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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방학대 1년]③ 아동학대 끊이지 않지만 ‘솜방망이’ 처벌…이유는?
입력 2021.05.14 (17:00) 취재K
충남 천안에서 의붓어머니의 ‘가방 감금 학대’로 9살 어린이가 세상을 떠난 지 1년이 되어갑니다. 대법원은 의붓어머니에게 징역 25년형을 확정했습니다. 사건 이후 이런 일이 반복돼선 안된다며 대책도 쏟아졌습니다. 하지만 큰 효과를 거두지 못하고 있습니다. 학대는 여전히 여기저기서 벌어집니다. [가방학대 1년]에서는 왜 아동학대가 근절되지 않는지, 당시 나온 대책의 한계는 무엇인지 살펴보겠습니다.

■ ‘5살 아들 살해’ 의붓아버지...2년 전 아동학대 ‘집행유예’

지난 2019년 인천에서 5살 의붓아들의 손과 발을 묶고 둔기로 때려 숨지게 한 20대 남성 이 모 씨.

이 씨는 의붓아들의 손과 발을 무려 25시간 동안 케이블 줄로 묶어 움직이지 못하게 한 뒤 1m 길이의 목검으로 마구 폭행한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이 씨는 이 범행 2년 전에도 숨진 첫째 아들과 둘째 아들을 온몸에 멍이 들 정도로 폭행했습니다.

그러나 그 때 이 씨에게 내려진 처벌은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

이 씨 아내가 가정생활을 유지하길 원하며 처벌을 바라지 않고 있다는 게 양형 이유였습니다.

결국, 이 씨는 집행유예 기간 중 다시 아이들과 함께 살면서 더 잔혹한 범행을 저질러, 아들을 숨지게 했습니다.

2019년 인천에서 5살 의붓아들을 살해한 혐의로 구속된 이 모 씨2019년 인천에서 5살 의붓아들을 살해한 혐의로 구속된 이 모 씨

■ 아동학대범죄 중 집행유예 45.7%, 실형 15.7%

공혜정 /대한아동학대방지협회 대표
“좀 더 엄한 처벌이 내려졌더라면 이 아이들을 그렇게 쉽게 집으로 돌려보내서 사망까지 하게 하는 결과를 초래하지 않았을 수도 있습니다.”

전문가들은, 2년 전에 좀더 엄한 처벌이 내려졌다면 아이를 보호고 있던 시설이나, 아동보호전문기관, 지자체 등이 학대 심각성을 인지하고 아이들을 집으로 돌려보내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합니다.

아동학대 범죄에 관대한 처벌은 이 사건뿐만이 아닙니다.

2019년 전국에서 유죄가 인정된 아동학대범죄 210건 가운데 집행유예가 96건(45.7%)으로 실형 선고 33건(15.7%)보다 3배가량 많았습니다.


이런 가운데 국가통계포털에 공개된 보건복지부의 피해 아동 현황에 따르면, 2019년 아동학대 건수는 3만 45건으로 2015년 만 1715건과 비교해 3배 가까이 급증했습니다.

재학대 현황도 마찬가집니다. 2015년 1,240건에서 2019년 3,431건으로 3배가량 치솟았습니다.

■ 세밀하지 못한 아동학대범죄 양형기준

아동학대 범죄에 이렇게 관대한 처벌이 내려지는 이유는 무엇일까?

범죄 유형이 다양하지만 법원의 양형 기준이 세밀하지 않은 게 한 원인으로 꼽힙니다.

현재 아동학대 범죄 가운데 아동학대치사와 중상해, 신체적·정서적 학대와 유기·방임 등 일부 금지 행위에만 양형기준이 있고 형법상 상해 등 다른 범죄에는 양형기준이 없습니다.

양형기준이 마련돼있더라도 법 적용이 적절한지에 의문이 제기됩니다. 이를테면, 신체적·정서적 학대, 유기·방임 등의 행위의 경우, ‘행위자가 보호자’이거나 ‘6세 미만을 대상으로 한 범행’에 대해서도 가중처벌이 적용되지 않고 있습니다.

