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웃는 돌고래’ 상괭이가 매년 800마리 죽어나간다

입력 2021.05.14 (06:07) 수정 2021.05.14 (07: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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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웃는 돌고래 상괭이...우리 바다 터줏대감

천진난만하게 웃는 얼굴을 한 이 돌고래의 이름은 ‘상괭이’입니다. 회색 몸통에 주둥이가 짧고 등 지느러미가 없습니다. 사람을 피하고, 조용히 헤엄치며 생활하기 때문에 잘 알려지지 않은 종입니다.

서식지에 따라 다르긴 하지만 150cm, 몸무게는 60kg 정도로 고래치고는 작습니다. 오래전부터 우리바다에서 살고 있었는데, 크기가 돼지만 하다 해서 물돼지라 불리기도 했고, 숨소리가 ‘새액새액’댄다 하여 ‘새애기’라는 이름도 붙었습니다.

조선시대 실학자 정약전은 어류 학서 <자선어보>에서 상괭이를 인어라고 표현하기도 했습니다.

정약전 자선어보(1814년) 中
“서해와 남해에 사는 인어 중에 상광어 (尙光魚)가 있다. 사람 모양을 닮았고 두 개의 젖이 있다”

〈국립수산과학원 고래연구센터 제공〉〈국립수산과학원 고래연구센터 제공〉

■ 한 해 800마리 이상 폐사체 발견

우리보다 훨씬 먼저 한반도 바다에서 살아왔던 이 귀여운 소형 돌고래는 사실 국제적인 멸종 위기종입니다. 세계자연보전연맹은 멸종위기 생물 목록에 취약종으로 분류하기도 했습니다. 2004년 서해 연안에 서식하고 있는 상괭이는 2004년 3만 6천 마리였는데, 2016년에는 절반 이상 줄어 천 7백여 마리만 남았습니다.

2017년 정부도 이 상괭이를 해양보호생물로 관리하고 있습니다. 경남 고성 근처 바다를 상괭이 보호구역으로 지정하기도 했습니다. 이런 노력에도 상괭이는 여전히 빠르게 사라지고 있습니다.해마다 평균 8백 마리에서 천 마리 정도가 폐사체로 발견됩니다.

〈국립수산과학원 고래연구센터 제공〉〈국립수산과학원 고래연구센터 제공〉

■“혼획‘이 가장 큰 원인…그물에 탈출구까지 만들었지만...”

’혼획‘이 가장 큰 원인으로 꼽힙니다. 물고기를 따라갔던 상괭이가 그물에 걸려 숨을 쉬지 못해 죽는다는 겁니다. 그물에 끌려 배 위로 올라온 상괭이 사체는 그대로 버려집니다. 상괭이를 가지고 뭍으로 돌아오면 해양 경찰에 혼획 신고를 해야 하는데, 절차가 번거롭다 보니까 이런 일이 다반사가 됐다고 합니다.


대안은 상괭이가 탈출할 수 있도록 그물을 손보는 거였습니다. 상괭이가 가장 많이 걸리는 안강망에 정부가 탈출 장치 설치를 지원해 지금까지 63척에 보급됐습니다. 하지만 이 탈출 장치를 통해 그물로 잡은 다른 물고기를 놓칠 수 있다는 어민들 우려가 여전해 속도를 내지는 못하는 분위기입니다.

■ 혼획 실태·사인 파악 어려워

그물에 걸려 질식사하는 상괭이들이 많다고는 하지만, 정확히 얼마나 많은 상괭이가 이런 ’혼획‘ 때문에 죽는지 확인된 적은 없습니다. 또 어느 지역에서 주로 이런 일들이 많이 일어나는지, 왜 그런지 따져보지 못했습니다.

최근 들어서는 질병에 걸려 목숨을 잃은 상괭이도 늘고 있다고는 하는데, 정확한 사인이나 규모도 알려지지 않습니다.

세계자연기금 (WWF) 이영란 해양보전팀장은 “죽어있는 상괭이가 육지로 떠밀려오거나 해양 경찰이 의도적인 포획 여부를 확인한 뒤 아닌 것으로 판단되면 대부분 땅에 묻거나 태웠다”고 설명했습니다.

이 팀장은 이어 “국립수산연구원 고래연구소 인력으로는 발견되는 사체를 일일이 부검할 수도 없고, 극히 일부를 부검을 하려고 해도 얼린 사체를 다시 녹이는 과정에서 세포가 손상되고, 그렇게 되면 부검을 통해 알 수 있는 정보들이 굉장히 줄어들 수 밖에 없다”고 덧붙였습니다.

상괭이 사체 부검 확대…“상괭이 보호 대책 자료로 활용”

올해부터 해양수산부는 해양환경공단, 세계자연기금(WWF), 충북대학교, 제주대학교 등과 함께 상괭이 사체에 대한 부검을 확대합니다. 우선 지역과 거점을 더 늘리겠다는 겁니다.

부검은 먹이 자원, 생태학적 특성, 이동 경로, 사망 원인등을 파악할 수 있도록 가급적 자연상태에서 진행할 계획입니다. 이렇게 쌓은 자료는 상괭이 보호 대책을 만드는 데 사용됩니다.

해수부는 수의학 관련 전공 대학생, 해양동물 구조·치료 기관 담당자. 환경 단체 등을 대상으로 부검 교육을 실시하고, 청소년을 대상으로 상괭이 생태 교실도 운영하기로 했습니다.

