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18인데 ‘이의리의 날’?…논란 빚자 KIA “이벤트 취소”

입력 2021.05.17 (15: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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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아 타이거즈 신인 투수 이의리 선수의 투구 모습기아 타이거즈 신인 투수 이의리 선수의 투구 모습

■ 일부 야구팬, “5·18 민주화운동 기념일에 이벤트라니...”

올해 프로 무대에 데뷔한 기아 타이거즈 투수 이의리는 신인왕 후보로 꼽히고 있습니다. 칼날 같은 제구력과 승부처에서의 집중력은 이제 막 고등학교를 졸업했다고 하기에는 믿기 어려울 정도입니다.

이 때문에 미국 메이저리그에 진출한 양현종을 잇는 기대주로 주목받고 있습니다. 소속 구단인 기아 타이거즈가 신인 이의리를 위해 ‘의리의리한 데이’라는 행사를 열기로 한 이유입니다.


기아 타이거즈가 개최하려고 했던 '의리의리한 데이' [제공: 기아 타이거즈]기아 타이거즈가 개최하려고 했던 '의리의리한 데이' [제공: 기아 타이거즈]

당초 기아 타이거즈는 이의리가 홈 경기에서 선발 투수로 등판하는 오는 18일을 ‘의리의리한 데이’로 정하고 여러 행사를 준비했습니다. 이날 우선 입장 관객 1,000명에게 이의리의 투구 실루엣과 ‘의리’라는 글자가 쓰여있는 티셔츠를 나눠주고, 홈 경기인 만큼 기아의 승리를 위해 응원단도 함께 참여하려고 했습니다.

이순철 이후로 36년 만에 타이거즈 신인왕에 도전하는 이의리를 응원하는 겁니다.

하지만 행사가 반갑지 않다는 반응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행사가 열리는 날은 다름 아닌 5·18 민주화운동 기념일, 41년 전 광주 시민들이 신군부의 불의에 맞서 싸우며 민주주의를 외친 날이기 때문입니다.

일부 야구팬들이 기아 타이거즈의 이벤트를 비판하며 올린 인터넷 게시글.일부 야구팬들이 기아 타이거즈의 이벤트를 비판하며 올린 인터넷 게시글.

그동안 기아 타이거즈는 5·18을 기념하기 위해 해마다 5월 18일에는 응원단을 운영하지 않았습니다. 야구장에서 공수교대 때 진행되는 이벤트도 열리지 않았습니다. 계엄군의 진압으로 희생당한 오월 영령들을 추모하기 위해 엄숙한 분위기 속에서 경기를 치러왔습니다. 광주 야구팬들도 이날 만큼은 크게 환호성을 지르지 않고 응원을 자제해왔습니다.

그런데 올해 5월 18일에는 예년과 달리 이벤트를 한다고 하니까, 일부 광주 야구팬들의 항의가 빗발치고 있습니다.

야구팬 A씨는 “광주를 연고지로 둔 기아 타이거즈는 이유가 어찌 되었든 5월 18일에 추모의 의미로 그동안 응원도 하지 않았는데, 이벤트를 여는 게 이해가 되지 않는다”고 비판했습니다.

또 “이런 기획을 한 구단 프런트에 실망”이라며, “이번 행사를 연기할 것을 요구하는 항의 메일 보내기 운동을 전개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또 다른 야구팬 B씨는 “5.18이 광주 시민들에게 어떤 아픔이고 상처인지 다 알고 있을 텐데 올해 갑자기 이벤트를 하는지 모르겠다”며, “이의리 선수가 마지막으로 등판하는 것도 아닌데, 성급하게 이벤트를 개최해야 하는 이유를 설명해주면 좋겠다”고 이야기했습니다.

기아 타이거즈가 올린 사과문 [출처: 기아 타이거즈 홈페이지]기아 타이거즈가 올린 사과문 [출처: 기아 타이거즈 홈페이지]

■ 기아, “날짜 선정 잘못한 점 사과”...예정된 이벤트는 연기

기아 타이거즈는 “팬 여러분들의 우려를 겸허하게 받아들여 5월 18일에 열리기로 한 이벤트를 연기한다”고 입장을 밝혔습니다. 또 기아는 “신인 선수에 대한 팬 여러분들의 응원과 격려의 마음을 전하고 싶어서 마련한 행사였다”며, “날짜 선정에 있어서 사려 깊지 못한 점을 깊이 반성한다”고 사과문을 올렸습니다.

오랜만에 나온 신인을 응원하겠다며 이벤트를 기획한 구단의 마음은 알 것 같습니다.

