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와프’부터 ‘허브화’까지…뜨거운 감자 ‘백신 협력’

입력 2021.05.18 (18: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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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이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첫 정상회담을 위해 내일(19일) 출국합니다. 한미정상회담 의제 하면 늘 한반도 비핵화와 북미 협상 등이 거론되곤 했는데 이번엔 기류가 확연히 다릅니다.

가장 큰 관심사는 코로나19 백신입니다. 인간이 바이러스에 대항하는 무기인 백신이 외교 수단으로 떠오르고 있습니다.

■ 22일 한미정상회담…비핵화보다 백신?

한미정상회담은 한국 시간으로 22일 새벽에 백악관에서 진행됩니다. 회담 후에는 공동기자회견도 진행됩니다. 회담에선 한미 동맹 강화, 한반도 비핵화와 평화체제 구축 방안, 경제통상 분야 실질 협력 방안, 기후변화 대응, 코로나19 대응 협력 방안 등이 주요 의제로 다뤄집니다.

미국의 대북정책 재검토가 끝난 직후 미국은 북한에 정책 내용을 설명하겠다며 접촉을 제의한 바가 있는데요. 북한이 아직 답을 하지 않은 가운데 한미 정상이 만납니다.

한미 정상 공동 성명에 '한반도 비핵화'라는 목표를 명시하는 방안과 종전선언 추진 가능성, 또 북미가 합의한 싱가포르 선언을 계승할지 등이 주요 의제로 거론되는데요. 그동안 남북미 대화가 장기간 소강 상태였던 점을 감안하면 여기에 시선이 쏠릴 것도 같은데 이번엔 다릅니다.

최대 관심사는 단연 코로나19 백신입니다.

한국도 1억9천200만 회분(9천900만 명분)이나 백신을 확보했지만 대부분 하반기에 물량이 들어옵니다. 다음달까지 이른바 '백신 보릿고개'를 넘겨야 하는데 미국은 백신이 남아도는 상황입니다. 우리가 부족한 백신을 빌려 쓰고, 하반기 물량은 미국에 넘겨주면 어떠냐는 아이디어가 나왔고 이젠 본격 추진되는 양상입니다.

■ "8천만 회분 해외에 제공"…'백신스와프'로 '보릿고개' 넘을까?

일단 분위기는 나쁘지 않습니다. 부족한 쪽에서만 몸이 달아 있는 게 아니라 미국에서도 긍정적인 신호가 나오는 겁니다.

바이든 대통령은 "미국이 사용을 승인한 백신 2천만 도스를 향후 6주 이내에 해외에 공유하겠다"라고 말했습니다. 미국은 이미 아스트라제네카(AZ) 백신 6천만 회분을 다른 나라에 지원하겠다고 밝힌 바 있는데요. 바이든 대통령 언급은 이와는 별도로 더 내놓겠다는 겁니다. 그러니까 해외 지원 총량은 8천만 회분이 되는 거죠.

바이든 대통령과 백악관은 백신을 어떤 방식으로 어떤 나라와 어느만큼씩 공유할지는 밝히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한미간 대면 정상회담이 코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나온 지원 방침이어서 기대감도 높아집니다.


이미 주한미군은 얀센 백신을 한국군에 제공하겠다는 입장을 밝혔습니다. 제공 물량은 약 1만 3천 명분으로 군 장병들에게 제공될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주한미군은 지난해 말부터 코로나19 백신 접종을 시작했고, 전체 접종률은 70%가 넘습니다.

백신 제공 방침을 전달받은 우리 정부는 누구에게 어떻게 접종할지 검토에 들어갔습니다. 김기남 코로나19 예방접종대응추진단 예방접종관리반장은 "활용 가능성이라든지 접종 대상, 사용 절차에 대해서 관계부처와 논의가 진행 중"이라고 밝혔습니다.

■ 백신 허브화 구상…정상회담 계기 계약 체결?

한미간 백신 협력 논의의 또다른 중요한 줄기는 한국을 '백신 허브화'하는 구상입니다. 쉽게 말해 한국 바이오
기업들이 백신을 대량 생산한다는 개념입니다. 한국은 세계 2위의 바이오의약품 생산 능력을 갖춘 것으로 평가됩니다.

