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문하는 기자들Q] 여론은 찬성? ‘이재용 사면론’ 띄우는 언론 왜 문제일까?

입력 2021.05.22 (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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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쏟아지는 이재용 사면론 기사…도대체 얼마나 나왔을까?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박근혜 정부 당시 벌어진 국정농단 사건과 관련 지난 1월 열린 파기환송심에서 징역 2년 6개월을 최종 선고받고 법정구속돼 수감 생활을 하고 있습니다. 앞서 한 차례 구속돼 수감됐었기 때문에 2021년 5월 지금 시점에서 남은 형기는 1년 남짓입니다.

그런데 이재용 부회장 수감 직후부터 나오던 사면 요구가 최근 봇물 터지듯 쏟아지고 있습니다. 재계를 비롯해 종교계, 또 정치인, 자치단체장 등 출처도 다양합니다.

쏟아지는 건 이재용 부회장 사면론 기사도 마찬가지입니다. 질문하는기자들Q 제작진은 KBS 통합뉴스룸 이용자관여팀에 의뢰해 지난 4월 14일부터 5월 12일까지 네이버와 기사 검색 제휴를 맺고 있는 9개 일간지, 4개 경제지 모두 13개 매체의 기사 데이터를 분석해봤습니다.


네이버에 노출된 기사를 기준으로 '이재용', '사면'이라는 두 키워드가 포함된 기사를 확인했을 때 13개 매체에서 약 한 달 사이 생산한 기사는 모두 540건에 달했습니다. 또, 다른 내용의 기사에서 단순 언급된 것이 아닌 이재용 부회장 사면을 직접적인 주제로 한 기사도 약 300건에 이르렀습니다.

불과 13개 매체를 대상으로 한 것이니 실제 인터넷 매체 등 다양한 언론사를 모두 포함할 경우 기사량은 훨씬 더 많았을 것이란 추측이 가능합니다.

사설과 칼럼 등 의견을 담은 오피니언 기사는 이재용 부회장 사면에 대해 어떻게 썼는지 언론사별로 정리해봤습니다.

해당 기간 13개 매체에서 모두 23건의 오피니언 기사가 나왔고, 이 부회장 사면 찬성 내용의 기사는 모두 14건, 반대 내용의 기사는 모두 5건이었습니다. 언론사별로 찬성 의견 기사는 매일경제가 5건, 중앙일보가 4건으로 많았고, 반대 의견 기사는 한겨레가 3건을 내보내 가장 많았습니다.

이 부회장 사면에 대한 언론사별 논조를 짐작할 수 있는 대목입니다.

이에 대해 유현재 서강대 커뮤니케이션학부 교수는 "언론사가 의견 기사를 쓰고, 사설을 통해 의견을 밝힌다는 게 잘못된 게 아니"라면서도 대통령의 사면권에 대해 다르게 말했던 과거 기사들을 언급하며 "문제는 (언론사들의) 잣대와 원칙이 자꾸 바뀐다"고 지적했습니다.


■ 최근 여론조사 '이재용 사면' 찬성 의견 70% 안팎으로 높게 나와…사면 촉구 기사 여론 반영 아닐까?

최근 잇따라 발표된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실제로 이 부회장 사면에 대한 찬성 응답 비율은 상당히 높게 나타납니다. 지난 4월 21일 데일리안이 의뢰한 여론조사에서는 찬성이 70%, 반대는 26%로 나타났고, 지난 13일 매일경제와 MBN이 공동 의뢰한 여론조사에서는 찬성 66.7%, 반대 27.1%로 조사됐습니다.

적어도 여론조사에서만큼은 이 부회장의 사면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훨씬 높은 것인데 이에 대해 유현재 교수는 "간단히 볼 문제가 아니다. 구체적으로 설문을 어떻게 물어봤는지 살펴봤다. 대부분 한 문항으로 '이 부회장 사면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물어본다"며, "그 앞뒤에 (이 부회장이 수감 중인 이유가) 어떤 죄인지, 어떤 사안인지 아무것도 없다"고 꼬집었습니다.

