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공정위 제재 앞두고 ‘동의의결’ 신청…노림수는?

입력 2021.05.19 (12:29) 수정 2021.05.19 (16:27)

읽어주기 기능은 크롬기반의
브라우저에서만 사용하실 수 있습니다.

서울 서초동 삼성타운(연합뉴스)서울 서초동 삼성타운(연합뉴스)

급식 계열사 삼성웰스토리에 계열사 일감을 몰아준 혐의로 공정거래위원회 제재 결정을 앞둔 삼성그룹이 지난 17일 돌연 '동의의결'을 신청했다고 밝혔습니다. 피해를 구제하고 중소업체와 상생할 방안을 내놓는 대신 법 위반에 대한 심사는 면하겠다는 걸로 보이는데, '면죄부' 논란이 있는 이 제도를 선택한 까닭은 무엇일까요.

동의의결, 이동통신사에 거래상 지위를 이용해 광고비와 수리비를 떠넘긴 혐의로 공정위 조사를 받던 애플이 이 제도를 통해 제재를 면했습니다. 애플은 비용을 떠넘기던 관행을 개선하는 한편 예상 과징금 천억 원으로 기금을 조성해 소비자와 개발자 등을 지원하기로 했습니다. 절차에 따라 공정위는 애플이 법을 위반했는지는 따지지 않기로 했고 사건이 마무리됐습니다.

소비자는 일정 기간 아이폰 수리비를 할인받고, 피해기업들은 애플과 좀 더 공정한 거래를 할 수 있게 됐습니다. 애플은 '전과'를 남기지 않았죠. 모두 이득을 봤지만 이른바 '봐주기' 논란이 나왔습니다. '갑질' 혐의가 있는 기업을 제대로 조사해 엄벌해도 모자란데 공정위가 나서서 면죄부를 줬다는 겁니다. 논란이 커지자 동의의결 확정 브리핑에 조성욱 공정거래위원장이 직접 나와 "수차례 심의를 통해 자진 시정 방안이 예상 조치와 균형을 이루는지 엄밀히 살폈다"고 밝히기까지 했습니다.

삼성의 동의의결은 애플보다 더 가능성이 낮은 승부로 보입니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과 그 일가가 지분 31.63%를 가진 삼성물산의 100% 자회사인 삼성웰스토리. 여기에 급식 일감을 몰아주고 정상가보다 비싸게 계약해 이익을 올려준 혐의를 제대로 조사해 제재하지 않으면 봐주기 논란이 더 거세질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일감 몰아주기' 동의의결 가능성 낮은데…삼성 '무모한 도전?'

꼭 봐주기 논란만 걸림돌은 아닙니다. '신속한 피해구제'라는 동의의결 도입 취지를 엄밀히 따지면 급식 일감 몰아주기는 피해를 본 대상과 피해 내용이 상당히 추상적이기 때문입니다.

삼성 계열사들이 급식 일감을 웰스토리에 몰아줘 다른 중소·중견업체들이 간접적으로 사업기회를 잃었고, 급식 시장의 경쟁이 제한되면서 신규업체 진입도 어려워지긴 했지만, 특정 급식업체에 돈을 물어줄 일은 아니란 겁니다.

실제 비슷한 혐의에 대해 동의의결을 신청했다가 기각된 사례도 있습니다. '통행세'방식의 일감 몰아주기로 공정위 조사를 받던 LS그룹은 2018년 동의의결을 신청했지만, 공정위는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LS그룹은 결국 260억 원의 과징금을 부과받았고 구자홍, 구자엽 회장을 비롯한 총수일가는 검찰에 고발당했습니다.

당시 공정위 전원회의는 결정문에서 "해당 사건으로 피해를 본 소비자 등을 특정하거나 구체적인 피해규모를 확인하기 어렵고, 그 피해가 확산하고 있다고 보기 어려운 점. 현재 관련 시장구조가 비교적 안정적으로 유지되고 있어 신속한 처리의 필요성이 낮은 점 등을 고려할 때 동의의결로 처리하지 않는 것이 타당하다"라고 밝혔습니다.

