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방학대 1년]① 대책 쏟아지지만 현실은?

입력 2021.05.12 (17:14) 수정 2021.05.13 (15: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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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약

충남 천안에서 의붓어머니의 '가방 감금 학대'로 9살 어린이가 세상을 떠난 지 1년이 되어갑니다. 대법원은 의붓어머니에게 징역 25년형을 확정했습니다. 사건 이후 이런 일이 반복돼선 안된다며 대책도 쏟아졌습니다. 하지만 큰 효과를 거두지 못하고 있습니다. 학대는 여전히 여기저기서 벌어집니다. [가방학대 1년]에서는 왜 아동학대가 근절되지 않는지, 당시 나온 대책의 한계는 무엇인지 살펴보겠습니다.


지난해 6월, 충남 천안에서 9살 아동이 가방에 갇혀 숨진 지 1년이 다 돼 갑니다.

사건 이후 지자체마다 아동학대 전담공무원을 배치하고 피해 아동 즉각 분리제도 같은 관련 대책이 쏟아졌는데요. 현장에서는 제대로 시행되고 있을까요?


■ '아동 가방 감금 살해' 40대 여성, 징역 25년 확정

지난해 6월, 동거남의 9살 아들을 학대하고 7시간 넘게 여행용 가방에 가둬 숨지게 한 41살 성 모 씨.

대법원이 성 씨에게 징역 25년을 확정했습니다.

1심은 살인과 상습 아동학대, 특수상해 혐의로 기소된 성 씨에게 징역 22년을 선고했는데요. 항소심은 징역 25년으로 형량을 늘렸고, 대법원은 원심을 확정했습니다.

사건 이후 지난 1년 동안 일선 현장에서는 많은 변화가 있었는데요. 민간에서 하던 아동학대 조사 업무를 공공화시킨 게 대표적입니다.

개정된 아동복지법과 아동학대처벌법이 2020년 10월 1일부터 시행되면서 아동학대 조사업무가 지자체로 이관돼 아동학대전담공무원이 조사 업무를 수행하게 된 겁니다.

바뀐 아동학대 대응체계의 핵심은 공공에 의한 현장조사민간에 의한 사례관리입니다. 전담 공무원이 아동학대 현장조사를 하고, 민간 아동보호전문기관은 피해 아동 상담심리치료와 지원 등 사후 관리를 강화하도록 했습니다.

또 지난 3월 30일부터는 재학대일 때는 피해 아동을 행위자로부터 신속하게 분리하는 즉각 분리제도가 시행됐습니다. 시행 이후 한 달 동안 전국 아동학대 신고 가운데 33건의 경우 분리조치됐고 108건의 경우 응급조치됐습니다.


■ "단기간에 전문성 갖추기 어려워"..."사례관리 집중 어려운 구조"

즉각분리제 시행에 앞서 시범 사업을 벌인 충남 천안시의 경우 3월 한 달 동안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5배 이상 많은 21건의 분리조치를 하기도 했는데요.

공무원이 기존 민간단체가 하던 아동학대 현장조사 업무를 맡다 보니 애로사항도 많습니다.

민간기관에서 수십 년 동안 전문성과 노하우를 갖고 해온 업무를 짧은 시간에 습득하고 전문성을 갖추기가 쉽지 않기 때문입니다.

피해 아동 치료 등 사후관리를 위탁받은 민간 기관도 힘들기는 마찬가지입니다. 아동학대 현장조사 업무가 지자체로 이관된 이후에도 3년 동안 해당 업무를 지원하도록 해 사례관리에 오롯이 집중하기 어려운 구조이기 때문인데요.

즉 공적 개입을 강화한다는 아동학대 대응체계 개편의 취지에도 불구하고, 현장에서는 이도 저도 아닌 상황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습니다.



■ 아동학대 신고 증가 추세…상담원 1명당 64개 가정 관리

아동학대에 대한 사회 전반적인 경각심이 높아지면서 아동학대 신고는 늘어나는 추세입니다.