정연우 KBS 기자는 "이 부회장에 대한 사면 찬성 여론이 높은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라면서도 "왜 그럼 미디어비평 프로그램에서 이 주제(이재용 사면론을 다루는 언론 보도의 행태)에 대해서 다루느냐, 언론의 전과가 있기 때문"이라고 비판했습니다.

질문하는기자들Q 제작진이 주목한 사건은 2017년과 2018년 세상에 공개된 '장충기 문자' 사건입니다. 장충기 씨는 전 삼성그룹 미래전략실 차장으로 그의 문자메시지 내역에는 우리 사회 수많은 유력인사와 주고 받은 사적 대화가 담겨 있었습니다. 40여 명의 언론인과 주고받은 메시지도 포함됐습니다.

공개된 메시지 속에서 유력 언론사 간부들은 장충기 씨에게 아부하거나 광고비 집행을 부탁하고, 자녀 취업을 청탁하는 등 언론의 기본 의무인 권력 감시와는 동떨어진 행태를 보이고 있었습니다.

특히, 취재를 통해 '장충기 문자'에 등장하면서 이번에도 이재용 부회장 사면을 촉구하는 기사를 쓴 언론인을 찾을 수 있었습니다. 각기 다른 2명의 유력 언론사 기자는 '장충기 문자'에 등장해 구설에 올랐었음에도 칼럼 등을 통해 이재용 부회장의 사면 필요성을 말하고 있었습니다.

이 기자들이 누구인지, 그리고 이들이 장충기 씨에게 보냈던 문자메시지는 무엇이고 이재용 부회장의 사면에 대해 어떻게 썼는지, 그들의 입장은 무엇인지 오는 23일 방송에 담았습니다.


■ 막대한 광고비를 집행하는 삼성…언론의 감시 가능할까?

물론 광고에 의존하고 있는 우리나라 언론 현실을 무시할 수 없습니다. 특히, 삼성의 막대한 광고비 집행은 언론의 삼성 감시가 어려워지는 구조적인 이유이기도 합니다.


대안이 있을까?

유현재 교수는 <뉴욕타임스 2020 혁신보고서>를 주목합니다. 유 교수는 "뉴욕타임스는 '향후 광고에 의한 수익 창출보다는 콘텐츠 경쟁력에 의해서 퀄리티 페이퍼가 될 것이며 경쟁력 확보에 의해 발생하는 구독자 증가와 부수 발행으로 새로운 미래를 개척하겠다'고 말했다"며, "새로울 것도 없지만, 독자들의 환호를 받았다"고 말했습니다.

정연우 기자는 "지난 2017년 국정농단 사태 당시 SBS와 JTBC는 삼성 재벌 총수를 향한 비판적인 기사를 많이 냈지만, 광고를 못받아서 힘들어졌었느냐? 그렇지 않다"면서, "원칙에 따라서 보도했을 때 오히려 신뢰도는 높아졌고, 광고도 흑자가 났었다"고 상기했습니다.

그러면서 "KBS는 국민이 내는 수신료로 운영되고 있는 만큼 KBS가 재벌, 경제권력에 대해 감시의 눈길을 좀 더 매섭게 해야 한다는 반성이 들었다"고 말했습니다.

KBS 미디어비평 프로그램 '질문하는 기자들Q' 6회는 <'이재용 사면론' 띄우는 언론, 무엇이 문제일까?>와 <요즘도 밑줄 치며 믿고 보는 신문이 있다. 어디에? > 주제로 오는 23일(일요일) 밤 10시 35분에 KBS1TV에서 방영됩니다. 김솔희 KBS 아나운서가 진행하고, 유현재 서강대 커뮤니케이션학부 교수, 정연우 KBS 기자가 출연합니다.