공정위 입장에서는 특정하기도 어려운 피해를 구제해 얻는 실익보다 엄정한 법 집행으로 부당지원에 대한 경각심을 높이는 편이 더 낫다고 본 것입니다. 급식분야도 크게 다르다고 보긴 어렵습니다. 급식은 일반 소비자가 대상이 아닌 기업 대 기업(B2B) 사업분야인 데다 지금 와서 일감을 개방한다고 해도 과거의 죄를 면하기는 어렵다고 할 수 있습니다.

관심은 삼성이 여기까지 예상하지 못했느냐는 겁니다. 삼성은 한국에서 공정위와 공정거래법을 가장 잘 아는 기업입니다. 일감 몰아주기 규제, 순환출자 규제 등 세계 유일의 대기업집단 규제는 사실상 과거 삼성을 규제범위에 넣기 위해 만든 것입니다. 지난해 공정위 직원이 삼성 관계자와 접촉했다고 신고한 것은 총 130건. 대기업집단 가운데 단연 최다였습니다.

동의의결 신청을 삼성이 직접 밝힌 대목도 이례적입니다. 삼성전자는 지난 17일 일부 매체에 "동의의결을 신청했다"는 내용의 입장문을 보냈습니다. 자료에서 삼성전자는 "정상적인 거래라는 입장에는 변함이 없음"이라고 밝혔지만, 일반적으로 동의의결을 신청한 것은 법 위반을 스스로 인정하는 꼴이 되기 때문에 자발적으로 밝히는 경우는 찾아보기 어렵습니다.

■동의의결 신청한 까닭…첫 번째-이재용 재판 염두에 둔 시간 끌기?

그런 삼성이 신청이 기각된다면 벌어질 사회적 논란을 감수하고 동의의결을 신청하고 이를 스스로 밝힌 이유. 관련 업계와 관가에서는 크게 두 가지로 압축하고 있습니다. 바로 '시간 끌기'와 전원회의를 유리하게 끌고 가기 위한 '전략적 노림수'라는 겁니다.

먼저 시간 끌기란 이재용 부회장의 삼성바이오로직스 분식회계 재판에 대한 시간 벌기를 말합니다. 이미 국정농단 사건으로 교도소에 갇힌 이 부회장은 현재 삼바 분식회계 사건으로 1심 재판을 받고 있습니다. 복역기간이 늘어날 수 있는 중대 위기에서 일감 몰아주기로 제재를 받았다는 뉴스는 재판에 절대 긍정적이지 않다는 해석입니다.

최근 백신 조달, 반도체 경쟁력 등의 이유로 사면론까지 나오는 상황. 삼성은 어떻게든 시간을 끌어보기 위해 동의의결 신청을 했을 거로 추정할 수 있습니다. 동의의결 신청을 심사하기 위해 적어도 1~2차례의 전원회의를 열어야 하고 여기에 수개월이 걸리니 이 국면은 넘길 수 있기 때문입니다.

■두 번째-'애플은 되고 삼성은 안되나?'

다음으로 전원회의를 유리하게 끌고 갈 전략적 노림수라는 분석도 나옵니다.

조성욱 위원장은 며칠 전 공정위 40주년을 맞아 기자실을 찾아 "공정거래위원장 입장에서, 또 경제학자 입장에서 동의의결은 중요한 역할을 한다고 생각한다"라며 "공정위가 시정조치를 내리더라도 법원에 가서 불복하고 최종적으로 확정되기까지 시간이 오래 걸린다"라고 했습니다. LS 동의의결을 기각한 김상조 전 위원장과 달리 조 위원장은 동의의결에 대해 전향적 입장을 가진 것이 사실입니다.