하지만 5·18은 여전히 희생자 가족들에게는 아픔의 시간입니다. 광주를 연고지로 단단히 뿌리박고 있는 KIA가 그동안 5월 18일에는 목청 높여 응원도 하지 않았던 이유를 조금만 생각했더라면 논란은 피할 수 있지 않았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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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5·18인데 ‘이의리의 날’?…논란 빚자 KIA “이벤트 취소”
    • 입력 2021-05-17 15:10:18
    취재K
기아 타이거즈 신인 투수 이의리 선수의 투구 모습
■ 일부 야구팬, “5·18 민주화운동 기념일에 이벤트라니...”

올해 프로 무대에 데뷔한 기아 타이거즈 투수 이의리는 신인왕 후보로 꼽히고 있습니다. 칼날 같은 제구력과 승부처에서의 집중력은 이제 막 고등학교를 졸업했다고 하기에는 믿기 어려울 정도입니다.

이 때문에 미국 메이저리그에 진출한 양현종을 잇는 기대주로 주목받고 있습니다. 소속 구단인 기아 타이거즈가 신인 이의리를 위해 ‘의리의리한 데이’라는 행사를 열기로 한 이유입니다.


기아 타이거즈가 개최하려고 했던 '의리의리한 데이' [제공: 기아 타이거즈]
당초 기아 타이거즈는 이의리가 홈 경기에서 선발 투수로 등판하는 오는 18일을 ‘의리의리한 데이’로 정하고 여러 행사를 준비했습니다. 이날 우선 입장 관객 1,000명에게 이의리의 투구 실루엣과 ‘의리’라는 글자가 쓰여있는 티셔츠를 나눠주고, 홈 경기인 만큼 기아의 승리를 위해 응원단도 함께 참여하려고 했습니다.

이순철 이후로 36년 만에 타이거즈 신인왕에 도전하는 이의리를 응원하는 겁니다.

하지만 행사가 반갑지 않다는 반응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행사가 열리는 날은 다름 아닌 5·18 민주화운동 기념일, 41년 전 광주 시민들이 신군부의 불의에 맞서 싸우며 민주주의를 외친 날이기 때문입니다.

일부 야구팬들이 기아 타이거즈의 이벤트를 비판하며 올린 인터넷 게시글.
그동안 기아 타이거즈는 5·18을 기념하기 위해 해마다 5월 18일에는 응원단을 운영하지 않았습니다. 야구장에서 공수교대 때 진행되는 이벤트도 열리지 않았습니다. 계엄군의 진압으로 희생당한 오월 영령들을 추모하기 위해 엄숙한 분위기 속에서 경기를 치러왔습니다. 광주 야구팬들도 이날 만큼은 크게 환호성을 지르지 않고 응원을 자제해왔습니다.

그런데 올해 5월 18일에는 예년과 달리 이벤트를 한다고 하니까, 일부 광주 야구팬들의 항의가 빗발치고 있습니다.

야구팬 A씨는 “광주를 연고지로 둔 기아 타이거즈는 이유가 어찌 되었든 5월 18일에 추모의 의미로 그동안 응원도 하지 않았는데, 이벤트를 여는 게 이해가 되지 않는다”고 비판했습니다.

또 “이런 기획을 한 구단 프런트에 실망”이라며, “이번 행사를 연기할 것을 요구하는 항의 메일 보내기 운동을 전개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또 다른 야구팬 B씨는 “5.18이 광주 시민들에게 어떤 아픔이고 상처인지 다 알고 있을 텐데 올해 갑자기 이벤트를 하는지 모르겠다”며, “이의리 선수가 마지막으로 등판하는 것도 아닌데, 성급하게 이벤트를 개최해야 하는 이유를 설명해주면 좋겠다”고 이야기했습니다.

기아 타이거즈가 올린 사과문 [출처: 기아 타이거즈 홈페이지]
■ 기아, “날짜 선정 잘못한 점 사과”...예정된 이벤트는 연기

기아 타이거즈는 “팬 여러분들의 우려를 겸허하게 받아들여 5월 18일에 열리기로 한 이벤트를 연기한다”고 입장을 밝혔습니다. 또 기아는 “신인 선수에 대한 팬 여러분들의 응원과 격려의 마음을 전하고 싶어서 마련한 행사였다”며, “날짜 선정에 있어서 사려 깊지 못한 점을 깊이 반성한다”고 사과문을 올렸습니다.

오랜만에 나온 신인을 응원하겠다며 이벤트를 기획한 구단의 마음은 알 것 같습니다.

하지만 5·18은 여전히 희생자 가족들에게는 아픔의 시간입니다. 광주를 연고지로 단단히 뿌리박고 있는 KIA가 그동안 5월 18일에는 목청 높여 응원도 하지 않았던 이유를 조금만 생각했더라면 논란은 피할 수 있지 않았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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