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생법안 98건 통과…‘보류된 1건’ 어떤 법안이길래?

입력 2021.05.21 (18:10) 수정 2021.05.21 (20: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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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20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는 김오수 검찰총장 후보자의 청문계획서 채택을 둘러싸고 여야가 대치하며 파행을 겪었습니다.

여야의 정치적 대립으로 주목받진 못했지만, 민생법안 99건도 논의됐습니다. 눈여겨볼 것은 99건의 법률안 중 딱 1개의 법안만 '브레이크'가 걸렸다는 겁니다. 오늘(21일) 본회의에 오르지 못한 1건의 법률안은 무엇이고, 어떤 이유에서였는지 살펴보겠습니다.

■ 지방체육회 예산 지원 '할 수 있다 → 해야 한다' 의무 규정 논란

논란의 법안은 국민체육진흥법 개정안입니다. 국민의힘 이용 의원이 대표 발의한 뒤 다른 개정안과 합쳐져 올라온 법안(대안)입니다. 이용 의원은 봅슬레이 스켈레톤 국가대표팀 감독 출신으로 비례대표로 21대 국회에 들어왔습니다.

개정안의 핵심은 지방자치단체가 지방체육회에 의무적으로 예산을 지원하도록 한 겁니다. 즉 법 제18조 3항의 '운영비를 보조할 수 있다''지원하여야 한다'로 바꾼 것입니다.

이의를 제기한 사람은 더불어 민주당 김남국 의원이었습니다. 김 의원은 "지방체육회에 재정적 지원을 아끼지 않아야 한다는 법 취지에는 공감한다"면서도 "보조금 편성을 반드시 지원해야 한다는 의무 규정으로 바꾸는 것은 지방재정의 자율성과 지방자치를 제약하는 것"이라고 주장했습니다.

아울러 김 의원은 "체육회만 의무적으로 보조금을 준다면 자유총연맹이나 새마을운동조직 같은 다른 단체와 형평성 문제가 나올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습니다.

이에 대해 황희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은 지자체의 재량권을 해치지 않는 범위에서 제도가 운용될 수 있을 것이라는 취지로 개정 법안에 찬성했습니다. 하지만 상임위에서 입법을 보좌하는 전문위원마저 "지방자치권 제한"이라는 견해를 내놓자 법사위는 결국 이 개정안을 통과시키지 않고 다음에 다시 심사하기로 했습니다.

어제(5월 20일) 국회 법사위는 김오수 검찰총장 후보자 청문계획서 채택을 놓고 여야가 대립했지만, 민생법안 99건 가운데 98건을  통과시켰습니다.  법사위를 통과하지 못한 1건의 법안은 ‘국민체육진흥법 개정안’이었습니다.어제(5월 20일) 국회 법사위는 김오수 검찰총장 후보자 청문계획서 채택을 놓고 여야가 대립했지만, 민생법안 99건 가운데 98건을 통과시켰습니다. 법사위를 통과하지 못한 1건의 법안은 ‘국민체육진흥법 개정안’이었습니다.

■ "지방자치권·재량권 제약"·"형평성 문제" 지적

법사위 전문위원은 검토보고서에서 지방체육회 보조금을 지자체가 의무 편성하도록 한 국민체육진흥법 개정안은 ▲ 지방자치권 제한하고 ▲다른 민간단체와 형평성 문제가 발생하며 ▲지방재정법에 따른 지자체의 재량권 제한할 소지가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지난해 지방자치단체가 지방체육회에 지급한 예산은 17개 시·도 체육회 4,265억 원, 226개 시·군·구 체육회 4,615억 원입니다. 한 해 8,880억 원에 달하는 만만찮은 예산입니다. 지자체는 체육회 예산이 의무 편성으로 바뀌면 예산 증액 요구가 더 거세질 것이고, 가뜩이나 쪼들린 지방 살림에 이를 감당하기 어려울 것으로 우려해왔습니다.