보건복지부가 해마다 발표하는 학대피해 아동보호현황을 보면 2018년 아동학대 사례 신고 건수는 24,604건으로 2001년 이후 꾸준히 증가했는데요.

2001년 2,921건을 기록한 신고 건수는 2014년 1만 건을 넘겼고 이후 4년 만에 두 배 이상 늘었습니다. 신고가 늘면서 아동보호전문기관 상담원 한 명이 맡는 사례 건수도 보건복지부 권고치를 훨씬 웃돌고 있습니다.

지난해 국회입법조사처의 실태조사에 따르면 아동보호전문기관 상담원의 업무량은 50~60 가정 이상으로, 사후관리까지 포함하면 이보다 더 많은 것으로 추정됩니다.

2019년 기준 1인당 64건을 기록했고, 대전시아동보호전문기관의 경우 상담원당 평균 80~90건을 맡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상담원 한 명이 맡은 사례 수가 많을수록 한 아동에게 돌아가는 서비스의 질과 신속성은 떨어질 수밖에 없습니다. 높은 업무 강도와 스트레스로 인해 상담원의 근속기간 역시 2년 안팎에 불과한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아동학대 피해 아동을 가해자로부터 신속하게 분리하는 즉각분리제도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나옵니다. 지난 3월 말부터 시행되고 있지만 피해 아동의 분리보호를 위한 인프라가 부족하기 때문인데요.

현재 전국에 운영 중인 학대 피해 아동 쉼터는 76곳에 불과합니다. 지역마다 나이와 성별, 장애별로 분리보호시설을 확충해야 한다는 게 현장의 목소리인데요.

전문가들은 사후조치보다 더 중요한 것은 예방이라며, 평소 부모를 대상으로 한 아동학대 방지 교육을 강화해야 한다고 말합니다. 또 아동학대가 의심될 때는 적극적인 신고와 신속한 확인, 피해 아동 보호 등으로 이어지는 체계적인 대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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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가방학대 1년]① 대책 쏟아지지만 현실은?
    • 입력 2021-05-12 17:14:12
    • 수정2021-05-13 15:03:35
    취재K
충남 천안에서 의붓어머니의 '가방 감금 학대'로 9살 어린이가 세상을 떠난 지 1년이 되어갑니다. 대법원은 의붓어머니에게 징역 25년형을 확정했습니다. 사건 이후 이런 일이 반복돼선 안된다며 대책도 쏟아졌습니다. 하지만 큰 효과를 거두지 못하고 있습니다. 학대는 여전히 여기저기서 벌어집니다. [가방학대 1년]에서는 왜 아동학대가 근절되지 않는지, 당시 나온 대책의 한계는 무엇인지 살펴보겠습니다.

지난해 6월, 충남 천안에서 9살 아동이 가방에 갇혀 숨진 지 1년이 다 돼 갑니다.

사건 이후 지자체마다 아동학대 전담공무원을 배치하고 피해 아동 즉각 분리제도 같은 관련 대책이 쏟아졌는데요. 현장에서는 제대로 시행되고 있을까요?


■ '아동 가방 감금 살해' 40대 여성, 징역 25년 확정

지난해 6월, 동거남의 9살 아들을 학대하고 7시간 넘게 여행용 가방에 가둬 숨지게 한 41살 성 모 씨.

대법원이 성 씨에게 징역 25년을 확정했습니다.

1심은 살인과 상습 아동학대, 특수상해 혐의로 기소된 성 씨에게 징역 22년을 선고했는데요. 항소심은 징역 25년으로 형량을 늘렸고, 대법원은 원심을 확정했습니다.

사건 이후 지난 1년 동안 일선 현장에서는 많은 변화가 있었는데요. 민간에서 하던 아동학대 조사 업무를 공공화시킨 게 대표적입니다.

개정된 아동복지법과 아동학대처벌법이 2020년 10월 1일부터 시행되면서 아동학대 조사업무가 지자체로 이관돼 아동학대전담공무원이 조사 업무를 수행하게 된 겁니다.

