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파원 리포트] 엑소 세훈 영화 결국 온라인 상영…中 ‘개봉 수난사’가 보여준 건?

입력 2021.05.19 (12:04) 수정 2021.05.19 (16: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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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주인공은 한국 아이돌 그룹 엑소의 세훈, 여자 주인공은 중국 배우 우첸이 맡은 영화 '캣맨(아애묘성인)'이 우여곡절 끝에 중국서 빛을 보게 됐습니다.

촬영을 시작한 지 5년, 제작이 끝난 지 무려 4년 만입니다. 하지만 애초 예상했던 극장 개봉이 아니라 영화는 온라인 플랫폼에 걸렸습니다.

중국 대표 동영상 스트리밍 플랫폼에 영화 ‘캣맨’이 상영작으로 올라온 모습중국 대표 동영상 스트리밍 플랫폼에 영화 ‘캣맨’이 상영작으로 올라온 모습

중국의 대표적인 동영상 스트리밍 플랫폼 중 하나인 망고TV에 들어가서 '바로 보기'를 누르면 다른 동영상 플랫폼으로 연결되는데요. 이곳에서 VIP 회원이면 무료로, 비회원일 경우는 5위안(우리 돈 850원)을 결제하면 볼 수 있습니다.

다른 유명 동영상 스트리밍 플랫폼 아이치이에서도 같은 방법으로 시청이 가능합니다. 21일부터는 아이치이 해외 가입자들도 볼 수 있습니다.

영화 ‘캣맨(아애묘성인)’ 홍보 사진 (출처: 웨이보)영화 ‘캣맨(아애묘성인)’ 홍보 사진 (출처: 웨이보)

영화 '캣맨'은 마법에 걸려 고양이로 변신하는 남자 주인공 세훈이 좋아하는 여자와 펼치는 '청춘 로맨스' 물입니다.

영화 '명당', '챔피언'의 박희곤 감독이 촬영하고, 그룹 엑소의 세훈이 주인공을 맡은 이른바 '한중 합작품'이지만 사실상 중국 자본으로 만들어진 중국 영화입니다.

별문제 될 것이 없어 보이는 이 영화는 대체 왜 4년 동안 중국에서 개봉되지 못했을까요?


촬영은 2016년, 개봉은 4년 뒤…왜?

알려졌다시피 중국에서는 2017년 상반기부터, 우리가 '한한령'이라고 불리는 중국 내 한류 금지령의 분위기가 널리 퍼지기 시작했습니다.

한반도에 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THAAD·사드)가 배치된 상황과 관련있지만 공식적으로 중국이 '한한령'을 직접 언급한 적은 한 번도 없습니다. 그저 그 무렵 한중 합작이라는 이름으로 제작됐거나 제작 중이었던 영화·드라마 등이 전격 중단됐거나 아예 취소됐습니다.

그룹 엑소의 멤버 세훈이 ‘캣맨’의 남자 주인공을 맡았다.그룹 엑소의 멤버 세훈이 ‘캣맨’의 남자 주인공을 맡았다.

영화 '캣맨'의 경우도 그중 하나입니다. 2017년 촬영이 끝나고 2018년 상영 허가를 받았지만, 올해까지 무려 4년이란 시간이나 개봉이 미뤄졌습니다.


■ 개봉 예고했다가 '돌연 연기'

그러던 올 초부터 '한한령' 이 해제될 수도 있을 것이란 기대감이 커지기 시작합니다. 내년은 '한중 수교 30주년'이고 이를 계기로 올해와 내년을 '한중 문화 교류의 해'로 지정했기 때문입니다.

그런 와중에 영화 '캣맨'의 공식 SNS 계정에 갑자기 '3월 14일 개봉'을 알리는 공지글이 올라옵니다. 그 바람에 영화 '캣맨'은 마치 한한령 해제의 신호탄처럼 여겨졌는데요.


영화 ‘캣맨’의 한 장면 (출처: 웨이보)영화 ‘캣맨’의 한 장면 (출처: 웨이보)

4년 만에 개봉한다는 소식도 잠시, 영화 '캣맨'은 또 한 번의 위기를 맞습니다. 개봉일을 얼마 남지 않은 시점에 하루아침에 영화 표 예매 애플리케이션 등에서 관련 정보가 설명도 없이 사라진 겁니다.

업계에서는 이를 두고 한한령이 여전한 상황에서 영화 '캣맨'이 지나치게 주목받으면서 여기에 반발하는 온라인 여론이 생겨 결국 개봉이 연기된 것이라고 분석했습니다.


