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대마다 ‘수준 차’…급식비 늘린다고 군 부실급식 해결될까?

입력 2021.05.13 (14:59) 수정 2021.05.13 (15: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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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걸 어떻게 먹으라고...” vs “우리 부대는 잘 나오는데...”

반찬 양이 턱없이 부족해보이는 급식 사진들입니다.


출처: 페이스북 ‘육군훈련소 대신 전해드립니다’출처: 페이스북 ‘육군훈련소 대신 전해드립니다’

지난달 18일 페이스북 계정 ‘육군훈련소 대신 전해드립니다’에 육군 51사단 예하 여단 소속 병사가 격리장병 식사라며 사진을 제보한 이후 ‘부실 급식’ 폭로가 이어지고 있습니다. 인증샷을 올리거나 공감 댓글을 달아 ‘우리 부대도 비슷하다’고 동조합니다.



그런데 반대되는 제보들도 있습니다. ‘우리 부대는 잘 나온다’는 것입니다.

지난달 23일에는 ‘이렇게 주는 부대들도 있는데...’라며 육군 17사단과 7공병여단 격리장병 도시락 사진이 올라왔습니다.

게시물을 본 해당부대 급식 담당 간부(급양관)가 ‘전역한 병사가 제보한 것 같다. 질 좋은 음식을 해주고 싶다는 생각에 많이 노력했다’는 댓글을 달기도 했습니다.

이달 11일에는 ‘평균 해군 짬밥’이라며 반찬이 푸짐하게 놓여진 급식 사진 여러 장도 올라왔습니다.


출처: 페이스북 계정 ‘육군훈련소 대신 전해드립니다’출처: 페이스북 계정 ‘육군훈련소 대신 전해드립니다’

아들을 군대 보낸 어머니들의 이야기를 들어봐도 급식에 대해서는 평가가 엇갈립니다.

“밥이 형편없다고 한다”며 아들의 끼니를 걱정하는 분들도 있고, “밥 잘 나온다더라”고 하는 분들도 있습니다.

국방기술품질원이 운영하는 ‘어머니 장병급식 모니터링단’ 성과보고서를 보면 어머니 평가단들이 방문한 군부대 장병들의 식사는 SNS에 제보된 ‘부실급식’과는 거리가 멉니다.

부대마다 급식 수준의 편차가 크다는 건데, 먹는 물 상황도 한번 볼까요.


■ “우물물 먹는 장병들도 있습니다”

상수도가 설치된 부대가 대부분이지만 400여 개 부대 소속 장병들은 우물물을 먹습니다.

국회 국방위원회 김병주 의원(더불어민주당)의 지난해 10월 국정감사 자료를 보면, 상수도로 우물물을 사용하는 부대가 492곳이나 됩니다. 주로 강원도와 경기도 접경지역, 즉 군사분계선 근처 감시초소(GP)나 일반전초(GOP)가 해당하는데요.

이 가운데 32곳은 수질검사에서 세균이나 비소 등이 검출돼 ‘부적합’ 판정을 받았습니다.

김 의원은 “병사들의 생활 환경이 심각한 수준”이라며 국방부에 상수도 문제를 해당 지방자치단체와 협력해 신속히 해결할 것을 주문하기도 했습니다.


■ 부대마다 편차 큰 급식 수준...왜?

육해공군 중 어디에 속하는지, 또 같은 육군이라도 어느 부대에 소속되느냐에 따라 먹거리의 질이 달라진다는 이야기입니다.

왜 이런 상황이 벌어질까요? 구조적인 부분을 살펴보겠습니다.

별도 증식비가 책정된 경우 급식이 달라질 수 있습니다.

국방부 관계자는 앞서 언급한 ‘평균 해군 짬밥’ 제보에 대한 기자의 질문에, “해군 중에서도 함정 근무를 하면 체력 소모를 고려한 별도의 증식비가 책정돼 있어서 부식(반찬류)에 더하면 좀 더 풍성하게 식단을 꾸릴 수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급식을 직접 담당하는 조리병들의 여건도 부대마다 다릅니다.

부실 급식 제보가 있었던 육군 51사단 예하 여단을 국방부가 조사했더니 조리병 1명이 휴가를 가는 바람에 경험이 없는 조리병이 배식을 맡아서 배식량 조절이 잘 안 됐던 것으로 파악됐는데요.

