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심야심] 지지부진 ‘손실보상법’, 입법청문회가 묘수될까?

입력 2021.05.12 (14:46) 수정 2021.05.12 (15: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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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50만 자영업자가 하층민으로 전락하고, 파산 위기에 직면했다"
"임대 기간 때문에 문을 닫지도 못하고,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버티고 있다"
"손실보상 소급 적용을 안한다는 것은 자영업자를 버리겠다는 것"

어제(11일) 열린 코로나손실보상법 통과를 위한 정의당의 자영업자 간담회에서 나온 목소리입니다.

이처럼 코로나로 인한 소상공인들 피해가 엄청나고, 보상이 필요하다는 데는 누구나 공감하고 있습니다.
2020년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 조사에서는 폐업이 의심되는 51만 개를 확인했더니 그중 80%인 41만 개가 폐업했다는 조사 결과도 있습니다.

한시가 급한 자영업자들은 무엇보다 코로나손실보상법 통과를 강력하게 원하고 있는데, 국회에서는 진도가 나가지 못하고 계속 공전 중입니다.

무엇보다 소급적용에 대한 여야 간, 또 당정 간의 이견이 정리되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핵심 쟁점은 소급 적용을 한다면 누구에게 할 것인지, 또 어디까지 보상해줄 것인지입니다.


■ 민주당 "입법청문회에서 심도 있게 논의하자"

국회 공전으로 비판이 계속되자 민주당은 '입법청문회'라는 카드를 꺼내 들었습니다.

윤호중 민주당 원내대표는 어제(11일) 열린 민주당 원내대책회의에서 코로나19 손실보상법 입법 청문 요구서를 국회에 제출했다고 밝혔습니다.

그러면서 "소상공인과 자영업자의 힘든 상황을 절실하게 이해하고 신속하게 진행하겠다"며, 코로나19 장기화로 힘겨운 자영업자의 삶을 지키는 건 국회 전체의 역할이자 책무"라고도 말했습니다.

입법 청문회는 국회법 65조에 규정돼 있습니다. 공직 후보자를 검증하는 인사청문회와는 달리 법률안 심사를 위한 청문회입니다. 2000년 국회법 개정 때 도입됐는데, 지금까지 실제로 시행한 것은 19대 국회 때 딱 3번밖에 없습니다.


가장 먼저 시행했던 건 2013년 사면법 개정 청문회였습니다. 대통령의 사면권, 특히 정권 말기 측근 사면이 너무 과하다며 이를 개정해보기 위한 청문회였습니다. 다음 두 번은 2014년 카드 고객정보 유출로 인한 피해를 막기 위해 개인정보 보호를 강화하기 위한 입법 청문회였습니다.

이 3번을 제외하고는 우리 국회에서 입법 청문회가 열린 적이 없습니다. 그런데 민주당에서 손실보상법 논의를 위해 이 제도를 시행하겠다고 나선 겁니다.

국회법 65조2항
법률안 심사를 위한 청문회는 재적 위원 3분의 1 이상의 요구로 개회할 수 있다.

국회법 64조1항
위원회는 중요한 안건 또는 전문지식이 필요한 안건을 심사하기 위하여 그 의결 또는 재적 위원 3분의 1 이상의 요구로 공청회를 열고 이해관계자 또는 학식ㆍ경험이 있는 사람 등으로부터 의견을 들을 수 있다.

위의 국회법 65조 2항이 바로 입법청문회의 근거조항입니다.
이처럼 법률에 명시돼 있는데 그동안 3번밖에, 특히 19대 이후에는 한 번도 열리지 않은 이유는 무엇일까요?


■ 입법청문회 귀했던 이유? "공청회라는 사촌이 존재"

국회 관계자에게 물었더니 사실상 취지가 비슷한 '공청회 제도'를 그 이유로 들었습니다.
국회법 64조가 바로 그 내용입니다.

법률을 만들 때 전문가나 이해관계자들의 의견을 듣는다는 기본 취지는 공청회와 입법청문회가 똑같습니다. 하지만 결정적인 차이가 있습니다.

'입법청문회'는 비록 취지는 공청회와 비슷하지만, 그래도 엄연히 '청문회'의 하나입니다. 이 때문에 '입법청문회'는 청문회에서 한 발언ㆍ감정 등에 대해서는 '국회에서의 증언ㆍ감정 등에 관한 법률'을 따라야 합니다.

이는 곧 입법청문회에 참석한 증인이 위증하거나 이유 없이 청문회에 불참할 경우 처벌받을 수도 있음을 뜻합니다.

