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쇼맥] 이건희 미술관, 대구로 오나?

입력 2021.05.17 (19:18) 수정 2021.05.17 (19: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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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의 흐름, 사안의 맥을 짚어보는 쇼맥뉴스 시간입니다.

오늘은 먼저 그림 몇 점 소개할까합니다.

힘차게 울부짖는 '황소', 앞으로 나아가려 안간힘을 쓰고 있는 '흰 소', 모두 익숙한 작품이죠.

한국인이 가장 사랑하는 '국민 화가', 이중섭의 작품들입니다.

비 온 뒤 안개가 피어오르는 인왕산 풍경이 담긴, 이 작품도 낯익으실텐데요.

겸재 정선의 인왕제색도입니다.

조선시대 그림으론 드물게 국보로 지정됐는데요.

이 작품들의 공통점, 뭘까요?

바로 고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이 최근 기증한 미술품들입니다.

이 회장측이 이번에 기증한 미술품, 무려 2만3천여 점에 달하는데요.

국보급 수작을 비롯해 세계적인 국내외 미술품 상당수가 포함이 됐습니다.

[황희/문화체육관광부 장관/지난달 28일 : "대한민국 역사상 가장 큰 규모의 문화재와 미술품이 국가에 기증됐습니다. 국가 지정 문화재 및 예술적 사료적 가치가 높은 주요 미술품의 대규모 국가 기증은 사실상 국내에서 최초이며, 이는 해외에서도 그 유례를 찾아보기 어려울 정도의 기증 사례로 기록될 것입니다."]

자산 가치로만 3조 원대라고 하는데, 실제 사회, 문화적 가치는 환산하기 힘들다고 평가되고 있습니다.

이 회장이 기증한 문화재, 미술품에 대해 국내는 물론, 전세계 예술계의 찬사와 환영의 인사가 잇따르고 있습니다.

말 그대로 '세기의 기증'입니다.

이 어마어마한 작품들, 모두 어디에 전시될지도 궁금하시죠.

고미술품과 문화재 등 2만천6백여 점은 국립중앙박물관에 기증됐고요.

박수근, 김환기를 비롯해 모네, 피카소 등 근현대 미술품 천4백여 점은 국립현대미술관으로 갔습니다.

일부 작품들은 작가 연고지가 있는 지역 미술관 등에 기증이 됐는데, 대구미술관에도 21점이 도착했습니다.

어떤 작품들 왔는지, 잠깐 감상해볼까요?

거침없는 붓터치로 한 여인의 모습을 그린, 이인성의 '노란옷을 입은 여인상', 강렬한 색감으로 산의 모습을 풀어낸 유영국의 '산' 입니다.

'천재 화가' 이쾌대의 월북 이후의 작품, '항구'도 포함됐습니다.

이쾌대의 작품이 대구에 온 건 이번이 처음이라고 하는데요.

모두 지역 미술사 연구에 의미가 큰 작품들입니다.

[박민영/대구미술관 수집연구팀장 : "대구에서 굉장히 목말라하던 대구 출신 작가들, 한국 미술을 대표하는 작가들이 망라돼있어서 미술사적으로 굉장히 의미있는 기증이라고 생각합니다."]

대구미술관은 당초 오는 12월 이건희 미술품을 전시할 예정이었지만, 시민들의 큰 관심을 반영해 다음 달 말로 전시 일정을 당겼습니다.

그런데 '이건희 소장품'을 두고 거센 바람이 불고 있습니다.

지난달 29일 문재인 대통령의 발언이 발단이 됐죠.

이 회장의 작품들을 전시할 별도의 공간을 마련하라고 지시한 건데요.

이 회장의 소장품 2만3천여 점을 전시할 공간, 이른바 '이건희 미술관' 유치 경쟁에 불이 붙었습니다.

부산과 광주, 세종, 창원 등 전국 각 지자체들이 유치전에 나섰는데, 뛰어들지 않은 지자체가 없다고 할 정돕니다.

대구시도 유치 경쟁에 적극 나서고 있습니다.

[이상민/대구시 문화예술정책과장 : "미술 수요로 보나, 인적 자원으로 보나, 미술사적으로 보나 대구가 근대 미술계에서 가지는 저력이 워낙 크기 때문에 이건희 미술관이 유치된다면 대구로 올 것이다고 생각하고 있고…."]

대구는 1920년대부터 서울, 평양과 함께 한국 근대미술의 흐름을 주도해오고 있다고 평가받고 있고요,

삼성과의 인연도 깊은만큼, 대구가 적임지임을 내세우고 있습니다.