해수부는 “상괭이는 해양 생태계 최상위 포식자인만큼 부검 시범 연구를 통해서 우리바다의 건강 상태를 진단하는 데도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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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웃는 돌고래’ 상괭이가 매년 800마리 죽어나간다
    • 입력 2021-05-14 06:07:32
    • 수정2021-05-14 07:29:24
    취재K

■ 웃는 돌고래 상괭이...우리 바다 터줏대감

천진난만하게 웃는 얼굴을 한 이 돌고래의 이름은 ‘상괭이’입니다. 회색 몸통에 주둥이가 짧고 등 지느러미가 없습니다. 사람을 피하고, 조용히 헤엄치며 생활하기 때문에 잘 알려지지 않은 종입니다.

서식지에 따라 다르긴 하지만 150cm, 몸무게는 60kg 정도로 고래치고는 작습니다. 오래전부터 우리바다에서 살고 있었는데, 크기가 돼지만 하다 해서 물돼지라 불리기도 했고, 숨소리가 ‘새액새액’댄다 하여 ‘새애기’라는 이름도 붙었습니다.

조선시대 실학자 정약전은 어류 학서 <자선어보>에서 상괭이를 인어라고 표현하기도 했습니다.

정약전 자선어보(1814년) 中
“서해와 남해에 사는 인어 중에 상광어 (尙光魚)가 있다. 사람 모양을 닮았고 두 개의 젖이 있다”

〈국립수산과학원 고래연구센터 제공〉
■ 한 해 800마리 이상 폐사체 발견

우리보다 훨씬 먼저 한반도 바다에서 살아왔던 이 귀여운 소형 돌고래는 사실 국제적인 멸종 위기종입니다. 세계자연보전연맹은 멸종위기 생물 목록에 취약종으로 분류하기도 했습니다. 2004년 서해 연안에 서식하고 있는 상괭이는 2004년 3만 6천 마리였는데, 2016년에는 절반 이상 줄어 천 7백여 마리만 남았습니다.

2017년 정부도 이 상괭이를 해양보호생물로 관리하고 있습니다. 경남 고성 근처 바다를 상괭이 보호구역으로 지정하기도 했습니다. 이런 노력에도 상괭이는 여전히 빠르게 사라지고 있습니다.해마다 평균 8백 마리에서 천 마리 정도가 폐사체로 발견됩니다.

〈국립수산과학원 고래연구센터 제공〉
■“혼획‘이 가장 큰 원인…그물에 탈출구까지 만들었지만...”

’혼획‘이 가장 큰 원인으로 꼽힙니다. 물고기를 따라갔던 상괭이가 그물에 걸려 숨을 쉬지 못해 죽는다는 겁니다. 그물에 끌려 배 위로 올라온 상괭이 사체는 그대로 버려집니다. 상괭이를 가지고 뭍으로 돌아오면 해양 경찰에 혼획 신고를 해야 하는데, 절차가 번거롭다 보니까 이런 일이 다반사가 됐다고 합니다.


대안은 상괭이가 탈출할 수 있도록 그물을 손보는 거였습니다. 상괭이가 가장 많이 걸리는 안강망에 정부가 탈출 장치 설치를 지원해 지금까지 63척에 보급됐습니다. 하지만 이 탈출 장치를 통해 그물로 잡은 다른 물고기를 놓칠 수 있다는 어민들 우려가 여전해 속도를 내지는 못하는 분위기입니다.

■ 혼획 실태·사인 파악 어려워

그물에 걸려 질식사하는 상괭이들이 많다고는 하지만, 정확히 얼마나 많은 상괭이가 이런 ’혼획‘ 때문에 죽는지 확인된 적은 없습니다. 또 어느 지역에서 주로 이런 일들이 많이 일어나는지, 왜 그런지 따져보지 못했습니다.

최근 들어서는 질병에 걸려 목숨을 잃은 상괭이도 늘고 있다고는 하는데, 정확한 사인이나 규모도 알려지지 않습니다.

세계자연기금 (WWF) 이영란 해양보전팀장은 “죽어있는 상괭이가 육지로 떠밀려오거나 해양 경찰이 의도적인 포획 여부를 확인한 뒤 아닌 것으로 판단되면 대부분 땅에 묻거나 태웠다”고 설명했습니다.

이 팀장은 이어 “국립수산연구원 고래연구소 인력으로는 발견되는 사체를 일일이 부검할 수도 없고, 극히 일부를 부검을 하려고 해도 얼린 사체를 다시 녹이는 과정에서 세포가 손상되고, 그렇게 되면 부검을 통해 알 수 있는 정보들이 굉장히 줄어들 수 밖에 없다”고 덧붙였습니다.

상괭이 사체 부검 확대…“상괭이 보호 대책 자료로 활용”

올해부터 해양수산부는 해양환경공단, 세계자연기금(WWF), 충북대학교, 제주대학교 등과 함께 상괭이 사체에 대한 부검을 확대합니다. 우선 지역과 거점을 더 늘리겠다는 겁니다.

부검은 먹이 자원, 생태학적 특성, 이동 경로, 사망 원인등을 파악할 수 있도록 가급적 자연상태에서 진행할 계획입니다. 이렇게 쌓은 자료는 상괭이 보호 대책을 만드는 데 사용됩니다.

해수부는 수의학 관련 전공 대학생, 해양동물 구조·치료 기관 담당자. 환경 단체 등을 대상으로 부검 교육을 실시하고, 청소년을 대상으로 상괭이 생태 교실도 운영하기로 했습니다.

해수부는 “상괭이는 해양 생태계 최상위 포식자인만큼 부검 시범 연구를 통해서 우리바다의 건강 상태를 진단하는 데도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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