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깜짝 임명’ 성김 대북특별대표…北 대화 신호탄?

입력 2021.05.22 (17: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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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시간 21일, 문재인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을 끝내고 공동 기자회견을 하던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성김 국무부 동아태 차관보 대행을 대북특별대표로 임명한다고 발표했습니다. 바이든 대통령은 김 대행을 깊은 정책적 전문성을 지닌 외교관이라고 소개하며 현장에서 인사를 하도록 했습니다.

대북특별대표는 전임인 스티브 비건 전 국무부 부장관이 지난 1월 퇴임한 이후 4개월간 공석으로 있었습니다. 최근 미 행정부가 대북정책 검토를 마무리한 시점에 발표한 깜짝 인선입니다.


■ 한국계 '북핵통'…오바마 때부터 대북외교 깊이 관여

서울 태생의 김 대행은 1970년대 중반 부친을 따라 미국에 이민을 갔습니다. 한국어에도 능합니다. 김 대행은 조지 W. 부시와 버락 오바마, 도널드 트럼프 등 전임 행정부들에서 대북 외교에 깊이 관여해온 '북핵통'입니다.

2008년 7월부터 2011년 10월까지, 그러니까 조지 부시, 버락 오바마 전 행정부에서 6자회담 수석대표를 지냈고, 이어 2014년 10월까지는 주한 미국대사를 역임했습니다. 이어 2016년 11월까지 대북정책특별대표를 지내다 필리핀 대사로 옮겼습니다.

트럼프 전 대통령 시절에는 북미 정상회담에 기여했습니다. 필리핀 대사로 재직하며 2018년 6월 싱가포르 회담을 앞두고 회담 전날까지 최선희 당시 북한 외무성 부상과 합의문을 조율한 인물입니다.



■ 성김 임명, 北과 대화 준비 돼 있단 신호

바이든 대통령은 오늘 공동회견에서 "우리 두 나라(한미)는 한반도의 비핵화라는 궁극적 목표를 향해 나아가고, 긴장을 완화하는 실용적 조처를 위해 북한과 외교적으로 관여할 의향을 공유했다"고 말했습니다. 오바마 행정부의 '전략적 인내'가 아닌, 북한에 대한 실용적인 외교적 해법에 무게를 두고 있음을 다시 한 번 밝힌 겁니다.

이런 가운데 대북외교에 깊이 관여해온 김 대행 임명은 북한과 대화할 준비가 돼 있다는 메시지를 더욱 뚜렷하게 전달한 것으로 읽힙니다. 또 전임 트럼프 정부가 맺었던 북미 합의 정신을 존중하겠다는 상징으로도 보입니다.

문 대통령은 김 대행 인선에 대해 "미국이 북한과 대화를 통한 외교를 하고, 이미 대화의 준비가 돼 있다는 강한 의지 표명이라고 본다"며 "한반도 문제에 전문성이 탁월한 분이 임명돼 기대가 크다"고 밝혔습니다.

북미정상회담은?…"北 약속 먼저"

북한과의 대화 의지를 분명히 밝힌 바이든 대통령, 하지만 무조건적인 대화를 의미하는 건 아니라는 점도 언급했습니다.

바이든 대통령은 북한과 정상회담을 하기 위한 선결 조건이 무엇이냐는 질문에 "그가 어떤 약속을 한다면 나는 그를 만날 것"이라며 "우리가 만나는 데 대한 약속이 있다면 이 약속은 그의 핵무기에 관한 논의가 있다는 것이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만날 수는 있지만, 비핵화에 대한 북한의 약속이 선행돼야 한다는 겁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의 '톱다운식' 대북 접근을 채택하지 않고 상향식 접근을 할 것임도 분명히 했습니다. 바이든 대통령은 "북한과 마주앉기 전에 우선 우리의 팀들이 북한 팀과 먼저 만나야 할 것이고, 우리가 무엇 때문에 만나는지를 고민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 대북특별대표 직함에 'North Korea' 대신 'DPRK'

공동회견에서 바이든 대통령이 소개한 김 대행의 직책명은 '대북특별대표(Special Envoy for the DPRK)'였던 점도 주목할 점입니다. 북한의 정식 국호인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의 영문 약어인 'DPRK'가 들어간 겁니다.

트럼프 전 행정부에서 스티븐 비건 국무부 부장관이 겸임한 대북특별대표에는 DPRK 대신 'North Korea'가 들어갔던 것과 대조적입니다.

정식 국호를 직책에 넣음으로써, 협상 상대로서의 북한에 대한 존중을 표현했다는 분석입니다.


■ '초청장'은 건넸지만…북한 호응이 관건

바이든 행정부가 외교를 통한 대북 접근법을 기조로 대북특별대표 임명까지 완료하며 북한과의 대화 환경 조성하려는 노력을 내비친 가운데, 이제 북한이 어떻게 반응할지에 관심이 쏠립니다.

최근 미국은 대북정책 검토 결과를 설명하겠다며 북한에 접촉을 요청했고 북한은 '잘 접수했다'는 반응을 보였지만, 지금까지 미국의 새 대북정책에 대한 공개 입장 표명은 내놓지 않고 있습니다.