'공청회'와 겉은 비슷해 보이지만 어떻게 보면 '격'이 다른 셈입니다. 이러다 보니 증인 채택도 쉽지 않고 일정 잡기도 어렵습니다. 편안하게 논의할 수 있는 '공청회'는 수시로 열리는 반면 '입법청문회'가 3번밖에 열리지 못한 이유입니다.


■ 청문회 선택은 "손실보상법 통과를 위한 강한 의지"

민주당은 손실보상법에 여러 복잡한 논쟁지점이 많은데 그 모든 것을 국민들 앞에서 펼쳐놓고 허심탄회하고, 심도 있게 논의해보기 위해서라고 입법청문회 도입 취지를 설명합니다.


윤호중 원내대표도 "손실보상의 범위와 주체 등에 대해 국민과 함께, 부처와 치열하게 토론하겠다"고 도입 취지를 설명했습니다.

민주당 핵심 관계자는 좀 더 구체적인 노림수를 말하기도 했습니다.

해당 상임위인 산자중기위 소위에서 논의하면, 정부관계자들이 재정 부담을 우려하면서도 이를 뒷받침할 수 있는 구체적인 데이터는 제출하지 않는다고 합니다. 그런데 만일 입법청문회를 열어 국민들 앞에 이런 모습이 공개되면 정부가 강한 압박을 받게 될 터니 결국 데이터를 공개하게 될 것이라고 말입니다.

그러면서 여론을 등에 업고 정부를 압박해 손실보상법 소급 적용을 관철해내려는 강한 의지라고 강조했습니다.

비교적 쉽게 열 수 있는 공청회가 아니라 격이 다른 '입법청문회'를 택한 것만 봐도 의지를 가늠할 수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국민의힘 "여당의 시간 끌기에 불과"

국민의힘은 당장 반박하고 나섰습니다.

여당이 의지만 있다면 지금 소위에서도 충분히 법을 개정할 수 있는데, 입법청문회라는 흔하지 않은 제도를 가져오는 것은 이해하기 힘들다는 겁니다. 또 공청회가 아닌 '격'이 다른 청문회를 열려면 청문회 일정을 정하고 증인 채택하는데 또 시간이 걸릴 수밖에 없다면서 '시간 끌기'에 불과하다고 비판했습니다.


손실보상법 소급 적용을 요구하며 국회 천막 농성 중인 국민의힘 최승재 의원도 언론 인터뷰에서 "소상공인이 어떤 형태로든 실질적 보상을 받을 수 있도록 순수한 의도라면 괜찮다"고 전제하면서도 "시간만 흘려보내다가 다시 현장의 목소리를 듣겠다는 게 순수한 의도인지 의심스럽다"고 지적했습니다.

또 "지금 구성된 기구 안에서 논의해도 되는데 다시 새로운 방법을 찾겠다는 것은 여당이 국회의 권위를 무너뜨리는 것"이라고도 꼬집었습니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민주당이 여론을 업고 정부를 설득하려고 한다지만 오히려 양날의 검일 수도 있다고 분석했습니다.

현재 손실보상법 소급적용 관련해서 정부가 신경을 쓰는 것 중 하나는 유흥업소에 대한 지원액 규모가 과도할 가능성입니다. 정부 방역 지침으로 영업을 못 한 대표적 업종이 유흥업소이긴 하지만 그래도 국민 세금으로 유흥업소에 지원하는 게 여론에 어떻게 비칠지 고민하는 겁니다.

만약 입법청문회를 열어서 정부의 이런 고민이 솔직하게 알려질 경우 오히려 여론이 손실보상 소급 적용에 역풍으로 작용할 수도 있다는 분석입니다.


■ 정의당 "만약 시간 끌기라면 단호하게 대응"

정의당은 일단 민주당의 선의를 믿어보겠다는 입장입니다.

배진교 원내대표는 민주당의 입법청문회 추진을 환영한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도 "만약 입법 청문회 제안이 법안 논의를 지연시키려는 시간 끌기 핑계가 된다면 분노한 민심은 다시 한 번 집권 여당을 향할 것"이라고 경고했습니다.

국회는 오늘(12일) 오전부터 산자중기위 소위를 열어 손실보상법과 입법청문회 관련 협의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특별한 사정이 없다면 입법청문회는 5월 말 즈음에 열릴 것으로 보입니다.

