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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고양이가 물건이라고요?…“제3의 지위를”
입력 2021.05.19 (07:00) 수정 2021.05.19 (16:27) 취재K
내 가족인 개, 고양이가 ‘물건’이라고요?...민법상 법적 지위 ‘물건’
반려동물 인구 1,500만 명 돌파...반려동물 지위 달라질까?
반려동물의 범위...보상 더 받으려는 꼼수는 어떡해?
반려동물 인구 1,500만 명 돌파…개와 고양이는 ‘민법’상 다른 물건과 동일하게 물건으로 취급되고 있다반려동물 인구 1,500만 명 돌파…개와 고양이는 ‘민법’상 다른 물건과 동일하게 물건으로 취급되고 있다



50대 A 씨는 휴일이면 반려견을 데리고 인근의 공원을 찾았습니다. 같이 뛰기도 하고, 안아주고, 사진도 찍고 같이 보내는 시간도 점점 늘었습니다. A 씨에게 반려견은 가족 같은 존재였습니다. 아니 가족이었습니다. 그런데 이제 볼 수가 없습니다. 지난해 변비가 있어 관장 치료를 받게 한 동물병원에 입원을 시켰는데, 몇 시간 뒤 동물병원에서 다급한 전화가 걸려왔습니다. 병원에 도착해 보니 몇 시간 전까지만 해도 자신에게 꼬리를 흔들며 이리저리 뛰놀던 반려견은 축 늘어져 있었습니다. 관장을 하다 과다출혈이 발생해 숨졌다는 게 병원의 설명이었습니다.

A 씨는 동물병원에 과실이 있는 만큼 해당 병원을 상대로 형사고소를 하려고 했습니다. 하지만 할 수 없다는 얘기를 들었습니다. 그래서 법원에 민사상 손해배상청구소송을 제기했습니다. 그리고 위자료를 받았습니다. A 씨에게는 가족 같은 존재가 죽었지만 받은 돈은 150만 원이었습니다. 6개월 넘게 걸린 소송 끝에 변호사 선임 비용보다 적은 돈을 받았습니다. 목숨값이 아니었기 때문입니다. 물건, 좀 더 자세하게 말하면 ‘ 대체 불가능한 물건’ 값이라는 겁니다.

소송을 대리한 한두환 변호사(법무법인 하민)는 민법 98조를 언급했습니다.

“동물은 현행 <민법>상 다른 물건과 동일하게 물건으로 취급되고 있습니다. 반려견도 물건에 해당하고, 반려견이 의료사고로 사망하였더라도 이는 과실로 물건을 손괴한 것에 해당할 뿐이어서 형사 처벌은 어렵습니다

그리고 반려견의 사망사건에 대해 위자료를 인정했다고 해도, 반려견을 물건이 아닌 것으로 본 것이라 할 수 없습니다. 물건의 경우에도 그 물건이 ‘대체 불가능한 물건’의 경우에는 위자료가 인정됩니다. 가령 자신이 오랫동안 수집한 우표나 앨범 등이 훼손됐다면 마찬가지로 위자료가 인정될 수 있습니다. A 씨의 반려견 사망으로 인정된 위자료는 사람이 사망한 경우와는 달리 오랫동안 수집한 우표나 앨범같이 대체 불가능한 물건이 훼손되었을 경우에 인정되는 수준에 불과했던 겁니다”

A 씨는 여전히 이 같은 판결을 받아들이기 힘듭니다. 1인 가구 증가 등으로 반려견과 반려묘 등을 키우는 인구는 1,500만 명을 넘어섰습니다. 반려동물을 바라볼 때 키우는 사람과 키우는 않는 사람의 인식 차이가 존재한다고 하지만 현행 민법이 법의 적용 대상을 인간, 인간이 소유한 물건 두 분류로만 규정하는 건 빠르게 변화하는 현실을 반영하지 못한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는데요.

법무부, 민법 개정안 추진(반려동물 물건→제 3의 지위)법무부, 민법 개정안 추진(반려동물 물건→제 3의 지위)

■“반려동물 인구 1,500만 명 돌파”...사람과 물건을 넘어 ‘제 3의 지위’

법무부가 최근 ‘사회적 공존·1인 가구TF’ 회의를 하고 반려동물에게 ‘물건’이 아닌 ‘제3의 지위’를 부여하는 방안 등에 대해 의견을 모았습니다.

