, 보름여 뒤에도 식품 선물이 이어졌습니다.

통영시의회 사무국 정원은 20명, 2년 6개월 동안 1인당 90만여 원어치 선물을 준 겁니다.

[박상영/통영시의회 의정팀장 "(통영시의회 의장단이 의회) 직원들에게 과하게 호감을 가지셔서 어떤 분이 (직원 선물을) 지급했는데 어떤 분은 지급 안 할 수가 없어서 중복으로 집행된 게 많습니다."]

의회 직원에게는 명절과 연말, 생일에 의례적 수준으로 선물을 지급해야 한다는 행정안전부 규칙을 어긴 겁니다.

[배도수/통영시의회 부의장 "(제가 직원들과) 술좌석을 이끌거나 그런 예가 없으니까 업무추진비가 여유가 있어서 수고한 직원들한테 작은 선물이라도 하나씩 (지급했습니다.)"]

양산시의회는 규칙상 업무추진비 범위에도 없는 의원과 직원 농장 체험 참여와 제품 구매에 90여만 원을 쓴 뒤, 내역에는 '수행 직원의 격려 물품'이라고 엉뚱하게 적기도 했습니다.

[서진부/양산시의원/전반기 의장 : "체험활동비도 아마 일부 포함된 것 같습니다. (농장에) 가지 않은 (의회) 직원들까지도, 빼고 (격려품을) 구입할 수 없으니까, 직원들 1인당 하나씩은 돌아갈 수 있게 (샀습니다.)"]

업무추진비로 의원끼리 선물을 하는 것도 '공로가 많은 의원'으로 대상을 제한하고 있지만, 지켜지지 않고 있습니다.

의령과 합천, 진주, 하동 의회 4곳은 의원 모두에게 명절 선물로 수백만 원씩 썼습니다.

[최진훈/하동군의회 사무국 : "지방의원의 공로가 많고 적고를 따질 수 있는 기준이 모호하기 때문에 관례에 따라 (모든 의원을 대상으로) 연휴 명절이나 이럴 때 격려품을 제공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행정안전부의 자치단체 세출예산 집행 기준상 금지된 지방의회의 '연말 예산 몰아 쓰기'도 경남 지방의회 절반은 어겼습니다.

합천, 고성, 의령, 김해, 양산, 통영, 창원 지방의회 7곳이 쓴 12월 업무추진비는 평소의 2배 이상!

김해시의회는 3배 이상, 창원시의회는 2배 넘게 썼습니다.

국민권익위원회는 2018년 전국 지방의회 243곳 가운데 경남 19곳을 포함한 167곳이 예산 집행 감사 사각지대에 있다며, 의회 사무처를 감사 대상에 포함하도록 자치단체에 권고하기도 했습니다.

[송광태/창원대학교 행정학과 교수 : "주민 대표 기관인 지방의회가 주민들의 정서를 충분히 감안하지 않고 업무추진비를 집행하는 것은 상당히 문제가 있죠. 어떤 방법으로든지 그것에 대해 감사할 필요가 있다고…."]

경남 18개 시·군의회 가운데 감사 규칙에 의회사무처를 포함한 곳은 14곳, 통영과 의령, 창녕, 함양 의회 4곳은 아예 빠져있습니다.

KBS 뉴스 차주하입니다.

촬영기자:지승환/그래픽:김신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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