방송은 질문하는기자들Q 유튜브 계정을 통해서 다시 볼 수 있습니다.
https://www.youtube.com/channel/UCltnR6L9PTipGx7Q-FqjNc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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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질문하는 기자들Q] 여론은 찬성? ‘이재용 사면론’ 띄우는 언론 왜 문제일까?
    • 입력 2021-05-22 11:00:26
    취재K


■ 쏟아지는 이재용 사면론 기사…도대체 얼마나 나왔을까?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박근혜 정부 당시 벌어진 국정농단 사건과 관련 지난 1월 열린 파기환송심에서 징역 2년 6개월을 최종 선고받고 법정구속돼 수감 생활을 하고 있습니다. 앞서 한 차례 구속돼 수감됐었기 때문에 2021년 5월 지금 시점에서 남은 형기는 1년 남짓입니다.

그런데 이재용 부회장 수감 직후부터 나오던 사면 요구가 최근 봇물 터지듯 쏟아지고 있습니다. 재계를 비롯해 종교계, 또 정치인, 자치단체장 등 출처도 다양합니다.

쏟아지는 건 이재용 부회장 사면론 기사도 마찬가지입니다. 질문하는기자들Q 제작진은 KBS 통합뉴스룸 이용자관여팀에 의뢰해 지난 4월 14일부터 5월 12일까지 네이버와 기사 검색 제휴를 맺고 있는 9개 일간지, 4개 경제지 모두 13개 매체의 기사 데이터를 분석해봤습니다.


네이버에 노출된 기사를 기준으로 '이재용', '사면'이라는 두 키워드가 포함된 기사를 확인했을 때 13개 매체에서 약 한 달 사이 생산한 기사는 모두 540건에 달했습니다. 또, 다른 내용의 기사에서 단순 언급된 것이 아닌 이재용 부회장 사면을 직접적인 주제로 한 기사도 약 300건에 이르렀습니다.

불과 13개 매체를 대상으로 한 것이니 실제 인터넷 매체 등 다양한 언론사를 모두 포함할 경우 기사량은 훨씬 더 많았을 것이란 추측이 가능합니다.

사설과 칼럼 등 의견을 담은 오피니언 기사는 이재용 부회장 사면에 대해 어떻게 썼는지 언론사별로 정리해봤습니다.

해당 기간 13개 매체에서 모두 23건의 오피니언 기사가 나왔고, 이 부회장 사면 찬성 내용의 기사는 모두 14건, 반대 내용의 기사는 모두 5건이었습니다. 언론사별로 찬성 의견 기사는 매일경제가 5건, 중앙일보가 4건으로 많았고, 반대 의견 기사는 한겨레가 3건을 내보내 가장 많았습니다.

이 부회장 사면에 대한 언론사별 논조를 짐작할 수 있는 대목입니다.

이에 대해 유현재 서강대 커뮤니케이션학부 교수는 "언론사가 의견 기사를 쓰고, 사설을 통해 의견을 밝힌다는 게 잘못된 게 아니"라면서도 대통령의 사면권에 대해 다르게 말했던 과거 기사들을 언급하며 "문제는 (언론사들의) 잣대와 원칙이 자꾸 바뀐다"고 지적했습니다.


■ 최근 여론조사 '이재용 사면' 찬성 의견 70% 안팎으로 높게 나와…사면 촉구 기사 여론 반영 아닐까?

최근 잇따라 발표된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실제로 이 부회장 사면에 대한 찬성 응답 비율은 상당히 높게 나타납니다. 지난 4월 21일 데일리안이 의뢰한 여론조사에서는 찬성이 70%, 반대는 26%로 나타났고, 지난 13일 매일경제와 MBN이 공동 의뢰한 여론조사에서는 찬성 66.7%, 반대 27.1%로 조사됐습니다.

적어도 여론조사에서만큼은 이 부회장의 사면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훨씬 높은 것인데 이에 대해 유현재 교수는 "간단히 볼 문제가 아니다. 구체적으로 설문을 어떻게 물어봤는지 살펴봤다. 대부분 한 문항으로 '이 부회장 사면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물어본다"며, "그 앞뒤에 (이 부회장이 수감 중인 이유가) 어떤 죄인지, 어떤 사안인지 아무것도 없다"고 꼬집었습니다.

