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려 방화로 ‘잿더미’된 내장사 대웅전…다시 볼 수 있나?

입력 2021.05.13 (08:02) 수정 2021.05.13 (15: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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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약

승려의 방화로 사라진 '천년고찰' 대웅전
법원, '심신미약 주장' 승려에게 징역 5년형 선고
25억 원 들여 세웠던 대웅전, 아직 복원 계획 없어




가을 단풍으로 유명한 내장산 자락에 있는 내장사. 백제 의자왕 시절인 660년부터 자리 잡아 이른바 '천년고찰'로 불리는 절입니다.

지난 3월 5일 밤, 내장사 대웅전에서 갑자기 불길이 치솟았습니다. 내장사에 머물고 있던 승려인 50대 남성 A씨가 휘발유에 불을 붙여 화재를 일으켰습니다. 현장에서 붙잡힌 A씨는 당시 음주 상태였습니다.

A씨는 지난 1월부터 내장사에 머물러 왔습니다.

■ 법원 "많은 이들에게 정신적 충격 안겨준 범죄…중형 불가피"

일반건조물방화죄로 기소된 A씨에게 전주지법 정읍지원 재판부는 징역 5년 형을 선고했습니다.

재판부는 "A씨가 동료 승려들의 월권이나 간섭 등에 대해 불만을 쌓아오다가 술에 취한 상태로 대웅전에 불을 낸 것으로 보인다"며 이는 내장사 승려와 불교 신도뿐만 아니라 정읍시민에게도 정신적 충격과 상실감을 안겨줘 무거운 벌이 불가피하다고 판시했습니다.


A 씨는 재판 과정에서 '동료 승려를 향한 불만감'은 부인했으며 '심신미약'으로 방화에 이르게 됐다고 주장해 왔습니다. 또, "귀신에 씌어 범행을 저질렀다"고 발언하기도 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그러나 재판부는 이를 증명할 객관적 자료가 제출되지 않았고, 범행 정도나 결과에 비춰보면 의식은 충분히 있었던 것으로 판단한다며 A씨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 지자체 예산까지 들여 복원한 건물인데…방화로 '잿더미'

내장사 대웅전 화재는 올해가 처음이 아닙니다. 지난 2012년에도 대웅전이 불에 탔습니다. 당시에는 방화가 아닌 전기적 원인으로 대웅전이 모두 소실됐습니다. 지난 3월에 불에 타 사라진 대웅전은 2015년에 복원을 마친 건물입니다.

이 건물에 들어간 예산은 25억 원. 20억은 정읍시가 지원했고 5억은 내장사에서 마련해 보탰습니다. 비록 국보나 보물로 지정된 문화재는 아니지만, 공공 예산까지 들여 다시 세운 대웅전이 한순간의 화재로 잿더미가 되고 만 겁니다.


이 사건과 관련해 조계종 총무원 스님들은 집단으로 참회의 1,080배를 올리며 공개 사죄하기도 했습니다.

스님들은 "1,400년 유구한 역사의 도량을 청정하게 수호하지 못한 저희의 허물을 참회한다"고 반성하고 "잠시나마 저희는 이 문제가 개인의 잘못일 뿐 우리의 잘못이 아니라는 어리석음에 빠졌다"며 "그러나 우리 각자가 모두 그러하듯이 그 스님 또한 우리 공동체의 일원"이라며 공개 사죄했습니다.

■ 내장사 대웅전 복원? "알 수 없다"


그렇다면 내장사 대웅전을 다시 세울 수 있을까요? 지금은 복원 계획이 없습니다.

내장사 관계자는 "주지 스님인 대원 스님께서 대웅전 화재에 대한 참회와 사죄의 의미를 담아 '천일기도'를 시작했다"고 전하며 "복원 계획 논의는 ' 천일기도'가 마무리되는 3년 뒤에나 시작할 수 있을 것 같다. 내장사 신도와 정읍시민 등에게 충분히 사과를 드린 뒤 대웅전 복원을 할지 의논하자는 뜻을 밝히셨다"고 말했습니다.

복원된 건물에 20억 원을 지원했던 정읍시도 "지자체에서도 복원 계획은 세우지 않았으며 당연히 예산 지원 계획도 언급하기 어렵다"고 설명했습니다.

만약 3년 뒤에 복원 계획을 세워 건축을 시작한다고 해도 완공까지 상당한 시간이 걸리는 목조 건물 특성상, 내장사 대웅전이 다시 모습을 드러내기까지는 많은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보입니다.