대구시는 지역 문화계와 예술계 인사들을 중심으로 전국 최초로 유치위원회를 구성하고 있고요,

이건희 소장품 가운데 근현대 미술품 천4백여 점을 특화한 미술관 유치를 계획하고 있습니다.

미술관이 들어설 후보지에 대한 관심도 커지고 있습니다.

문화체육관광부가 매입을 추진하고 있는 대구시청 별관 터가 가장 많이 거론되고 있고요.

고 이건희 회장 생가터인 대구 중구 인교동 일대와 옛 삼성상회가 있는 북구 침산동 삼성창조캠퍼스, 간송미술관이 들어서는 수성구 삼덕동 일대 등도 물망에 오르고 있습니다.

이에 대해 문체부는 아직까지 공식적으로 결정된 바 없다며 선을 그었습니다.

[최보근/문화체육관광부 대변인 : "미술관 설립하는 문제에 대해서는 아직까지 정부차원에서 결정된 사안은 없습니다. 다만 문체부는 고 이건희 회장 유족측의 의사를 최대한 존중하는 차원에서 최선의 대안을 찾기 위해 관계기간이 참여하는 협의체를 구성해서 긴밀히 협의하고 있고요."]

문체부는 협의체 논의를 거쳐 올해 상반기 안에 이건희 미술관 건립에 대한 구체적인 결론을 발표할 계획입니다.

스페인의 쇠락하던 공업도시, '빌바오'입니다.

1997년 구겐하임 미술관을 유치한 뒤, 빌바오는 한 해 백만 명이 찾는 세계적인 문화관광도시가 됐습니다.

'빌바오 효과'라는 말까지 생겨났을 정돈데요.

'이건희 미술관' 유치에 대한 기대로 '제2의 빌바오'를 꿈꾸는 지자체들이 많습니다.

"문화유산을 모으고 보존하는 일은 인류 문화의 미래를 위한 시대적 의무다." 故 이건희 회장이 남긴 말인데요.

갈수록 치열해지는 '이건희 미술관' 유치전 속에서 고인의 기증 정신이 훼손되거나 변질되지 않게 잘 지키는 일도 중요해보입니다.

지금까지 쇼맥뉴스 정혜미입니다.

영상편집:이병민/그래픽:김지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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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1-05-17 19:18:06
    • 수정2021-05-17 19:50:59
    뉴스7(대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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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먼저 그림 몇 점 소개할까합니다.

힘차게 울부짖는 '황소', 앞으로 나아가려 안간힘을 쓰고 있는 '흰 소', 모두 익숙한 작품이죠.

한국인이 가장 사랑하는 '국민 화가', 이중섭의 작품들입니다.

비 온 뒤 안개가 피어오르는 인왕산 풍경이 담긴, 이 작품도 낯익으실텐데요.

겸재 정선의 인왕제색도입니다.

조선시대 그림으론 드물게 국보로 지정됐는데요.

이 작품들의 공통점, 뭘까요?

바로 고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이 최근 기증한 미술품들입니다.

이 회장측이 이번에 기증한 미술품, 무려 2만3천여 점에 달하는데요.

국보급 수작을 비롯해 세계적인 국내외 미술품 상당수가 포함이 됐습니다.

[황희/문화체육관광부 장관/지난달 28일 : "대한민국 역사상 가장 큰 규모의 문화재와 미술품이 국가에 기증됐습니다. 국가 지정 문화재 및 예술적 사료적 가치가 높은 주요 미술품의 대규모 국가 기증은 사실상 국내에서 최초이며, 이는 해외에서도 그 유례를 찾아보기 어려울 정도의 기증 사례로 기록될 것입니다."]

자산 가치로만 3조 원대라고 하는데, 실제 사회, 문화적 가치는 환산하기 힘들다고 평가되고 있습니다.

이 회장이 기증한 문화재, 미술품에 대해 국내는 물론, 전세계 예술계의 찬사와 환영의 인사가 잇따르고 있습니다.

말 그대로 '세기의 기증'입니다.

이 어마어마한 작품들, 모두 어디에 전시될지도 궁금하시죠.

고미술품과 문화재 등 2만천6백여 점은 국립중앙박물관에 기증됐고요.

박수근, 김환기를 비롯해 모네, 피카소 등 근현대 미술품 천4백여 점은 국립현대미술관으로 갔습니다.

일부 작품들은 작가 연고지가 있는 지역 미술관 등에 기증이 됐는데, 대구미술관에도 21점이 도착했습니다.

