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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후] “우리 먼저 해주세요”…‘2.4 대책’ 현장 가보니
입력 2021.05.15 (09:00) 수정 2021.05.15 (09:00) 취재후·사건후
수색14구역 “마지막 개발 기회”…“공공주도 개발 첫 번째 사업지 될 것”
영등포역세권 “민간 개발 시도 이미 실패, 이번엔 꼭 돼야”…상가 건물주는 반대
공공주도 개발이지만 ‘수익성’과 ‘빠른 진행’ 강조
3년 한시 사업…속도가 중요한데, 법 개정도 아직

국토교통부의 2·4 대책이 나온 지 100일이 지났습니다. 신규 택지 지정, 공공 직접 개발, 도심 공공주택 복합사업, 소규모 정비사업 등 할 수 있는 모든 방법을 동원해 서울 32만 가구를 포함해 전국 80여만 가구를 공급하겠다는 계획입니다.

그런데 첫걸음부터 꼬였습니다. 신규 택지로 광명 시흥 신도시가 발표된 직후 LH 투기 사태가 번지며, 공공 개발에 대한 불신이 생긴 겁니다.

예정대로 공급이 이뤄질 수 있을지, 2·4 대책의 핵심인 ‘도심 공공주택 복합사업’, 이른바 공공주도 개발 후보지 현장을 찾았습니다.


■ “마지막 개발 기회”…“공공주도 개발 첫 번째 사업지 될 것”

서울 은평구 수색14구역은 5년 전 뉴타운에서 해제됐습니다. 그 사이 수색증산 뉴타운의 다른 구역에선 정비 사업이 진행됐습니다. 바로 옆 수색4구역은 이미 신축 아파트가 들어서 입주를 시작했습니다. 수색 6,7, 13구역 역시 지난해 최고 청약 경쟁률을 기록하며 분양을 마쳤습니다.


“진작 저렇게 개발 해야 했는데…. 그때만 해도 집 뺏긴다는 생각을 하고 반대를 찍었죠.” 20년 넘게 수색14구역에서 살고 있다는 한 주민이 맞은편 아파트를 바라보며 말했습니다.

지난 3월 말 수색14구역이 ‘도심 공공 복합사업’ 후보지로 지정됐습니다. 주민들은 정부 설명회가 열리기도 전부터 개발 찬성 동의서를 모으기 시작했습니다. 한 달 반 만에 땅 주인 64%가 동의서를 제출했습니다.

예정지구 지정 요건인 주민 10% 동의를 훌쩍 넘어, 본 지구 지정 요건(주민 2/3·토지 면적 1/2 동의)까지 거의 채운 것입니다.

추진위원회 관계자는 “이번 공공 재개발은 5년 내 입주가 가능하다고 해서 주민들이 더 열정적”이라고 밝혔습니다. 또 “(구역 내 토지의) 70% 정도가 1종이라 종 상향이 필수고, 신축 빌라도 곳곳에 들어서고 있어 이번에 개발이 안 되면 영원히 안 될 것”이라며 강한 의지를 보였습니다.

수색14구역에서 멀지 않은 증산4구역은 이미 주민 2/3 이상이 개발에 찬성했습니다. 지금까지 공공주도 개발 후보지 가운데 가장 먼저 본 지구 지정 요건을 채웠습니다.

추진위 관계자는 “주민 동의를 75%까지 받을 예정”이라며 “후속 법안 통과 지연으로 사업이 다소 늦어지는 게 아쉽지만, 첫 번째 사업지가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습니다.

올해 안에 동의율을 채운 후보지에는 ‘최고의 수익’을 안겨주겠다고 정부가 약속했습니다. 수색14구역, 증산4구역 외에도 다수의 후보지가 올해 안에 최대한 많은 주민 동의를 받으려고 뛰고 있는 것으로 전해집니다.


■ “민간 개발 시도는 이미 실패, 이번엔 꼭 개발돼야”…상가 건물주는 반대

하루 유동인구가 25만 명에 이르는 서울 영등포역. 역을 기준으로 남쪽은 고층 건물이 즐비한데, 북쪽은 꼬불꼬불한 골목길에 낡은 주택들이 빽빽이 들어서 있습니다.

이곳 역시 ‘도심 공공복합 사업’ 역세권 후보지로 지정됐습니다.


며칠 전 개발 동의서를 냈다는 한 주민은 “79년에 이사 왔으니까 42년 살았다. 일반 재개발은 몇 번 하다가 실패했으니까 힘들다. 죽기 전에 아파트에서 한번 살아보고 싶다”고 말했습니다.

