염산 테러에 살인 미수…출발은 모두 ‘스토킹’이었다

입력 2021.05.15 (07:00) 수정 2021.05.15 (09: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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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3일 서울북부지법 형사9단독은 특수상해 등의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75살 편 모 씨에게 징역 3년 형을 선고했습니다.

30대 여성을 상대로 만남을 요구하다 거절당하자, 피해자의 직장을 찾아가 염산을 뿌린 사건입니다.


■ “2백만 원 줄테니 성관계 해 달라” 협박 문자도

편 씨가 직장동료로 만난 피해자를 괴롭히기 시작한 건 지난해 7월쯤입니다.

“200만 원을 줄 테니 성관계를 해달라”는 취지의 문자메시지를 보냈습니다. 문자를 본 피해자가 연락을 끊자, 피해자의 직장에 지속적으로 찾아가기 시작했습니다. 협박성 문자메시지도 계속 보냈습니다.

참다못한 피해자가 편 씨를 두 차례에 걸쳐 고소했는데, ‘다시는 찾아가거나 괴롭히지 않겠다’고 약속해 고소 취하를 받아냈습니다.

하지만 그 후에도 자신의 행동이 가족들에게 알려져 가족들과의 관계가 나빠졌다는 등의 이유로 피해자가 근무하던 식당에 찾아가 1인 시위를 하는 등 지속적으로 괴롭혔습니다.


■ 피해자 일터로 가 ‘염산 테러’까지

그러던 편 씨는 지난해 12월 12일 오후 6시 반 쯤, 미리 준비한 염산이 든 플라스틱병 2개를 들고 해당 식당으로 찾아갔습니다.

편 씨는 피해자를 향해 “큰 통에 있는 것은 네 얼굴에 뿌리고 작은 통에 있는 것은 내가 마시겠다, 가까이 와라”고 소리치며 다가갔습니다.

주변에 있던 남자 손님과 식당 직원이 말리는 사이 피해자는 식당 밖으로 달아나 화를 면할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그 순간 편 씨는 손에 있던 병을 휘둘러 염산을 뿌렸고, 말리던 남성 두 명은 팔 부위 등에 화상을 입었습니다.

재판부는 “범행 당시 피해자들이 느꼈을 공포와 고통이 상당했을 것으로 보인다”면서 “특히 피해 여성은 정신적인 고통을 호소하면서, 피고인에 대한 엄벌을 탄원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 스토킹하던 여성 집 찾아가 흉기 휘두른 20대…같은 회사에 취업까지

앞서 지난 12일에도 끔찍한 소식이 전해졌습니다. 역시 스토킹 범죄였는데요.

만나달라는 요구를 거절했다는 이유로 직장 동료인 여성의 집을 몰래 찾아가 수차례 흉기를 휘두른 28살 남성 A씨가 살인미수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사건입니다.

A 씨는 피해자인 30대 여성 B 씨를 만나려고 일부러 같은 회사에 취직하는 등 해당 여성을 오랜 기간에 걸쳐 스토킹했습니다. 수시로 연락도 하고 집도 알아내 찾아갔습니다.

지난달 18일 밤 6시 반 쯤, A 씨는 미리 구매한 흉기를 가지고 렌터카를 빌려 B 씨 집 앞에서 기다렸습니다. 그리고 집 앞에 온 B 씨의 얼굴과 목 등을 찔렀습니다.

크게 다친 B 씨는 병원으로 옮겨졌습니다. 위독한 고비는 넘겼지만 후유 장해를 얻을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 스토킹 대하는 수사기관의 인식은?

노원구 세 모녀 살인사건의 피의자 김태현처럼 여성을 대상으로 한 강력범죄는 스토킹으로부터 시작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하지만 스토킹을 대하는 경찰의 인식은 어떨까요?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소속 박완수 국민의힘 의원이 경찰청으로부터 받은 자료를 보면, 지난해 전국에서 스토킹 범죄를 112에 신고한 건수는 4,515건입니다.

이 중 경범죄처벌법에 따라 처벌받은 건수는 모두 488건에 불과합니다. 전체의 89.2%인 4,027건은 현장에서 사건 종결 처리했습니다. 그러니까 입건하는 경우는 드물고, 대부분 가해자에게 주의를 주거나 피해자에게 고소 절차 등을 안내하는 수준에 그친 경우가 많은 겁니다.


■ 스토킹 범죄 처벌법 제정했지만...“피해자 보호 미흡”

이런 그릇된 인식이 큰 범죄를 부른다는 지적에 정부는 ‘스토킹 범죄의 처벌법’을 제정했습니다. 올해 10월 21일부터 시행인데 최대 징역 5년, 벌금 5천만 원 이하의 처벌을 할 수 있게 됩니다.

하지만 이 법도 피해자에 대한 신변 안전조치 등이 부족해 실질적으로 피해자를 보호하기 어렵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습니다. 피해자가 원치 않으면 죄를 묻지 않는 ‘반의사불벌죄’ 조항도 문제로 지적됩니다.

국회입법조사처도 13일 국회의원 입법활동 지원 정보소식지에 ‘스토킹 피해자 보호 법·제도 현황과 과제’를 발표하면서 “스토킹 범죄 피해자나 신고자 등에 대한 신변안전조치나 피해자에 대한 긴급생계지원 등 추가 장치를 도입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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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염산 테러에 살인 미수…출발은 모두 ‘스토킹’이었다
    • 입력 2021-05-15 07:00:38
    • 수정2021-05-15 09:12:58
    취재K

지난 13일 서울북부지법 형사9단독은 특수상해 등의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75살 편 모 씨에게 징역 3년 형을 선고했습니다.