더 걱정스러운 것은 앞에 지적된 것처럼 형평성 문제입니다. 지방체육회 예산이 의무화되면 다른 민간단체들도 '의무 지원'을 요구할 것이 불 보듯 뻔하기 때문입니다.

문화예술기관 및 법인, 지역관광협의회, 생태관광협회, 한국자유총연맹, 새마을운동조직, 바르게살기운동조직, 그리고 사회복지단체 등 수많은 민간단체도 각 법령에 예산 지원 규정이 있지만, 모두 '지원할 수 있다'는 취지로 지자체의 재량권 아래 있습니다.

이런 이유에서 소관 상임위인 문화체육관광위원회 심사과정에서 경기도를 비롯해 17개 광역자치단체가 공동 반대 건의문을 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습니다. 심지어 지방자치와 보조금 관련 주무부처인 행정안전부도 반대의견을 냈지만, 상임위 심사결과에는 영향을 미치지 못했습니다.

당시 상임위 심사과정을 살펴보면 변변한 토론도 없이 개정안이 통과됐습니다. 여기에는 전문위원의 검토보고와 문화체육관광부의 '동의'도 상임위 문턱을 넘는데 '일조'한 것으로 보입니다.

<2021년 4월 21일 문화체육관광 법안심사 소위원회>

◯전문위원 천oo 씨
" 지방 체육 단체의 안정적 운영을 위해 필요한 입법조치로 보입니다. 문화체육관광부는 수용 입장입니다."
◯소위원장 박정
"정부 측 의견 말씀해 주세요."
◯문화체육관광부 제2차관 김정배
"전문위원 의견과 같습니다."
◯소위원장 박정
다른 위원님들 의견 있으십니까? 없으면 의결하도록 하겠습니다.
이의가 없으므로 가결되었음을 선포합니다.


■ 같은 법안…1년 전에는 "반대" 지금은 "찬성"?

그런데 주목할 것은 불과 1년 전에도 같은 내용의 법안이 발의됐는데, 그때는 상임위 문턱을 넘지 못했다는 겁니다.

여기에서도 전문위원의 검토보고와 주무부처인 문화체육관광부의 의견을 주의 깊게 살펴볼 필요가 있습니다. 이번에 사실상 '찬성' 의견을 냈던 같은 전문위원이 지난해에는 '반대'했고, 문화체육관광부 역시 지난해에는 '반대'했기 때문입니다.

국민체육진흥법 일부개정법률안(도종환 대표발의)에 대한
검토보고서 (전문위원 천OO, 2020년 7월)

개정안은 제18조 제3항에서 지방자치단체에 반드시 운영비를 지원하도록 하는 의무규정을 두고 있음. 그러나 이에 대해서는 법률로써 지원을 강제하게 되면 개별 지방자치단체가 갖는 재정적ㆍ행정적 상황을 고려할 수 없고, 임의 지원규정만으로도 「지방재정법」 제32조의2 제2항에 따른 지방자치단체의 운영비 지원근거가 마련될 수 있다는 점에서 일부 수정이 필요하다는 문화체육관광부의 의견이 있음.

1년 만에 어떤 사정 변경이 있었던 걸까요? 체육계와 문화체육관광부는 올해부터 지방체육회가 법인화됨에 따라 지방체육회의 독립적 안착을 위해 안정적 재정지원이 필요하다는 논리를 펴고 있습니다.

하지만 체육회가 다른 민간분야의 법인이나 단체보다 우선권을 가져야 한다는 근거가 마땅치 않기 때문에 형평성 문제는 여전히 남아 있습니다. 이를 두고 한 광역단체 관계자는 "내년 선거를 앞두고 정치권이 목소리 큰 체육계의 비위를 맞춰준 것 아니냐"는 의심의 눈초리를 보냅니다.