이번 한미정상회담을 전후해 한미 바이오 기업간 계약이 이뤄질 가능성도 있습니다. 존림 삼성바이오로직스 대표는 내일(19일), 안재용 SK바이오사이언스 대표는 20일에 미국으로 출국할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미국 기업인 모더나와 코로나19 백신 위탁생산에 사실상 합의한 것으로 전해집니다. KBS가 확인을 요구했더니 삼성바이오로직스 관계자도, 방역 당국도 '사실이 아니다'라고 하지 않고 "아직 확정되지 않아서 답할 수 없다"고 했습니다.

한미정상회담 기간에 맞춰 대표가 미국에 가는만큼, 삼성 측과 모더나가 위탁생산 계약을 체결하는 상황이 유력하게 거론됩니다.
SK바이오사이언스는 2월에 노바백스로부터 코로나19 백신 생산에 필요한 기술을 이전받았습니다. 기술이전 계약에 따라 SK바이오사이언스는 노바백스 백신을 국내에서 생산·판매할 권리를 확보한 상태인데, 이 계약을 연장할 가능성이 있습니다.

민간 기업간 협약식 또는 계약 체결식에 대통령이 참석할 가능성도 거론됩니다. 청와대 관계자는 오늘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백신 기업들이, 한국 기업과 외국 기업이 여러 가지 투자라든지 등등을 지금 협의를 진행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라면서 "대통령 참석 여부는 아직 검토 중"이라고 말했습니다.

문재인 대통령은 17일 청와대에서 수석보좌관회의를 주재하면서 "이번 방미를 백신 협력을 강화하고 백신 생산의 글로벌 허브로 나아가는 계기로 삼겠다"면서 이같은 구상을 공식화하기도 했습니다.

■ 백신 허브화, 쿼드와 연결될까?

이같은 백신 허브화는 단순히 한국 내 사용할 분량을 확보하는 차원을 넘어섭니다. 한국에서 대량 생산한 백신을 인도 태평양 지역 개도국에 공급하는 구상으로 연결됩니다. 군사와 안보 등에서 확장된 새로운 안보 개념입니다.

실제로 백신은 미국, 일본, 호주, 인도 네 나라 협의체인 쿼드의 주요 협력 분야이기도 합니다. 쿼드 국가들은 3월 첫 정상회의에서 백신과 신기술, 기후변화 등 3개 분야 협력을 선언하고 워킹그룹을 만들었습니다.

이때 논의한 백신 문제를 좀더 명확히 하면 미국의 기술에 미국과 일본의 돈, 인도의 생산 역량, 미국과 호주의 운송 역량을 결합해 2022년까지 백신 10억 회분을 생산하겠다는 구상입니다. 지원 대상은 아세안과 태평양 도서국 등 개발도상국으로 명시됐습니다.

한미 백신 협력이 사실상의 '백신 동맹'으로 발전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는 이유입니다.

공교롭게도 앞서 최종문 외교부 2차관은 14일 7개국 외교차관 화상 협의에 참여해 백신 보급 등을 논의했습니다. 7개 나라는 한국과 미국, 일본, 호주, 뉴질랜드, 베트남, 인도 등이었습니다. 쿼드 4개 회원국이 다 들어가 있고, 이른바 쿼드플러스 가입 후보로 거론되는 한국과 뉴질랜드, 베트남이 들어가 있습니다. 공교롭다고 한 이유입니다.

외교차관들은 이번 협의에서 코로나19 상황에서의 경제 재개 문제, 국제여행 촉진, 백신·치료제, 코로나19 상황의 역내 전략적 함의 등을 주제로 의견을 교환했습니다.