최근 대전에서 40대 아버지가 8살과 7살인 두 친딸을 상습적으로 성폭행하고 학대했지만, 법원이 징역 10년을 선고했습니다. 법원이 성폭행에 대해 하한형으로 관대하게 판결한 데다 아동학대 가중처벌도 적용되지 않아, 형량이 낮았다는 비난이 일었습니다.

또 아동학대범죄 대부분이 부모가 행위자이기 때문에 아동이 자의든 타의든 처벌을 원하지 않는 경우가 많은데 감경요소인 ‘처벌불원’이 적용되는 것도 문제로 지적되고 있습니다.

대법원 양형위원회대법원 양형위원회

■ 보건복지부, 대법원 양형위원회에 개선 요청

허용/보건복지부 아동학대 처벌강화 전담팀 위원
“양형이 국민의 법감정과 계속 괴리되는 상황이 반복되고 있었고요. 아동학대 범죄 특수성을 반영한 통일적인 양형기준 마련이 필요하지 않나...”

이 때문에 보건복지부는 지난 1월, 범죄별 권고 형량을 논의하는 대법원 양형위원회에 양형기준을 개선해달라는 제안서를 제출했습니다.

당시 권덕철 보건복지부 장관은 “학대 행위자에 대한 처벌 강화를 요구하는 국민 여론을 엄중히 받아들이고 있다”면서 “아동학대범죄의 심각성에 준하는 처벌을 통해 우리 사회에서 아동학대가 절대 용납될 수 없다는 인식이 뿌리내릴 수 있도록, 사법부의 적극적인 검토를 요청드린다”고 밝혔습니다.

지난달 말 대법원 양형위원회 8기가 출범했습니다.

김영란 양형위원장은 출범식에서 “다음 달에는 국민적 요구가 큰 ‘아동학대 범죄와 양형’을 주제로 토론회를 개최할 예정”이라며 아동학대 양형기준 개선을 검토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천안 가방 감금 학대 사건과 정인이 사건 등 잔혹한 아동학대 범죄가 끊이지 않고 있는 가운데 아동학대 범죄의 특수성을 고려한 세밀한 양형기준 마련이 시급합니다.
  • [가방학대 1년]③ 아동학대 끊이지 않지만 ‘솜방망이’ 처벌…이유는?
    • 입력 2021-05-14 17:00:42
    취재K
충남 천안에서 의붓어머니의 ‘가방 감금 학대’로 9살 어린이가 세상을 떠난 지 1년이 되어갑니다. 대법원은 의붓어머니에게 징역 25년형을 확정했습니다. 사건 이후 이런 일이 반복돼선 안된다며 대책도 쏟아졌습니다. 하지만 큰 효과를 거두지 못하고 있습니다. 학대는 여전히 여기저기서 벌어집니다. [가방학대 1년]에서는 왜 아동학대가 근절되지 않는지, 당시 나온 대책의 한계는 무엇인지 살펴보겠습니다.

■ ‘5살 아들 살해’ 의붓아버지...2년 전 아동학대 ‘집행유예’

지난 2019년 인천에서 5살 의붓아들의 손과 발을 묶고 둔기로 때려 숨지게 한 20대 남성 이 모 씨.

이 씨는 의붓아들의 손과 발을 무려 25시간 동안 케이블 줄로 묶어 움직이지 못하게 한 뒤 1m 길이의 목검으로 마구 폭행한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이 씨는 이 범행 2년 전에도 숨진 첫째 아들과 둘째 아들을 온몸에 멍이 들 정도로 폭행했습니다.

그러나 그 때 이 씨에게 내려진 처벌은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

이 씨 아내가 가정생활을 유지하길 원하며 처벌을 바라지 않고 있다는 게 양형 이유였습니다.

결국, 이 씨는 집행유예 기간 중 다시 아이들과 함께 살면서 더 잔혹한 범행을 저질러, 아들을 숨지게 했습니다.

2019년 인천에서 5살 의붓아들을 살해한 혐의로 구속된 이 모 씨2019년 인천에서 5살 의붓아들을 살해한 혐의로 구속된 이 모 씨

■ 아동학대범죄 중 집행유예 45.7%, 실형 15.7%

공혜정 /대한아동학대방지협회 대표
“좀 더 엄한 처벌이 내려졌더라면 이 아이들을 그렇게 쉽게 집으로 돌려보내서 사망까지 하게 하는 결과를 초래하지 않았을 수도 있습니다.”