일주일 전 추진위원회 사무실이 열리고 100여 명의 주민이 동의서를 제출했습니다. 추진위 관계자는 “노후 주택 가지신 분들은 대부분 찬성 입장이다. 그동안 개발만 기다렸는데 웬 떡이냐며 찾아오셨다”고 분위기를 전했습니다.

하지만 아직 주민 동의율은 10% 정도입니다. 개발 찬성 주민들의 동의서를 받는다는 현수막을 동네 곳곳에 걸었는데 며칠 만에 모두 철거됐습니다.

영등포역 인근 한 부동산의 공인중개사는 “정부가 찬성률을 높이려고 노후 주택 비중이 높은 지역을 후보지에 포함한 것 같다”며 “찬성하는 사람이 많긴 하지만 상가 건물주들의 반대가 심해 사업 진행이 쉽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습니다.

실제 토지 지분이 큰 영등포역 인근 상가 주인들은 반대 입장으로 알려졌습니다.

박원갑 KB국민은행 수석전문위원은 “민간 재개발을 할 때도 상가 건물주들은 손해를 보기 때문에 반대한다”며 “동의율을 충족하더라도 반대 주민들의 소송 등으로 사업이 지연될 수 있는 만큼 정부가 어떻게 주민 간 이견을 조율하는지가 중요하다”고 밝혔습니다.


■ 공공주도 개발이지만 ‘수익성’과 ‘빠른 진행’ 강조

공공주도 개발에 대한 주민 호응이 높은 데는 이유가 있습니다. ‘최대 30% 수익 보장’ 을 포함해 정부가 다양한 유인책을 제시했기 때문입니다.

1단계 종 상향 또는 법적 상한 용적률의 120%를 부여하겠다고 약속했습니다. 종 상향이 이뤄지면 용적률이 높아지고 층수 규제가 완화돼 고밀 개발이 가능해져 개발 수익도 늘어날 가능성이 커집니다.

또 지구계획과 주택건설계획 동시 수립하고, 통합 심의위원회를 운영하는 등 5년 이내 입주를 목표로 했습니다. 민간 재개발이 평균 13~15년 걸리던 것에 비하면 상당히 빠른 진행입니다.

개발 과정에서 분담금을 감당하기 힘든 주민들을 위한 대책도 마련했습니다. 분양가격 일부만 부담하고 정부와 주택 지분을 나눠 갖는 것입니다. 이 경우 앞으로 주택을 처분할 경우 정부와 지분만큼 이익을 공유해야 합니다. 물론 원할 경우 입주 후에도 추가로 지분 확보가 가능합니다.

다만 국토교통부 관계자는 “부담 능력이 없는 주민에 한정된 사례”라며, 추가 분담금을 낼 여력이 있는 주민의 경우 민간 개발과 마찬가지로 건축물과 토지 소유권을 모두 소유하게 된다고 설명했습니다.


■ 3년 한시 사업…속도가 중요한데, 법 개정도 아직

‘도심 공공주택 복합사업’은 처음 시도하는 개발 방식입니다. 공공이 주도하되 민간 시공사 선정 등은 주민들이 결정합니다.

지금까지 후보지로 선정된 곳은 서울과 부산, 대구 등에 있는 38곳입니다. 역세권, 저층 주거지 밀집 지역으로 도심 내 입지는 좋지만, 조합 내 갈등이나 수익성 부족 등으로 민간 개발이 여러 차례 무산됐던 곳들입니다.


공공주도 개발 사업은 ‘공공주택특별법’을 개정해 3년 동안 한시적으로 진행됩니다. 정부가 밝힌 사업 진행 계획을 봐도 ‘속도’에 방점이 찍혀있습니다.

후보지 가운데 주민 동의 10%를 받으면 ‘예비지구 지정’, 그로부터 1년 안에 주민 2/3 이상 동의를 받아야 사업이 확정됩니다. 다시 말해 1년 안에 동의율을 달성하지 못하면 사업 자체가 취소됩니다.

처음 정부는 오는 7월 말 예비지구를 지정하겠다고 밝혔습니다. 하지만 첫 일정부터 차질이 생겼습니다.

정부가 3월 통과를 목표로 발의한 ‘공공주택특별법’ 개정안이 야당 반대로 아직 국회 문턱을 못 넘고 있기 때문입니다. 국토교통부 관계자는 “법안 통과가 늦어지면서 예비지구 지정 시점도 한, 두 달 미뤄질 것 같다”고 밝혔습니다.