한미간 백신 협력이 어떤 방향과 수준으로 구체화될지, 백신을 고리로 한 협력체 구상으로까지 진화할지는 좀더 지켜봐야 합니다. 한미정상회담은 한국시각 22일 새벽에 진행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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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스와프’부터 ‘허브화’까지…뜨거운 감자 ‘백신 협력’
    • 입력 2021-05-18 18:09:28
    취재K

문재인 대통령이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첫 정상회담을 위해 내일(19일) 출국합니다. 한미정상회담 의제 하면 늘 한반도 비핵화와 북미 협상 등이 거론되곤 했는데 이번엔 기류가 확연히 다릅니다.

가장 큰 관심사는 코로나19 백신입니다. 인간이 바이러스에 대항하는 무기인 백신이 외교 수단으로 떠오르고 있습니다.

■ 22일 한미정상회담…비핵화보다 백신?

한미정상회담은 한국 시간으로 22일 새벽에 백악관에서 진행됩니다. 회담 후에는 공동기자회견도 진행됩니다. 회담에선 한미 동맹 강화, 한반도 비핵화와 평화체제 구축 방안, 경제통상 분야 실질 협력 방안, 기후변화 대응, 코로나19 대응 협력 방안 등이 주요 의제로 다뤄집니다.

미국의 대북정책 재검토가 끝난 직후 미국은 북한에 정책 내용을 설명하겠다며 접촉을 제의한 바가 있는데요. 북한이 아직 답을 하지 않은 가운데 한미 정상이 만납니다.

한미 정상 공동 성명에 '한반도 비핵화'라는 목표를 명시하는 방안과 종전선언 추진 가능성, 또 북미가 합의한 싱가포르 선언을 계승할지 등이 주요 의제로 거론되는데요. 그동안 남북미 대화가 장기간 소강 상태였던 점을 감안하면 여기에 시선이 쏠릴 것도 같은데 이번엔 다릅니다.

최대 관심사는 단연 코로나19 백신입니다.

한국도 1억9천200만 회분(9천900만 명분)이나 백신을 확보했지만 대부분 하반기에 물량이 들어옵니다. 다음달까지 이른바 '백신 보릿고개'를 넘겨야 하는데 미국은 백신이 남아도는 상황입니다. 우리가 부족한 백신을 빌려 쓰고, 하반기 물량은 미국에 넘겨주면 어떠냐는 아이디어가 나왔고 이젠 본격 추진되는 양상입니다.

■ "8천만 회분 해외에 제공"…'백신스와프'로 '보릿고개' 넘을까?

일단 분위기는 나쁘지 않습니다. 부족한 쪽에서만 몸이 달아 있는 게 아니라 미국에서도 긍정적인 신호가 나오는 겁니다.

바이든 대통령은 "미국이 사용을 승인한 백신 2천만 도스를 향후 6주 이내에 해외에 공유하겠다"라고 말했습니다. 미국은 이미 아스트라제네카(AZ) 백신 6천만 회분을 다른 나라에 지원하겠다고 밝힌 바 있는데요. 바이든 대통령 언급은 이와는 별도로 더 내놓겠다는 겁니다. 그러니까 해외 지원 총량은 8천만 회분이 되는 거죠.

바이든 대통령과 백악관은 백신을 어떤 방식으로 어떤 나라와 어느만큼씩 공유할지는 밝히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한미간 대면 정상회담이 코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나온 지원 방침이어서 기대감도 높아집니다.


이미 주한미군은 얀센 백신을 한국군에 제공하겠다는 입장을 밝혔습니다. 제공 물량은 약 1만 3천 명분으로 군 장병들에게 제공될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주한미군은 지난해 말부터 코로나19 백신 접종을 시작했고, 전체 접종률은 70%가 넘습니다.

백신 제공 방침을 전달받은 우리 정부는 누구에게 어떻게 접종할지 검토에 들어갔습니다. 김기남 코로나19 예방접종대응추진단 예방접종관리반장은 "활용 가능성이라든지 접종 대상, 사용 절차에 대해서 관계부처와 논의가 진행 중"이라고 밝혔습니다.

■ 백신 허브화 구상…정상회담 계기 계약 체결?

