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억 코인’ 나오면 2030 모두 부자?”…가상화폐 제도화 위한 질문들

입력 2021.05.19 (09:01) 수정 2021.05.19 (16: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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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약

정부, 특금법 기반으로 제도화할 듯
국회, 별도법으로 투자자 보호 추진
전문가 “가상화폐 사회적 가치 논의가 먼저”



“그림을 사고파는데 양도 차액이 있으면 세금을 내고 있는 걸로 알고 있는데, 다 보호해줘야 하느냐, (가격이) 떨어진 거에 대해서 책임을 져야 한다는 건 아니거든요.”

은성수 금융위원장은 지난달 22일 국회 정무위원회에 출석해 이렇게 말했다. 이 발언은 가상화폐 투자자를 주식 투자자처럼 보호해 줄 수는 없다는 뜻으로 받아들여졌다.

여당에서도 비판 여론이 나왔고,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은 위원장 해임 청원이 올라와 18만 명이 넘게 동의하면서 ‘가상화폐 제도화 논란’으로 번졌다.

이후 가상화폐를 제도권으로 편입해 투자자를 보호하는 것에는 공감대가 생기고 있다. 여당과 정부는 최근 고위 당정 협의회에서 가상화폐 제도화에 대해 논의하기도 했다.

여당에선 관련법을 2건 발의했는데, 제도화를 두고 다양한 의견이 나온다.


■ 정부, 특금법 바탕으로 규제…주무부처 금융위원회 될 듯

정부는 조만간 가상화폐 주무부처를 정하고 투자자 혼란을 막는 데 본격적으로 나설 예정이다. 그 중심엔 특정금융정보법(특금법)이 있다.

특금법에 따라 가상화폐 거래소는 9월까지는 은행을 통해 고객 실명계좌를 확보해야 한다. 이 과정에서 은행의 인정을 못 받은 부실한 거래소는 퇴출당하고, 안정적인 거래 환경을 갖춘 거래소만 남을 거라는 게 시장의 예측이다.

정부도 비슷한 생각을 하고 있다. 김부겸 국무총리는 어제(18일) 국무회의에서 “오는 9월까지 진행되는 가상자산 사업자 신고가 완료되면, 시장의 투명성이 한층 높아질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어 “금융위원회 등 관계부처는 가상자산 사업자의 신고 촉진을 위한 홍보 등을 지속 추진하고, 사기·불법 다단계 등 관련 불법행위에 대해서는 더욱 엄정히 대응해 국민들의 피해를 사전에 차단해 주시기를 부탁드린다”고 덧붙였다.

특금법의 담당 부처는 금융위와 법무부다. 법무부는 자금세탁 방지 쪽에 초점에 맞춰져 있어서 시장 투명화나 투자자 보호는 금융위가 주무부처가 될 가능성이 크다.



■ 여당, ‘가상자산법’ 발의…야당도 준비 중

그러나 특금법을 통해서는 시세 조종이나 해킹 등을 막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의견도 만만치 않은 상황이다.

김범준 단국대 법학과 교수는 지난 13일 국회 토론회에서 “특금법의 초점이 자금세탁 방지에만 국한돼 이용자 보호를 위한 법·제도적 공백이 존재한다”며 투자자 보호 등을 목적으로 하는 가상자산산업발전법 제정을 제안했다.

더불어민주당에서는 지난 7일 이용우 의원이 가상화폐 투자 보호방안을 담은 ‘가상자산업법’을 발의했다. 시세조종과 해킹 등을 막는 내용과 함께 가상화폐 거래소가 금융위원회 인가를 받는 내용이 담긴 게 특징이다.

어제는 김병욱 의원이 ‘가상자산업 발전 및 이용자 보호에 관한 법률’을 대표 발의했다. 거래소의 금융위 인가보다는 느슨한 거래소 등록 및 신고를 하도록 한 게 특징이다.

국민의힘에서도 일부 의원들이 법안 발의를 준비 중인데, 금융위 산하에 위원회를 만들어 가상화폐 상장을 심사해 승인하는 내용 등이 담길 것으로 알려졌다.


■ “2030 위한 복권이 나을 수도”

가상화폐 제도화는 이렇게 특금법을 중심으로 규제하려는 정부와 별도로 법을 만들려는 국회의 입장에 조금 차이가 있다. 이런 차이는 국회 입법 논의 과정 등에서 조율될 거로 보이는데, 이 과정에서 가상화폐의 사회적 가치를 꼭 따져봐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이병욱 서울과학종합대학원 디지털 금융 MBA 주임교수는 가상화폐와 거래 방식이 비슷한 주식을 예로 들었다.

이 교수는 “사행성에 의해서 이익을 얻는 구조이기 때문에 주식 자체는 원래 도박”이라며 “자본시장 역할을 하기 때문에 사회적 이익이 더 크다고 생각해서 (도박죄에 대해) 면책을 준 것”이라고 주장했다.

실제로 자본시장법 제10조에서는 금융투자업에는 형법 제246조(도박죄)를 적용하지 않는다는 내용이 있다.