국민체육진흥법 개정안은 본회의로 가는 마지막 문턱인 법사위에 '계류'중입니다. 다음 회의에서는 어떤 결론에 이르게 될지 지켜봐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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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민생법안 98건 통과…‘보류된 1건’ 어떤 법안이길래?
    • 입력 2021-05-21 18:10:26
    • 수정2021-05-21 20:59:21
    취재K

어제(20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는 김오수 검찰총장 후보자의 청문계획서 채택을 둘러싸고 여야가 대치하며 파행을 겪었습니다.

여야의 정치적 대립으로 주목받진 못했지만, 민생법안 99건도 논의됐습니다. 눈여겨볼 것은 99건의 법률안 중 딱 1개의 법안만 '브레이크'가 걸렸다는 겁니다. 오늘(21일) 본회의에 오르지 못한 1건의 법률안은 무엇이고, 어떤 이유에서였는지 살펴보겠습니다.

■ 지방체육회 예산 지원 '할 수 있다 → 해야 한다' 의무 규정 논란

논란의 법안은 국민체육진흥법 개정안입니다. 국민의힘 이용 의원이 대표 발의한 뒤 다른 개정안과 합쳐져 올라온 법안(대안)입니다. 이용 의원은 봅슬레이 스켈레톤 국가대표팀 감독 출신으로 비례대표로 21대 국회에 들어왔습니다.

개정안의 핵심은 지방자치단체가 지방체육회에 의무적으로 예산을 지원하도록 한 겁니다. 즉 법 제18조 3항의 '운영비를 보조할 수 있다''지원하여야 한다'로 바꾼 것입니다.

이의를 제기한 사람은 더불어 민주당 김남국 의원이었습니다. 김 의원은 "지방체육회에 재정적 지원을 아끼지 않아야 한다는 법 취지에는 공감한다"면서도 "보조금 편성을 반드시 지원해야 한다는 의무 규정으로 바꾸는 것은 지방재정의 자율성과 지방자치를 제약하는 것"이라고 주장했습니다.

아울러 김 의원은 "체육회만 의무적으로 보조금을 준다면 자유총연맹이나 새마을운동조직 같은 다른 단체와 형평성 문제가 나올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습니다.

이에 대해 황희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은 지자체의 재량권을 해치지 않는 범위에서 제도가 운용될 수 있을 것이라는 취지로 개정 법안에 찬성했습니다. 하지만 상임위에서 입법을 보좌하는 전문위원마저 "지방자치권 제한"이라는 견해를 내놓자 법사위는 결국 이 개정안을 통과시키지 않고 다음에 다시 심사하기로 했습니다.

어제(5월 20일) 국회 법사위는 김오수 검찰총장 후보자 청문계획서 채택을 놓고 여야가 대립했지만, 민생법안 99건 가운데 98건을  통과시켰습니다.  법사위를 통과하지 못한 1건의 법안은 ‘국민체육진흥법 개정안’이었습니다.
■ "지방자치권·재량권 제약"·"형평성 문제" 지적

법사위 전문위원은 검토보고서에서 지방체육회 보조금을 지자체가 의무 편성하도록 한 국민체육진흥법 개정안은 ▲ 지방자치권 제한하고 ▲다른 민간단체와 형평성 문제가 발생하며 ▲지방재정법에 따른 지자체의 재량권 제한할 소지가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지난해 지방자치단체가 지방체육회에 지급한 예산은 17개 시·도 체육회 4,265억 원, 226개 시·군·구 체육회 4,615억 원입니다. 한 해 8,880억 원에 달하는 만만찮은 예산입니다. 지자체는 체육회 예산이 의무 편성으로 바뀌면 예산 증액 요구가 더 거세질 것이고, 가뜩이나 쪼들린 지방 살림에 이를 감당하기 어려울 것으로 우려해왔습니다.

