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의원 재량사업비 ‘말로만 폐지’…꼼수, 언제까지

입력 2021.05.21 (07:31) 수정 2021.05.21 (08: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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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주민 참여 없는 주민참여예산의 문제점, 여러차례 짚었는데요.

근본적인 원인은 5년 전, 비리가 불거지면서 폐지하겠다고 했던 지방의원 재량사업비입니다.

말로만 없앴을뿐 주민참여예산으로 이름만 바꾼 채 여전히 집행하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보도에 안태성 기자입니다.

[리포트]

전주시내 한 경로당.

몸에 빛을 쬐어 온기를 돌게 한다는 2백만 원짜리 온열기가 한쪽 구석에 놓여 있습니다.

5년 전에 들여왔다는데, 이용하는 사람이 없어 애물단지가 된 지 오랩니다.

[△△경로당 회원/음성변조 : "(이거(온열기) 혹시 쓰세요. 지금도?) 이거 많이 안 써. 쓰지도 않아. 전기요금도 많이 나오고…."]

이 경로당도 같은 해인 2016년, 똑같이 온열기를 받았지만, 언제부턴가 사라졌습니다.

[□□경로당 회원/음성변조 : “(언제부터 없어졌는지 모르세요?) 오래됐어요. (어디로 갔는지도 모른다는 얘기네요?) 버렸겠죠. 고장났으니까.”]

이른바 도의원 재량사업비로 구입한 건데, 배경엔 검은 거래가 있었습니다.

당시 도의원 3명이 전주시내 경로당과 학교 등 40곳에 온열기 설치 예산을 배정해주는 대가로 브로커로부터 금품을 받은 사실이 드러나 임기 도중에 물러났습니다.

파문은 컸고 재량사업비 폐지 여론이 들끓었습니다.

[최빈식/전라북도공무원노조 위원장/2017년 6월 : "뿌리를 뽑아야 된다는 것이고, 도만 해도 200억 원에 개인당 5억 5천만 원 정도 되는데 시군 숙원사업비(재량사업비)까지 합치면 몇백억, 천억 원이 될지 모르겠는데…."]

전북도의회도 재량사업비를 편성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내놨습니다.

과연 재량사업비는 없어졌을까?

주민참여예산으로 이름만 바뀌었을 뿐입니다.

올해 전라북도 주민참여예산 사업비는 백90억 원 남짓.

시군별로 추려봤습니다.

많게는 60여억 원에서 적게는 5억 원까지.

시군 사업비를 해당 지역 도의원 수 만큼 나눠봤더니, 약간 차이가 있긴 하지만 대부분 5억 원대로 비슷합니다.

도의원 한 명당 한해 5억 원가량 줬던 재량사업비 금액과 거의 일치합니다.

예나 지금이나 재량사업비는 없다는 게 전라북도의 공식 입장.

주민참여예산은 도의원이 임의로 쓰는 예산이 아니라 주민이 직접 사업을 신청하게 돼 있어 재량사업비가 아니라는 겁니다.

현재 재량사업비는 법적 근거가 없습니다.

[전라북도 직원/음성변조 : "17년 이후부터는 안 하고 있죠. (지금 하고 있잖아요?) 그렇게 보시면, 저희도 어쩔 수 없이 법적 테두리와 기구가 있기 때문에 그렇게 말씀을 드리는 거고요."]

경찰이 주민참여예산 편성 과정에서 특혜나 유착이 있었는지 살피고 있는 가운데, 한 시민단체는 감사원 감사 청구를 준비하고 있습니다.

KBS 뉴스 안태성입니다.

촬영기자:신재복/그래픽:전현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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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지방의원 재량사업비 ‘말로만 폐지’…꼼수, 언제까지
    • 입력 2021-05-21 07:31:41
    • 수정2021-05-21 08:38:08
    뉴스광장(전주)
[앵커]

주민 참여 없는 주민참여예산의 문제점, 여러차례 짚었는데요.

근본적인 원인은 5년 전, 비리가 불거지면서 폐지하겠다고 했던 지방의원 재량사업비입니다.

말로만 없앴을뿐 주민참여예산으로 이름만 바꾼 채 여전히 집행하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보도에 안태성 기자입니다.

[리포트]

전주시내 한 경로당.

몸에 빛을 쬐어 온기를 돌게 한다는 2백만 원짜리 온열기가 한쪽 구석에 놓여 있습니다.

5년 전에 들여왔다는데, 이용하는 사람이 없어 애물단지가 된 지 오랩니다.

[△△경로당 회원/음성변조 : "(이거(온열기) 혹시 쓰세요. 지금도?) 이거 많이 안 써. 쓰지도 않아. 전기요금도 많이 나오고…."]

이 경로당도 같은 해인 2016년, 똑같이 온열기를 받았지만, 언제부턴가 사라졌습니다.

[□□경로당 회원/음성변조 : “(언제부터 없어졌는지 모르세요?) 오래됐어요. (어디로 갔는지도 모른다는 얘기네요?) 버렸겠죠. 고장났으니까.”]

이른바 도의원 재량사업비로 구입한 건데, 배경엔 검은 거래가 있었습니다.

당시 도의원 3명이 전주시내 경로당과 학교 등 40곳에 온열기 설치 예산을 배정해주는 대가로 브로커로부터 금품을 받은 사실이 드러나 임기 도중에 물러났습니다.

파문은 컸고 재량사업비 폐지 여론이 들끓었습니다.

[최빈식/전라북도공무원노조 위원장/2017년 6월 : "뿌리를 뽑아야 된다는 것이고, 도만 해도 200억 원에 개인당 5억 5천만 원 정도 되는데 시군 숙원사업비(재량사업비)까지 합치면 몇백억, 천억 원이 될지 모르겠는데…."]

전북도의회도 재량사업비를 편성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내놨습니다.

과연 재량사업비는 없어졌을까?

주민참여예산으로 이름만 바뀌었을 뿐입니다.

올해 전라북도 주민참여예산 사업비는 백90억 원 남짓.

시군별로 추려봤습니다.

많게는 60여억 원에서 적게는 5억 원까지.

시군 사업비를 해당 지역 도의원 수 만큼 나눠봤더니, 약간 차이가 있긴 하지만 대부분 5억 원대로 비슷합니다.

도의원 한 명당 한해 5억 원가량 줬던 재량사업비 금액과 거의 일치합니다.

예나 지금이나 재량사업비는 없다는 게 전라북도의 공식 입장.

주민참여예산은 도의원이 임의로 쓰는 예산이 아니라 주민이 직접 사업을 신청하게 돼 있어 재량사업비가 아니라는 겁니다.

현재 재량사업비는 법적 근거가 없습니다.

[전라북도 직원/음성변조 : "17년 이후부터는 안 하고 있죠. (지금 하고 있잖아요?) 그렇게 보시면, 저희도 어쩔 수 없이 법적 테두리와 기구가 있기 때문에 그렇게 말씀을 드리는 거고요."]

경찰이 주민참여예산 편성 과정에서 특혜나 유착이 있었는지 살피고 있는 가운데, 한 시민단체는 감사원 감사 청구를 준비하고 있습니다.

KBS 뉴스 안태성입니다.

촬영기자:신재복/그래픽:전현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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