권대중 명지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2·4대책으로 상당한 물량이 공급된다는 신호를 준 것이 주택 시장 안정에 어느 정도 기여했다”고 평가하며 “정부가 인허가권을 가진 서울시와 상생하며 차질없이 사업을 추진해나가면 효과가 나타날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 [취재후] “우리 먼저 해주세요”…‘2.4 대책’ 현장 가보니
    • 입력 2021-05-15 09:00:35
    • 수정2021-05-15 09:00:52
    취재후·사건후
수색14구역 “마지막 개발 기회”…“공공주도 개발 첫 번째 사업지 될 것”<br />영등포역세권 “민간 개발 시도 이미 실패, 이번엔 꼭 돼야”…상가 건물주는 반대<br />공공주도 개발이지만 ‘수익성’과 ‘빠른 진행’ 강조<br />3년 한시 사업…속도가 중요한데, 법 개정도 아직

국토교통부의 2·4 대책이 나온 지 100일이 지났습니다. 신규 택지 지정, 공공 직접 개발, 도심 공공주택 복합사업, 소규모 정비사업 등 할 수 있는 모든 방법을 동원해 서울 32만 가구를 포함해 전국 80여만 가구를 공급하겠다는 계획입니다.

그런데 첫걸음부터 꼬였습니다. 신규 택지로 광명 시흥 신도시가 발표된 직후 LH 투기 사태가 번지며, 공공 개발에 대한 불신이 생긴 겁니다.

예정대로 공급이 이뤄질 수 있을지, 2·4 대책의 핵심인 ‘도심 공공주택 복합사업’, 이른바 공공주도 개발 후보지 현장을 찾았습니다.


■ “마지막 개발 기회”…“공공주도 개발 첫 번째 사업지 될 것”

서울 은평구 수색14구역은 5년 전 뉴타운에서 해제됐습니다. 그 사이 수색증산 뉴타운의 다른 구역에선 정비 사업이 진행됐습니다. 바로 옆 수색4구역은 이미 신축 아파트가 들어서 입주를 시작했습니다. 수색 6,7, 13구역 역시 지난해 최고 청약 경쟁률을 기록하며 분양을 마쳤습니다.


“진작 저렇게 개발 해야 했는데…. 그때만 해도 집 뺏긴다는 생각을 하고 반대를 찍었죠.” 20년 넘게 수색14구역에서 살고 있다는 한 주민이 맞은편 아파트를 바라보며 말했습니다.

지난 3월 말 수색14구역이 ‘도심 공공 복합사업’ 후보지로 지정됐습니다. 주민들은 정부 설명회가 열리기도 전부터 개발 찬성 동의서를 모으기 시작했습니다. 한 달 반 만에 땅 주인 64%가 동의서를 제출했습니다.

예정지구 지정 요건인 주민 10% 동의를 훌쩍 넘어, 본 지구 지정 요건(주민 2/3·토지 면적 1/2 동의)까지 거의 채운 것입니다.

추진위원회 관계자는 “이번 공공 재개발은 5년 내 입주가 가능하다고 해서 주민들이 더 열정적”이라고 밝혔습니다. 또 “(구역 내 토지의) 70% 정도가 1종이라 종 상향이 필수고, 신축 빌라도 곳곳에 들어서고 있어 이번에 개발이 안 되면 영원히 안 될 것”이라며 강한 의지를 보였습니다.

수색14구역에서 멀지 않은 증산4구역은 이미 주민 2/3 이상이 개발에 찬성했습니다. 지금까지 공공주도 개발 후보지 가운데 가장 먼저 본 지구 지정 요건을 채웠습니다.

추진위 관계자는 “주민 동의를 75%까지 받을 예정”이라며 “후속 법안 통과 지연으로 사업이 다소 늦어지는 게 아쉽지만, 첫 번째 사업지가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습니다.

올해 안에 동의율을 채운 후보지에는 ‘최고의 수익’을 안겨주겠다고 정부가 약속했습니다. 수색14구역, 증산4구역 외에도 다수의 후보지가 올해 안에 최대한 많은 주민 동의를 받으려고 뛰고 있는 것으로 전해집니다.


■ “민간 개발 시도는 이미 실패, 이번엔 꼭 개발돼야”…상가 건물주는 반대

하루 유동인구가 25만 명에 이르는 서울 영등포역. 역을 기준으로 남쪽은 고층 건물이 즐비한데, 북쪽은 꼬불꼬불한 골목길에 낡은 주택들이 빽빽이 들어서 있습니다.

이곳 역시 ‘도심 공공복합 사업’ 역세권 후보지로 지정됐습니다.


며칠 전 개발 동의서를 냈다는 한 주민은 “79년에 이사 왔으니까 42년 살았다. 일반 재개발은 몇 번 하다가 실패했으니까 힘들다. 죽기 전에 아파트에서 한번 살아보고 싶다”고 말했습니다.

