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미궁에 빠진 소각장 집단 암 미스터리…조사자도 결과 반발

입력 2021.05.21 (16:45) 수정 2021.05.21 (20: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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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 새 암 환자 60명이 숨진 충북 청주 북이면 마을10년 새 암 환자 60명이 숨진 충북 청주 북이면 마을
■ 미궁에 빠진 충북 청주시 북이면 '집단 암' 미스터리

충북 청주시 북이면의 한 마을 반경 2km 안에는 소각장 3곳이 하루 540여 톤을 처리하고 있습니다. 최근 10년 새, 이 일대에서 주민 60명이 암으로 숨지자 환경부가 전국 최초로 '소각장과 주민 암 발병'의 인과 관계를 확인하는 건강영향조사를 진행했습니다.

2년여 만에 나온 환경부의 결론은 "소각장과 암 발병의 연관성을 입증하기 힘들다"는 것이었습니다. "특정· 영향 인자인 소각시설에서 배출되는 유해물질과 주민들의 암 발생 간 역학적 관련성이 과학적으로 명확하게 입증되지 않는다"는 겁니다. 유해물질 배출원 조사 결과, 해당 소각 시설에서 배출하는 다이옥신 등 오염 물질이 배출 허용 기준에 비해 낮았고, 소각시설 배출구에서 카드뮴도 검출되지 않았다는 것이 주된 이유입니다.

하지만 주민들은 소각장 가동으로 심각한 환경 오염과 건강권 피해 등 고통이 컸다고 호소하고 있습니다. '소각장 가동과 집단 암 발병과의 연관성을 확인하기 힘들다'는 환경부의 발표가 엉터리라면서 재조사를 요구하고 있습니다.

사실 이번 조사는 정부가 전국에서 처음으로 소각시설 주변 지역을 대상으로 벌인 건강영향조사였기 때문에 사회적 관심이 매우 높았습니다. 이번 결과에 따라 전국적으로 소각장 인‧허가 절차가 더욱 엄격해지고, 소각장과 암 관련 인과 관계가 입증되면 피해 보상 등의 구제책도 마련될 것이라는 기대가 컸습니다.

하지만 2019년 4월 주민들이 환경부에 청원한 지 2년여 만에 나온 환경부의 결론에, 주민들은 절망했습니다.

일부 주민들은 "전국적으로 급증하는 폐기물 처리에 골머리를 앓고 있는 환경부가 소각업체에 면죄부를 주기 위해 끼워 맞추기 결론을 냈다"며 분통을 터뜨리고 있습니다. 특히 주민들의 몸에서 나온 카드뮴 등 일부 유해물질 체내 농도가 우리나라 성인 평균보다 훨씬 높다는 결과 등도 나와 환경부의 결론에 의문을 제기하고 있습니다.

환경부는 "충북 청주시와 함께 환경·건강 조사 모니터링과 소각시설 관리 강화, 주민 건강 조사 등 사후 관리를 지속적으로 펼칠 계획"이라고 강조하고 있지만 성난 주민들을 달래기에는 역부족입니다.


■ 조사 참여 핵심 전문가들, "환경부, 성급한 결론 부적절" 지적

KBS의 취재 결과, 이번 조사에 참여했던 전문가들 스스로도 환경부가 발표한 결론에 문제를 제기하고 있었습니다. 정부 조사에 주도적으로 참여했던 전문가들이 불이익까지 감수하면서 공식적으로 이의를 제기하고 있는 것은 몹시 특별하고 이례적인 상황입니다.

전문가들과 주민들이 '소각장 밀집과 집단 암 사이 연관성이 높다'고 보는 이유는 여러가지입니다.

우선, 소각장 일대 주민을 대상으로 한 건강조사에서 다환방향족탄화수소류 대사체와 유전자 손상지표(8-OHdG ) 등 일부 항목이 대조 지역이나 일반 국민의 수치보다 높게 나왔습니다.

 
주민들의 몸에서 나온 카드뮴 농도(2.66㎍/g_cr)는 우리나라 성인 평균의 5.7배에 달했습니다. KBS의 취재 결과, 특히 소각장 근처 주민 3명은 해당 수치가 20배 넘게 검출돼 전국 최고 수준에 달했습니다. 심지어 30배 가까이 나온 주민도 있었습니다.