7년 만에 부활한 '입법청문회'가 민주당의 묘수로 '강력한 의지'를 입증할지, 악수로 '시간 끌기'에 불과한 것인지 지켜볼 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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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여심야심] 지지부진 ‘손실보상법’, 입법청문회가 묘수될까?
    • 입력 2021-05-12 14:46:55
    • 수정2021-05-12 15:46:47
    여심야심


"650만 자영업자가 하층민으로 전락하고, 파산 위기에 직면했다"
"임대 기간 때문에 문을 닫지도 못하고,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버티고 있다"
"손실보상 소급 적용을 안한다는 것은 자영업자를 버리겠다는 것"

어제(11일) 열린 코로나손실보상법 통과를 위한 정의당의 자영업자 간담회에서 나온 목소리입니다.

이처럼 코로나로 인한 소상공인들 피해가 엄청나고, 보상이 필요하다는 데는 누구나 공감하고 있습니다.
2020년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 조사에서는 폐업이 의심되는 51만 개를 확인했더니 그중 80%인 41만 개가 폐업했다는 조사 결과도 있습니다.

한시가 급한 자영업자들은 무엇보다 코로나손실보상법 통과를 강력하게 원하고 있는데, 국회에서는 진도가 나가지 못하고 계속 공전 중입니다.

무엇보다 소급적용에 대한 여야 간, 또 당정 간의 이견이 정리되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핵심 쟁점은 소급 적용을 한다면 누구에게 할 것인지, 또 어디까지 보상해줄 것인지입니다.


■ 민주당 "입법청문회에서 심도 있게 논의하자"

국회 공전으로 비판이 계속되자 민주당은 '입법청문회'라는 카드를 꺼내 들었습니다.

윤호중 민주당 원내대표는 어제(11일) 열린 민주당 원내대책회의에서 코로나19 손실보상법 입법 청문 요구서를 국회에 제출했다고 밝혔습니다.

그러면서 "소상공인과 자영업자의 힘든 상황을 절실하게 이해하고 신속하게 진행하겠다"며, 코로나19 장기화로 힘겨운 자영업자의 삶을 지키는 건 국회 전체의 역할이자 책무"라고도 말했습니다.

입법 청문회는 국회법 65조에 규정돼 있습니다. 공직 후보자를 검증하는 인사청문회와는 달리 법률안 심사를 위한 청문회입니다. 2000년 국회법 개정 때 도입됐는데, 지금까지 실제로 시행한 것은 19대 국회 때 딱 3번밖에 없습니다.


가장 먼저 시행했던 건 2013년 사면법 개정 청문회였습니다. 대통령의 사면권, 특히 정권 말기 측근 사면이 너무 과하다며 이를 개정해보기 위한 청문회였습니다. 다음 두 번은 2014년 카드 고객정보 유출로 인한 피해를 막기 위해 개인정보 보호를 강화하기 위한 입법 청문회였습니다.

이 3번을 제외하고는 우리 국회에서 입법 청문회가 열린 적이 없습니다. 그런데 민주당에서 손실보상법 논의를 위해 이 제도를 시행하겠다고 나선 겁니다.

국회법 65조2항
법률안 심사를 위한 청문회는 재적 위원 3분의 1 이상의 요구로 개회할 수 있다.

국회법 64조1항
위원회는 중요한 안건 또는 전문지식이 필요한 안건을 심사하기 위하여 그 의결 또는 재적 위원 3분의 1 이상의 요구로 공청회를 열고 이해관계자 또는 학식ㆍ경험이 있는 사람 등으로부터 의견을 들을 수 있다.

위의 국회법 65조 2항이 바로 입법청문회의 근거조항입니다.
이처럼 법률에 명시돼 있는데 그동안 3번밖에, 특히 19대 이후에는 한 번도 열리지 않은 이유는 무엇일까요?


■ 입법청문회 귀했던 이유? "공청회라는 사촌이 존재"

국회 관계자에게 물었더니 사실상 취지가 비슷한 '공청회 제도'를 그 이유로 들었습니다.
국회법 64조가 바로 그 내용입니다.

법률을 만들 때 전문가나 이해관계자들의 의견을 듣는다는 기본 취지는 공청회와 입법청문회가 똑같습니다. 하지만 결정적인 차이가 있습니다.

'입법청문회'는 비록 취지는 공청회와 비슷하지만, 그래도 엄연히 '청문회'의 하나입니다. 이 때문에 '입법청문회'는 청문회에서 한 발언ㆍ감정 등에 대해서는 '국회에서의 증언ㆍ감정 등에 관한 법률'을 따라야 합니다.

이는 곧 입법청문회에 참석한 증인이 위증하거나 이유 없이 청문회에 불참할 경우 처벌받을 수도 있음을 뜻합니다.