기본적으로 장병 75명당 조리병 1명을 두게 돼 있는데 부대 규모가 작을수록 조리병 운용도 탄력적이지 못하다는 게 국방부 관계자의 설명입니다.

400명 규모의 부대라면 조리병이 5명 정도 배치되니 365일 삼시세끼를 해내기에 빠듯하지만 1,000명 규모라면 2교대 등 조리병의 탄력적인 운용이 가능하다는 것입니다. 공군 비행단의 경우 일단 천 명 이상 규모가 되지만 육군에는 몇백 명 수준의 소규모 부대도 있습니다.

조리병들의 모습(출처: 7기 어머니 장병급식·피복 모니터링단 보고서)조리병들의 모습(출처: 7기 어머니 장병급식·피복 모니터링단 보고서)

식단을 구성하는 영양사 배치도 다른데 공군은 비행단, 해군은 함대사령부마다 영양사가 한 명씩 있지만, 육군은 군단에만 있습니다. 군단 예하 부대들은 다른 지역에 흩어져 있다 보니 영양사가 영향을 미치기 어려울 수밖에 없습니다.

장병 1명당 책정된 급식비는 어느 부대 소속이든지 같지만 이렇듯 부대별 운용 환경부터 차이가 나다 보니 삼시세끼 먹는 급식도 차이가 날 수밖에 없는 것입니다.

여기에 조리병의 숙련도, 급양관리관과 부대 지휘관의 관심도에 따라 음식 맛이나 식단 구성 등 급식의 질을 좌우하는 요인입니다.


■‘부대별 편차’ 줄이는 노력 없이 일률적으로 예산 인상만

이번에 불거진 부실급식 문제의 핵심은, 부대별 편차가 커도 상당히 크다는 것이었습니다.

제보한 병사들은 ‘맛없다’며 반찬 투정을 하는 게 아니라 제대로 된 식사를 요구하고 있습니다. 여건 좋은 부대를 골라서 갈 수 있는 것도 아니었는데 삼시세끼마저 다른 대우를 받고 있는 것은 아닌지에 대한 불만을 드러낸 것인데요.

그렇다면 군이 내놓은 대책에선 이런 ‘부대별 편차’를 줄이기 위한 노력이 담겼을까요?

국방부는 7일 장관주재 회의를 열고 “부실급식 문제의 재발을 방지하고 모든 장병에게 충분하고 균형 있는 영양을 공급하는 등 제반 급식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겠다”며 대책을 발표했습니다.

△기본급식비를 2022년 10,500원 수준으로 인상
△부대별 여건에 따라 브런치 제공과 배달음식· 푸드트럭 등 급식혁신사업 확대
△조식에 시리얼과 토스트, 커피, 과일 등이나
밥과 간편식 국, 김치 등을 동시에 제공하는 ‘간편 뷔페식’ 시범 도입


올해 장병 1명당 하루 급식비는 지난해 8,493원보다 3.5% 오른 8,790원인데, 내년에는 1만 500원으로 인상을 추진한다는 것이 핵심입니다.

하지만 전국 모든 부대에서 부실 급식 문제가 발생한 게 아닌데 일률적으로 급식비를 올린다는 대책이 얼마나 실효성 있을지 의문입니다.

이에 대해 국방부 당국자는 “급식비는 부대별로 한 사람 한 사람, 공평하게 배분된다. 부대별로 운영환경이 다르고 지휘관 관심도가 달라서 여러 가지 문제가 발생하지 않았나 싶다”고 설명했습니다.

결국, 지금까지 해오던 것처럼 지휘관, 급식을 담당하는 간부의 ‘개별 노력’에 의존하겠다는 뜻으로 들립니다.

지난해 10월에도 군 부실급식 문제에 대한 지적이 제기됐는데, 달라진 것은 없는 상황. 그렇다면
‘개별 노력’으로도 해결되지 않는 문제는 없는지, 구조적으로 보완할 방안은 없는지, 세심하게 들여다볼 필요가 있지 않을까요?

‘어머니 장병급식 모니터링단’의 한 어머니는 이번 사태를 두고 이렇게 말했습니다.

