택배는 문전성시, 도심 상권은 줄폐업…일자리 구조 바뀌나?

입력 2021.05.13 (07:02) 수정 2021.05.13 (15:29)

읽어주기 기능은 크롬기반의
브라우저에서만 사용하실 수 있습니다.


서울 강동구의 한 아파트 단지에서 있었던 택배 차량 지상 도로 출입제한 논란은 택배 파업으로 이어질 뻔했다. 정부의 중재로 파업은 유보됐지만, 일부 아파트 단지의 일이 사회 문제가 될 만큼 택배가 우리 생활에 깊숙이 들어온 걸 잘 보여주는 사건이었다.

새벽 배송, 샛별 배송, 로켓 배송 등 이름은 다양하지만 모두 한목소리로 '빨리 더 빨리'를 외치며 택배 없이는 못사는 세상이 된 것이다.

코로나19는 이런 변화의 속도를 더 높였다. 통계청 자료를 보면, 지난 3월 온라인 쇼핑 거래액은 1년 전보다 26.4% 늘었다. 택배 물량도 이만큼 더 늘었다고 보면 된다.

택배 물량이 크게 늘면서 일자리도 같이 늘었다. 택배 일자리가 포함된 운수 및 창고업 취업자는 지난달 기준으로 1년 전보다 10만 7천 명 증가했다.


전체 취업자 수는 2020년 3월부터 올해 2월까지 12개월 연속 줄다가 올해 3월과 4월 두 달 연속 증가했는데, 이 기간에 운수 및 창고업 취업자는 한 번도 줄어든 적 없이 계속 늘었다.

이런 '택배 호황'은 다른 한편에선 그늘을 만들었다. 온라인 쇼핑의 반대말인 오프라인 쇼핑, 쉽게 말해 도소매업이다.

서울 종로나 명동, 신촌, 홍대 등 도심 전통상권에 가면 문 닫은 가게를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는데, 통계에서도 드러난다.

한국부동산원 자료를 보면, 올해 1분기 명동의 중대형 상가 공실률은 38.4%다. 이태원의 소규모 상가 공실률은 31.9%, 홍대·합정은 22.6%다. 가게가 비니까 일자리도 없어졌다. 지난달 도소매업 취업자 수는 1년 전보다 18만 2천 명 감소했다.

도소매업 취업자는 2019년 6월부터 지난달까지 23개월 연속 줄고 있다. 코로나19 이전엔 감소 폭이 10만 명은 넘지 않았는데, 코로나19가 터지고 지난해 2월부터 계속 10만~20만 명대 감소를 나타내고 있다.


코로나19가 터지고 14개월 연속 줄었던 숙박·음식점 취업자 수가 4월에 6만 1천 명 늘어난 것과 비교하면 같은 대면 업종이지만 도소매업에 패인 상처가 더 깊다.

정부는 도소매업 취업자 수가 좀처럼 회복하지 못하는 이유를 구조에서 찾고 있다. 기획재정부는 "온라인 유통 증가 등 구조적 변화로 인해 취업자 감소세가 지속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구조적 변화에 따른 일자리 변화는 택배와 도소매업에만 한정된 게 아니다. 지난달만 놓고 보면 전문·과학 분야 취업자는 6만 4천 명, 정보통신업 취업자는 4만 1천 명 늘었다. "디지털·비대면 경제로의 이행이 이어지며 증가세가 지속하고 있다"는 게 정부 분석이다.

반면 미용실 등이 포함된 협회 및 단체・수리 및 기타 개인서비스업 취업자는 3만 명, 예술·스포츠 및 여가 관련 서비스업 취업자는 1만 1천 명 감소했다. 구조적 이유로 취업자 수 감소가 이어질지 지켜봐야 할 분야다.

김종진 한국노동사회연구소 선임연구위원은 "산업 구조조정 과정으로 진입했다고 볼 수 있다"며 "감소한 일자리를 다른 일자리로 전환하는 산업 재편과 교육 훈련을 함께 모색해야 할 시점에 와 있다"고 말했다.

정부는 산업구조 변화에 따른 노동 이동 지원체계를 올해 상반기 중에 마련해 발표할 예정이다.

■ 제보하기
▷ 카카오톡 : 'KBS제보' 검색, 채널 추가
▷ 전화 : 02-781-1234, 4444
▷ 이메일 : kbs1234@kbs.co.kr
▷ 유튜브, 네이버, 카카오에서도 KBS뉴스를 구독해주세요!