소각시설과의 거리가 가까울수록 유의하게 증 하는 경향을 보였는데, 유전자 손상지표(요중 8-OHdG 농도)등도 마찬가지로 통계적 유의성을 보였다고 전문가들은 설명합니다.

암 잠복기(혈액암 5년·고형암 10년)를 고려한 후향적 동일집단 연구 결과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충북 청주시 북이면 지역의 남성에게 담낭암 발생률이 다른 지역보다 2.63배 높았고, 여자는 신장암의 발생률이 2.79배 높았습니다.

전문가들은 " 환경부가 이런 주요 과학적 사실을 간과한 채, 소각 시설 유해물질과 주민들의 암 발생 간 역학적 관련성을 명확하게 입증할 과학적 근거가 제한적이라고 결론 냈다"고 지적합니다.

특히 환경부 조사의 민간 책임자였던 김용대 충북대학교 예방의학과 교수는 "이번 주민 건강영향조사에 명확한 한계가 있고, 추가 조사가 필요하다"고 강조했습니다. "특정 암 발생률과 유해물질 노출에 의한 주민들의 유전자 손상 지표 등이 높아 소각장 밀집과 집단 암 발병 사이에 연관성이 있다고 보여진다"고 밝혔습니다.

이번 조사에 참여한 홍영습 동아대학교 중금속노출환경보건센터장 역시 "소각장 밀집과 집단 암의 연관성을 배제하기 어려운 상황인데, 환경부가 단면을 부각해 섣불리 인과성을 판단하는 결론을 냈다"는 입장을 공식화했습니다.


권호장 단국대학교 의과대학 교수도 "유해물질 배출의 관점에서 보면 '소각장'의 대기물질 연간 배출량 등이 가장 높기 때문에, 집단 암 발병과 소각장의 연관성이 제일 유력하다고 보는 게 타당하다"는 입장입니다. 실제로 충북 청주시 북이면에서 유해 대기물질을 배출하는 시설 113곳의 연간 배출량은 1,270톤이지만, 소각업체 3곳의 배출량은 9천 톤으로 무려 7배 이상 많았습니다.

이에 대해 환경부는 "일부 암 질환 추적 관찰과 과거 노출 영향 자료 등이 미흡한 조사상 한계가 있지만, 충분한 협의를 통해 내린 결론"이라고 해명했습니다. 박용규 환경부 환경보건정책관은 "결과에 대해 과학적인 근거 제시 여부를 놓고 협의를 했지만, 한계가 있는 부분은 추후 논의하겠다"고 밝혔습니다.


■ "소각장에 면죄부 준 환경부"… 주민 반발 거세

환경부의 건강영향조사에 참여한 전문가들마저도 환경부의 공식 입장에 우려를 드러내자, 지역 주민들은 물론 시민사회단체 등에서도 비판의 목소리가 더욱 커지고 있습니다.

유해물질로부터 안전한 삶과 일터 충북노동자시민회의는 최근, 환경부의 발표를 규탄하는 성명을 내고 "충북 청주시 북이면 일대 주민은 지난 20년 동안 발암 물질과 유해물질에 노출됐다"고 주장하면서 "20년에 걸쳐 축적된 피해를 13명의 조사관이 짧은 시간 안에 파악하기에는 시간과 인력이 턱없이 부족하다"고 지적했습니다.

그리고 "조사단도 인정한 것처럼 확보 가능한 자료는 2015년 이후 일부 자료에 불과하다"면서 "처음부터 신뢰할 수 있는 결과를 도출하기 어려웠다는 의미"라고 비판했습니다. "집단 암 발병에도 인과성이 없다는 환경부의 결론은 주민과 조사에 직접 참여한 전문가들까지 인정하지 않고 있다"면서 "주민건강영향조사 결과를 즉각 폐기하고 재조사하라"고 촉구했습니다.

일부 유해 발암 물질 노출 정도가 매우 심각하게 나온 주민들 역시 "환경부가 소각장에 면죄부를 줬다"면서 "문제가 없다면 환경부도 소각장 옆으로 옮기라"는 격앙된 반응까지 나오고 있습니다.

