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협상가” VS “승부사”, 한미 정상 협상 스타일은?

입력 2021.05.20 (12:11) 수정 2021.05.20 (16: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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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는 22일 토요일 새벽, 문재인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첫 정상회담을 합니다. 두 사람은 먼저 통역만 배석한 채 단독 회담을 진행합니다. 이어 소수의 참모가 함께하는 확대회담이 이어지는데, 3시간 이상 대화를 이어갈 것으로 보입니다.


■ 닮은꼴 두 정상, 다양한 분야에서 공감대 나눌 듯

두 정상은 이날 처음 만나지만, 삶의 궤적에 비슷한 점이 많아 쉽게 공감대를 가질 것으로 보입니다.

두 사람은 모두 젊은 시절 변호사로 활동했습니다. 문 대통령은 인권 변호사로 민주화 운동에 적극적으로 가담했고, 바이든 대통령은 주로 산업재해 피해자나 가난한 흑인들을 대리하는 국선 변호인으로 활동했습니다.

민주당 정부에서 국회의원을 지냈다는 점, 각각 청와대와 백악관에서 비서실장과 부통령으로 고위직을 지냈다는 점도 유사합니다.

가족 관계도 부인과 1남 1녀로 같고, 독실한 가톨릭 신자라는 점도 비슷합니다. 또 두 정상 모두 반려 동물에 각별한 애정을 기울이는 것도 공통점입니다.

두 정상은 특히 진보 진영에서 오랜 시간 활동해 왔고, 박근혜, 트럼프 두 전직 대통령의 임기 말, 큰 사회적 혼란을 수습하는 과정에서 대통령으로 당선됐다는 공통점도 있습니다.

김대중 대통령과의 인연도 연결고리입니다. 바이든 대통령은 2007년 자서전에서 김 전 대통령을 "존경하는 사람"으로 꼽았습니다. 2001년 바이든 대통령이 상원 외교위원장 자격으로 방한했을 때 김 대통령이 즉석에서 넥타이를 풀어 선물한 일화도 유명한데, 이런 내용으로 대화를 나누며 공감대를 가질 가능성도 있습니다.


■ "섬세한 협상가" VS "직설적 승부사"

이렇듯 비슷한 두 사람이지만 협상 스타일은 다르다는 분석이 나옵니다.

2018년 미국의 시사주간지 타임은 문 대통령을 '협상가(negotiator)'라고 평가했습니다. 구체적으로 보면, 자신보다는 상대방에게 공을 돌려서, 원하는 걸 얻는 스타일입니다. 미국 트럼프 대통령에겐 "평창 동계 올림픽 개최는 모두 트럼프 대통령 덕"이라거나, "트럼프 대통령의 공으로 노벨 평화상 수상할 것"이란 말을 하기도 했습니다. 상대방을 치켜세워주면서 협상을 주도하는 스타일입니다.

협상 스타일도 섬세한 스타일로 분석됩니다. 2018년 첫 남북 정상회담을 할 때 "협상을 유리알 다루 듯하겠다"고 말한 사실도 유명합니다. 또 문 대통령은 20년 이상 변호사의 길을 걸었던 만큼 설득 논리를 치밀하게 준비해서 상대방을 오랫동안 설득하는 스타일이란 분석입니다.

바이든 대통령은, 역시 변호사 출신이긴 하지만, 30년 넘게 직업 정치인으로 활약한 인물입니다. 평소엔 상대편과 원만하게 지냅니다. 또 매우 사교적인 스타일입니다. 미국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는 바이든 대통령이 오랫동안 사람과 직접 접촉하는 것을 즐겨왔고 즉흥적인 만남도 즐겨한다고 분석했는데, 이런 부분은 문 대통령과는 다른 특징입니다.

또 바이든 대통령은 결정적인 순간에 직설적이고 공격적이라는 분석이 나옵니다. 대선 후보 시절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을 향해 폭력배(thug)라고 지칭했고,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살인자(killer)라고 불렀습니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을 향해서도 "민주적인 구석이 하나도 없다"고 비판했습니다. 바이든 대통령은 특히 미·중 갈등 상황에서 중국을 향해 직설적인 비난을 이어가며 협상을 진행 중입니다.

또 미국 내 반도체 부족 문제가 불거지자, 직접 반도체 기업들을 불렀고, 반도체 웨이퍼를 직접 들어 보이며 반도체 산업에 대한 투자 필요성을 강조하며 승부사 기질을 보이기도 했습니다.

미국 매체들은 바이든 대통령이 자신이 추진하는 일은 주저하지 않고 속전속결로 진행하는 승부사 기질이 있다고 분석하고 있습니다.

■ 북한 인권 등 입장차 나는 현안, 어떻게 조율할지 관심

그동안의 발언으로 비춰보면, 두 정상은 민주주의나 인권, 평화 등의 가치를 존중한다는 점에선 공통점이 많지만, 대북 공조 방안, 대중국 견제 참여 등을 두고선 의견 차이가 나타나고 있습니다.

특히 북한 인권 문제를 두고선, 문재인 대통령은 일단 대화를 시작하는 것이 중요하기 때문에 인권 문제는 부각하지 않아야 한다는 입장인 반면, 바이든 대통령은 민주주의와 인권 등은 미국의 핵심 가치이기 때문에 후순위로 미룰 수 없다는 입장입니다.

