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동학대 눈감는 ‘신고의무자’들…왜?

입력 2021.05.12 (21:27) 수정 2021.05.12 (21: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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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지난 3월 대전의 한 어린이집 원장이 두 돌도 안 된 아기를 몸으로 눌러 숨지게 한 사건이 있었습니다.

당시 옆에 있던 교사도, 이런 원장의 행동을 알고 있던 누구도 신고하지 않았습니다.

아동학대처벌법 위반입니다.

왜 이런 일이 일어나는지 백상현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어린이집 원장이 잠을 재운다며 아이를 몸으로 누르던 시각.

함께 있던 교사는 아무 일 없다는 듯 다른 아이를 돌봅니다.

결국 아이는 10여 분 뒤 질식해 숨졌습니다.

경찰은 원장을 아동학대치사 혐의로 구속하고 검찰에 사건을 넘겼습니다.

함께 있던 교사에겐 아동학대치사 방조 혐의를, 평소 원장의 이런 행위를 알고 있었는데도 신고하지 않았던 교사 3명에게도 아동학대 방조 혐의를 적용했습니다.

현행법상 아동학대 신고의무자로 지정돼있는데도 이행하지 않았다고 본 겁니다.

해당 교사들은 원장의 행동이 아동학대라는 것을 인식하지 못했다고 해명했지만 신고를 꺼리는 더 큰 이유가 있습니다.

[어린이집 교사/음성변조 : “취업을 할 때 원장이나 사람들끼리 연락을 주고받는 걸로 알거든요. 그러다 보니까 취업 길이 막히는 경우도 종종 있어요.”]

이런 이유 등으로 신고의무자의 아동학대 신고 비율은 해마다 감소하고 있습니다.

교사와 같은 신고의무자들이 1년에 한 번 받는 학대예방교육이 형식적이라는 점도 문제입니다.

[공혜정/대한아동학대방지협회 대표 : “아동권리보장원에서 내려준 PPT가 있어요. 그걸 가지고 (강사가) 한 20분 설명을 하고 자기네들이 알아서 몇 시간 교육을 들었다(고 해요).”]

전문가들은 적극적인 신고를 유도하기 위해서는 실효성 있는 학대예방교육과 함께 신고자의 신원을 노출하거나 불이익을 주는 행위에 대해 처벌을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합니다.

KBS 뉴스 백상현입니다.

촬영기자:박평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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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아동학대 눈감는 ‘신고의무자’들…왜?
    • 입력 2021-05-12 21:27:56
    • 수정2021-05-12 21:58: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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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지난 3월 대전의 한 어린이집 원장이 두 돌도 안 된 아기를 몸으로 눌러 숨지게 한 사건이 있었습니다.

당시 옆에 있던 교사도, 이런 원장의 행동을 알고 있던 누구도 신고하지 않았습니다.

아동학대처벌법 위반입니다.

왜 이런 일이 일어나는지 백상현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어린이집 원장이 잠을 재운다며 아이를 몸으로 누르던 시각.

함께 있던 교사는 아무 일 없다는 듯 다른 아이를 돌봅니다.

결국 아이는 10여 분 뒤 질식해 숨졌습니다.

경찰은 원장을 아동학대치사 혐의로 구속하고 검찰에 사건을 넘겼습니다.

함께 있던 교사에겐 아동학대치사 방조 혐의를, 평소 원장의 이런 행위를 알고 있었는데도 신고하지 않았던 교사 3명에게도 아동학대 방조 혐의를 적용했습니다.

현행법상 아동학대 신고의무자로 지정돼있는데도 이행하지 않았다고 본 겁니다.

해당 교사들은 원장의 행동이 아동학대라는 것을 인식하지 못했다고 해명했지만 신고를 꺼리는 더 큰 이유가 있습니다.

[어린이집 교사/음성변조 : “취업을 할 때 원장이나 사람들끼리 연락을 주고받는 걸로 알거든요. 그러다 보니까 취업 길이 막히는 경우도 종종 있어요.”]

이런 이유 등으로 신고의무자의 아동학대 신고 비율은 해마다 감소하고 있습니다.

교사와 같은 신고의무자들이 1년에 한 번 받는 학대예방교육이 형식적이라는 점도 문제입니다.

[공혜정/대한아동학대방지협회 대표 : “아동권리보장원에서 내려준 PPT가 있어요. 그걸 가지고 (강사가) 한 20분 설명을 하고 자기네들이 알아서 몇 시간 교육을 들었다(고 해요).”]

전문가들은 적극적인 신고를 유도하기 위해서는 실효성 있는 학대예방교육과 함께 신고자의 신원을 노출하거나 불이익을 주는 행위에 대해 처벌을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합니다.

KBS 뉴스 백상현입니다.

촬영기자:박평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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