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42번 서울 버스 기사들 이젠 화장실 걱정 없이 운행

입력 2021.05.20 (14:43) 수정 2021.05.20 (19: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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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의 발’로 불리는 버스는 직장인의 출퇴근길, 학생들의 등하굣길은 물론 시민들의 안전하고 편리한 이동을 책임지는 없어서는 안 될 교통수단입니다.

우리는 쉽게 버스를 올라타고 내리지만, 정작 운수종사자가 겪는 고충에 대해 관심을 두는 사람은 드뭅니다. 길게는 5시간 넘게 버스 운전석에 앉아있는 운수종사자의 ‘화장실 갈 권리’가 보장되지 않는 현실에 대해서요.

■ 기사들에겐 공포의 대상 ‘742번’ 시내버스

서울시 서초구 서초대로에 위치한 서리풀터널을 거쳐 은평구와 서초구를 연결하는 742번 시내버스는 지난 1월 교대역까지 노선이 연장되면서 운행 구간이 47.3km에서 57.9km로 늘었습니다.

기사들의 실제 근무시간을 살펴보니 새벽 시간대를 제외하면 4시간은 넘게 차를 몰았고, 출·퇴근 시간에는 5시간에 가까워집니다.

지난달 16일 한 742번 버스 기사는 "사람답게 일하고 싶다"며 청와대 국민청원을 올렸습니다. 이 글은 2천120명의 청원 동의를 받았습니다.

글쓴이는 "'서울시의 행정명령'이라는 미명아래 행해지는 '졸속행정'에 너무 힘들고 괴롭다"며 글을 올린 이유를 밝혔습니다.

그는 “운전피로도가 높고 휴식시간 보장도 어려우며 여러 가지로 근로자가 근무하기에 어려운 여건”이라며, "도로에 한번 나가면 5시간이 넘는데 화장실 같은 인간의 기본권은 시에서 지켜주느냐"며 고통을 호소했습니다.

실제 운행 중 기사가 자리를 이탈했다는 민원이 접수되면 회사 측으로부터 주의를 받습니다. 승객이 민원 신고를 넣어 민원 건수가 쌓이면 버스 회사 서비스 평가에 영향을 줄 수 있기 때문입니다.

한 운수종사자는 “민원 접수나 과태료 등이 걱정돼 운행하기 전 물 한 모금도 못 마시고 나간다”며 “장거리 기사들은 운전하는 5~6시간 화장실을 못 가는 것은 물론 물도 못 마신다”고 전했습니다.

■ 서초구, 신규 정류소 조성해 정차 시간 확보

서울시는 이러한 상황의 심각성을 깨닫고 대책을 마련했는데요.

서울 서초구는 장거리 노선버스 운수종사자가 화장실에 다녀올 수 있도록 관내에 신규 정류소를 조성하고 정차 시간을 확보했습니다.

지난 11일부터 관내를 거치는 장거리 노선버스 742번 운수종사자를 위해 신규 정류소(서초역 서리풀 문화광장)와 버스베이를 조성하고 추가 정차를 실시했습니다.

버스서리풀문화광장 버스베이. 서울 서초구는 장거리 노선버스 운수종사자가 화장실에 다녀올 수 있도록 신규 정류소를 조성했다.버스서리풀문화광장 버스베이. 서울 서초구는 장거리 노선버스 운수종사자가 화장실에 다녀올 수 있도록 신규 정류소를 조성했다.

이번 조치를 통해 기사들은 짧게나마 휴식 시간을 확보할 수 있게 됐습니다.

조은희 구청장은 "이번 조치가 시내버스 운수종사자들의 근로 여건 문제를 다 해결하지는 않지만, 최소한의 기본권을 지켜드리고자 서둘러 진행했다"며 "앞으로도 742번 노선이 안정적으로 운행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습니다.

■ 휴식시간 불규칙한 운수종사자 근무 여건

3월 기준 서울 시내버스 노선 338개 가운데 운행 거리가 60㎞ 이상이거나 운행 시간이 4시간 이상인 장거리 운행 노선은 총 27개입니다.

운수종사자들의 휴식시간은 노선상의 형편을 보고 취해지는 경우가 많아 배분이 불규칙적이며, 분할해 사용하게 되는 경우가 발생하는데요.

전국 자동차노동조합연맹에서 발표한 자동차운수근로자의 근로실태 보고를 보면, 이 같은 노동특성은 장시간의 노동과 노동 강도가 강해지고, 생활리듬이 깨지면서 질병을 초래해 노동력의 소멸을 앞당깁니다.

여객자동차운수사업법시행규칙에 따르면, 시내버스운송사업자는 운수종사자가 기점부터 종점까지의 운행시간이 4시간 이상이면 운행 종료 후 30분 이상의 휴식시간을 보장해야 합니다.

하지만 현행 근로기준법 제59조 [근로시간 및 휴게시간의 특례]에는 운수업의 경우 연장근로 및 휴게시간과 관련된 법 적용에서 제외되어 있습니다. 이는 무한정한 연장근로와 휴게시간 변동을 가능하게 해 운수노동자들의 장시간 노동을 초래하는 원인으로 지목되기도 합니다.

국민청원 글에서 742번 버스 기사는 "황제처럼 일하고 싶다는 이야기가 아니다. 정말 사람답게 일하고 싶다"고 밝혔습니다.

