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양 오징어’ 5만 톤 하역 못하고 무작정 대기 왜?

입력 2021.05.19 (14:44) 수정 2021.05.19 (16: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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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감천항 정체 현상이 심회 되면서 부산 외항 묘박지에 한 달 씩 대기하는 현상이 빚어지고 있다.부산 감천항 정체 현상이 심회 되면서 부산 외항 묘박지에 한 달 씩 대기하는 현상이 빚어지고 있다.

우리나라 원양어선들이 잡아온 원양오징어 4만여 톤이 한 달째 부산항에 들어오지 못하고 있습니다. 지난해 9월에 출항해 남대서양 포클랜드 해역에서 8개월 동안 작업한 오징어입니다. 부산 외항에 대기 중인 대형운반선 5척에 실린 원양오징어는 5만여 톤, 판매 예상금액은 4천억 원에 이릅니다.

이 오징어를 하역하지 못하는 것은 원양수산물 전용부두인 부산 감천항에서 선석을 배정받지 못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현재 선석을 배정받으려면 적어도 한 달가량 대기해야 하는 상황입니다.

■ 중국항만 러시아 수산물 하역 거부로 감천항으로 몰려 정체 심화
감천항 하역 정체현상이 심각해진 것은 감천항에서 하역하려는 러시아 냉동어획물이 급증했기 때문입니다. 러시아 선원 발 코로나 19 감염이 잇따르자 중국 따롄항과 칭다오항 등에서 러시아 냉동수산물 하역을 거부하자 감천항에서 하역해 냉동컨테이너로 실어 다시 중국으로 보내기 위해서입니다. 일종의 환적화물인 셈입니다.

부산 감천항에서도 코로나 19에 감염된 러시아 선원 확진자는 지난해 35척에 189명이었으며 올해는 31척에 59명이 나왔습니다. 올 1분기에 감천항에 들어온 원양어선과 냉동운반선 196척 가운데 75척이 러시아 선박입니다. 10척 가운데 4척꼴입니다.

문제는 러시아 선박들이 몰리면서 정작 국내 원양선사들이 하역을 제때 못하고 있다는 겁니다. 윤동호 원양 오징어 채낚기 협회 회장은 "러시아 선박이 몰리면서 선석을 배정받지 못하고 하역이 한 달가량 지연되고 있어 상대적으로 영세한 원양선사들은 판매를 못 해서 심각한 운영 자금난을 겪고 있는 상황이다."라며 "정부가 자국민 보호를 위해 대책을 마련해 줬으면 한다."고 촉구했습니다.

부산 감천항에서 러시아산 냉동명태 하역작업이 한창이다.부산 감천항에서 러시아산 냉동명태 하역작업이 한창이다.

■ 국내 선박 우선 선석 배정 요구했지만, 항만 당국은 불가 입장
우리나라 원양선사들은 국내 선사들에게 한두 선석이라도 우선 배정을 해줄 것을 원양어업협회를 통해 해양수산부와 부산항만공사(BPA)에 여러 차례 건의했지만, 불가하다는 대답을 들었습니다.

서보성 부산항만공사 감천사업소 소장은 이 문제에 대해 "감천항은 무역항만이기 때문에 하역을 위한 선석배정은 입항 순으로 이뤄지고 있습니다. 그래서 국적선에 대한 별도의 우선순위를 적용할 수가 없는 입장이다."라고 밝혔습니다. 현재 선석 배정은 외국 선사 대리점과 국내 선사들로 구성된 선석배정위원회에 자율적으로 정하고 있기 때문에 항만공사가 나서기 어려운 상황입니다.

하지만 국내 원양선사들은 코로나 19라는 특수한 상황에서 자국민 보호 차원에서라도 감천항 냉동어획물 하역 선석 9곳 가운데 한두 선석을 국내 원양어선에 배정하는 게 무리한 요구는 아니지 않으냐며 하소연하고 있습니다.

러시아산 냉동어획물이 들어오면서 부산지역 77개 냉동창고가 대부분 꽉 차 있다.러시아산 냉동어획물이 들어오면서 부산지역 77개 냉동창고가 대부분 꽉 차 있다.

■ 하역인력 · 냉동창고도 부족...봄철 비수기인데도 창고마다 만고
문제는 또 있습니다. 어렵게 선석을 구해도 하역 인력이 부족해 곧바로 하역할 수 있는 게 아닙니다. 감천항의 하역인력은 350여 명으로 제한돼 있어 항운노조원들이 야간작업까지 하고 있지만, 인력이 부족한 상황입니다.

냉동창고 구하기도 하늘의 별 따기입니다. 부산에는 냉동창고가 서구에 37개, 사하구에 40개 등 모두 77개가 있는데 러시아산 냉동 어획물이 밀려오면서 부산항 냉동창고가 모두 꽉 찼습니다. 박영목 보성 냉동창고 부장은 "지금 비수기인데 러시아 화물들이 많이 반입되면서 지금 부산 시내 냉동창고가 만고인 상태다."라고 말했습니다.