그런데 공정위가 삼성의 동의의결을 기각할 경우에는 "애플은 받아주고 왜 한국 대표 기업인 삼성은 받아주지 않나"는 여론이 나올 수 있습니다. 얼마 전 공정위 요구에 따라 일부 사업장 급식을 외부업체로 바꾸기까지 했는데 공정위가 무리하게 제재를 내린다는 비판도 예상할 수 있습니다.

물론 경제학과 공정거래법 전문가들로 구성된 전원회의가 이런 여론을 의식해 제재 결정을 바꾸지는 않을 겁니다. 그런데 '무리한 제재'라는 여론이 거세진다면 위법성을 따지는데 더 엄격한 잣대를 들이댈 수밖에 없습니다.

■제재 관건은 정상가격 산정…삼성, 판 뒤집을 카드 들고 있나?

일각에서는 삼성과 법률대리인이 공정위의 정상가격 산정 논리를 완전하지 않다고 봤을 거란 추측도 나옵니다. 동의의결이 원칙적으로는 신속한 피해구제, 예상되는 제재와의 균형을 따지지만 담당 부서에서 혐의 입증이 부실한 경우도 동의의결을 결정하는데 영향을 주기 때문입니다. 일례로 애플의 동의의결을 받아들일 때도 '공정위가 대법원까지 갈 자신은 없었다'라는 말이 나오기도 했습니다.

삼성의 급식 일감 몰아주기 사건은 시중가격(정상가)과 비교하면 얼마나 더 비싼 값에 계약을 했는지가 혐의를 입증하는 관건입니다. 과징금도 이 부당지원액에 근거해 부과하도록 정해져 있습니다.

그런데 급식은 메뉴와 눈에 보이지 않는 질적 요소, 공급방식, 규모 등에 따라 단가가 달라질 수 있습니다. 지난해 한화그룹 IT 계열사인 한화S&C에 대한 일감 몰아주기 전원회의에서도 정상가격에 대한 입증이 부족하다는 게 무혐의 결론을 내린 중요한 근거였습니다.

삼성전자는 최근 2개 사업장의 급식 계약을 외부업체로 돌렸는데 이 단가가 삼성웰스토리 계약과 큰 차이가 없다고 전해집니다. 삼성 측에서는 웰스토리를 지원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직원 복지를 위해 더 높은 단가에 계약한 것이라고 주장할 수 있습니다.

공정위 관계자는 "정상가격 산정과 관련해서는 언급할 수 없다. 다만, 사건 심의가 진행되던 중에 맺은 계약을 정상가격 관련 근거로 들어 인정받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라고 했습니다

■공정위, 다음 주 전원회의서 위법성·동의의결 동시에 따지기로

어디까지나 추정일 뿐 삼성의 속내를 정확히 알긴 어렵습니다. 그런데 시간 끌기가 목적이었다면 이야기가 삼성의 예상과는 다르게 흘러갈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공정위는 원래 삼성웰스토리 일감 몰아주기의 위법성을 따지기로 했던 다음 주 전원회의에 동의의결 신청 안건을 추가했습니다. 위법성과 동의의결을 받아줄지를 한자리에서 따져보겠다는 건데 사안의 무게와 제재 가능성을 따져 결정하겠다는 뜻으로도 읽힙니다.

삼성전자는 17일 '삼성, 사내식당 급식거래 관련 공정위에 '동의의결' 신청'이라는 입장문에서 "동의의결은 관련 당사자의 불확실성을 조기에 해소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며 "그동안 급식거래가 다양하지 못했던 점을 감안해 신속하게 개선해 사업에 전념하고자 하는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회사 관계자는 시장과 관가 안팎에서 나오는 일련의 의혹에 대해 "추정일 뿐 회사에서 밝힐 입장은 없다"고 했습니다.

■ 제보하기
▷ 카카오톡 : 'KBS제보' 검색, 채널 추가
▷ 전화 : 02-781-1234, 4444
▷ 이메일 : kbs1234@kbs.co.kr
▷ 유튜브, 네이버, 카카오에서도 KBS뉴스를 구독해주세요!


