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쿨존 불법 주정차에 과태료 ‘3배’…실효성은 ‘의문’

입력 2021.05.12 (13:25) 수정 2021.05.12 (15: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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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보호구역 불법 주정차 과태료가 인상된 첫날, 부산의 한 초등학교 앞 도로를 가득 채운 차량.어린이보호구역 불법 주정차 과태료가 인상된 첫날, 부산의 한 초등학교 앞 도로를 가득 채운 차량.

어제(11일) 오전 부산 해운대구의 한 초등학교 앞 도로입니다. 오전 8시 20분쯤 등교 시간이 되자 아이를 태운 학부모의 차들이 줄지어 섭니다. 차에서 내려 아이를 정문까지 들여보내는 학부모도 있지만, 일부 아이들은 차에서 내려 불법 주정차된 차량 사이를 위험하게 빠져나와 학교 정문까지 이동합니다.

학교 앞에는 불법 주정차 시 일반도로보다 높은 과태료를 부과한다고 경고하는 현수막이 내걸려 있고 구청 직원들이 나와 차량을 이동해 달라고 요구했지만 소용없습니다. 등교 시간이 끝날 때까지 아이를 태운 학부모들의 차량은 왕복 4차로의 한 개 차로를 내내 차지했습니다.

■ 과태료 인상에도 불법 주정차 여전

이처럼 학교 앞 어린이보호구역에 불법 주정차된 차량 때문에 그 사이로 빠져나오느라 키 작은 학생들이 교통사고를 당하는 경우가 끊이지 않고 있는데요. 불법 주정차는 도로교통법상 모두 과태료 부과 대상입니다.

어제(11일)부터는 어린이보호구역에서 불법 주정차를 하는 경우 과태료를 큰 폭으로 인상했습니다. 승용차는 8만 원에서 12만 원, 승합차는 9만 원에서 13만 원으로 늘었습니다.

같은 장소에서 2시간 이상 정차하거나 주차 위반을 할 경우 1만 원의 과태료가 더해집니다. 일반 도로에서의 과태료가 승용차 4만 원, 승합차 5만 원인 것과 비교하면 3배 정도 많은 겁니다. 다만 강화된 과태료는 오전 8시부터 오후 8시까지 적용되고 나머지 시간대에는 일반도로와 같은 과태료가 적용됩니다.

하지만 단속 첫날 등교 시간에 취재진이 부산지역 초등학교 일부를 살펴봤더니 과태료 인상과 상관없이 불법 주정차는 이어졌습니다. 아이를 태운 학부모들이 불법 주정차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습니다.


■ "과태료 인상 적절…아이 등교 위해 어쩔 수 없어"

현장에서 만난 학부모들은 대부분 과태료 인상을 반기는 분위기였습니다. 한 학부모는 "불법 주정차된 차 사이로 다니는 아이들을 볼 때마다 굉장히 불안했다"고 말했는데요. 다른 학부모는 "과태료가 너무 적어서 그동안 운전자들이 불법 주정차에 무관심했던 것 같다"고 지적했습니다. 아이들을 태우고 학교로 온 학부모도 "아이 등교를 위해 어쩔 수 없었다"고 말하면서도 "과태료를 인상하는 취지는 공감한다"고 말했습니다.

다만 일부 운전자들은 "무작정 과태료만 많이 부과하는 것은 운전자의 의견을 듣지 않은 탁상공론에 불과하다"고 불만을 터뜨리기도 했습니다.

■ 계도 위주 단속…실효성 '의문'

첫날 단속에서는 단 한 대의 차량도 과태료를 내지 않았습니다. 단속에 나선 지자체가 계도와 홍보 위주로 단속을 벌였기 때문인데요. 지나치게 운전자들의 민원을 의식해 소극적으로 단속에 나선다면 과태료를 인상해도 실효성이 떨어지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옵니다.

부산 해운대구 관계자는 "단순히 과태료를 받는 것이 목적이 아닌 만큼 홍보와 계도 위주로 단속하고 있다"며 "수차례 지적해도 말을 듣지 않는 운전자가 있으면 과태료를 부과할 예정"이라고 말했습니다.

특히 단순히 규제 강화만으로 어린이보호구역 내 교통사고를 줄이는 데는 한계가 있다는 지적도 나옵니다.

지난해 3월, 어린이보호구역에서 발생한 교통사고에 대한 처벌을 강화하는 이른바 '민식이법'이 시행됐습니다. '민식이법'이 시행되기 직전인 2019년 3월 25일부터 지난해 3월 24일까지 부산지역 어린이보호구역에서 발생한 어린이 교통사고는 모두 33건이었습니다.

반면 지난해 3월 25일부터 올해 3월 24일까지 발생한 교통사고는 51건으로 규제 강화에도 오히려 교통사고가 늘었습니다.

구청 직원들이 운전자들에게 어린이보호구역 과태료 인상 사실을  알리고 있다.구청 직원들이 운전자들에게 어린이보호구역 과태료 인상 사실을 알리고 있다.

■ "안전시설 확충…어린이·운전자 안전교육 강화해야!"

이 때문에 규제 완화와 더불어 안전펜스나 과속단속 카메라 등 어린이보호구역 내 교통안전 시설물을 빨리 확충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지난해 '민식이법'이 시행된 이후 부산시와 경찰은 부산지역 어린이보호구역에 과속단속 카메라를 모두 725대 설치하겠다고 했는데요. 지난해 101대를 설치한 것 말고는 아직 추가 설치를 못 하고 있습니다. 올해 426대를 추가 설치할 계획이지만 아직 국비나 시비가 완전히 확보되지 않은 상황입니다.