부산항만공사 자료를 보면 부산 감천항에 들어온 냉동어획물은 2016년 66만 톤, 2017년 69만 톤, 2018년 73만 톤, 2019년 64만 톤 등 한해 70만 톤 안팎을 기록했지만, 코로나19 사태로 중국항만이 막힌 지난해에는 82만 톤을 넘겼습니다. 중국항만이 냉동 어획물 하역을 재개하지 않는 한 부산 감천항의 하역 정체와 냉동창고 부족 현상은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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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원양 오징어’ 5만 톤 하역 못하고 무작정 대기 왜?
    • 입력 2021-05-19 14:44:06
    • 수정2021-05-19 16:27:46
    취재K
부산 감천항 정체 현상이 심회 되면서 부산 외항 묘박지에 한 달 씩 대기하는 현상이 빚어지고 있다.
우리나라 원양어선들이 잡아온 원양오징어 4만여 톤이 한 달째 부산항에 들어오지 못하고 있습니다. 지난해 9월에 출항해 남대서양 포클랜드 해역에서 8개월 동안 작업한 오징어입니다. 부산 외항에 대기 중인 대형운반선 5척에 실린 원양오징어는 5만여 톤, 판매 예상금액은 4천억 원에 이릅니다.

이 오징어를 하역하지 못하는 것은 원양수산물 전용부두인 부산 감천항에서 선석을 배정받지 못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현재 선석을 배정받으려면 적어도 한 달가량 대기해야 하는 상황입니다.

■ 중국항만 러시아 수산물 하역 거부로 감천항으로 몰려 정체 심화
감천항 하역 정체현상이 심각해진 것은 감천항에서 하역하려는 러시아 냉동어획물이 급증했기 때문입니다. 러시아 선원 발 코로나 19 감염이 잇따르자 중국 따롄항과 칭다오항 등에서 러시아 냉동수산물 하역을 거부하자 감천항에서 하역해 냉동컨테이너로 실어 다시 중국으로 보내기 위해서입니다. 일종의 환적화물인 셈입니다.

부산 감천항에서도 코로나 19에 감염된 러시아 선원 확진자는 지난해 35척에 189명이었으며 올해는 31척에 59명이 나왔습니다. 올 1분기에 감천항에 들어온 원양어선과 냉동운반선 196척 가운데 75척이 러시아 선박입니다. 10척 가운데 4척꼴입니다.

문제는 러시아 선박들이 몰리면서 정작 국내 원양선사들이 하역을 제때 못하고 있다는 겁니다. 윤동호 원양 오징어 채낚기 협회 회장은 "러시아 선박이 몰리면서 선석을 배정받지 못하고 하역이 한 달가량 지연되고 있어 상대적으로 영세한 원양선사들은 판매를 못 해서 심각한 운영 자금난을 겪고 있는 상황이다."라며 "정부가 자국민 보호를 위해 대책을 마련해 줬으면 한다."고 촉구했습니다.

부산 감천항에서 러시아산 냉동명태 하역작업이 한창이다.
■ 국내 선박 우선 선석 배정 요구했지만, 항만 당국은 불가 입장
우리나라 원양선사들은 국내 선사들에게 한두 선석이라도 우선 배정을 해줄 것을 원양어업협회를 통해 해양수산부와 부산항만공사(BPA)에 여러 차례 건의했지만, 불가하다는 대답을 들었습니다.

서보성 부산항만공사 감천사업소 소장은 이 문제에 대해 "감천항은 무역항만이기 때문에 하역을 위한 선석배정은 입항 순으로 이뤄지고 있습니다. 그래서 국적선에 대한 별도의 우선순위를 적용할 수가 없는 입장이다."라고 밝혔습니다. 현재 선석 배정은 외국 선사 대리점과 국내 선사들로 구성된 선석배정위원회에 자율적으로 정하고 있기 때문에 항만공사가 나서기 어려운 상황입니다.

하지만 국내 원양선사들은 코로나 19라는 특수한 상황에서 자국민 보호 차원에서라도 감천항 냉동어획물 하역 선석 9곳 가운데 한두 선석을 국내 원양어선에 배정하는 게 무리한 요구는 아니지 않으냐며 하소연하고 있습니다.

러시아산 냉동어획물이 들어오면서 부산지역 77개 냉동창고가 대부분 꽉 차 있다.
■ 하역인력 · 냉동창고도 부족...봄철 비수기인데도 창고마다 만고
문제는 또 있습니다. 어렵게 선석을 구해도 하역 인력이 부족해 곧바로 하역할 수 있는 게 아닙니다. 감천항의 하역인력은 350여 명으로 제한돼 있어 항운노조원들이 야간작업까지 하고 있지만, 인력이 부족한 상황입니다.

냉동창고 구하기도 하늘의 별 따기입니다. 부산에는 냉동창고가 서구에 37개, 사하구에 40개 등 모두 77개가 있는데 러시아산 냉동 어획물이 밀려오면서 부산항 냉동창고가 모두 꽉 찼습니다. 박영목 보성 냉동창고 부장은 "지금 비수기인데 러시아 화물들이 많이 반입되면서 지금 부산 시내 냉동창고가 만고인 상태다."라고 말했습니다.

부산항만공사 자료를 보면 부산 감천항에 들어온 냉동어획물은 2016년 66만 톤, 2017년 69만 톤, 2018년 73만 톤, 2019년 64만 톤 등 한해 70만 톤 안팎을 기록했지만, 코로나19 사태로 중국항만이 막힌 지난해에는 82만 톤을 넘겼습니다. 중국항만이 냉동 어획물 하역을 재개하지 않는 한 부산 감천항의 하역 정체와 냉동창고 부족 현상은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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