  • 삼성, 공정위 제재 앞두고 ‘동의의결’ 신청…노림수는?
    • 입력 2021-05-19 12:29:35
    • 수정2021-05-19 16:27:46
    취재K
서울 서초동 삼성타운(연합뉴스)
급식 계열사 삼성웰스토리에 계열사 일감을 몰아준 혐의로 공정거래위원회 제재 결정을 앞둔 삼성그룹이 지난 17일 돌연 '동의의결'을 신청했다고 밝혔습니다. 피해를 구제하고 중소업체와 상생할 방안을 내놓는 대신 법 위반에 대한 심사는 면하겠다는 걸로 보이는데, '면죄부' 논란이 있는 이 제도를 선택한 까닭은 무엇일까요.

동의의결, 이동통신사에 거래상 지위를 이용해 광고비와 수리비를 떠넘긴 혐의로 공정위 조사를 받던 애플이 이 제도를 통해 제재를 면했습니다. 애플은 비용을 떠넘기던 관행을 개선하는 한편 예상 과징금 천억 원으로 기금을 조성해 소비자와 개발자 등을 지원하기로 했습니다. 절차에 따라 공정위는 애플이 법을 위반했는지는 따지지 않기로 했고 사건이 마무리됐습니다.

소비자는 일정 기간 아이폰 수리비를 할인받고, 피해기업들은 애플과 좀 더 공정한 거래를 할 수 있게 됐습니다. 애플은 '전과'를 남기지 않았죠. 모두 이득을 봤지만 이른바 '봐주기' 논란이 나왔습니다. '갑질' 혐의가 있는 기업을 제대로 조사해 엄벌해도 모자란데 공정위가 나서서 면죄부를 줬다는 겁니다. 논란이 커지자 동의의결 확정 브리핑에 조성욱 공정거래위원장이 직접 나와 "수차례 심의를 통해 자진 시정 방안이 예상 조치와 균형을 이루는지 엄밀히 살폈다"고 밝히기까지 했습니다.

삼성의 동의의결은 애플보다 더 가능성이 낮은 승부로 보입니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과 그 일가가 지분 31.63%를 가진 삼성물산의 100% 자회사인 삼성웰스토리. 여기에 급식 일감을 몰아주고 정상가보다 비싸게 계약해 이익을 올려준 혐의를 제대로 조사해 제재하지 않으면 봐주기 논란이 더 거세질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일감 몰아주기' 동의의결 가능성 낮은데…삼성 '무모한 도전?'

꼭 봐주기 논란만 걸림돌은 아닙니다. '신속한 피해구제'라는 동의의결 도입 취지를 엄밀히 따지면 급식 일감 몰아주기는 피해를 본 대상과 피해 내용이 상당히 추상적이기 때문입니다.

삼성 계열사들이 급식 일감을 웰스토리에 몰아줘 다른 중소·중견업체들이 간접적으로 사업기회를 잃었고, 급식 시장의 경쟁이 제한되면서 신규업체 진입도 어려워지긴 했지만, 특정 급식업체에 돈을 물어줄 일은 아니란 겁니다.

실제 비슷한 혐의에 대해 동의의결을 신청했다가 기각된 사례도 있습니다. '통행세'방식의 일감 몰아주기로 공정위 조사를 받던 LS그룹은 2018년 동의의결을 신청했지만, 공정위는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LS그룹은 결국 260억 원의 과징금을 부과받았고 구자홍, 구자엽 회장을 비롯한 총수일가는 검찰에 고발당했습니다.

당시 공정위 전원회의는 결정문에서 "해당 사건으로 피해를 본 소비자 등을 특정하거나 구체적인 피해규모를 확인하기 어렵고, 그 피해가 확산하고 있다고 보기 어려운 점. 현재 관련 시장구조가 비교적 안정적으로 유지되고 있어 신속한 처리의 필요성이 낮은 점 등을 고려할 때 동의의결로 처리하지 않는 것이 타당하다"라고 밝혔습니다.