스타일이 다른 두 정상이 만들어 갈 3시간, 회담 이후 어떤 결과가 나올지 관심이 쏠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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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1-05-20 12:11:16
    • 수정2021-05-20 16:38:20
    취재K

오는 22일 토요일 새벽, 문재인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첫 정상회담을 합니다. 두 사람은 먼저 통역만 배석한 채 단독 회담을 진행합니다. 이어 소수의 참모가 함께하는 확대회담이 이어지는데, 3시간 이상 대화를 이어갈 것으로 보입니다.


■ 닮은꼴 두 정상, 다양한 분야에서 공감대 나눌 듯

두 정상은 이날 처음 만나지만, 삶의 궤적에 비슷한 점이 많아 쉽게 공감대를 가질 것으로 보입니다.

두 사람은 모두 젊은 시절 변호사로 활동했습니다. 문 대통령은 인권 변호사로 민주화 운동에 적극적으로 가담했고, 바이든 대통령은 주로 산업재해 피해자나 가난한 흑인들을 대리하는 국선 변호인으로 활동했습니다.

민주당 정부에서 국회의원을 지냈다는 점, 각각 청와대와 백악관에서 비서실장과 부통령으로 고위직을 지냈다는 점도 유사합니다.

가족 관계도 부인과 1남 1녀로 같고, 독실한 가톨릭 신자라는 점도 비슷합니다. 또 두 정상 모두 반려 동물에 각별한 애정을 기울이는 것도 공통점입니다.

두 정상은 특히 진보 진영에서 오랜 시간 활동해 왔고, 박근혜, 트럼프 두 전직 대통령의 임기 말, 큰 사회적 혼란을 수습하는 과정에서 대통령으로 당선됐다는 공통점도 있습니다.

김대중 대통령과의 인연도 연결고리입니다. 바이든 대통령은 2007년 자서전에서 김 전 대통령을 "존경하는 사람"으로 꼽았습니다. 2001년 바이든 대통령이 상원 외교위원장 자격으로 방한했을 때 김 대통령이 즉석에서 넥타이를 풀어 선물한 일화도 유명한데, 이런 내용으로 대화를 나누며 공감대를 가질 가능성도 있습니다.


■ "섬세한 협상가" VS "직설적 승부사"

이렇듯 비슷한 두 사람이지만 협상 스타일은 다르다는 분석이 나옵니다.

2018년 미국의 시사주간지 타임은 문 대통령을 '협상가(negotiator)'라고 평가했습니다. 구체적으로 보면, 자신보다는 상대방에게 공을 돌려서, 원하는 걸 얻는 스타일입니다. 미국 트럼프 대통령에겐 "평창 동계 올림픽 개최는 모두 트럼프 대통령 덕"이라거나, "트럼프 대통령의 공으로 노벨 평화상 수상할 것"이란 말을 하기도 했습니다. 상대방을 치켜세워주면서 협상을 주도하는 스타일입니다.

협상 스타일도 섬세한 스타일로 분석됩니다. 2018년 첫 남북 정상회담을 할 때 "협상을 유리알 다루 듯하겠다"고 말한 사실도 유명합니다. 또 문 대통령은 20년 이상 변호사의 길을 걸었던 만큼 설득 논리를 치밀하게 준비해서 상대방을 오랫동안 설득하는 스타일이란 분석입니다.

바이든 대통령은, 역시 변호사 출신이긴 하지만, 30년 넘게 직업 정치인으로 활약한 인물입니다. 평소엔 상대편과 원만하게 지냅니다. 또 매우 사교적인 스타일입니다. 미국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는 바이든 대통령이 오랫동안 사람과 직접 접촉하는 것을 즐겨왔고 즉흥적인 만남도 즐겨한다고 분석했는데, 이런 부분은 문 대통령과는 다른 특징입니다.

또 바이든 대통령은 결정적인 순간에 직설적이고 공격적이라는 분석이 나옵니다. 대선 후보 시절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을 향해 폭력배(thug)라고 지칭했고,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살인자(killer)라고 불렀습니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을 향해서도 "민주적인 구석이 하나도 없다"고 비판했습니다. 바이든 대통령은 특히 미·중 갈등 상황에서 중국을 향해 직설적인 비난을 이어가며 협상을 진행 중입니다.

또 미국 내 반도체 부족 문제가 불거지자, 직접 반도체 기업들을 불렀고, 반도체 웨이퍼를 직접 들어 보이며 반도체 산업에 대한 투자 필요성을 강조하며 승부사 기질을 보이기도 했습니다.

미국 매체들은 바이든 대통령이 자신이 추진하는 일은 주저하지 않고 속전속결로 진행하는 승부사 기질이 있다고 분석하고 있습니다.

■ 북한 인권 등 입장차 나는 현안, 어떻게 조율할지 관심

그동안의 발언으로 비춰보면, 두 정상은 민주주의나 인권, 평화 등의 가치를 존중한다는 점에선 공통점이 많지만, 대북 공조 방안, 대중국 견제 참여 등을 두고선 의견 차이가 나타나고 있습니다.

특히 북한 인권 문제를 두고선, 문재인 대통령은 일단 대화를 시작하는 것이 중요하기 때문에 인권 문제는 부각하지 않아야 한다는 입장인 반면, 바이든 대통령은 민주주의와 인권 등은 미국의 핵심 가치이기 때문에 후순위로 미룰 수 없다는 입장입니다.

스타일이 다른 두 정상이 만들어 갈 3시간, 회담 이후 어떤 결과가 나올지 관심이 쏠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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