■결국은 온라인 개봉…中 관영 매체가 개봉 소식 전해

이렇게 개봉되나 싶다가 돌연 연기되는 우여곡절 끝에 영화 '캣맨'은 며칠 전 또다시 기사회생하게 되는데요. 연기 두 달 여 만에 다시 개봉 소식이 발표된 건데, 놀랍게도 이번 소식은 중국 관영 매체를 통해 알려졌습니다.



중국의 관영 매체 환구시보의 영문판 글로벌타임스는 지난 13일 "대한민국 아이돌 오세훈이 주연한 2016 중국 영화, 극장 개봉 대신 온라인 상영 예정"이라는 제목으로 기사를 올립니다.

글로벌타임스는 이날 영화가 18일 온라인 상영을 시작한다는 소식과 함께 "이 영화의 개봉은 중국에서 한류가 다시 돌아오는 신호로 받아들여졌었다"고 전하기도 했는데요.


되려 이번에는 영화 배급사나 제작사에서 관련 홍보를 전혀 하지 않는 상반된 모습이 펼쳐졌습니다.

영화의 공식 SNS 계정에는 마치 지난 3월 벌어졌던 일을 의식이라도 한 듯, 온라인 상영 소식이나 홍보 글이 일절 올라오지 않았습니다. 한 마디로 소리 소문 없이 온라인 개봉을 한 것이죠.


■"그래도 긍정적 신호"…'한한령' 해제 계기 될까?

한중 합작 드라마와 영화를 제작한 경험이 있는 윤창업 '문와쳐' 제작사 대표는 이번 개봉이 비록 온라인 상영이라 할지라도 긍정적이라고 평가했습니다.

윤 대표는 먼저 "상영 허가를 취소하거나 중지시키지 않고 온라인 배급이라도 할 수 있도록" 결정했다는 점을 긍정 신호로 꼽았는데요. 어찌 됐든 한한령 이후에 한국 감독과 배우가 참여한 영화가 개봉했다는 점이 '하나의 사례'로 남게 됐다는 겁니다.

그는 이번 일로 "개봉 못 했던 한중 합작 작품들이 최소한 온라인 배급이라도 할 수 있는 분위기가 조성될 기회"가 생겼다는 점에 주목했습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이 영화는 한한령때문에 제작이 끝났지만 개봉 못 했던 작품"이라면서 "중국은 개봉하고도 문제가 있으면 하루 만에도 내리는 경우도 있기 때문에" 온라인 상영도 의미가 있다고 평가했습니다.

4년 개봉 연기→개봉 예고→돌연 연기→온라인 상영이라는 '개봉 수난사'를 겪은 영화 '캣맨'은 중국에는 아직도 '한한령'이 존재함과 동시에 '개미구멍이 둑을 무너뜨린다'는 것을 보여줄 수 있는 시험대로 떠올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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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특파원 리포트] 엑소 세훈 영화 결국 온라인 상영…中 ‘개봉 수난사’가 보여준 건?
    • 입력 2021-05-19 12:04:02
    • 수정2021-05-19 16:27:47
    특파원 리포트

남자주인공은 한국 아이돌 그룹 엑소의 세훈, 여자 주인공은 중국 배우 우첸이 맡은 영화 '캣맨(아애묘성인)'이 우여곡절 끝에 중국서 빛을 보게 됐습니다.

촬영을 시작한 지 5년, 제작이 끝난 지 무려 4년 만입니다. 하지만 애초 예상했던 극장 개봉이 아니라 영화는 온라인 플랫폼에 걸렸습니다.

중국 대표 동영상 스트리밍 플랫폼에 영화 ‘캣맨’이 상영작으로 올라온 모습
중국의 대표적인 동영상 스트리밍 플랫폼 중 하나인 망고TV에 들어가서 '바로 보기'를 누르면 다른 동영상 플랫폼으로 연결되는데요. 이곳에서 VIP 회원이면 무료로, 비회원일 경우는 5위안(우리 돈 850원)을 결제하면 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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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캣맨(아애묘성인)’ 홍보 사진 (출처: 웨이보)
영화 '캣맨'은 마법에 걸려 고양이로 변신하는 남자 주인공 세훈이 좋아하는 여자와 펼치는 '청춘 로맨스' 물입니다.

영화 '명당', '챔피언'의 박희곤 감독이 촬영하고, 그룹 엑소의 세훈이 주인공을 맡은 이른바 '한중 합작품'이지만 사실상 중국 자본으로 만들어진 중국 영화입니다.

별문제 될 것이 없어 보이는 이 영화는 대체 왜 4년 동안 중국에서 개봉되지 못했을까요?


촬영은 2016년, 개봉은 4년 뒤…왜?

알려졌다시피 중국에서는 2017년 상반기부터, 우리가 '한한령'이라고 불리는 중국 내 한류 금지령의 분위기가 널리 퍼지기 시작했습니다.