반려동물을 물건으로 분류함에 따라 죽거나 다쳤을 때 배상의 정도가 낮고 동물 학대에 대한 처벌 또한 미미하고, 채무자가 빚을 못 갚으면 강제집행 대상이 되는 등의 문제가 발생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회의를 주재한 정재민 법무부 법무심의관은 “회의에서 반려동물을 일반 물건과 구분할 필요가 있고 그런 구분이 의미가 있다는 데 의견이 모였다”고 설명했습니다.

정재민 법무부 법무심의관

“반려동물에 대해 강제집행을 금지하는 것에 대해선 회의 참석자들 가운데 특별한 이견이 없었습니다.

다만 강제집행이 금지되는 반려동물의 범위에 대해서는 동물보호법상의 반려동물 개념을 차용하는 것보다는 강제집행법 자체에서 독자적으로 규정할 필요가 있다는 게 많은 분의 의견이었습니다.”

현행 동물보호법에서 규정하는 반려동물의 범위는 개와 고양이, 토끼, 페럿, 기니피그, 햄스터만으로 규정하고 있는데요. 하지만 이렇게 몇몇 종(種)으로만 반려동물을 규정하게 되면 반려동물과 보호자와의 정서적인 관계, 교류라는 중요한 부분이 반려동물 개념에 반영되지 않는다는 문제가 생깁니다.

새로운 법적 지위 ...반려동물의 범위는?

반려동물에게 물건이 아닌 새로운 법적 지위가 인정되면 새로운 논쟁도 뜨거워질 것으로 보입니다.

현행법상으로는 관장을 받다 과다출혈로 반려견을 잃은 A 씨의 경우처럼 반려동물이 사망한 경우는 손괴죄가 문제 될 뿐이고 , 손괴죄는 고의범만 처벌하고 과실범은 처벌하지 않기 때문에 의료사고의 경우는 형사적 책임을 묻기 어렵습니다. 하지만 법이 바뀌면 상황이 달라지는 겁니다.

한두환 변호사(법무법인 하민)

“반려동물에게 제3의 법적 지위가 인정된다면 사람의 의료사고에서 업무상과실치사상죄가 적용되는 것처럼 새로운 형사적인 규정이 필요할 수 있습니다.

또한, 반려동물이 난치병 등으로 고통을 받는 경우는 안락사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는 현행법상 사람에게는 안락사가 인정되지 않지만, 동물은 물건에 해당하기에 가능한 일입니다. 그런데 동물에게 제3의 법적 지위가 인정된다면 동물의 안락사를 어떻게 볼 것인지도 사회적 논의가 필요할 것으로 보입니다”

그리고 앞서 짧게 언급됐지만, 무엇보다 반려동물의 범위를 어디까지 둘지 사회적 합의가 필요합니다.

동물에게 제3의 법적 지위를 인정하는 취지는 동물이 무생물체와 달리 사람과 정서적인 교류가 가능하고, 보호자에게도 그것이 정신적인 의미가 있기 때문입니다.

한두환 변호사(법무법인 하민)

반려동물의 범위를 종(種)으로 나눌 것이 아니라, 사안별로 보호자와 정서적인 교류가 가능한 상황이었는지를 기준으로 판단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판단됩니다. 그리고 그런 정서적 교류가 가능한 상황이었는지를 주장하는 측, 일반적으로 그 보호자가 주장, 입증하도록 해 제반 사정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판단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봅니다.

그러나 반려동물에게 고유한 법적 지위를 부여할 경우 어떤 새로문 문제들이 나타날 지도 고려해야 합니다. 실제로는 영리 목적으로 소유하면서 사고가 나면 ‘반려동물’이라며 보상과 배상을 더 요구하는 식의 남용 가능성도 있기 때문입니다. 반려동물의 ‘정의’와 반려동물인지의 ‘입증 방식’ 등에 대한 법적 규정이 쉽지만은 않아보입니다.

