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양의 날…“한부모 가정 지원·아동인권 보호 필요”

입력 2021.05.11 (21:14) 수정 2021.05.11 (2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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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한 사회가 아이들을 다루는 방식보다 더 그 사회의 영혼을 정확하게 보여주는 것은 없다.”

평생을 인권 운동에 바친 넬슨 만델라 전 남아공 대통령의 말입니다.

가족이라는 울타리 안의 은밀한 학대와 어른들의 방임이 이어지고 있는데 아이들 눈에 비친 우리 사회는 어떤 모습일까요?

특히 몇몇 입양 가정에서 이런 아동학대 사건이 불거지면서 입양 가족들은 혹시나 입양에 대한 편견이 생길까, 걱정된다는 얘기 많이 전해주셨습니다.

오늘(11일)은 16번째 '입양의 날'입니다.

과거엔 해외 입양이 대부분이다가 국내 입양 비율이 높아졌는데 한 부모 가정 지원이나 어린이 인권 보호 문제는 과제로 남아 있습니다.

이승재 기자입니다.

[리포트]

2년 전, 미혼 상태로 아이를 낳은 박 모 씨.

홀로 아이를 키우기 두렵고 벅차, 안정된 가정으로의 입양을 수차례 고민했습니다.

[박○○/한부모 가정/음성변조 : “나같은 엄마 돼서 살 바에는 애를 보내는 게 더 낫지 않겠냐 그런 생각이 그때 들더라고요.”]

자녀를 입양 보낸 사람의 83%는 미혼모입니다.

육아를 할만한 경제적 형편이 되지 않는다는 게 입양의 주된 이유입니다.

미혼모가 자녀를 키우는 경우 한 달 20만 원 남짓한 지원금을 받지만, 아이가 입양시설로 가면 한 달에 최대 270만 원이 시설에 지원됩니다.

부모가 양육을 쉽게 포기하지 않도록, 예산을 제대로 분배해 지원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윱니다.

[노혜련/숭실대 사회복지학과 교수 : “그 중에 일부만 원 가정을 지원하는 데 더 쓴다면 아이들이 어떤 정체성의 문제나 버려졌다는 그런 상처, 낙인감 없이 건강하게 자랄 수가 있겠죠.”]

1970~1980년대, 돈을 받고 아이를 입양 보내 ‘고아 수출국’이란 오명을 들어왔던 대한민국.

지금도 여전히 많은 아이들이 입양할 곳을 찾지 못해 모국을 떠나야 하는 상황입니다.

2008년에 들어서야 국내 입양과 해외 입양의 비율이 비슷해졌고, 지난해에도 입양아 492명 중에 절반 가까이가 해외로 떠났습니다.

세계 각 나라들은 입양아동의 인권 보호를 위해 헤이그 협약을 만들었습니다.

입양은 국내 가정이 우선적으로 고려돼야 하고, 피치 못해 해외로 가게 될 경우엔 가족과 국가 기관이 승인해야 합니다.

하지만 우리나라의 경우 입양은 여전히 민간기관의 손에만 맡겨져 있습니다.

[김도현/해외입양 지원단체 대표 : “입양기관들의 사업적 특성 그대로 방치하게 되기 때문에 해외로 입양보내는 일이 계속해서 발생할 수밖에 없다.”]

정부는 헤이그 협약에 가입하겠다고 밝혔지만, 국회 비준은 8년째 무소식입니다.

KBS 뉴스 이승재입니다.

촬영기자:김준우/영상편집:안영아/그래픽:홍윤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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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양의 날…“한부모 가정 지원·아동인권 보호 필요”
    • 입력 2021-05-11 21:14:34
    • 수정2021-05-11 21:19: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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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한 사회가 아이들을 다루는 방식보다 더 그 사회의 영혼을 정확하게 보여주는 것은 없다.”

평생을 인권 운동에 바친 넬슨 만델라 전 남아공 대통령의 말입니다.

가족이라는 울타리 안의 은밀한 학대와 어른들의 방임이 이어지고 있는데 아이들 눈에 비친 우리 사회는 어떤 모습일까요?

특히 몇몇 입양 가정에서 이런 아동학대 사건이 불거지면서 입양 가족들은 혹시나 입양에 대한 편견이 생길까, 걱정된다는 얘기 많이 전해주셨습니다.

오늘(11일)은 16번째 '입양의 날'입니다.

과거엔 해외 입양이 대부분이다가 국내 입양 비율이 높아졌는데 한 부모 가정 지원이나 어린이 인권 보호 문제는 과제로 남아 있습니다.

이승재 기자입니다.

[리포트]

2년 전, 미혼 상태로 아이를 낳은 박 모 씨.

홀로 아이를 키우기 두렵고 벅차, 안정된 가정으로의 입양을 수차례 고민했습니다.

[박○○/한부모 가정/음성변조 : “나같은 엄마 돼서 살 바에는 애를 보내는 게 더 낫지 않겠냐 그런 생각이 그때 들더라고요.”]

자녀를 입양 보낸 사람의 83%는 미혼모입니다.

육아를 할만한 경제적 형편이 되지 않는다는 게 입양의 주된 이유입니다.

미혼모가 자녀를 키우는 경우 한 달 20만 원 남짓한 지원금을 받지만, 아이가 입양시설로 가면 한 달에 최대 270만 원이 시설에 지원됩니다.

부모가 양육을 쉽게 포기하지 않도록, 예산을 제대로 분배해 지원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윱니다.

[노혜련/숭실대 사회복지학과 교수 : “그 중에 일부만 원 가정을 지원하는 데 더 쓴다면 아이들이 어떤 정체성의 문제나 버려졌다는 그런 상처, 낙인감 없이 건강하게 자랄 수가 있겠죠.”]

1970~1980년대, 돈을 받고 아이를 입양 보내 ‘고아 수출국’이란 오명을 들어왔던 대한민국.

지금도 여전히 많은 아이들이 입양할 곳을 찾지 못해 모국을 떠나야 하는 상황입니다.

2008년에 들어서야 국내 입양과 해외 입양의 비율이 비슷해졌고, 지난해에도 입양아 492명 중에 절반 가까이가 해외로 떠났습니다.

세계 각 나라들은 입양아동의 인권 보호를 위해 헤이그 협약을 만들었습니다.

입양은 국내 가정이 우선적으로 고려돼야 하고, 피치 못해 해외로 가게 될 경우엔 가족과 국가 기관이 승인해야 합니다.

하지만 우리나라의 경우 입양은 여전히 민간기관의 손에만 맡겨져 있습니다.

[김도현/해외입양 지원단체 대표 : “입양기관들의 사업적 특성 그대로 방치하게 되기 때문에 해외로 입양보내는 일이 계속해서 발생할 수밖에 없다.”]

정부는 헤이그 협약에 가입하겠다고 밝혔지만, 국회 비준은 8년째 무소식입니다.

KBS 뉴스 이승재입니다.

촬영기자:김준우/영상편집:안영아/그래픽:홍윤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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