“모든 부대가 급식에 문제가 있는 것은 아니라는 것입니다. 그러나 어떤 부대에서도 급식 문제는 없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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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부대마다 ‘수준 차’…급식비 늘린다고 군 부실급식 해결될까?
    • 입력 2021-05-13 14:59:39
    • 수정2021-05-13 15:29:39
    취재K


■“이걸 어떻게 먹으라고...” vs “우리 부대는 잘 나오는데...”

반찬 양이 턱없이 부족해보이는 급식 사진들입니다.


출처: 페이스북 ‘육군훈련소 대신 전해드립니다’
지난달 18일 페이스북 계정 ‘육군훈련소 대신 전해드립니다’에 육군 51사단 예하 여단 소속 병사가 격리장병 식사라며 사진을 제보한 이후 ‘부실 급식’ 폭로가 이어지고 있습니다. 인증샷을 올리거나 공감 댓글을 달아 ‘우리 부대도 비슷하다’고 동조합니다.



그런데 반대되는 제보들도 있습니다. ‘우리 부대는 잘 나온다’는 것입니다.

지난달 23일에는 ‘이렇게 주는 부대들도 있는데...’라며 육군 17사단과 7공병여단 격리장병 도시락 사진이 올라왔습니다.

게시물을 본 해당부대 급식 담당 간부(급양관)가 ‘전역한 병사가 제보한 것 같다. 질 좋은 음식을 해주고 싶다는 생각에 많이 노력했다’는 댓글을 달기도 했습니다.

이달 11일에는 ‘평균 해군 짬밥’이라며 반찬이 푸짐하게 놓여진 급식 사진 여러 장도 올라왔습니다.


출처: 페이스북 계정 ‘육군훈련소 대신 전해드립니다’
아들을 군대 보낸 어머니들의 이야기를 들어봐도 급식에 대해서는 평가가 엇갈립니다.

“밥이 형편없다고 한다”며 아들의 끼니를 걱정하는 분들도 있고, “밥 잘 나온다더라”고 하는 분들도 있습니다.

국방기술품질원이 운영하는 ‘어머니 장병급식 모니터링단’ 성과보고서를 보면 어머니 평가단들이 방문한 군부대 장병들의 식사는 SNS에 제보된 ‘부실급식’과는 거리가 멉니다.

부대마다 급식 수준의 편차가 크다는 건데, 먹는 물 상황도 한번 볼까요.


■ “우물물 먹는 장병들도 있습니다”

상수도가 설치된 부대가 대부분이지만 400여 개 부대 소속 장병들은 우물물을 먹습니다.

국회 국방위원회 김병주 의원(더불어민주당)의 지난해 10월 국정감사 자료를 보면, 상수도로 우물물을 사용하는 부대가 492곳이나 됩니다. 주로 강원도와 경기도 접경지역, 즉 군사분계선 근처 감시초소(GP)나 일반전초(GOP)가 해당하는데요.

이 가운데 32곳은 수질검사에서 세균이나 비소 등이 검출돼 ‘부적합’ 판정을 받았습니다.

김 의원은 “병사들의 생활 환경이 심각한 수준”이라며 국방부에 상수도 문제를 해당 지방자치단체와 협력해 신속히 해결할 것을 주문하기도 했습니다.


■ 부대마다 편차 큰 급식 수준...왜?

육해공군 중 어디에 속하는지, 또 같은 육군이라도 어느 부대에 소속되느냐에 따라 먹거리의 질이 달라진다는 이야기입니다.

왜 이런 상황이 벌어질까요? 구조적인 부분을 살펴보겠습니다.

별도 증식비가 책정된 경우 급식이 달라질 수 있습니다.

국방부 관계자는 앞서 언급한 ‘평균 해군 짬밥’ 제보에 대한 기자의 질문에, “해군 중에서도 함정 근무를 하면 체력 소모를 고려한 별도의 증식비가 책정돼 있어서 부식(반찬류)에 더하면 좀 더 풍성하게 식단을 꾸릴 수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급식을 직접 담당하는 조리병들의 여건도 부대마다 다릅니다.

부실 급식 제보가 있었던 육군 51사단 예하 여단을 국방부가 조사했더니 조리병 1명이 휴가를 가는 바람에 경험이 없는 조리병이 배식을 맡아서 배식량 조절이 잘 안 됐던 것으로 파악됐는데요.