전문가들은, 2년 전에 좀더 엄한 처벌이 내려졌다면 아이를 보호고 있던 시설이나, 아동보호전문기관, 지자체 등이 학대 심각성을 인지하고 아이들을 집으로 돌려보내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합니다.

아동학대 범죄에 관대한 처벌은 이 사건뿐만이 아닙니다.

2019년 전국에서 유죄가 인정된 아동학대범죄 210건 가운데 집행유예가 96건(45.7%)으로 실형 선고 33건(15.7%)보다 3배가량 많았습니다.


이런 가운데 국가통계포털에 공개된 보건복지부의 피해 아동 현황에 따르면, 2019년 아동학대 건수는 3만 45건으로 2015년 만 1715건과 비교해 3배 가까이 급증했습니다.

재학대 현황도 마찬가집니다. 2015년 1,240건에서 2019년 3,431건으로 3배가량 치솟았습니다.

■ 세밀하지 못한 아동학대범죄 양형기준

아동학대 범죄에 이렇게 관대한 처벌이 내려지는 이유는 무엇일까?

범죄 유형이 다양하지만 법원의 양형 기준이 세밀하지 않은 게 한 원인으로 꼽힙니다.

현재 아동학대 범죄 가운데 아동학대치사와 중상해, 신체적·정서적 학대와 유기·방임 등 일부 금지 행위에만 양형기준이 있고 형법상 상해 등 다른 범죄에는 양형기준이 없습니다.

양형기준이 마련돼있더라도 법 적용이 적절한지에 의문이 제기됩니다. 이를테면, 신체적·정서적 학대, 유기·방임 등의 행위의 경우, ‘행위자가 보호자’이거나 ‘6세 미만을 대상으로 한 범행’에 대해서도 가중처벌이 적용되지 않고 있습니다.

최근 대전에서 40대 아버지가 8살과 7살인 두 친딸을 상습적으로 성폭행하고 학대했지만, 법원이 징역 10년을 선고했습니다. 법원이 성폭행에 대해 하한형으로 관대하게 판결한 데다 아동학대 가중처벌도 적용되지 않아, 형량이 낮았다는 비난이 일었습니다.

또 아동학대범죄 대부분이 부모가 행위자이기 때문에 아동이 자의든 타의든 처벌을 원하지 않는 경우가 많은데 감경요소인 ‘처벌불원’이 적용되는 것도 문제로 지적되고 있습니다.

대법원 양형위원회대법원 양형위원회

■ 보건복지부, 대법원 양형위원회에 개선 요청

허용/보건복지부 아동학대 처벌강화 전담팀 위원
“양형이 국민의 법감정과 계속 괴리되는 상황이 반복되고 있었고요. 아동학대 범죄 특수성을 반영한 통일적인 양형기준 마련이 필요하지 않나...”

이 때문에 보건복지부는 지난 1월, 범죄별 권고 형량을 논의하는 대법원 양형위원회에 양형기준을 개선해달라는 제안서를 제출했습니다.

당시 권덕철 보건복지부 장관은 “학대 행위자에 대한 처벌 강화를 요구하는 국민 여론을 엄중히 받아들이고 있다”면서 “아동학대범죄의 심각성에 준하는 처벌을 통해 우리 사회에서 아동학대가 절대 용납될 수 없다는 인식이 뿌리내릴 수 있도록, 사법부의 적극적인 검토를 요청드린다”고 밝혔습니다.

지난달 말 대법원 양형위원회 8기가 출범했습니다.

김영란 양형위원장은 출범식에서 “다음 달에는 국민적 요구가 큰 ‘아동학대 범죄와 양형’을 주제로 토론회를 개최할 예정”이라며 아동학대 양형기준 개선을 검토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천안 가방 감금 학대 사건과 정인이 사건 등 잔혹한 아동학대 범죄가 끊이지 않고 있는 가운데 아동학대 범죄의 특수성을 고려한 세밀한 양형기준 마련이 시급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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