승객 안전과도 관련된 장거리 운행노선 버스 기사들의 기본권에 대한 지속적인 관심과 현명한 해결책이 필요한 시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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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1-05-20 14:43:30
    • 수정2021-05-20 19:49:24
    취재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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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의 발’로 불리는 버스는 직장인의 출퇴근길, 학생들의 등하굣길은 물론 시민들의 안전하고 편리한 이동을 책임지는 없어서는 안 될 교통수단입니다.

우리는 쉽게 버스를 올라타고 내리지만, 정작 운수종사자가 겪는 고충에 대해 관심을 두는 사람은 드뭅니다. 길게는 5시간 넘게 버스 운전석에 앉아있는 운수종사자의 ‘화장실 갈 권리’가 보장되지 않는 현실에 대해서요.

■ 기사들에겐 공포의 대상 ‘742번’ 시내버스

서울시 서초구 서초대로에 위치한 서리풀터널을 거쳐 은평구와 서초구를 연결하는 742번 시내버스는 지난 1월 교대역까지 노선이 연장되면서 운행 구간이 47.3km에서 57.9km로 늘었습니다.

기사들의 실제 근무시간을 살펴보니 새벽 시간대를 제외하면 4시간은 넘게 차를 몰았고, 출·퇴근 시간에는 5시간에 가까워집니다.

지난달 16일 한 742번 버스 기사는 "사람답게 일하고 싶다"며 청와대 국민청원을 올렸습니다. 이 글은 2천120명의 청원 동의를 받았습니다.

글쓴이는 "'서울시의 행정명령'이라는 미명아래 행해지는 '졸속행정'에 너무 힘들고 괴롭다"며 글을 올린 이유를 밝혔습니다.

그는 “운전피로도가 높고 휴식시간 보장도 어려우며 여러 가지로 근로자가 근무하기에 어려운 여건”이라며, "도로에 한번 나가면 5시간이 넘는데 화장실 같은 인간의 기본권은 시에서 지켜주느냐"며 고통을 호소했습니다.

실제 운행 중 기사가 자리를 이탈했다는 민원이 접수되면 회사 측으로부터 주의를 받습니다. 승객이 민원 신고를 넣어 민원 건수가 쌓이면 버스 회사 서비스 평가에 영향을 줄 수 있기 때문입니다.

한 운수종사자는 “민원 접수나 과태료 등이 걱정돼 운행하기 전 물 한 모금도 못 마시고 나간다”며 “장거리 기사들은 운전하는 5~6시간 화장실을 못 가는 것은 물론 물도 못 마신다”고 전했습니다.

■ 서초구, 신규 정류소 조성해 정차 시간 확보

서울시는 이러한 상황의 심각성을 깨닫고 대책을 마련했는데요.

서울 서초구는 장거리 노선버스 운수종사자가 화장실에 다녀올 수 있도록 관내에 신규 정류소를 조성하고 정차 시간을 확보했습니다.

지난 11일부터 관내를 거치는 장거리 노선버스 742번 운수종사자를 위해 신규 정류소(서초역 서리풀 문화광장)와 버스베이를 조성하고 추가 정차를 실시했습니다.

버스서리풀문화광장 버스베이. 서울 서초구는 장거리 노선버스 운수종사자가 화장실에 다녀올 수 있도록 신규 정류소를 조성했다.
이번 조치를 통해 기사들은 짧게나마 휴식 시간을 확보할 수 있게 됐습니다.

조은희 구청장은 "이번 조치가 시내버스 운수종사자들의 근로 여건 문제를 다 해결하지는 않지만, 최소한의 기본권을 지켜드리고자 서둘러 진행했다"며 "앞으로도 742번 노선이 안정적으로 운행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습니다.

■ 휴식시간 불규칙한 운수종사자 근무 여건

3월 기준 서울 시내버스 노선 338개 가운데 운행 거리가 60㎞ 이상이거나 운행 시간이 4시간 이상인 장거리 운행 노선은 총 27개입니다.

운수종사자들의 휴식시간은 노선상의 형편을 보고 취해지는 경우가 많아 배분이 불규칙적이며, 분할해 사용하게 되는 경우가 발생하는데요.

전국 자동차노동조합연맹에서 발표한 자동차운수근로자의 근로실태 보고를 보면, 이 같은 노동특성은 장시간의 노동과 노동 강도가 강해지고, 생활리듬이 깨지면서 질병을 초래해 노동력의 소멸을 앞당깁니다.

여객자동차운수사업법시행규칙에 따르면, 시내버스운송사업자는 운수종사자가 기점부터 종점까지의 운행시간이 4시간 이상이면 운행 종료 후 30분 이상의 휴식시간을 보장해야 합니다.

하지만 현행 근로기준법 제59조 [근로시간 및 휴게시간의 특례]에는 운수업의 경우 연장근로 및 휴게시간과 관련된 법 적용에서 제외되어 있습니다. 이는 무한정한 연장근로와 휴게시간 변동을 가능하게 해 운수노동자들의 장시간 노동을 초래하는 원인으로 지목되기도 합니다.

국민청원 글에서 742번 버스 기사는 "황제처럼 일하고 싶다는 이야기가 아니다. 정말 사람답게 일하고 싶다"고 밝혔습니다.

승객 안전과도 관련된 장거리 운행노선 버스 기사들의 기본권에 대한 지속적인 관심과 현명한 해결책이 필요한 시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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