오염물질 추가 노출 방지와 재조사를 요구하는 지역사회의 반발 수위가 점점 높아지는 등 환경부의 발표 이후, 후폭풍이 거셉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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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단독] 미궁에 빠진 소각장 집단 암 미스터리…조사자도 결과 반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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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수정2021-05-21 20:59:23
    취재K
10년 새 암 환자 60명이 숨진 충북 청주 북이면 마을 ■ 미궁에 빠진 충북 청주시 북이면 '집단 암' 미스터리

충북 청주시 북이면의 한 마을 반경 2km 안에는 소각장 3곳이 하루 540여 톤을 처리하고 있습니다. 최근 10년 새, 이 일대에서 주민 60명이 암으로 숨지자 환경부가 전국 최초로 '소각장과 주민 암 발병'의 인과 관계를 확인하는 건강영향조사를 진행했습니다.

2년여 만에 나온 환경부의 결론은 "소각장과 암 발병의 연관성을 입증하기 힘들다"는 것이었습니다. "특정· 영향 인자인 소각시설에서 배출되는 유해물질과 주민들의 암 발생 간 역학적 관련성이 과학적으로 명확하게 입증되지 않는다"는 겁니다. 유해물질 배출원 조사 결과, 해당 소각 시설에서 배출하는 다이옥신 등 오염 물질이 배출 허용 기준에 비해 낮았고, 소각시설 배출구에서 카드뮴도 검출되지 않았다는 것이 주된 이유입니다.

하지만 주민들은 소각장 가동으로 심각한 환경 오염과 건강권 피해 등 고통이 컸다고 호소하고 있습니다. '소각장 가동과 집단 암 발병과의 연관성을 확인하기 힘들다'는 환경부의 발표가 엉터리라면서 재조사를 요구하고 있습니다.

사실 이번 조사는 정부가 전국에서 처음으로 소각시설 주변 지역을 대상으로 벌인 건강영향조사였기 때문에 사회적 관심이 매우 높았습니다. 이번 결과에 따라 전국적으로 소각장 인‧허가 절차가 더욱 엄격해지고, 소각장과 암 관련 인과 관계가 입증되면 피해 보상 등의 구제책도 마련될 것이라는 기대가 컸습니다.

하지만 2019년 4월 주민들이 환경부에 청원한 지 2년여 만에 나온 환경부의 결론에, 주민들은 절망했습니다.

일부 주민들은 "전국적으로 급증하는 폐기물 처리에 골머리를 앓고 있는 환경부가 소각업체에 면죄부를 주기 위해 끼워 맞추기 결론을 냈다"며 분통을 터뜨리고 있습니다. 특히 주민들의 몸에서 나온 카드뮴 등 일부 유해물질 체내 농도가 우리나라 성인 평균보다 훨씬 높다는 결과 등도 나와 환경부의 결론에 의문을 제기하고 있습니다.

환경부는 "충북 청주시와 함께 환경·건강 조사 모니터링과 소각시설 관리 강화, 주민 건강 조사 등 사후 관리를 지속적으로 펼칠 계획"이라고 강조하고 있지만 성난 주민들을 달래기에는 역부족입니다.


■ 조사 참여 핵심 전문가들, "환경부, 성급한 결론 부적절" 지적

KBS의 취재 결과, 이번 조사에 참여했던 전문가들 스스로도 환경부가 발표한 결론에 문제를 제기하고 있었습니다. 정부 조사에 주도적으로 참여했던 전문가들이 불이익까지 감수하면서 공식적으로 이의를 제기하고 있는 것은 몹시 특별하고 이례적인 상황입니다.

전문가들과 주민들이 '소각장 밀집과 집단 암 사이 연관성이 높다'고 보는 이유는 여러가지입니다.

우선, 소각장 일대 주민을 대상으로 한 건강조사에서 다환방향족탄화수소류 대사체와 유전자 손상지표(8-OHdG ) 등 일부 항목이 대조 지역이나 일반 국민의 수치보다 높게 나왔습니다.

 
주민들의 몸에서 나온 카드뮴 농도(2.66㎍/g_cr)는 우리나라 성인 평균의 5.7배에 달했습니다. KBS의 취재 결과, 특히 소각장 근처 주민 3명은 해당 수치가 20배 넘게 검출돼 전국 최고 수준에 달했습니다. 심지어 30배 가까이 나온 주민도 있었습니다.