이 교수는 “우리가 제일 먼저 논의해야 할 것은 가상화폐 시장이 활성화됐을 때, 예를 들어 비트코인이 1억이 되고 10억이 됐을 때 ‘사회에 무슨 이익이 되느냐’, ‘우리나라가 부유한 국가가 되느냐’, ‘2030 젊은이가 다 부자가 되느냐’다”라고 말했다.

이 교수는 사회적 논의를 해야 한다는 의견과 별도로 가상화폐에 대해선 “2030 청년들을 위한다면 차라리 2030 복권 사업을 더 늘려주는 게 훨씬 더 이 사람들이 사다리를 올라가는 데 도움이 되는 것”이라며 “가상화폐는 한 명이 부자가 되기 위해서는 1만 명을 짓밟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 “금융위가 나서서 ‘가상화폐 가치’ 논의해야”

또 다른 전문가는 가상화폐 제도화를 엄격하게 할 경우 시장이 사라질 수도 있다는 의견을 냈다.

홍기훈 홍익대 경영학과 교수는 “가상화폐를 금융상품으로 본다면 자본시장법을 적용해야 하고 가상화폐 거래소에 한국거래소 수준의 규제를 해야 한다”며 “이렇게 하면 비트코인도 상장 요건을 맞추지 못해 상장될 수 없고, 시장 자체가 사라질 것”이라고 말했다.

주식 시장을 규율하는 자본시장법은 거래소와 상장 요건에 대해 상당히 까다로운 규제들을 포함하고 있는데, 가상화폐 거래소나 가상화폐 발행업자가 이 요건을 맞추는 건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홍 교수는 “금융 산업이 다른 산업에 비해 더 촘촘하게 규제되는 이유는 자본조달행위가 잠재적으로 아주 많은 피해자를 한꺼번에 만들어낼 수 있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이런 점 때문에 가상화폐 제도화에는 금융상품보다 낮은 수준의 규제가 담길 가능성이 큰데, 일단 제도권 안으로 들어오면 금융상품과 비슷한 지위를 누리게 된다는 점이 문제다.

투자자 보호를 위해 만든 제도의 테두리가 의도와는 달리 가상화폐 거래소에 공신력만 줘서 이들이 수수료 수입을 올리는 데 도움을 주는 꼴이 될 수 있다는 얘기다.

이병욱 교수는 “금융위가 나서서 공청회 등을 해서 가상화폐의 사회적 가치를 찾아보고, 그 결과에 따라 국회에서 법을 새로 제정해주든지 개정해주든지 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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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0억 코인’ 나오면 2030 모두 부자?”…가상화폐 제도화 위한 질문들
    • 입력 2021-05-19 09:01:05
    • 수정2021-05-19 16:27:47
    취재K
정부, 특금법 기반으로 제도화할 듯<br />국회, 별도법으로 투자자 보호 추진<br />전문가 “가상화폐 사회적 가치 논의가 먼저”


“그림을 사고파는데 양도 차액이 있으면 세금을 내고 있는 걸로 알고 있는데, 다 보호해줘야 하느냐, (가격이) 떨어진 거에 대해서 책임을 져야 한다는 건 아니거든요.”

은성수 금융위원장은 지난달 22일 국회 정무위원회에 출석해 이렇게 말했다. 이 발언은 가상화폐 투자자를 주식 투자자처럼 보호해 줄 수는 없다는 뜻으로 받아들여졌다.

여당에서도 비판 여론이 나왔고,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은 위원장 해임 청원이 올라와 18만 명이 넘게 동의하면서 ‘가상화폐 제도화 논란’으로 번졌다.

이후 가상화폐를 제도권으로 편입해 투자자를 보호하는 것에는 공감대가 생기고 있다. 여당과 정부는 최근 고위 당정 협의회에서 가상화폐 제도화에 대해 논의하기도 했다.

여당에선 관련법을 2건 발의했는데, 제도화를 두고 다양한 의견이 나온다.


■ 정부, 특금법 바탕으로 규제…주무부처 금융위원회 될 듯

정부는 조만간 가상화폐 주무부처를 정하고 투자자 혼란을 막는 데 본격적으로 나설 예정이다. 그 중심엔 특정금융정보법(특금법)이 있다.

특금법에 따라 가상화폐 거래소는 9월까지는 은행을 통해 고객 실명계좌를 확보해야 한다. 이 과정에서 은행의 인정을 못 받은 부실한 거래소는 퇴출당하고, 안정적인 거래 환경을 갖춘 거래소만 남을 거라는 게 시장의 예측이다.

정부도 비슷한 생각을 하고 있다. 김부겸 국무총리는 어제(18일) 국무회의에서 “오는 9월까지 진행되는 가상자산 사업자 신고가 완료되면, 시장의 투명성이 한층 높아질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어 “금융위원회 등 관계부처는 가상자산 사업자의 신고 촉진을 위한 홍보 등을 지속 추진하고, 사기·불법 다단계 등 관련 불법행위에 대해서는 더욱 엄정히 대응해 국민들의 피해를 사전에 차단해 주시기를 부탁드린다”고 덧붙였다.

