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녀-해루질 갈등…“낮에도 허락받고 들어가야 하나”

입력 2021.05.12 (13:55) 수정 2021.05.12 (15: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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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서귀포  해안가에서 해녀들과 다이버 간 고성이 오가고 있는 모습지난달 서귀포 해안가에서 해녀들과 다이버 간 고성이 오가고 있는 모습

제주지역 해루질 동호회 회원인 정 모 씨(42)는 지난달 서귀포의 한 어촌 앞바다에 들어갔다가 해녀들에게 질타를 받고 쫓겨났다. 해녀들은 정 씨에게 "당신들이 (수산물을) 다 잡아가서 문어를 한 마리도 못 잡고 있다"며 "바다에 오지 말라"고 말했다. 정 씨는 동료 2명과 다이빙을 마치고 나오는 길이었다.

정 씨는 "제주도 고시에 따라 낮에는 다이빙이 가능하다"고 말했지만, 고성은 멈추지 않았다. 정 씨는 "왜 바다에 허락을 받고 들어와야 하는지 의문"이라며 "다이빙하는 사람들을 모두 나쁜 놈 취급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토로했다.

야간 해루질 제한 한 달…곳곳에서 갈등 계속

제주도가 야간에 얕은 바다에서 수산물을 잡는 이른바 '해루질 행위'를 제한한 지 한 달이 지났지만, 현장에선 여전히 갈등이 끊이지 않고 있다.

낮에는 일반인도 어류나 문어·오징어 등을 잡을 수 있지만, 일부 어촌계가 낮에도 바다에 들어오지 못하도록 막고 있는 데다, 제주도가 약속한 '대화의 장'도 열리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야간에 해루질로 오징어를 잡는 모습야간에 해루질로 오징어를 잡는 모습

제주도 해양수산국은 지난달 도의회에서 열린 '제주지역 해양수산발전을 위한 정책간담회'에서 "5월 10일까지 어촌계장협의회와 수중레저활동가들과의 간담회를 개최하고, 현장 목소리를 수렴해 고시를 개정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하지만 대화의 장은 여태 열리지 않고 있다.

제주지역 해루질 동호회를 이끌고 있는 지현호 씨는 "우리는 싸우려는 게 아니라, 어촌계가 원하는 사항을 듣고 서로 상생하는 방안을 마련해보고 싶은 것"이라며 "제주도에서 자리 자체를 마련해주지 않고 있다"고 아쉬움을 전했다.

동호회 측은 현행 고시가 유지될 경우 집단행동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이에 대해 제주도 해양수산국 관계자는 "해루질 동호회를 초청하려고 했지만 다른 동호회 측에서 대표성을 놓고 문제를 제기해 자리를 마련하지 못했다"며 "법인격이나 단체로 등록된 곳에서 정식으로 의견을 줬을 때 어촌계와 자리를 마련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어촌계는 "야간 해루질 제한 유지해야!"


한편 어촌계 측은 '야간 해루질 제한'을 유지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부태형 제주도 어촌계장연합회장은 어제(11일) 제주도에서 열린 해양수산국장 주재 간담회에 참석해 "현행 고시는 그대로 유지하되, 낮에 전체 마을어장의 일부 구간을 개방해 해루질을 하도록 하는 방안 등을 논의했다"고 전했다.

부 회장은 낮에 해녀들이 바다에 들어오지 못하도록 하는 행위에 대해서는 "지금이 우뭇가사리 철인데, 돌을 엎어버리면 해초가 죽거나 기존에 뿌렸던 종패 서식에 영향을 줄 수 있기 때문으로 보인다"며 "어촌계 책임자들을 통해 계도를 하고 있다"고 전했다.

간담회에 참석한 이익찬 한수어촌계장은 "개방어장에 종패를 뿌려 관리하고, 이곳에서 해루질을 하는 방안을 건의했다"며 "마을어장은 해녀들의 삶의 터전이라는 걸 알아달라"고 강조했다.

한편, 제주도는 일부 다이버들의 무분별한 남획과 판매 행위가 이어지자 지난달 9일부터 야간에 비어업인이 마을어장 내에서 수산동식물을 잡지 못하도록 하는 내용의 '비어업인의 포획 채취 제한 및 조건'을 고시했다.