법무부는 이번 TF에서 논의된 내용을 바탕으로 내외부적으로 법리검토를 거쳐 올해 하반기 반려동물에게 제3의 지위를 부여하는 민법 개정안을 내놓을 계획입니다.
  • 개·고양이가 물건이라고요?…“제3의 지위를”
    • 입력 2021-05-19 07:00:45
    • 수정2021-05-19 16:27:51
    취재K
내 가족인 개, 고양이가 ‘물건’이라고요?...민법상 법적 지위 ‘물건’<br />반려동물 인구 1,500만 명 돌파...반려동물 지위 달라질까?<br />반려동물의 범위...보상 더 받으려는 꼼수는 어떡해?
반려동물 인구 1,500만 명 돌파…개와 고양이는 ‘민법’상 다른 물건과 동일하게 물건으로 취급되고 있다반려동물 인구 1,500만 명 돌파…개와 고양이는 ‘민법’상 다른 물건과 동일하게 물건으로 취급되고 있다



50대 A 씨는 휴일이면 반려견을 데리고 인근의 공원을 찾았습니다. 같이 뛰기도 하고, 안아주고, 사진도 찍고 같이 보내는 시간도 점점 늘었습니다. A 씨에게 반려견은 가족 같은 존재였습니다. 아니 가족이었습니다. 그런데 이제 볼 수가 없습니다. 지난해 변비가 있어 관장 치료를 받게 한 동물병원에 입원을 시켰는데, 몇 시간 뒤 동물병원에서 다급한 전화가 걸려왔습니다. 병원에 도착해 보니 몇 시간 전까지만 해도 자신에게 꼬리를 흔들며 이리저리 뛰놀던 반려견은 축 늘어져 있었습니다. 관장을 하다 과다출혈이 발생해 숨졌다는 게 병원의 설명이었습니다.

A 씨는 동물병원에 과실이 있는 만큼 해당 병원을 상대로 형사고소를 하려고 했습니다. 하지만 할 수 없다는 얘기를 들었습니다. 그래서 법원에 민사상 손해배상청구소송을 제기했습니다. 그리고 위자료를 받았습니다. A 씨에게는 가족 같은 존재가 죽었지만 받은 돈은 150만 원이었습니다. 6개월 넘게 걸린 소송 끝에 변호사 선임 비용보다 적은 돈을 받았습니다. 목숨값이 아니었기 때문입니다. 물건, 좀 더 자세하게 말하면 ‘ 대체 불가능한 물건’ 값이라는 겁니다.

소송을 대리한 한두환 변호사(법무법인 하민)는 민법 98조를 언급했습니다.

“동물은 현행 <민법>상 다른 물건과 동일하게 물건으로 취급되고 있습니다. 반려견도 물건에 해당하고, 반려견이 의료사고로 사망하였더라도 이는 과실로 물건을 손괴한 것에 해당할 뿐이어서 형사 처벌은 어렵습니다

그리고 반려견의 사망사건에 대해 위자료를 인정했다고 해도, 반려견을 물건이 아닌 것으로 본 것이라 할 수 없습니다. 물건의 경우에도 그 물건이 ‘대체 불가능한 물건’의 경우에는 위자료가 인정됩니다. 가령 자신이 오랫동안 수집한 우표나 앨범 등이 훼손됐다면 마찬가지로 위자료가 인정될 수 있습니다. A 씨의 반려견 사망으로 인정된 위자료는 사람이 사망한 경우와는 달리 오랫동안 수집한 우표나 앨범같이 대체 불가능한 물건이 훼손되었을 경우에 인정되는 수준에 불과했던 겁니다”

A 씨는 여전히 이 같은 판결을 받아들이기 힘듭니다. 1인 가구 증가 등으로 반려견과 반려묘 등을 키우는 인구는 1,500만 명을 넘어섰습니다. 반려동물을 바라볼 때 키우는 사람과 키우는 않는 사람의 인식 차이가 존재한다고 하지만 현행 민법이 법의 적용 대상을 인간, 인간이 소유한 물건 두 분류로만 규정하는 건 빠르게 변화하는 현실을 반영하지 못한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는데요.

법무부, 민법 개정안 추진(반려동물 물건→제 3의 지위)법무부, 민법 개정안 추진(반려동물 물건→제 3의 지위)

■“반려동물 인구 1,500만 명 돌파”...사람과 물건을 넘어 ‘제 3의 지위’

법무부가 최근 ‘사회적 공존·1인 가구TF’ 회의를 하고 반려동물에게 ‘물건’이 아닌 ‘제3의 지위’를 부여하는 방안 등에 대해 의견을 모았습니다.