특금법의 담당 부처는 금융위와 법무부다. 법무부는 자금세탁 방지 쪽에 초점에 맞춰져 있어서 시장 투명화나 투자자 보호는 금융위가 주무부처가 될 가능성이 크다.



■ 여당, ‘가상자산법’ 발의…야당도 준비 중

그러나 특금법을 통해서는 시세 조종이나 해킹 등을 막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의견도 만만치 않은 상황이다.

김범준 단국대 법학과 교수는 지난 13일 국회 토론회에서 “특금법의 초점이 자금세탁 방지에만 국한돼 이용자 보호를 위한 법·제도적 공백이 존재한다”며 투자자 보호 등을 목적으로 하는 가상자산산업발전법 제정을 제안했다.

더불어민주당에서는 지난 7일 이용우 의원이 가상화폐 투자 보호방안을 담은 ‘가상자산업법’을 발의했다. 시세조종과 해킹 등을 막는 내용과 함께 가상화폐 거래소가 금융위원회 인가를 받는 내용이 담긴 게 특징이다.

어제는 김병욱 의원이 ‘가상자산업 발전 및 이용자 보호에 관한 법률’을 대표 발의했다. 거래소의 금융위 인가보다는 느슨한 거래소 등록 및 신고를 하도록 한 게 특징이다.

국민의힘에서도 일부 의원들이 법안 발의를 준비 중인데, 금융위 산하에 위원회를 만들어 가상화폐 상장을 심사해 승인하는 내용 등이 담길 것으로 알려졌다.


■ “2030 위한 복권이 나을 수도”

가상화폐 제도화는 이렇게 특금법을 중심으로 규제하려는 정부와 별도로 법을 만들려는 국회의 입장에 조금 차이가 있다. 이런 차이는 국회 입법 논의 과정 등에서 조율될 거로 보이는데, 이 과정에서 가상화폐의 사회적 가치를 꼭 따져봐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이병욱 서울과학종합대학원 디지털 금융 MBA 주임교수는 가상화폐와 거래 방식이 비슷한 주식을 예로 들었다.

이 교수는 “사행성에 의해서 이익을 얻는 구조이기 때문에 주식 자체는 원래 도박”이라며 “자본시장 역할을 하기 때문에 사회적 이익이 더 크다고 생각해서 (도박죄에 대해) 면책을 준 것”이라고 주장했다.

실제로 자본시장법 제10조에서는 금융투자업에는 형법 제246조(도박죄)를 적용하지 않는다는 내용이 있다.

이 교수는 “우리가 제일 먼저 논의해야 할 것은 가상화폐 시장이 활성화됐을 때, 예를 들어 비트코인이 1억이 되고 10억이 됐을 때 ‘사회에 무슨 이익이 되느냐’, ‘우리나라가 부유한 국가가 되느냐’, ‘2030 젊은이가 다 부자가 되느냐’다”라고 말했다.

이 교수는 사회적 논의를 해야 한다는 의견과 별도로 가상화폐에 대해선 “2030 청년들을 위한다면 차라리 2030 복권 사업을 더 늘려주는 게 훨씬 더 이 사람들이 사다리를 올라가는 데 도움이 되는 것”이라며 “가상화폐는 한 명이 부자가 되기 위해서는 1만 명을 짓밟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 “금융위가 나서서 ‘가상화폐 가치’ 논의해야”

또 다른 전문가는 가상화폐 제도화를 엄격하게 할 경우 시장이 사라질 수도 있다는 의견을 냈다.

홍기훈 홍익대 경영학과 교수는 “가상화폐를 금융상품으로 본다면 자본시장법을 적용해야 하고 가상화폐 거래소에 한국거래소 수준의 규제를 해야 한다”며 “이렇게 하면 비트코인도 상장 요건을 맞추지 못해 상장될 수 없고, 시장 자체가 사라질 것”이라고 말했다.

주식 시장을 규율하는 자본시장법은 거래소와 상장 요건에 대해 상당히 까다로운 규제들을 포함하고 있는데, 가상화폐 거래소나 가상화폐 발행업자가 이 요건을 맞추는 건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홍 교수는 “금융 산업이 다른 산업에 비해 더 촘촘하게 규제되는 이유는 자본조달행위가 잠재적으로 아주 많은 피해자를 한꺼번에 만들어낼 수 있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이런 점 때문에 가상화폐 제도화에는 금융상품보다 낮은 수준의 규제가 담길 가능성이 큰데, 일단 제도권 안으로 들어오면 금융상품과 비슷한 지위를 누리게 된다는 점이 문제다.

투자자 보호를 위해 만든 제도의 테두리가 의도와는 달리 가상화폐 거래소에 공신력만 줘서 이들이 수수료 수입을 올리는 데 도움을 주는 꼴이 될 수 있다는 얘기다.

이병욱 교수는 “금융위가 나서서 공청회 등을 해서 가상화폐의 사회적 가치를 찾아보고, 그 결과에 따라 국회에서 법을 새로 제정해주든지 개정해주든지 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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