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 나무에서 ‘의문의 구멍’ 무더기 발견…누가? 왜?

입력 2021.05.20 (15:57) 수정 2021.05.20 (16:38)

읽어주기 기능은 크롬기반의
브라우저에서만 사용하실 수 있습니다.

뿌리 부분에 깊은 구멍이 난 나무뿌리 부분에 깊은 구멍이 난 나무

■ 봄인데 잎사귀 없는 나무…그리고 뿌리에서 발견된 구멍들

전북 전주시 평화동의 한 아파트 주민들은 며칠 전부터 이상한 광경을 목격했습니다. 초여름을 코앞에 둔 5월에 접어들었으니 아파트의 나무들이 울창하게 우거져야 하는데, 몇몇 나무들은 앙상했기 때문입니다.

이런 의문에 의혹이 더해진 것은 앙상한 나무들에서 발견된 '수상한 구멍들'이 때문입니다. 잎사귀 없는 나무들를 뿌리 부분에서는 인위적으로 파낸 구멍들을 보였습니다.

기자가 현장을 찾아갔더니 볼펜이 쉽게 들어가는 크기와 깊이였습니다. 이 아파트 단지에서만 30그루가 넘는 나무들에서 구멍들이 발견됐습니다.

한 나무에서만 서너 개씩 발견된 구멍들한 나무에서만 서너 개씩 발견된 구멍들

■ "공구로 고의 훼손한 것 같은데…" 원인은 '미궁'

아파트 7, 8층까지 자란 아름드리 느티나무 한 그루에서는 뿌리 부분을 중심으로 4개의 구멍이 발견되기도 했습니다. 벌레가 파먹었다고 보기에는 너무나 깔끔했습니다. 구멍이 난 나무들 대부분은 앙상한 모습인데, 구멍이 없는 나무는 울창했습니다.


주민들은 누군가 전동 드릴 등 공구로 여러 차례에 걸쳐 구멍을 낸 것 같다며, 관리사무소에 신고했습니다.

아파트 주민 이종환 씨는 "나무가 만신창이가 된 모습을 보니 기분이 안 좋고 섬뜩했다. 40년 된 나무들을 이렇게 구멍을 뚫어서 죽이려고 했다는 것이 말이 됩니까? 생명이나 똑같은 건데요"라고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 나무 고의 훼손하면 '재물 손괴' 해당…경찰도 수사


신고를 받은 경찰도 수사에 나섰습니다. 전북 경찰 관계자는 "누군가 고의로 훼손한 정황으로 보인다. 아파트의 재산인 조경수에 일부러 구멍을 냈다면 '재물손괴죄'로 입건할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또, 혹시라도 제초제나 농약 등을 구멍에 지속 투입해 나무를 고사시킨 정황이 있는지도 밝혀내기 위해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정밀 조사를 의뢰했습니다.

'나무 훼손 사건'은 이번이 처음이 아닙니다. 지난 2001년, 전북 전주 삼천동에서는 천연기념물 제355호인 '곰솔' 밑동에 드릴로 구멍을 뚫은 사건이 있었고, 2014년 울산지역에서도 누군가 가로수에 구멍을 내 지자체가 대응에 나서는 일도 있었습니다.

누가, 왜 이런 행위를 하는 것일까요?

말 못하는 나무라도 분명 살아 숨 쉬는 생명체이며 충분히 고통을 느낍니다. 죄 없는 나무를 향한 인간의 이유 없는 폭력이라면, 이제는 멈춰야겠습니다.

■ 제보하기
▷ 카카오톡 : 'KBS제보' 검색, 채널 추가
▷ 전화 : 02-781-1234, 4444
▷ 이메일 : kbs1234@kbs.co.kr
▷ 유튜브, 네이버, 카카오에서도 KBS뉴스를 구독해주세요!


  • 아파트 나무에서 ‘의문의 구멍’ 무더기 발견…누가? 왜?
    • 입력 2021-05-20 15:57:11
    • 수정2021-05-20 16:38:18
    취재K
뿌리 부분에 깊은 구멍이 난 나무
■ 봄인데 잎사귀 없는 나무…그리고 뿌리에서 발견된 구멍들

전북 전주시 평화동의 한 아파트 주민들은 며칠 전부터 이상한 광경을 목격했습니다. 초여름을 코앞에 둔 5월에 접어들었으니 아파트의 나무들이 울창하게 우거져야 하는데, 몇몇 나무들은 앙상했기 때문입니다.

이런 의문에 의혹이 더해진 것은 앙상한 나무들에서 발견된 '수상한 구멍들'이 때문입니다. 잎사귀 없는 나무들를 뿌리 부분에서는 인위적으로 파낸 구멍들을 보였습니다.

기자가 현장을 찾아갔더니 볼펜이 쉽게 들어가는 크기와 깊이였습니다. 이 아파트 단지에서만 30그루가 넘는 나무들에서 구멍들이 발견됐습니다.

한 나무에서만 서너 개씩 발견된 구멍들
■ "공구로 고의 훼손한 것 같은데…" 원인은 '미궁'

아파트 7, 8층까지 자란 아름드리 느티나무 한 그루에서는 뿌리 부분을 중심으로 4개의 구멍이 발견되기도 했습니다. 벌레가 파먹었다고 보기에는 너무나 깔끔했습니다. 구멍이 난 나무들 대부분은 앙상한 모습인데, 구멍이 없는 나무는 울창했습니다.


주민들은 누군가 전동 드릴 등 공구로 여러 차례에 걸쳐 구멍을 낸 것 같다며, 관리사무소에 신고했습니다.

아파트 주민 이종환 씨는 "나무가 만신창이가 된 모습을 보니 기분이 안 좋고 섬뜩했다. 40년 된 나무들을 이렇게 구멍을 뚫어서 죽이려고 했다는 것이 말이 됩니까? 생명이나 똑같은 건데요"라고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 나무 고의 훼손하면 '재물 손괴' 해당…경찰도 수사


신고를 받은 경찰도 수사에 나섰습니다. 전북 경찰 관계자는 "누군가 고의로 훼손한 정황으로 보인다. 아파트의 재산인 조경수에 일부러 구멍을 냈다면 '재물손괴죄'로 입건할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또, 혹시라도 제초제나 농약 등을 구멍에 지속 투입해 나무를 고사시킨 정황이 있는지도 밝혀내기 위해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정밀 조사를 의뢰했습니다.

'나무 훼손 사건'은 이번이 처음이 아닙니다. 지난 2001년, 전북 전주 삼천동에서는 천연기념물 제355호인 '곰솔' 밑동에 드릴로 구멍을 뚫은 사건이 있었고, 2014년 울산지역에서도 누군가 가로수에 구멍을 내 지자체가 대응에 나서는 일도 있었습니다.

누가, 왜 이런 행위를 하는 것일까요?

말 못하는 나무라도 분명 살아 숨 쉬는 생명체이며 충분히 고통을 느낍니다. 죄 없는 나무를 향한 인간의 이유 없는 폭력이라면, 이제는 멈춰야겠습니다.

이 기사가 좋으셨다면

오늘의 핫 클릭

실시간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는 뉴스

이 기사에 대한 의견을 남겨주세요.

수신료 수신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