바뀐 아동학대 대응체계의 핵심은 공공에 의한 현장조사민간에 의한 사례관리입니다. 전담 공무원이 아동학대 현장조사를 하고, 민간 아동보호전문기관은 피해 아동 상담심리치료와 지원 등 사후 관리를 강화하도록 했습니다.

또 지난 3월 30일부터는 재학대일 때는 피해 아동을 행위자로부터 신속하게 분리하는 즉각 분리제도가 시행됐습니다. 시행 이후 한 달 동안 전국 아동학대 신고 가운데 33건의 경우 분리조치됐고 108건의 경우 응급조치됐습니다.


■ "단기간에 전문성 갖추기 어려워"..."사례관리 집중 어려운 구조"

즉각분리제 시행에 앞서 시범 사업을 벌인 충남 천안시의 경우 3월 한 달 동안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5배 이상 많은 21건의 분리조치를 하기도 했는데요.

공무원이 기존 민간단체가 하던 아동학대 현장조사 업무를 맡다 보니 애로사항도 많습니다.

민간기관에서 수십 년 동안 전문성과 노하우를 갖고 해온 업무를 짧은 시간에 습득하고 전문성을 갖추기가 쉽지 않기 때문입니다.

피해 아동 치료 등 사후관리를 위탁받은 민간 기관도 힘들기는 마찬가지입니다. 아동학대 현장조사 업무가 지자체로 이관된 이후에도 3년 동안 해당 업무를 지원하도록 해 사례관리에 오롯이 집중하기 어려운 구조이기 때문인데요.

즉 공적 개입을 강화한다는 아동학대 대응체계 개편의 취지에도 불구하고, 현장에서는 이도 저도 아닌 상황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습니다.



■ 아동학대 신고 증가 추세…상담원 1명당 64개 가정 관리

아동학대에 대한 사회 전반적인 경각심이 높아지면서 아동학대 신고는 늘어나는 추세입니다.

보건복지부가 해마다 발표하는 학대피해 아동보호현황을 보면 2018년 아동학대 사례 신고 건수는 24,604건으로 2001년 이후 꾸준히 증가했는데요.

2001년 2,921건을 기록한 신고 건수는 2014년 1만 건을 넘겼고 이후 4년 만에 두 배 이상 늘었습니다. 신고가 늘면서 아동보호전문기관 상담원 한 명이 맡는 사례 건수도 보건복지부 권고치를 훨씬 웃돌고 있습니다.

지난해 국회입법조사처의 실태조사에 따르면 아동보호전문기관 상담원의 업무량은 50~60 가정 이상으로, 사후관리까지 포함하면 이보다 더 많은 것으로 추정됩니다.

2019년 기준 1인당 64건을 기록했고, 대전시아동보호전문기관의 경우 상담원당 평균 80~90건을 맡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상담원 한 명이 맡은 사례 수가 많을수록 한 아동에게 돌아가는 서비스의 질과 신속성은 떨어질 수밖에 없습니다. 높은 업무 강도와 스트레스로 인해 상담원의 근속기간 역시 2년 안팎에 불과한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아동학대 피해 아동을 가해자로부터 신속하게 분리하는 즉각분리제도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나옵니다. 지난 3월 말부터 시행되고 있지만 피해 아동의 분리보호를 위한 인프라가 부족하기 때문인데요.

현재 전국에 운영 중인 학대 피해 아동 쉼터는 76곳에 불과합니다. 지역마다 나이와 성별, 장애별로 분리보호시설을 확충해야 한다는 게 현장의 목소리인데요.

전문가들은 사후조치보다 더 중요한 것은 예방이라며, 평소 부모를 대상으로 한 아동학대 방지 교육을 강화해야 한다고 말합니다. 또 아동학대가 의심될 때는 적극적인 신고와 신속한 확인, 피해 아동 보호 등으로 이어지는 체계적인 대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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