소각시설과의 거리가 가까울수록 유의하게 증 하는 경향을 보였는데, 유전자 손상지표(요중 8-OHdG 농도)등도 마찬가지로 통계적 유의성을 보였다고 전문가들은 설명합니다.

암 잠복기(혈액암 5년·고형암 10년)를 고려한 후향적 동일집단 연구 결과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충북 청주시 북이면 지역의 남성에게 담낭암 발생률이 다른 지역보다 2.63배 높았고, 여자는 신장암의 발생률이 2.79배 높았습니다.

전문가들은 " 환경부가 이런 주요 과학적 사실을 간과한 채, 소각 시설 유해물질과 주민들의 암 발생 간 역학적 관련성을 명확하게 입증할 과학적 근거가 제한적이라고 결론 냈다"고 지적합니다.

특히 환경부 조사의 민간 책임자였던 김용대 충북대학교 예방의학과 교수는 "이번 주민 건강영향조사에 명확한 한계가 있고, 추가 조사가 필요하다"고 강조했습니다. "특정 암 발생률과 유해물질 노출에 의한 주민들의 유전자 손상 지표 등이 높아 소각장 밀집과 집단 암 발병 사이에 연관성이 있다고 보여진다"고 밝혔습니다.

이번 조사에 참여한 홍영습 동아대학교 중금속노출환경보건센터장 역시 "소각장 밀집과 집단 암의 연관성을 배제하기 어려운 상황인데, 환경부가 단면을 부각해 섣불리 인과성을 판단하는 결론을 냈다"는 입장을 공식화했습니다.


권호장 단국대학교 의과대학 교수도 "유해물질 배출의 관점에서 보면 '소각장'의 대기물질 연간 배출량 등이 가장 높기 때문에, 집단 암 발병과 소각장의 연관성이 제일 유력하다고 보는 게 타당하다"는 입장입니다. 실제로 충북 청주시 북이면에서 유해 대기물질을 배출하는 시설 113곳의 연간 배출량은 1,270톤이지만, 소각업체 3곳의 배출량은 9천 톤으로 무려 7배 이상 많았습니다.

이에 대해 환경부는 "일부 암 질환 추적 관찰과 과거 노출 영향 자료 등이 미흡한 조사상 한계가 있지만, 충분한 협의를 통해 내린 결론"이라고 해명했습니다. 박용규 환경부 환경보건정책관은 "결과에 대해 과학적인 근거 제시 여부를 놓고 협의를 했지만, 한계가 있는 부분은 추후 논의하겠다"고 밝혔습니다.


■ "소각장에 면죄부 준 환경부"… 주민 반발 거세

환경부의 건강영향조사에 참여한 전문가들마저도 환경부의 공식 입장에 우려를 드러내자, 지역 주민들은 물론 시민사회단체 등에서도 비판의 목소리가 더욱 커지고 있습니다.

유해물질로부터 안전한 삶과 일터 충북노동자시민회의는 최근, 환경부의 발표를 규탄하는 성명을 내고 "충북 청주시 북이면 일대 주민은 지난 20년 동안 발암 물질과 유해물질에 노출됐다"고 주장하면서 "20년에 걸쳐 축적된 피해를 13명의 조사관이 짧은 시간 안에 파악하기에는 시간과 인력이 턱없이 부족하다"고 지적했습니다.

그리고 "조사단도 인정한 것처럼 확보 가능한 자료는 2015년 이후 일부 자료에 불과하다"면서 "처음부터 신뢰할 수 있는 결과를 도출하기 어려웠다는 의미"라고 비판했습니다. "집단 암 발병에도 인과성이 없다는 환경부의 결론은 주민과 조사에 직접 참여한 전문가들까지 인정하지 않고 있다"면서 "주민건강영향조사 결과를 즉각 폐기하고 재조사하라"고 촉구했습니다.

일부 유해 발암 물질 노출 정도가 매우 심각하게 나온 주민들 역시 "환경부가 소각장에 면죄부를 줬다"면서 "문제가 없다면 환경부도 소각장 옆으로 옮기라"는 격앙된 반응까지 나오고 있습니다.

오염물질 추가 노출 방지와 재조사를 요구하는 지역사회의 반발 수위가 점점 높아지는 등 환경부의 발표 이후, 후폭풍이 거셉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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