한미간 백신 협력 논의의 또다른 중요한 줄기는 한국을 '백신 허브화'하는 구상입니다. 쉽게 말해 한국 바이오
기업들이 백신을 대량 생산한다는 개념입니다. 한국은 세계 2위의 바이오의약품 생산 능력을 갖춘 것으로 평가됩니다.

이번 한미정상회담을 전후해 한미 바이오 기업간 계약이 이뤄질 가능성도 있습니다. 존림 삼성바이오로직스 대표는 내일(19일), 안재용 SK바이오사이언스 대표는 20일에 미국으로 출국할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미국 기업인 모더나와 코로나19 백신 위탁생산에 사실상 합의한 것으로 전해집니다. KBS가 확인을 요구했더니 삼성바이오로직스 관계자도, 방역 당국도 '사실이 아니다'라고 하지 않고 "아직 확정되지 않아서 답할 수 없다"고 했습니다.

한미정상회담 기간에 맞춰 대표가 미국에 가는만큼, 삼성 측과 모더나가 위탁생산 계약을 체결하는 상황이 유력하게 거론됩니다.
SK바이오사이언스는 2월에 노바백스로부터 코로나19 백신 생산에 필요한 기술을 이전받았습니다. 기술이전 계약에 따라 SK바이오사이언스는 노바백스 백신을 국내에서 생산·판매할 권리를 확보한 상태인데, 이 계약을 연장할 가능성이 있습니다.

민간 기업간 협약식 또는 계약 체결식에 대통령이 참석할 가능성도 거론됩니다. 청와대 관계자는 오늘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백신 기업들이, 한국 기업과 외국 기업이 여러 가지 투자라든지 등등을 지금 협의를 진행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라면서 "대통령 참석 여부는 아직 검토 중"이라고 말했습니다.

문재인 대통령은 17일 청와대에서 수석보좌관회의를 주재하면서 "이번 방미를 백신 협력을 강화하고 백신 생산의 글로벌 허브로 나아가는 계기로 삼겠다"면서 이같은 구상을 공식화하기도 했습니다.

■ 백신 허브화, 쿼드와 연결될까?

이같은 백신 허브화는 단순히 한국 내 사용할 분량을 확보하는 차원을 넘어섭니다. 한국에서 대량 생산한 백신을 인도 태평양 지역 개도국에 공급하는 구상으로 연결됩니다. 군사와 안보 등에서 확장된 새로운 안보 개념입니다.

실제로 백신은 미국, 일본, 호주, 인도 네 나라 협의체인 쿼드의 주요 협력 분야이기도 합니다. 쿼드 국가들은 3월 첫 정상회의에서 백신과 신기술, 기후변화 등 3개 분야 협력을 선언하고 워킹그룹을 만들었습니다.

이때 논의한 백신 문제를 좀더 명확히 하면 미국의 기술에 미국과 일본의 돈, 인도의 생산 역량, 미국과 호주의 운송 역량을 결합해 2022년까지 백신 10억 회분을 생산하겠다는 구상입니다. 지원 대상은 아세안과 태평양 도서국 등 개발도상국으로 명시됐습니다.

한미 백신 협력이 사실상의 '백신 동맹'으로 발전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는 이유입니다.

공교롭게도 앞서 최종문 외교부 2차관은 14일 7개국 외교차관 화상 협의에 참여해 백신 보급 등을 논의했습니다. 7개 나라는 한국과 미국, 일본, 호주, 뉴질랜드, 베트남, 인도 등이었습니다. 쿼드 4개 회원국이 다 들어가 있고, 이른바 쿼드플러스 가입 후보로 거론되는 한국과 뉴질랜드, 베트남이 들어가 있습니다. 공교롭다고 한 이유입니다.

외교차관들은 이번 협의에서 코로나19 상황에서의 경제 재개 문제, 국제여행 촉진, 백신·치료제, 코로나19 상황의 역내 전략적 함의 등을 주제로 의견을 교환했습니다.

한미간 백신 협력이 어떤 방향과 수준으로 구체화될지, 백신을 고리로 한 협력체 구상으로까지 진화할지는 좀더 지켜봐야 합니다. 한미정상회담은 한국시각 22일 새벽에 진행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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