반려동물을 물건으로 분류함에 따라 죽거나 다쳤을 때 배상의 정도가 낮고 동물 학대에 대한 처벌 또한 미미하고, 채무자가 빚을 못 갚으면 강제집행 대상이 되는 등의 문제가 발생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회의를 주재한 정재민 법무부 법무심의관은 “회의에서 반려동물을 일반 물건과 구분할 필요가 있고 그런 구분이 의미가 있다는 데 의견이 모였다”고 설명했습니다.

정재민 법무부 법무심의관

“반려동물에 대해 강제집행을 금지하는 것에 대해선 회의 참석자들 가운데 특별한 이견이 없었습니다.

다만 강제집행이 금지되는 반려동물의 범위에 대해서는 동물보호법상의 반려동물 개념을 차용하는 것보다는 강제집행법 자체에서 독자적으로 규정할 필요가 있다는 게 많은 분의 의견이었습니다.”

현행 동물보호법에서 규정하는 반려동물의 범위는 개와 고양이, 토끼, 페럿, 기니피그, 햄스터만으로 규정하고 있는데요. 하지만 이렇게 몇몇 종(種)으로만 반려동물을 규정하게 되면 반려동물과 보호자와의 정서적인 관계, 교류라는 중요한 부분이 반려동물 개념에 반영되지 않는다는 문제가 생깁니다.

새로운 법적 지위 ...반려동물의 범위는?

반려동물에게 물건이 아닌 새로운 법적 지위가 인정되면 새로운 논쟁도 뜨거워질 것으로 보입니다.

현행법상으로는 관장을 받다 과다출혈로 반려견을 잃은 A 씨의 경우처럼 반려동물이 사망한 경우는 손괴죄가 문제 될 뿐이고 , 손괴죄는 고의범만 처벌하고 과실범은 처벌하지 않기 때문에 의료사고의 경우는 형사적 책임을 묻기 어렵습니다. 하지만 법이 바뀌면 상황이 달라지는 겁니다.

한두환 변호사(법무법인 하민)

“반려동물에게 제3의 법적 지위가 인정된다면 사람의 의료사고에서 업무상과실치사상죄가 적용되는 것처럼 새로운 형사적인 규정이 필요할 수 있습니다.

또한, 반려동물이 난치병 등으로 고통을 받는 경우는 안락사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는 현행법상 사람에게는 안락사가 인정되지 않지만, 동물은 물건에 해당하기에 가능한 일입니다. 그런데 동물에게 제3의 법적 지위가 인정된다면 동물의 안락사를 어떻게 볼 것인지도 사회적 논의가 필요할 것으로 보입니다”

그리고 앞서 짧게 언급됐지만, 무엇보다 반려동물의 범위를 어디까지 둘지 사회적 합의가 필요합니다.

동물에게 제3의 법적 지위를 인정하는 취지는 동물이 무생물체와 달리 사람과 정서적인 교류가 가능하고, 보호자에게도 그것이 정신적인 의미가 있기 때문입니다.

한두환 변호사(법무법인 하민)

반려동물의 범위를 종(種)으로 나눌 것이 아니라, 사안별로 보호자와 정서적인 교류가 가능한 상황이었는지를 기준으로 판단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판단됩니다. 그리고 그런 정서적 교류가 가능한 상황이었는지를 주장하는 측, 일반적으로 그 보호자가 주장, 입증하도록 해 제반 사정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판단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봅니다.

그러나 반려동물에게 고유한 법적 지위를 부여할 경우 어떤 새로문 문제들이 나타날 지도 고려해야 합니다. 실제로는 영리 목적으로 소유하면서 사고가 나면 ‘반려동물’이라며 보상과 배상을 더 요구하는 식의 남용 가능성도 있기 때문입니다. 반려동물의 ‘정의’와 반려동물인지의 ‘입증 방식’ 등에 대한 법적 규정이 쉽지만은 않아보입니다.

법무부는 이번 TF에서 논의된 내용을 바탕으로 내외부적으로 법리검토를 거쳐 올해 하반기 반려동물에게 제3의 지위를 부여하는 민법 개정안을 내놓을 계획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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