공정위 입장에서는 특정하기도 어려운 피해를 구제해 얻는 실익보다 엄정한 법 집행으로 부당지원에 대한 경각심을 높이는 편이 더 낫다고 본 것입니다. 급식분야도 크게 다르다고 보긴 어렵습니다. 급식은 일반 소비자가 대상이 아닌 기업 대 기업(B2B) 사업분야인 데다 지금 와서 일감을 개방한다고 해도 과거의 죄를 면하기는 어렵다고 할 수 있습니다.

관심은 삼성이 여기까지 예상하지 못했느냐는 겁니다. 삼성은 한국에서 공정위와 공정거래법을 가장 잘 아는 기업입니다. 일감 몰아주기 규제, 순환출자 규제 등 세계 유일의 대기업집단 규제는 사실상 과거 삼성을 규제범위에 넣기 위해 만든 것입니다. 지난해 공정위 직원이 삼성 관계자와 접촉했다고 신고한 것은 총 130건. 대기업집단 가운데 단연 최다였습니다.

동의의결 신청을 삼성이 직접 밝힌 대목도 이례적입니다. 삼성전자는 지난 17일 일부 매체에 "동의의결을 신청했다"는 내용의 입장문을 보냈습니다. 자료에서 삼성전자는 "정상적인 거래라는 입장에는 변함이 없음"이라고 밝혔지만, 일반적으로 동의의결을 신청한 것은 법 위반을 스스로 인정하는 꼴이 되기 때문에 자발적으로 밝히는 경우는 찾아보기 어렵습니다.

■동의의결 신청한 까닭…첫 번째-이재용 재판 염두에 둔 시간 끌기?

그런 삼성이 신청이 기각된다면 벌어질 사회적 논란을 감수하고 동의의결을 신청하고 이를 스스로 밝힌 이유. 관련 업계와 관가에서는 크게 두 가지로 압축하고 있습니다. 바로 '시간 끌기'와 전원회의를 유리하게 끌고 가기 위한 '전략적 노림수'라는 겁니다.

먼저 시간 끌기란 이재용 부회장의 삼성바이오로직스 분식회계 재판에 대한 시간 벌기를 말합니다. 이미 국정농단 사건으로 교도소에 갇힌 이 부회장은 현재 삼바 분식회계 사건으로 1심 재판을 받고 있습니다. 복역기간이 늘어날 수 있는 중대 위기에서 일감 몰아주기로 제재를 받았다는 뉴스는 재판에 절대 긍정적이지 않다는 해석입니다.

최근 백신 조달, 반도체 경쟁력 등의 이유로 사면론까지 나오는 상황. 삼성은 어떻게든 시간을 끌어보기 위해 동의의결 신청을 했을 거로 추정할 수 있습니다. 동의의결 신청을 심사하기 위해 적어도 1~2차례의 전원회의를 열어야 하고 여기에 수개월이 걸리니 이 국면은 넘길 수 있기 때문입니다.

■두 번째-'애플은 되고 삼성은 안되나?'

다음으로 전원회의를 유리하게 끌고 갈 전략적 노림수라는 분석도 나옵니다.

조성욱 위원장은 며칠 전 공정위 40주년을 맞아 기자실을 찾아 "공정거래위원장 입장에서, 또 경제학자 입장에서 동의의결은 중요한 역할을 한다고 생각한다"라며 "공정위가 시정조치를 내리더라도 법원에 가서 불복하고 최종적으로 확정되기까지 시간이 오래 걸린다"라고 했습니다. LS 동의의결을 기각한 김상조 전 위원장과 달리 조 위원장은 동의의결에 대해 전향적 입장을 가진 것이 사실입니다.