'공청회'와 겉은 비슷해 보이지만 어떻게 보면 '격'이 다른 셈입니다. 이러다 보니 증인 채택도 쉽지 않고 일정 잡기도 어렵습니다. 편안하게 논의할 수 있는 '공청회'는 수시로 열리는 반면 '입법청문회'가 3번밖에 열리지 못한 이유입니다.


■ 청문회 선택은 "손실보상법 통과를 위한 강한 의지"

민주당은 손실보상법에 여러 복잡한 논쟁지점이 많은데 그 모든 것을 국민들 앞에서 펼쳐놓고 허심탄회하고, 심도 있게 논의해보기 위해서라고 입법청문회 도입 취지를 설명합니다.


윤호중 원내대표도 "손실보상의 범위와 주체 등에 대해 국민과 함께, 부처와 치열하게 토론하겠다"고 도입 취지를 설명했습니다.

민주당 핵심 관계자는 좀 더 구체적인 노림수를 말하기도 했습니다.

해당 상임위인 산자중기위 소위에서 논의하면, 정부관계자들이 재정 부담을 우려하면서도 이를 뒷받침할 수 있는 구체적인 데이터는 제출하지 않는다고 합니다. 그런데 만일 입법청문회를 열어 국민들 앞에 이런 모습이 공개되면 정부가 강한 압박을 받게 될 터니 결국 데이터를 공개하게 될 것이라고 말입니다.

그러면서 여론을 등에 업고 정부를 압박해 손실보상법 소급 적용을 관철해내려는 강한 의지라고 강조했습니다.

비교적 쉽게 열 수 있는 공청회가 아니라 격이 다른 '입법청문회'를 택한 것만 봐도 의지를 가늠할 수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국민의힘 "여당의 시간 끌기에 불과"

국민의힘은 당장 반박하고 나섰습니다.

여당이 의지만 있다면 지금 소위에서도 충분히 법을 개정할 수 있는데, 입법청문회라는 흔하지 않은 제도를 가져오는 것은 이해하기 힘들다는 겁니다. 또 공청회가 아닌 '격'이 다른 청문회를 열려면 청문회 일정을 정하고 증인 채택하는데 또 시간이 걸릴 수밖에 없다면서 '시간 끌기'에 불과하다고 비판했습니다.


손실보상법 소급 적용을 요구하며 국회 천막 농성 중인 국민의힘 최승재 의원도 언론 인터뷰에서 "소상공인이 어떤 형태로든 실질적 보상을 받을 수 있도록 순수한 의도라면 괜찮다"고 전제하면서도 "시간만 흘려보내다가 다시 현장의 목소리를 듣겠다는 게 순수한 의도인지 의심스럽다"고 지적했습니다.

또 "지금 구성된 기구 안에서 논의해도 되는데 다시 새로운 방법을 찾겠다는 것은 여당이 국회의 권위를 무너뜨리는 것"이라고도 꼬집었습니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민주당이 여론을 업고 정부를 설득하려고 한다지만 오히려 양날의 검일 수도 있다고 분석했습니다.

현재 손실보상법 소급적용 관련해서 정부가 신경을 쓰는 것 중 하나는 유흥업소에 대한 지원액 규모가 과도할 가능성입니다. 정부 방역 지침으로 영업을 못 한 대표적 업종이 유흥업소이긴 하지만 그래도 국민 세금으로 유흥업소에 지원하는 게 여론에 어떻게 비칠지 고민하는 겁니다.

만약 입법청문회를 열어서 정부의 이런 고민이 솔직하게 알려질 경우 오히려 여론이 손실보상 소급 적용에 역풍으로 작용할 수도 있다는 분석입니다.


■ 정의당 "만약 시간 끌기라면 단호하게 대응"

정의당은 일단 민주당의 선의를 믿어보겠다는 입장입니다.

배진교 원내대표는 민주당의 입법청문회 추진을 환영한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도 "만약 입법 청문회 제안이 법안 논의를 지연시키려는 시간 끌기 핑계가 된다면 분노한 민심은 다시 한 번 집권 여당을 향할 것"이라고 경고했습니다.

국회는 오늘(12일) 오전부터 산자중기위 소위를 열어 손실보상법과 입법청문회 관련 협의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특별한 사정이 없다면 입법청문회는 5월 말 즈음에 열릴 것으로 보입니다.

7년 만에 부활한 '입법청문회'가 민주당의 묘수로 '강력한 의지'를 입증할지, 악수로 '시간 끌기'에 불과한 것인지 지켜볼 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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