(촬영기자 : 한문현, 화면제공 : 전북소방본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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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려 방화로 ‘잿더미’된 내장사 대웅전…다시 볼 수 있나?
    • 입력 2021-05-13 08:02:36
    • 수정2021-05-13 15:29:42
    취재K
승려의 방화로 사라진 '천년고찰' 대웅전<br />법원, '심신미약 주장' 승려에게 징역 5년형 선고<br />25억 원 들여 세웠던 대웅전, 아직 복원 계획 없어



가을 단풍으로 유명한 내장산 자락에 있는 내장사. 백제 의자왕 시절인 660년부터 자리 잡아 이른바 '천년고찰'로 불리는 절입니다.

지난 3월 5일 밤, 내장사 대웅전에서 갑자기 불길이 치솟았습니다. 내장사에 머물고 있던 승려인 50대 남성 A씨가 휘발유에 불을 붙여 화재를 일으켰습니다. 현장에서 붙잡힌 A씨는 당시 음주 상태였습니다.

A씨는 지난 1월부터 내장사에 머물러 왔습니다.

■ 법원 "많은 이들에게 정신적 충격 안겨준 범죄…중형 불가피"

일반건조물방화죄로 기소된 A씨에게 전주지법 정읍지원 재판부는 징역 5년 형을 선고했습니다.

재판부는 "A씨가 동료 승려들의 월권이나 간섭 등에 대해 불만을 쌓아오다가 술에 취한 상태로 대웅전에 불을 낸 것으로 보인다"며 이는 내장사 승려와 불교 신도뿐만 아니라 정읍시민에게도 정신적 충격과 상실감을 안겨줘 무거운 벌이 불가피하다고 판시했습니다.


A 씨는 재판 과정에서 '동료 승려를 향한 불만감'은 부인했으며 '심신미약'으로 방화에 이르게 됐다고 주장해 왔습니다. 또, "귀신에 씌어 범행을 저질렀다"고 발언하기도 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그러나 재판부는 이를 증명할 객관적 자료가 제출되지 않았고, 범행 정도나 결과에 비춰보면 의식은 충분히 있었던 것으로 판단한다며 A씨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 지자체 예산까지 들여 복원한 건물인데…방화로 '잿더미'

내장사 대웅전 화재는 올해가 처음이 아닙니다. 지난 2012년에도 대웅전이 불에 탔습니다. 당시에는 방화가 아닌 전기적 원인으로 대웅전이 모두 소실됐습니다. 지난 3월에 불에 타 사라진 대웅전은 2015년에 복원을 마친 건물입니다.

이 건물에 들어간 예산은 25억 원. 20억은 정읍시가 지원했고 5억은 내장사에서 마련해 보탰습니다. 비록 국보나 보물로 지정된 문화재는 아니지만, 공공 예산까지 들여 다시 세운 대웅전이 한순간의 화재로 잿더미가 되고 만 겁니다.


이 사건과 관련해 조계종 총무원 스님들은 집단으로 참회의 1,080배를 올리며 공개 사죄하기도 했습니다.

스님들은 "1,400년 유구한 역사의 도량을 청정하게 수호하지 못한 저희의 허물을 참회한다"고 반성하고 "잠시나마 저희는 이 문제가 개인의 잘못일 뿐 우리의 잘못이 아니라는 어리석음에 빠졌다"며 "그러나 우리 각자가 모두 그러하듯이 그 스님 또한 우리 공동체의 일원"이라며 공개 사죄했습니다.

■ 내장사 대웅전 복원? "알 수 없다"


그렇다면 내장사 대웅전을 다시 세울 수 있을까요? 지금은 복원 계획이 없습니다.

내장사 관계자는 "주지 스님인 대원 스님께서 대웅전 화재에 대한 참회와 사죄의 의미를 담아 '천일기도'를 시작했다"고 전하며 "복원 계획 논의는 ' 천일기도'가 마무리되는 3년 뒤에나 시작할 수 있을 것 같다. 내장사 신도와 정읍시민 등에게 충분히 사과를 드린 뒤 대웅전 복원을 할지 의논하자는 뜻을 밝히셨다"고 말했습니다.

복원된 건물에 20억 원을 지원했던 정읍시도 "지자체에서도 복원 계획은 세우지 않았으며 당연히 예산 지원 계획도 언급하기 어렵다"고 설명했습니다.

만약 3년 뒤에 복원 계획을 세워 건축을 시작한다고 해도 완공까지 상당한 시간이 걸리는 목조 건물 특성상, 내장사 대웅전이 다시 모습을 드러내기까지는 많은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보입니다.

(촬영기자 : 한문현, 화면제공 : 전북소방본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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