  • 택배는 문전성시, 도심 상권은 줄폐업…일자리 구조 바뀌나?
    • 입력 2021-05-13 07:02:24
    • 수정2021-05-13 15:29:44
    취재K

서울 강동구의 한 아파트 단지에서 있었던 택배 차량 지상 도로 출입제한 논란은 택배 파업으로 이어질 뻔했다. 정부의 중재로 파업은 유보됐지만, 일부 아파트 단지의 일이 사회 문제가 될 만큼 택배가 우리 생활에 깊숙이 들어온 걸 잘 보여주는 사건이었다.

새벽 배송, 샛별 배송, 로켓 배송 등 이름은 다양하지만 모두 한목소리로 '빨리 더 빨리'를 외치며 택배 없이는 못사는 세상이 된 것이다.

코로나19는 이런 변화의 속도를 더 높였다. 통계청 자료를 보면, 지난 3월 온라인 쇼핑 거래액은 1년 전보다 26.4% 늘었다. 택배 물량도 이만큼 더 늘었다고 보면 된다.

택배 물량이 크게 늘면서 일자리도 같이 늘었다. 택배 일자리가 포함된 운수 및 창고업 취업자는 지난달 기준으로 1년 전보다 10만 7천 명 증가했다.


전체 취업자 수는 2020년 3월부터 올해 2월까지 12개월 연속 줄다가 올해 3월과 4월 두 달 연속 증가했는데, 이 기간에 운수 및 창고업 취업자는 한 번도 줄어든 적 없이 계속 늘었다.

이런 '택배 호황'은 다른 한편에선 그늘을 만들었다. 온라인 쇼핑의 반대말인 오프라인 쇼핑, 쉽게 말해 도소매업이다.

서울 종로나 명동, 신촌, 홍대 등 도심 전통상권에 가면 문 닫은 가게를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는데, 통계에서도 드러난다.

한국부동산원 자료를 보면, 올해 1분기 명동의 중대형 상가 공실률은 38.4%다. 이태원의 소규모 상가 공실률은 31.9%, 홍대·합정은 22.6%다. 가게가 비니까 일자리도 없어졌다. 지난달 도소매업 취업자 수는 1년 전보다 18만 2천 명 감소했다.

도소매업 취업자는 2019년 6월부터 지난달까지 23개월 연속 줄고 있다. 코로나19 이전엔 감소 폭이 10만 명은 넘지 않았는데, 코로나19가 터지고 지난해 2월부터 계속 10만~20만 명대 감소를 나타내고 있다.


코로나19가 터지고 14개월 연속 줄었던 숙박·음식점 취업자 수가 4월에 6만 1천 명 늘어난 것과 비교하면 같은 대면 업종이지만 도소매업에 패인 상처가 더 깊다.

정부는 도소매업 취업자 수가 좀처럼 회복하지 못하는 이유를 구조에서 찾고 있다. 기획재정부는 "온라인 유통 증가 등 구조적 변화로 인해 취업자 감소세가 지속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구조적 변화에 따른 일자리 변화는 택배와 도소매업에만 한정된 게 아니다. 지난달만 놓고 보면 전문·과학 분야 취업자는 6만 4천 명, 정보통신업 취업자는 4만 1천 명 늘었다. "디지털·비대면 경제로의 이행이 이어지며 증가세가 지속하고 있다"는 게 정부 분석이다.

반면 미용실 등이 포함된 협회 및 단체・수리 및 기타 개인서비스업 취업자는 3만 명, 예술·스포츠 및 여가 관련 서비스업 취업자는 1만 1천 명 감소했다. 구조적 이유로 취업자 수 감소가 이어질지 지켜봐야 할 분야다.

김종진 한국노동사회연구소 선임연구위원은 "산업 구조조정 과정으로 진입했다고 볼 수 있다"며 "감소한 일자리를 다른 일자리로 전환하는 산업 재편과 교육 훈련을 함께 모색해야 할 시점에 와 있다"고 말했다.

정부는 산업구조 변화에 따른 노동 이동 지원체계를 올해 상반기 중에 마련해 발표할 예정이다.

이 기사가 좋으셨다면

오늘의 핫 클릭

실시간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는 뉴스

이 기사에 대한 의견을 남겨주세요.

수신료 수신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