정연우 KBS 기자는 "이 부회장에 대한 사면 찬성 여론이 높은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라면서도 "왜 그럼 미디어비평 프로그램에서 이 주제(이재용 사면론을 다루는 언론 보도의 행태)에 대해서 다루느냐, 언론의 전과가 있기 때문"이라고 비판했습니다.

질문하는기자들Q 제작진이 주목한 사건은 2017년과 2018년 세상에 공개된 '장충기 문자' 사건입니다. 장충기 씨는 전 삼성그룹 미래전략실 차장으로 그의 문자메시지 내역에는 우리 사회 수많은 유력인사와 주고 받은 사적 대화가 담겨 있었습니다. 40여 명의 언론인과 주고받은 메시지도 포함됐습니다.

공개된 메시지 속에서 유력 언론사 간부들은 장충기 씨에게 아부하거나 광고비 집행을 부탁하고, 자녀 취업을 청탁하는 등 언론의 기본 의무인 권력 감시와는 동떨어진 행태를 보이고 있었습니다.

특히, 취재를 통해 '장충기 문자'에 등장하면서 이번에도 이재용 부회장 사면을 촉구하는 기사를 쓴 언론인을 찾을 수 있었습니다. 각기 다른 2명의 유력 언론사 기자는 '장충기 문자'에 등장해 구설에 올랐었음에도 칼럼 등을 통해 이재용 부회장의 사면 필요성을 말하고 있었습니다.

이 기자들이 누구인지, 그리고 이들이 장충기 씨에게 보냈던 문자메시지는 무엇이고 이재용 부회장의 사면에 대해 어떻게 썼는지, 그들의 입장은 무엇인지 오는 23일 방송에 담았습니다.


■ 막대한 광고비를 집행하는 삼성…언론의 감시 가능할까?

물론 광고에 의존하고 있는 우리나라 언론 현실을 무시할 수 없습니다. 특히, 삼성의 막대한 광고비 집행은 언론의 삼성 감시가 어려워지는 구조적인 이유이기도 합니다.


대안이 있을까?

유현재 교수는 <뉴욕타임스 2020 혁신보고서>를 주목합니다. 유 교수는 "뉴욕타임스는 '향후 광고에 의한 수익 창출보다는 콘텐츠 경쟁력에 의해서 퀄리티 페이퍼가 될 것이며 경쟁력 확보에 의해 발생하는 구독자 증가와 부수 발행으로 새로운 미래를 개척하겠다'고 말했다"며, "새로울 것도 없지만, 독자들의 환호를 받았다"고 말했습니다.

정연우 기자는 "지난 2017년 국정농단 사태 당시 SBS와 JTBC는 삼성 재벌 총수를 향한 비판적인 기사를 많이 냈지만, 광고를 못받아서 힘들어졌었느냐? 그렇지 않다"면서, "원칙에 따라서 보도했을 때 오히려 신뢰도는 높아졌고, 광고도 흑자가 났었다"고 상기했습니다.

그러면서 "KBS는 국민이 내는 수신료로 운영되고 있는 만큼 KBS가 재벌, 경제권력에 대해 감시의 눈길을 좀 더 매섭게 해야 한다는 반성이 들었다"고 말했습니다.

KBS 미디어비평 프로그램 '질문하는 기자들Q' 6회는 <'이재용 사면론' 띄우는 언론, 무엇이 문제일까?>와 <요즘도 밑줄 치며 믿고 보는 신문이 있다. 어디에? > 주제로 오는 23일(일요일) 밤 10시 35분에 KBS1TV에서 방영됩니다. 김솔희 KBS 아나운서가 진행하고, 유현재 서강대 커뮤니케이션학부 교수, 정연우 KBS 기자가 출연합니다.

방송은 질문하는기자들Q 유튜브 계정을 통해서 다시 볼 수 있습니다.
https://www.youtube.com/channel/UCltnR6L9PTipGx7Q-FqjNc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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