30대 여성을 상대로 만남을 요구하다 거절당하자, 피해자의 직장을 찾아가 염산을 뿌린 사건입니다.


■ “2백만 원 줄테니 성관계 해 달라” 협박 문자도

편 씨가 직장동료로 만난 피해자를 괴롭히기 시작한 건 지난해 7월쯤입니다.

“200만 원을 줄 테니 성관계를 해달라”는 취지의 문자메시지를 보냈습니다. 문자를 본 피해자가 연락을 끊자, 피해자의 직장에 지속적으로 찾아가기 시작했습니다. 협박성 문자메시지도 계속 보냈습니다.

참다못한 피해자가 편 씨를 두 차례에 걸쳐 고소했는데, ‘다시는 찾아가거나 괴롭히지 않겠다’고 약속해 고소 취하를 받아냈습니다.

하지만 그 후에도 자신의 행동이 가족들에게 알려져 가족들과의 관계가 나빠졌다는 등의 이유로 피해자가 근무하던 식당에 찾아가 1인 시위를 하는 등 지속적으로 괴롭혔습니다.


■ 피해자 일터로 가 ‘염산 테러’까지

그러던 편 씨는 지난해 12월 12일 오후 6시 반 쯤, 미리 준비한 염산이 든 플라스틱병 2개를 들고 해당 식당으로 찾아갔습니다.

편 씨는 피해자를 향해 “큰 통에 있는 것은 네 얼굴에 뿌리고 작은 통에 있는 것은 내가 마시겠다, 가까이 와라”고 소리치며 다가갔습니다.

주변에 있던 남자 손님과 식당 직원이 말리는 사이 피해자는 식당 밖으로 달아나 화를 면할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그 순간 편 씨는 손에 있던 병을 휘둘러 염산을 뿌렸고, 말리던 남성 두 명은 팔 부위 등에 화상을 입었습니다.

재판부는 “범행 당시 피해자들이 느꼈을 공포와 고통이 상당했을 것으로 보인다”면서 “특히 피해 여성은 정신적인 고통을 호소하면서, 피고인에 대한 엄벌을 탄원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 스토킹하던 여성 집 찾아가 흉기 휘두른 20대…같은 회사에 취업까지

앞서 지난 12일에도 끔찍한 소식이 전해졌습니다. 역시 스토킹 범죄였는데요.

만나달라는 요구를 거절했다는 이유로 직장 동료인 여성의 집을 몰래 찾아가 수차례 흉기를 휘두른 28살 남성 A씨가 살인미수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사건입니다.

A 씨는 피해자인 30대 여성 B 씨를 만나려고 일부러 같은 회사에 취직하는 등 해당 여성을 오랜 기간에 걸쳐 스토킹했습니다. 수시로 연락도 하고 집도 알아내 찾아갔습니다.

지난달 18일 밤 6시 반 쯤, A 씨는 미리 구매한 흉기를 가지고 렌터카를 빌려 B 씨 집 앞에서 기다렸습니다. 그리고 집 앞에 온 B 씨의 얼굴과 목 등을 찔렀습니다.

크게 다친 B 씨는 병원으로 옮겨졌습니다. 위독한 고비는 넘겼지만 후유 장해를 얻을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 스토킹 대하는 수사기관의 인식은?

노원구 세 모녀 살인사건의 피의자 김태현처럼 여성을 대상으로 한 강력범죄는 스토킹으로부터 시작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하지만 스토킹을 대하는 경찰의 인식은 어떨까요?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소속 박완수 국민의힘 의원이 경찰청으로부터 받은 자료를 보면, 지난해 전국에서 스토킹 범죄를 112에 신고한 건수는 4,515건입니다.

이 중 경범죄처벌법에 따라 처벌받은 건수는 모두 488건에 불과합니다. 전체의 89.2%인 4,027건은 현장에서 사건 종결 처리했습니다. 그러니까 입건하는 경우는 드물고, 대부분 가해자에게 주의를 주거나 피해자에게 고소 절차 등을 안내하는 수준에 그친 경우가 많은 겁니다.


■ 스토킹 범죄 처벌법 제정했지만...“피해자 보호 미흡”

이런 그릇된 인식이 큰 범죄를 부른다는 지적에 정부는 ‘스토킹 범죄의 처벌법’을 제정했습니다. 올해 10월 21일부터 시행인데 최대 징역 5년, 벌금 5천만 원 이하의 처벌을 할 수 있게 됩니다.

하지만 이 법도 피해자에 대한 신변 안전조치 등이 부족해 실질적으로 피해자를 보호하기 어렵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습니다. 피해자가 원치 않으면 죄를 묻지 않는 ‘반의사불벌죄’ 조항도 문제로 지적됩니다.

국회입법조사처도 13일 국회의원 입법활동 지원 정보소식지에 ‘스토킹 피해자 보호 법·제도 현황과 과제’를 발표하면서 “스토킹 범죄 피해자나 신고자 등에 대한 신변안전조치나 피해자에 대한 긴급생계지원 등 추가 장치를 도입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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