일주일 전 추진위원회 사무실이 열리고 100여 명의 주민이 동의서를 제출했습니다. 추진위 관계자는 “노후 주택 가지신 분들은 대부분 찬성 입장이다. 그동안 개발만 기다렸는데 웬 떡이냐며 찾아오셨다”고 분위기를 전했습니다.

하지만 아직 주민 동의율은 10% 정도입니다. 개발 찬성 주민들의 동의서를 받는다는 현수막을 동네 곳곳에 걸었는데 며칠 만에 모두 철거됐습니다.

영등포역 인근 한 부동산의 공인중개사는 “정부가 찬성률을 높이려고 노후 주택 비중이 높은 지역을 후보지에 포함한 것 같다”며 “찬성하는 사람이 많긴 하지만 상가 건물주들의 반대가 심해 사업 진행이 쉽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습니다.

실제 토지 지분이 큰 영등포역 인근 상가 주인들은 반대 입장으로 알려졌습니다.

박원갑 KB국민은행 수석전문위원은 “민간 재개발을 할 때도 상가 건물주들은 손해를 보기 때문에 반대한다”며 “동의율을 충족하더라도 반대 주민들의 소송 등으로 사업이 지연될 수 있는 만큼 정부가 어떻게 주민 간 이견을 조율하는지가 중요하다”고 밝혔습니다.


■ 공공주도 개발이지만 ‘수익성’과 ‘빠른 진행’ 강조

공공주도 개발에 대한 주민 호응이 높은 데는 이유가 있습니다. ‘최대 30% 수익 보장’ 을 포함해 정부가 다양한 유인책을 제시했기 때문입니다.

1단계 종 상향 또는 법적 상한 용적률의 120%를 부여하겠다고 약속했습니다. 종 상향이 이뤄지면 용적률이 높아지고 층수 규제가 완화돼 고밀 개발이 가능해져 개발 수익도 늘어날 가능성이 커집니다.

또 지구계획과 주택건설계획 동시 수립하고, 통합 심의위원회를 운영하는 등 5년 이내 입주를 목표로 했습니다. 민간 재개발이 평균 13~15년 걸리던 것에 비하면 상당히 빠른 진행입니다.

개발 과정에서 분담금을 감당하기 힘든 주민들을 위한 대책도 마련했습니다. 분양가격 일부만 부담하고 정부와 주택 지분을 나눠 갖는 것입니다. 이 경우 앞으로 주택을 처분할 경우 정부와 지분만큼 이익을 공유해야 합니다. 물론 원할 경우 입주 후에도 추가로 지분 확보가 가능합니다.

다만 국토교통부 관계자는 “부담 능력이 없는 주민에 한정된 사례”라며, 추가 분담금을 낼 여력이 있는 주민의 경우 민간 개발과 마찬가지로 건축물과 토지 소유권을 모두 소유하게 된다고 설명했습니다.


■ 3년 한시 사업…속도가 중요한데, 법 개정도 아직

‘도심 공공주택 복합사업’은 처음 시도하는 개발 방식입니다. 공공이 주도하되 민간 시공사 선정 등은 주민들이 결정합니다.

지금까지 후보지로 선정된 곳은 서울과 부산, 대구 등에 있는 38곳입니다. 역세권, 저층 주거지 밀집 지역으로 도심 내 입지는 좋지만, 조합 내 갈등이나 수익성 부족 등으로 민간 개발이 여러 차례 무산됐던 곳들입니다.


공공주도 개발 사업은 ‘공공주택특별법’을 개정해 3년 동안 한시적으로 진행됩니다. 정부가 밝힌 사업 진행 계획을 봐도 ‘속도’에 방점이 찍혀있습니다.

후보지 가운데 주민 동의 10%를 받으면 ‘예비지구 지정’, 그로부터 1년 안에 주민 2/3 이상 동의를 받아야 사업이 확정됩니다. 다시 말해 1년 안에 동의율을 달성하지 못하면 사업 자체가 취소됩니다.

처음 정부는 오는 7월 말 예비지구를 지정하겠다고 밝혔습니다. 하지만 첫 일정부터 차질이 생겼습니다.

정부가 3월 통과를 목표로 발의한 ‘공공주택특별법’ 개정안이 야당 반대로 아직 국회 문턱을 못 넘고 있기 때문입니다. 국토교통부 관계자는 “법안 통과가 늦어지면서 예비지구 지정 시점도 한, 두 달 미뤄질 것 같다”고 밝혔습니다.

권대중 명지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2·4대책으로 상당한 물량이 공급된다는 신호를 준 것이 주택 시장 안정에 어느 정도 기여했다”고 평가하며 “정부가 인허가권을 가진 서울시와 상생하며 차질없이 사업을 추진해나가면 효과가 나타날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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