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권위 “현행범 체포 남용 안돼…신체의 자유 침해”

입력 2021.05.20 (1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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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이 목격자 조사도 없이 쌍방 폭행을 주장하는 사람들을 모두 현행범으로 체포한 것은 헌법이 보장한 '신체의 자유'에 대한 과도한 침해라는 국가인권위원회의 판단이 나왔습니다.

■ 무슨 일이 있었나?

건물 임대인인 A 씨와 A 씨의 아버지는 2019년 8월 16일 오전, 한 임차인과 사무실의 인터넷 속도 등의 문제로 심하게 다퉜습니다. 결국 112신고까지 하게 됐고, 인근 지구대 경찰관 2명이 현장으로 출동했습니다.

임대인 측과 임차인은 서로에게 폭행을 당했다고 주장하면서 상호 처벌을 원했습니다. 세 사람은 현행범으로 체포돼 지구대로 인치됐다가 당일 오후 석방됐습니다.

이후 체포됐던 3명은 추가로 경찰 조사를 받은 뒤 최종적으로 '혐의없음' 처분을 받았습니다.

■ 인권위 "현행범 체포 남용하면 안 돼"

혐의없음 처분을 받긴 했지만, 임대인 A 씨는 인권위에 진정을 제기했습니다.

경찰관이 현행범 체포 요건이 충족되지 않은 A 씨의 아버지를 폭행 혐의로 현행범 체포해 적법한 절차를 위배하고 헌법 12조에서 보장한 신체의 자유를 침해했다는 겁니다.

이에 대해 인권위는 "당사자들이 서로 폭행당했다고 주장했을 뿐인데 현장에 출동한 경찰은 실제 폭행이 있었는지에 대한 목격자 진술이나 영상 등 증거 자료도 확인하지 않았다."라며 "사건 관련자들의 범죄 명백성을 무슨 근거로 판단했는지 의문"이라고 지적했습니다.

인권위는 또 "피해자에게 범죄 혐의가 명백했다고 할지라도 위법행위를 막아야 할 급박한 필요성은 없었던 것으로 보이고 피해자의 신원이 확보된 상태라는 점 등을 종합하면 체포의 필요성을 인정하기 어렵다."라고 강조했습니다.

그러면서 "현행범이라도 당장 체포할 사정이 없다면 자진 출석을 권유하는 등 임의적 수사방법을 우선 고려해 현행범 체포가 남용되지 않게 하는 것이 수사 비례의 원칙에 부합한다."라며 "이러한 고려 없이 피해자 등을 곧바로 현행범으로 체포해 신체에 대한 부당한 구속을 했다."라고 덧붙였습니다.

인권위는 담당 경찰서장에게 해당 지구대 경찰관들을 주의 조치하고, 현행범 체포 남용 사례가 재발하지 않도록 소속 경찰관들에게 직무 교육을 하라고 권고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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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인권위 “현행범 체포 남용 안돼…신체의 자유 침해”
    • 입력 2021-05-20 11:11:58
    취재K
경찰이 목격자 조사도 없이 쌍방 폭행을 주장하는 사람들을 모두 현행범으로 체포한 것은 헌법이 보장한 '신체의 자유'에 대한 과도한 침해라는 국가인권위원회의 판단이 나왔습니다.

■ 무슨 일이 있었나?

건물 임대인인 A 씨와 A 씨의 아버지는 2019년 8월 16일 오전, 한 임차인과 사무실의 인터넷 속도 등의 문제로 심하게 다퉜습니다. 결국 112신고까지 하게 됐고, 인근 지구대 경찰관 2명이 현장으로 출동했습니다.

임대인 측과 임차인은 서로에게 폭행을 당했다고 주장하면서 상호 처벌을 원했습니다. 세 사람은 현행범으로 체포돼 지구대로 인치됐다가 당일 오후 석방됐습니다.

이후 체포됐던 3명은 추가로 경찰 조사를 받은 뒤 최종적으로 '혐의없음' 처분을 받았습니다.

■ 인권위 "현행범 체포 남용하면 안 돼"

혐의없음 처분을 받긴 했지만, 임대인 A 씨는 인권위에 진정을 제기했습니다.

경찰관이 현행범 체포 요건이 충족되지 않은 A 씨의 아버지를 폭행 혐의로 현행범 체포해 적법한 절차를 위배하고 헌법 12조에서 보장한 신체의 자유를 침해했다는 겁니다.

이에 대해 인권위는 "당사자들이 서로 폭행당했다고 주장했을 뿐인데 현장에 출동한 경찰은 실제 폭행이 있었는지에 대한 목격자 진술이나 영상 등 증거 자료도 확인하지 않았다."라며 "사건 관련자들의 범죄 명백성을 무슨 근거로 판단했는지 의문"이라고 지적했습니다.

인권위는 또 "피해자에게 범죄 혐의가 명백했다고 할지라도 위법행위를 막아야 할 급박한 필요성은 없었던 것으로 보이고 피해자의 신원이 확보된 상태라는 점 등을 종합하면 체포의 필요성을 인정하기 어렵다."라고 강조했습니다.

그러면서 "현행범이라도 당장 체포할 사정이 없다면 자진 출석을 권유하는 등 임의적 수사방법을 우선 고려해 현행범 체포가 남용되지 않게 하는 것이 수사 비례의 원칙에 부합한다."라며 "이러한 고려 없이 피해자 등을 곧바로 현행범으로 체포해 신체에 대한 부당한 구속을 했다."라고 덧붙였습니다.

인권위는 담당 경찰서장에게 해당 지구대 경찰관들을 주의 조치하고, 현행범 체포 남용 사례가 재발하지 않도록 소속 경찰관들에게 직무 교육을 하라고 권고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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