이에 따라 앞으로 야간에 관광객이나 도민 등 일반인은 마을어장에서 보말(고둥)이나 미역, 문어 등을 잡을 수 없다. 이를 어길 경우 과태료 80만 원이 부과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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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해녀-해루질 갈등…“낮에도 허락받고 들어가야 하나”
    • 입력 2021-05-12 13:55:03
    • 수정2021-05-12 15:46:48
    취재K
지난달 서귀포  해안가에서 해녀들과 다이버 간 고성이 오가고 있는 모습
제주지역 해루질 동호회 회원인 정 모 씨(42)는 지난달 서귀포의 한 어촌 앞바다에 들어갔다가 해녀들에게 질타를 받고 쫓겨났다. 해녀들은 정 씨에게 "당신들이 (수산물을) 다 잡아가서 문어를 한 마리도 못 잡고 있다"며 "바다에 오지 말라"고 말했다. 정 씨는 동료 2명과 다이빙을 마치고 나오는 길이었다.

정 씨는 "제주도 고시에 따라 낮에는 다이빙이 가능하다"고 말했지만, 고성은 멈추지 않았다. 정 씨는 "왜 바다에 허락을 받고 들어와야 하는지 의문"이라며 "다이빙하는 사람들을 모두 나쁜 놈 취급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토로했다.

야간 해루질 제한 한 달…곳곳에서 갈등 계속

제주도가 야간에 얕은 바다에서 수산물을 잡는 이른바 '해루질 행위'를 제한한 지 한 달이 지났지만, 현장에선 여전히 갈등이 끊이지 않고 있다.

낮에는 일반인도 어류나 문어·오징어 등을 잡을 수 있지만, 일부 어촌계가 낮에도 바다에 들어오지 못하도록 막고 있는 데다, 제주도가 약속한 '대화의 장'도 열리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야간에 해루질로 오징어를 잡는 모습
제주도 해양수산국은 지난달 도의회에서 열린 '제주지역 해양수산발전을 위한 정책간담회'에서 "5월 10일까지 어촌계장협의회와 수중레저활동가들과의 간담회를 개최하고, 현장 목소리를 수렴해 고시를 개정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하지만 대화의 장은 여태 열리지 않고 있다.

제주지역 해루질 동호회를 이끌고 있는 지현호 씨는 "우리는 싸우려는 게 아니라, 어촌계가 원하는 사항을 듣고 서로 상생하는 방안을 마련해보고 싶은 것"이라며 "제주도에서 자리 자체를 마련해주지 않고 있다"고 아쉬움을 전했다.

동호회 측은 현행 고시가 유지될 경우 집단행동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이에 대해 제주도 해양수산국 관계자는 "해루질 동호회를 초청하려고 했지만 다른 동호회 측에서 대표성을 놓고 문제를 제기해 자리를 마련하지 못했다"며 "법인격이나 단체로 등록된 곳에서 정식으로 의견을 줬을 때 어촌계와 자리를 마련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어촌계는 "야간 해루질 제한 유지해야!"


한편 어촌계 측은 '야간 해루질 제한'을 유지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부태형 제주도 어촌계장연합회장은 어제(11일) 제주도에서 열린 해양수산국장 주재 간담회에 참석해 "현행 고시는 그대로 유지하되, 낮에 전체 마을어장의 일부 구간을 개방해 해루질을 하도록 하는 방안 등을 논의했다"고 전했다.

부 회장은 낮에 해녀들이 바다에 들어오지 못하도록 하는 행위에 대해서는 "지금이 우뭇가사리 철인데, 돌을 엎어버리면 해초가 죽거나 기존에 뿌렸던 종패 서식에 영향을 줄 수 있기 때문으로 보인다"며 "어촌계 책임자들을 통해 계도를 하고 있다"고 전했다.

간담회에 참석한 이익찬 한수어촌계장은 "개방어장에 종패를 뿌려 관리하고, 이곳에서 해루질을 하는 방안을 건의했다"며 "마을어장은 해녀들의 삶의 터전이라는 걸 알아달라"고 강조했다.

한편, 제주도는 일부 다이버들의 무분별한 남획과 판매 행위가 이어지자 지난달 9일부터 야간에 비어업인이 마을어장 내에서 수산동식물을 잡지 못하도록 하는 내용의 '비어업인의 포획 채취 제한 및 조건'을 고시했다.

이에 따라 앞으로 야간에 관광객이나 도민 등 일반인은 마을어장에서 보말(고둥)이나 미역, 문어 등을 잡을 수 없다. 이를 어길 경우 과태료 80만 원이 부과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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