그런데 공정위가 삼성의 동의의결을 기각할 경우에는 "애플은 받아주고 왜 한국 대표 기업인 삼성은 받아주지 않나"는 여론이 나올 수 있습니다. 얼마 전 공정위 요구에 따라 일부 사업장 급식을 외부업체로 바꾸기까지 했는데 공정위가 무리하게 제재를 내린다는 비판도 예상할 수 있습니다.

물론 경제학과 공정거래법 전문가들로 구성된 전원회의가 이런 여론을 의식해 제재 결정을 바꾸지는 않을 겁니다. 그런데 '무리한 제재'라는 여론이 거세진다면 위법성을 따지는데 더 엄격한 잣대를 들이댈 수밖에 없습니다.

■제재 관건은 정상가격 산정…삼성, 판 뒤집을 카드 들고 있나?

일각에서는 삼성과 법률대리인이 공정위의 정상가격 산정 논리를 완전하지 않다고 봤을 거란 추측도 나옵니다. 동의의결이 원칙적으로는 신속한 피해구제, 예상되는 제재와의 균형을 따지지만 담당 부서에서 혐의 입증이 부실한 경우도 동의의결을 결정하는데 영향을 주기 때문입니다. 일례로 애플의 동의의결을 받아들일 때도 '공정위가 대법원까지 갈 자신은 없었다'라는 말이 나오기도 했습니다.

삼성의 급식 일감 몰아주기 사건은 시중가격(정상가)과 비교하면 얼마나 더 비싼 값에 계약을 했는지가 혐의를 입증하는 관건입니다. 과징금도 이 부당지원액에 근거해 부과하도록 정해져 있습니다.

그런데 급식은 메뉴와 눈에 보이지 않는 질적 요소, 공급방식, 규모 등에 따라 단가가 달라질 수 있습니다. 지난해 한화그룹 IT 계열사인 한화S&C에 대한 일감 몰아주기 전원회의에서도 정상가격에 대한 입증이 부족하다는 게 무혐의 결론을 내린 중요한 근거였습니다.

삼성전자는 최근 2개 사업장의 급식 계약을 외부업체로 돌렸는데 이 단가가 삼성웰스토리 계약과 큰 차이가 없다고 전해집니다. 삼성 측에서는 웰스토리를 지원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직원 복지를 위해 더 높은 단가에 계약한 것이라고 주장할 수 있습니다.

공정위 관계자는 "정상가격 산정과 관련해서는 언급할 수 없다. 다만, 사건 심의가 진행되던 중에 맺은 계약을 정상가격 관련 근거로 들어 인정받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라고 했습니다

■공정위, 다음 주 전원회의서 위법성·동의의결 동시에 따지기로

어디까지나 추정일 뿐 삼성의 속내를 정확히 알긴 어렵습니다. 그런데 시간 끌기가 목적이었다면 이야기가 삼성의 예상과는 다르게 흘러갈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공정위는 원래 삼성웰스토리 일감 몰아주기의 위법성을 따지기로 했던 다음 주 전원회의에 동의의결 신청 안건을 추가했습니다. 위법성과 동의의결을 받아줄지를 한자리에서 따져보겠다는 건데 사안의 무게와 제재 가능성을 따져 결정하겠다는 뜻으로도 읽힙니다.

삼성전자는 17일 '삼성, 사내식당 급식거래 관련 공정위에 '동의의결' 신청'이라는 입장문에서 "동의의결은 관련 당사자의 불확실성을 조기에 해소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며 "그동안 급식거래가 다양하지 못했던 점을 감안해 신속하게 개선해 사업에 전념하고자 하는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회사 관계자는 시장과 관가 안팎에서 나오는 일련의 의혹에 대해 "추정일 뿐 회사에서 밝힐 입장은 없다"고 했습니다.

이 기사가 좋으셨다면

오늘의 핫 클릭

실시간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는 뉴스

이 기사에 대한 의견을 남겨주세요.

수신료 수신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