어떤 작품들 왔는지, 잠깐 감상해볼까요?

거침없는 붓터치로 한 여인의 모습을 그린, 이인성의 '노란옷을 입은 여인상', 강렬한 색감으로 산의 모습을 풀어낸 유영국의 '산' 입니다.

'천재 화가' 이쾌대의 월북 이후의 작품, '항구'도 포함됐습니다.

이쾌대의 작품이 대구에 온 건 이번이 처음이라고 하는데요.

모두 지역 미술사 연구에 의미가 큰 작품들입니다.

[박민영/대구미술관 수집연구팀장 : "대구에서 굉장히 목말라하던 대구 출신 작가들, 한국 미술을 대표하는 작가들이 망라돼있어서 미술사적으로 굉장히 의미있는 기증이라고 생각합니다."]

대구미술관은 당초 오는 12월 이건희 미술품을 전시할 예정이었지만, 시민들의 큰 관심을 반영해 다음 달 말로 전시 일정을 당겼습니다.

그런데 '이건희 소장품'을 두고 거센 바람이 불고 있습니다.

지난달 29일 문재인 대통령의 발언이 발단이 됐죠.

이 회장의 작품들을 전시할 별도의 공간을 마련하라고 지시한 건데요.

이 회장의 소장품 2만3천여 점을 전시할 공간, 이른바 '이건희 미술관' 유치 경쟁에 불이 붙었습니다.

부산과 광주, 세종, 창원 등 전국 각 지자체들이 유치전에 나섰는데, 뛰어들지 않은 지자체가 없다고 할 정돕니다.

대구시도 유치 경쟁에 적극 나서고 있습니다.

[이상민/대구시 문화예술정책과장 : "미술 수요로 보나, 인적 자원으로 보나, 미술사적으로 보나 대구가 근대 미술계에서 가지는 저력이 워낙 크기 때문에 이건희 미술관이 유치된다면 대구로 올 것이다고 생각하고 있고…."]

대구는 1920년대부터 서울, 평양과 함께 한국 근대미술의 흐름을 주도해오고 있다고 평가받고 있고요,

삼성과의 인연도 깊은만큼, 대구가 적임지임을 내세우고 있습니다.

대구시는 지역 문화계와 예술계 인사들을 중심으로 전국 최초로 유치위원회를 구성하고 있고요,

이건희 소장품 가운데 근현대 미술품 천4백여 점을 특화한 미술관 유치를 계획하고 있습니다.

미술관이 들어설 후보지에 대한 관심도 커지고 있습니다.

문화체육관광부가 매입을 추진하고 있는 대구시청 별관 터가 가장 많이 거론되고 있고요.

고 이건희 회장 생가터인 대구 중구 인교동 일대와 옛 삼성상회가 있는 북구 침산동 삼성창조캠퍼스, 간송미술관이 들어서는 수성구 삼덕동 일대 등도 물망에 오르고 있습니다.

이에 대해 문체부는 아직까지 공식적으로 결정된 바 없다며 선을 그었습니다.

[최보근/문화체육관광부 대변인 : "미술관 설립하는 문제에 대해서는 아직까지 정부차원에서 결정된 사안은 없습니다. 다만 문체부는 고 이건희 회장 유족측의 의사를 최대한 존중하는 차원에서 최선의 대안을 찾기 위해 관계기간이 참여하는 협의체를 구성해서 긴밀히 협의하고 있고요."]

문체부는 협의체 논의를 거쳐 올해 상반기 안에 이건희 미술관 건립에 대한 구체적인 결론을 발표할 계획입니다.

스페인의 쇠락하던 공업도시, '빌바오'입니다.

1997년 구겐하임 미술관을 유치한 뒤, 빌바오는 한 해 백만 명이 찾는 세계적인 문화관광도시가 됐습니다.

'빌바오 효과'라는 말까지 생겨났을 정돈데요.

'이건희 미술관' 유치에 대한 기대로 '제2의 빌바오'를 꿈꾸는 지자체들이 많습니다.

"문화유산을 모으고 보존하는 일은 인류 문화의 미래를 위한 시대적 의무다." 故 이건희 회장이 남긴 말인데요.

갈수록 치열해지는 '이건희 미술관' 유치전 속에서 고인의 기증 정신이 훼손되거나 변질되지 않게 잘 지키는 일도 중요해보입니다.

지금까지 쇼맥뉴스 정혜미입니다.

영상편집:이병민/그래픽:김지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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