전문가들은 운전자와 학생들에 대한 교통안전 교육도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합니다. 도로교통공단 부산지부 최재원 교수는 "규제 강화와 더불어 운전자와 보행자 등의 의식 변환이 필요하다"며 "체계적인 교육활동이 병행돼야 한다"고 지적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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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1-05-12 13:25:00
    • 수정2021-05-12 15:46:49
    취재K
어린이보호구역 불법 주정차 과태료가 인상된 첫날, 부산의 한 초등학교 앞 도로를 가득 채운 차량.
어제(11일) 오전 부산 해운대구의 한 초등학교 앞 도로입니다. 오전 8시 20분쯤 등교 시간이 되자 아이를 태운 학부모의 차들이 줄지어 섭니다. 차에서 내려 아이를 정문까지 들여보내는 학부모도 있지만, 일부 아이들은 차에서 내려 불법 주정차된 차량 사이를 위험하게 빠져나와 학교 정문까지 이동합니다.

학교 앞에는 불법 주정차 시 일반도로보다 높은 과태료를 부과한다고 경고하는 현수막이 내걸려 있고 구청 직원들이 나와 차량을 이동해 달라고 요구했지만 소용없습니다. 등교 시간이 끝날 때까지 아이를 태운 학부모들의 차량은 왕복 4차로의 한 개 차로를 내내 차지했습니다.

■ 과태료 인상에도 불법 주정차 여전

이처럼 학교 앞 어린이보호구역에 불법 주정차된 차량 때문에 그 사이로 빠져나오느라 키 작은 학생들이 교통사고를 당하는 경우가 끊이지 않고 있는데요. 불법 주정차는 도로교통법상 모두 과태료 부과 대상입니다.

어제(11일)부터는 어린이보호구역에서 불법 주정차를 하는 경우 과태료를 큰 폭으로 인상했습니다. 승용차는 8만 원에서 12만 원, 승합차는 9만 원에서 13만 원으로 늘었습니다.

같은 장소에서 2시간 이상 정차하거나 주차 위반을 할 경우 1만 원의 과태료가 더해집니다. 일반 도로에서의 과태료가 승용차 4만 원, 승합차 5만 원인 것과 비교하면 3배 정도 많은 겁니다. 다만 강화된 과태료는 오전 8시부터 오후 8시까지 적용되고 나머지 시간대에는 일반도로와 같은 과태료가 적용됩니다.

하지만 단속 첫날 등교 시간에 취재진이 부산지역 초등학교 일부를 살펴봤더니 과태료 인상과 상관없이 불법 주정차는 이어졌습니다. 아이를 태운 학부모들이 불법 주정차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습니다.


■ "과태료 인상 적절…아이 등교 위해 어쩔 수 없어"

현장에서 만난 학부모들은 대부분 과태료 인상을 반기는 분위기였습니다. 한 학부모는 "불법 주정차된 차 사이로 다니는 아이들을 볼 때마다 굉장히 불안했다"고 말했는데요. 다른 학부모는 "과태료가 너무 적어서 그동안 운전자들이 불법 주정차에 무관심했던 것 같다"고 지적했습니다. 아이들을 태우고 학교로 온 학부모도 "아이 등교를 위해 어쩔 수 없었다"고 말하면서도 "과태료를 인상하는 취지는 공감한다"고 말했습니다.

다만 일부 운전자들은 "무작정 과태료만 많이 부과하는 것은 운전자의 의견을 듣지 않은 탁상공론에 불과하다"고 불만을 터뜨리기도 했습니다.

■ 계도 위주 단속…실효성 '의문'

첫날 단속에서는 단 한 대의 차량도 과태료를 내지 않았습니다. 단속에 나선 지자체가 계도와 홍보 위주로 단속을 벌였기 때문인데요. 지나치게 운전자들의 민원을 의식해 소극적으로 단속에 나선다면 과태료를 인상해도 실효성이 떨어지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옵니다.

부산 해운대구 관계자는 "단순히 과태료를 받는 것이 목적이 아닌 만큼 홍보와 계도 위주로 단속하고 있다"며 "수차례 지적해도 말을 듣지 않는 운전자가 있으면 과태료를 부과할 예정"이라고 말했습니다.

특히 단순히 규제 강화만으로 어린이보호구역 내 교통사고를 줄이는 데는 한계가 있다는 지적도 나옵니다.

지난해 3월, 어린이보호구역에서 발생한 교통사고에 대한 처벌을 강화하는 이른바 '민식이법'이 시행됐습니다. '민식이법'이 시행되기 직전인 2019년 3월 25일부터 지난해 3월 24일까지 부산지역 어린이보호구역에서 발생한 어린이 교통사고는 모두 33건이었습니다.

반면 지난해 3월 25일부터 올해 3월 24일까지 발생한 교통사고는 51건으로 규제 강화에도 오히려 교통사고가 늘었습니다.

구청 직원들이 운전자들에게 어린이보호구역 과태료 인상 사실을  알리고 있다.
■ "안전시설 확충…어린이·운전자 안전교육 강화해야!"

이 때문에 규제 완화와 더불어 안전펜스나 과속단속 카메라 등 어린이보호구역 내 교통안전 시설물을 빨리 확충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지난해 '민식이법'이 시행된 이후 부산시와 경찰은 부산지역 어린이보호구역에 과속단속 카메라를 모두 725대 설치하겠다고 했는데요. 지난해 101대를 설치한 것 말고는 아직 추가 설치를 못 하고 있습니다. 올해 426대를 추가 설치할 계획이지만 아직 국비나 시비가 완전히 확보되지 않은 상황입니다.

전문가들은 운전자와 학생들에 대한 교통안전 교육도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합니다. 도로교통공단 부산지부 최재원 교수는 "규제 강화와 더불어 운전자와 보행자 등의 의식 변환이 필요하다"며 "체계적인 교육활동이 병행돼야 한다"고 지적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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