더 걱정스러운 것은 앞에 지적된 것처럼 형평성 문제입니다. 지방체육회 예산이 의무화되면 다른 민간단체들도 '의무 지원'을 요구할 것이 불 보듯 뻔하기 때문입니다.

문화예술기관 및 법인, 지역관광협의회, 생태관광협회, 한국자유총연맹, 새마을운동조직, 바르게살기운동조직, 그리고 사회복지단체 등 수많은 민간단체도 각 법령에 예산 지원 규정이 있지만, 모두 '지원할 수 있다'는 취지로 지자체의 재량권 아래 있습니다.

이런 이유에서 소관 상임위인 문화체육관광위원회 심사과정에서 경기도를 비롯해 17개 광역자치단체가 공동 반대 건의문을 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습니다. 심지어 지방자치와 보조금 관련 주무부처인 행정안전부도 반대의견을 냈지만, 상임위 심사결과에는 영향을 미치지 못했습니다.

당시 상임위 심사과정을 살펴보면 변변한 토론도 없이 개정안이 통과됐습니다. 여기에는 전문위원의 검토보고와 문화체육관광부의 '동의'도 상임위 문턱을 넘는데 '일조'한 것으로 보입니다.

<2021년 4월 21일 문화체육관광 법안심사 소위원회>

◯전문위원 천oo 씨
" 지방 체육 단체의 안정적 운영을 위해 필요한 입법조치로 보입니다. 문화체육관광부는 수용 입장입니다."
◯소위원장 박정
"정부 측 의견 말씀해 주세요."
◯문화체육관광부 제2차관 김정배
"전문위원 의견과 같습니다."
◯소위원장 박정
다른 위원님들 의견 있으십니까? 없으면 의결하도록 하겠습니다.
이의가 없으므로 가결되었음을 선포합니다.


■ 같은 법안…1년 전에는 "반대" 지금은 "찬성"?

그런데 주목할 것은 불과 1년 전에도 같은 내용의 법안이 발의됐는데, 그때는 상임위 문턱을 넘지 못했다는 겁니다.

여기에서도 전문위원의 검토보고와 주무부처인 문화체육관광부의 의견을 주의 깊게 살펴볼 필요가 있습니다. 이번에 사실상 '찬성' 의견을 냈던 같은 전문위원이 지난해에는 '반대'했고, 문화체육관광부 역시 지난해에는 '반대'했기 때문입니다.

국민체육진흥법 일부개정법률안(도종환 대표발의)에 대한
검토보고서 (전문위원 천OO, 2020년 7월)

개정안은 제18조 제3항에서 지방자치단체에 반드시 운영비를 지원하도록 하는 의무규정을 두고 있음. 그러나 이에 대해서는 법률로써 지원을 강제하게 되면 개별 지방자치단체가 갖는 재정적ㆍ행정적 상황을 고려할 수 없고, 임의 지원규정만으로도 「지방재정법」 제32조의2 제2항에 따른 지방자치단체의 운영비 지원근거가 마련될 수 있다는 점에서 일부 수정이 필요하다는 문화체육관광부의 의견이 있음.

1년 만에 어떤 사정 변경이 있었던 걸까요? 체육계와 문화체육관광부는 올해부터 지방체육회가 법인화됨에 따라 지방체육회의 독립적 안착을 위해 안정적 재정지원이 필요하다는 논리를 펴고 있습니다.

하지만 체육회가 다른 민간분야의 법인이나 단체보다 우선권을 가져야 한다는 근거가 마땅치 않기 때문에 형평성 문제는 여전히 남아 있습니다. 이를 두고 한 광역단체 관계자는 "내년 선거를 앞두고 정치권이 목소리 큰 체육계의 비위를 맞춰준 것 아니냐"는 의심의 눈초리를 보냅니다.

국민체육진흥법 개정안은 본회의로 가는 마지막 문턱인 법사위에 '계류'중입니다. 다음 회의에서는 어떤 결론에 이르게 될지 지켜봐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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