기본적으로 장병 75명당 조리병 1명을 두게 돼 있는데 부대 규모가 작을수록 조리병 운용도 탄력적이지 못하다는 게 국방부 관계자의 설명입니다.

400명 규모의 부대라면 조리병이 5명 정도 배치되니 365일 삼시세끼를 해내기에 빠듯하지만 1,000명 규모라면 2교대 등 조리병의 탄력적인 운용이 가능하다는 것입니다. 공군 비행단의 경우 일단 천 명 이상 규모가 되지만 육군에는 몇백 명 수준의 소규모 부대도 있습니다.

조리병들의 모습(출처: 7기 어머니 장병급식·피복 모니터링단 보고서)
식단을 구성하는 영양사 배치도 다른데 공군은 비행단, 해군은 함대사령부마다 영양사가 한 명씩 있지만, 육군은 군단에만 있습니다. 군단 예하 부대들은 다른 지역에 흩어져 있다 보니 영양사가 영향을 미치기 어려울 수밖에 없습니다.

장병 1명당 책정된 급식비는 어느 부대 소속이든지 같지만 이렇듯 부대별 운용 환경부터 차이가 나다 보니 삼시세끼 먹는 급식도 차이가 날 수밖에 없는 것입니다.

여기에 조리병의 숙련도, 급양관리관과 부대 지휘관의 관심도에 따라 음식 맛이나 식단 구성 등 급식의 질을 좌우하는 요인입니다.


■‘부대별 편차’ 줄이는 노력 없이 일률적으로 예산 인상만

이번에 불거진 부실급식 문제의 핵심은, 부대별 편차가 커도 상당히 크다는 것이었습니다.

제보한 병사들은 ‘맛없다’며 반찬 투정을 하는 게 아니라 제대로 된 식사를 요구하고 있습니다. 여건 좋은 부대를 골라서 갈 수 있는 것도 아니었는데 삼시세끼마저 다른 대우를 받고 있는 것은 아닌지에 대한 불만을 드러낸 것인데요.

그렇다면 군이 내놓은 대책에선 이런 ‘부대별 편차’를 줄이기 위한 노력이 담겼을까요?

국방부는 7일 장관주재 회의를 열고 “부실급식 문제의 재발을 방지하고 모든 장병에게 충분하고 균형 있는 영양을 공급하는 등 제반 급식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겠다”며 대책을 발표했습니다.

△기본급식비를 2022년 10,500원 수준으로 인상
△부대별 여건에 따라 브런치 제공과 배달음식· 푸드트럭 등 급식혁신사업 확대
△조식에 시리얼과 토스트, 커피, 과일 등이나
밥과 간편식 국, 김치 등을 동시에 제공하는 ‘간편 뷔페식’ 시범 도입


올해 장병 1명당 하루 급식비는 지난해 8,493원보다 3.5% 오른 8,790원인데, 내년에는 1만 500원으로 인상을 추진한다는 것이 핵심입니다.

하지만 전국 모든 부대에서 부실 급식 문제가 발생한 게 아닌데 일률적으로 급식비를 올린다는 대책이 얼마나 실효성 있을지 의문입니다.

이에 대해 국방부 당국자는 “급식비는 부대별로 한 사람 한 사람, 공평하게 배분된다. 부대별로 운영환경이 다르고 지휘관 관심도가 달라서 여러 가지 문제가 발생하지 않았나 싶다”고 설명했습니다.

결국, 지금까지 해오던 것처럼 지휘관, 급식을 담당하는 간부의 ‘개별 노력’에 의존하겠다는 뜻으로 들립니다.

지난해 10월에도 군 부실급식 문제에 대한 지적이 제기됐는데, 달라진 것은 없는 상황. 그렇다면
‘개별 노력’으로도 해결되지 않는 문제는 없는지, 구조적으로 보완할 방안은 없는지, 세심하게 들여다볼 필요가 있지 않을까요?

‘어머니 장병급식 모니터링단’의 한 어머니는 이번 사태를 두고 이렇게 말했습니다.

“모든 부대가 급식에 문제가 있는 것은 아니라는 것입니다. 그러나 어떤 부대에서도 급식 문제는 없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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