한반도에 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THAAD·사드)가 배치된 상황과 관련있지만 공식적으로 중국이 '한한령'을 직접 언급한 적은 한 번도 없습니다. 그저 그 무렵 한중 합작이라는 이름으로 제작됐거나 제작 중이었던 영화·드라마 등이 전격 중단됐거나 아예 취소됐습니다.

그룹 엑소의 멤버 세훈이 ‘캣맨’의 남자 주인공을 맡았다.
영화 '캣맨'의 경우도 그중 하나입니다. 2017년 촬영이 끝나고 2018년 상영 허가를 받았지만, 올해까지 무려 4년이란 시간이나 개봉이 미뤄졌습니다.


■ 개봉 예고했다가 '돌연 연기'

그러던 올 초부터 '한한령' 이 해제될 수도 있을 것이란 기대감이 커지기 시작합니다. 내년은 '한중 수교 30주년'이고 이를 계기로 올해와 내년을 '한중 문화 교류의 해'로 지정했기 때문입니다.

그런 와중에 영화 '캣맨'의 공식 SNS 계정에 갑자기 '3월 14일 개봉'을 알리는 공지글이 올라옵니다. 그 바람에 영화 '캣맨'은 마치 한한령 해제의 신호탄처럼 여겨졌는데요.


영화 ‘캣맨’의 한 장면 (출처: 웨이보)
4년 만에 개봉한다는 소식도 잠시, 영화 '캣맨'은 또 한 번의 위기를 맞습니다. 개봉일을 얼마 남지 않은 시점에 하루아침에 영화 표 예매 애플리케이션 등에서 관련 정보가 설명도 없이 사라진 겁니다.

업계에서는 이를 두고 한한령이 여전한 상황에서 영화 '캣맨'이 지나치게 주목받으면서 여기에 반발하는 온라인 여론이 생겨 결국 개봉이 연기된 것이라고 분석했습니다.


■결국은 온라인 개봉…中 관영 매체가 개봉 소식 전해

이렇게 개봉되나 싶다가 돌연 연기되는 우여곡절 끝에 영화 '캣맨'은 며칠 전 또다시 기사회생하게 되는데요. 연기 두 달 여 만에 다시 개봉 소식이 발표된 건데, 놀랍게도 이번 소식은 중국 관영 매체를 통해 알려졌습니다.



중국의 관영 매체 환구시보의 영문판 글로벌타임스는 지난 13일 "대한민국 아이돌 오세훈이 주연한 2016 중국 영화, 극장 개봉 대신 온라인 상영 예정"이라는 제목으로 기사를 올립니다.

글로벌타임스는 이날 영화가 18일 온라인 상영을 시작한다는 소식과 함께 "이 영화의 개봉은 중국에서 한류가 다시 돌아오는 신호로 받아들여졌었다"고 전하기도 했는데요.


되려 이번에는 영화 배급사나 제작사에서 관련 홍보를 전혀 하지 않는 상반된 모습이 펼쳐졌습니다.

영화의 공식 SNS 계정에는 마치 지난 3월 벌어졌던 일을 의식이라도 한 듯, 온라인 상영 소식이나 홍보 글이 일절 올라오지 않았습니다. 한 마디로 소리 소문 없이 온라인 개봉을 한 것이죠.


■"그래도 긍정적 신호"…'한한령' 해제 계기 될까?

한중 합작 드라마와 영화를 제작한 경험이 있는 윤창업 '문와쳐' 제작사 대표는 이번 개봉이 비록 온라인 상영이라 할지라도 긍정적이라고 평가했습니다.

윤 대표는 먼저 "상영 허가를 취소하거나 중지시키지 않고 온라인 배급이라도 할 수 있도록" 결정했다는 점을 긍정 신호로 꼽았는데요. 어찌 됐든 한한령 이후에 한국 감독과 배우가 참여한 영화가 개봉했다는 점이 '하나의 사례'로 남게 됐다는 겁니다.

그는 이번 일로 "개봉 못 했던 한중 합작 작품들이 최소한 온라인 배급이라도 할 수 있는 분위기가 조성될 기회"가 생겼다는 점에 주목했습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이 영화는 한한령때문에 제작이 끝났지만 개봉 못 했던 작품"이라면서 "중국은 개봉하고도 문제가 있으면 하루 만에도 내리는 경우도 있기 때문에" 온라인 상영도 의미가 있다고 평가했습니다.

4년 개봉 연기→개봉 예고→돌연 연기→온라인 상영이라는 '개봉 수난사'를 겪은 영화 '캣맨'은 중국에는 아직도 '한한령'이 존재함과 동시에 '개미구멍이 둑을 무너뜨린다'는 것을 보여줄 수 있는 시험대로 떠올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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