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트병 매달고 바다 건넌 소년…모로코인들 목숨 건 유럽행

입력 2021.05.21 (14:16) 수정 2021.05.21 (20: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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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소년이 페트병을 구명조끼 삼아 두르고 필사적으로 헤엄칩니다. 아프리카 대륙과 국경을 맞댄 유일한 유럽연합(EU) 영토인 스페인령 세우타에 발을 딛기 위해서입니다. 소년처럼 필사적으로 유럽을 향해온 모로코의 불법 이민자가 이틀 만에 8천 명을 넘어섰습니다.

외신들은 지난 18일(현지시간) 세우타 주재 스페인 정부가 전날부터 모로코에서 세우타로 이민자 8천 명이 들어왔으며, 이 가운데 절반은 모로코로 돌려보냈다고 밝혔다고 보도했습니다.

이민자 대다수는 모로코 등 아프리카 출신으로, 미성년자도 천 5백여 명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스페인과 모로코는 30년 전 비공식적인 경로로 국경을 넘어오는 모든 사람을 추방한다는 협정에 서명했지만, 성인 보호자가 없는 미성년자는 정부 감독 아래 스페인 영토에 머물 수 있습니다.

바다에서 구조되는 이민자의 갓난아기 [출처:AP]바다에서 구조되는 이민자의 갓난아기 [출처:AP]

이민자들은 썰물을 틈타 얕은 바다를 걸어오거나 모로코 해변에서 출발해 수 킬로미터를 헤엄치는 등 목숨을 걸고 세우타로 향하고 있습니다. 지난 18일에는 부모의 등에 업혀 바다를 건너다 홀로 떨어진 갓난아기가 구조되기도 했습니다.

세우타가 유럽으로 통하는 관문이기 때문에 그동안 불법 이민자들이 수시로 몰려들었지만, 이번처럼 대규모 인원이 한꺼번에 몰린 경우는 없었습니다.

세우타 국경을 넘으려는 이민 행렬 [출처 : AP]세우타 국경을 넘으려는 이민 행렬 [출처 : AP]

외신들은 최근 스페인 정부가 코로나19에 감염된 모로코 반군 지도자의 치료 목적 입국을 허가하자 이에 반발한 모로코 정부가 국경 경비를 느슨하게 하면서 아프리카를 떠나 유럽으로 향하는 대규모 불법 이민 행렬이 이어지고 있다고 분석했습니다. 모로코가 스페인을 압박하기 위해 이민자를 일부러 통제하지 않고 있다는 겁니다.

결국, 지난 18일 페드로 산체스 총리는 프랑스 파리 방문 일정을 급거 취소하고 세우타로 향했습니다. 그는 "갑작스러운 이주민 유입은 스페인과 유럽에 심각한 위기"라며 "질서를 회복하겠다"고 강조했고 다음 날 스페인이 국경 경비를 강화하면서 이민 행렬은 멈췄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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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페트병 매달고 바다 건넌 소년…모로코인들 목숨 건 유럽행
    • 입력 2021-05-21 14:16:36
    • 수정2021-05-21 20:59:28
    취재K

한 소년이 페트병을 구명조끼 삼아 두르고 필사적으로 헤엄칩니다. 아프리카 대륙과 국경을 맞댄 유일한 유럽연합(EU) 영토인 스페인령 세우타에 발을 딛기 위해서입니다. 소년처럼 필사적으로 유럽을 향해온 모로코의 불법 이민자가 이틀 만에 8천 명을 넘어섰습니다.

외신들은 지난 18일(현지시간) 세우타 주재 스페인 정부가 전날부터 모로코에서 세우타로 이민자 8천 명이 들어왔으며, 이 가운데 절반은 모로코로 돌려보냈다고 밝혔다고 보도했습니다.

이민자 대다수는 모로코 등 아프리카 출신으로, 미성년자도 천 5백여 명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스페인과 모로코는 30년 전 비공식적인 경로로 국경을 넘어오는 모든 사람을 추방한다는 협정에 서명했지만, 성인 보호자가 없는 미성년자는 정부 감독 아래 스페인 영토에 머물 수 있습니다.

바다에서 구조되는 이민자의 갓난아기 [출처:AP]
이민자들은 썰물을 틈타 얕은 바다를 걸어오거나 모로코 해변에서 출발해 수 킬로미터를 헤엄치는 등 목숨을 걸고 세우타로 향하고 있습니다. 지난 18일에는 부모의 등에 업혀 바다를 건너다 홀로 떨어진 갓난아기가 구조되기도 했습니다.

세우타가 유럽으로 통하는 관문이기 때문에 그동안 불법 이민자들이 수시로 몰려들었지만, 이번처럼 대규모 인원이 한꺼번에 몰린 경우는 없었습니다.

세우타 국경을 넘으려는 이민 행렬 [출처 : AP]
외신들은 최근 스페인 정부가 코로나19에 감염된 모로코 반군 지도자의 치료 목적 입국을 허가하자 이에 반발한 모로코 정부가 국경 경비를 느슨하게 하면서 아프리카를 떠나 유럽으로 향하는 대규모 불법 이민 행렬이 이어지고 있다고 분석했습니다. 모로코가 스페인을 압박하기 위해 이민자를 일부러 통제하지 않고 있다는 겁니다.

결국, 지난 18일 페드로 산체스 총리는 프랑스 파리 방문 일정을 급거 취소하고 세우타로 향했습니다. 그는 "갑작스러운 이주민 유입은 스페인과 유럽에 심각한 위기"라며 "질서를 회복하겠다"고 강조했고 다음 날 스페인이 국경 경비를 강화하면서 이민 행렬은 멈췄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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