북한은 대화 재개의 조건으로 대북제재 완화, 한미군사훈련 중단 등 '대북 적대시 정책 철회'를 요구하고 있지만 한미 공동회견에서 이 같은 언급은 없었던 점이 당분간 북한의 고민을 깊게 만들 것으로 보입니다.

오히려 한미 양국은 적대시 정책 철회보다는 공동성명에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대북제재 결의의 완전한 이행을 촉구했으며 북한의 인권 상황 개선을 위해 협력하겠다고도 언급했습니다.

임을출 경남대학교 교수는 "북한 입장에서는 이번 한미정상회담 결과를 분석 평가하면서 미국 측과의 탐색적 대화 시기를 내부적으로 저울질할 가능성이 있어 보인다"고 밝혔습니다.

이어 "북한은 ▲미국의 여전한 선비핵화, 후 보상(제재완화) 입장 견지 ▲중국과의 우호 관계를 고려한 새로운 대미 관계 설정에 대한 고민 ▲군사적 측면에서의 한미동맹 강화 움직임 등에 대한 불편한 심기 등으로 여전히 신중히 대응할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습니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는 "성김 대행이 임명된 만큼 북미 간 물밑 접촉이 보다 활발히 진행되게 될 것"이라면서 "문 대통령도 북한의 긍정적 호응을 촉구했고 바이든 대통령도 완전한 비핵화를 강조하면서 북한이 핵 감축 등에 있어 국제사회에 책임 있는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고 경고했기 때문에 북한으로서는 고민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라고 내다봤습니다.

한미 정상회담을 계기로 양국이 북한에 대한 외교적 접근법을 내세우며 공을 북한에 넘긴 가운데, 자력갱생을 기조로 내치에 집중하고 있는 북한이 가까운 미래에 대화로 복귀할지에 대해서는 유보적인 전망이 더 많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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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깜짝 임명’ 성김 대북특별대표…北 대화 신호탄?
    • 입력 2021-05-22 17:03:53
    취재K

미국 시간 21일, 문재인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을 끝내고 공동 기자회견을 하던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성김 국무부 동아태 차관보 대행을 대북특별대표로 임명한다고 발표했습니다. 바이든 대통령은 김 대행을 깊은 정책적 전문성을 지닌 외교관이라고 소개하며 현장에서 인사를 하도록 했습니다.

대북특별대표는 전임인 스티브 비건 전 국무부 부장관이 지난 1월 퇴임한 이후 4개월간 공석으로 있었습니다. 최근 미 행정부가 대북정책 검토를 마무리한 시점에 발표한 깜짝 인선입니다.


■ 한국계 '북핵통'…오바마 때부터 대북외교 깊이 관여

서울 태생의 김 대행은 1970년대 중반 부친을 따라 미국에 이민을 갔습니다. 한국어에도 능합니다. 김 대행은 조지 W. 부시와 버락 오바마, 도널드 트럼프 등 전임 행정부들에서 대북 외교에 깊이 관여해온 '북핵통'입니다.

2008년 7월부터 2011년 10월까지, 그러니까 조지 부시, 버락 오바마 전 행정부에서 6자회담 수석대표를 지냈고, 이어 2014년 10월까지는 주한 미국대사를 역임했습니다. 이어 2016년 11월까지 대북정책특별대표를 지내다 필리핀 대사로 옮겼습니다.

트럼프 전 대통령 시절에는 북미 정상회담에 기여했습니다. 필리핀 대사로 재직하며 2018년 6월 싱가포르 회담을 앞두고 회담 전날까지 최선희 당시 북한 외무성 부상과 합의문을 조율한 인물입니다.



■ 성김 임명, 北과 대화 준비 돼 있단 신호

바이든 대통령은 오늘 공동회견에서 "우리 두 나라(한미)는 한반도의 비핵화라는 궁극적 목표를 향해 나아가고, 긴장을 완화하는 실용적 조처를 위해 북한과 외교적으로 관여할 의향을 공유했다"고 말했습니다. 오바마 행정부의 '전략적 인내'가 아닌, 북한에 대한 실용적인 외교적 해법에 무게를 두고 있음을 다시 한 번 밝힌 겁니다.

이런 가운데 대북외교에 깊이 관여해온 김 대행 임명은 북한과 대화할 준비가 돼 있다는 메시지를 더욱 뚜렷하게 전달한 것으로 읽힙니다. 또 전임 트럼프 정부가 맺었던 북미 합의 정신을 존중하겠다는 상징으로도 보입니다.

문 대통령은 김 대행 인선에 대해 "미국이 북한과 대화를 통한 외교를 하고, 이미 대화의 준비가 돼 있다는 강한 의지 표명이라고 본다"며 "한반도 문제에 전문성이 탁월한 분이 임명돼 기대가 크다"고 밝혔습니다.

북미정상회담은?…"北 약속 먼저"

북한과의 대화 의지를 분명히 밝힌 바이든 대통령, 하지만 무조건적인 대화를 의미하는 건 아니라는 점도 언급했습니다.

바이든 대통령은 북한과 정상회담을 하기 위한 선결 조건이 무엇이냐는 질문에 "그가 어떤 약속을 한다면 나는 그를 만날 것"이라며 "우리가 만나는 데 대한 약속이 있다면 이 약속은 그의 핵무기에 관한 논의가 있다는 것이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만날 수는 있지만, 비핵화에 대한 북한의 약속이 선행돼야 한다는 겁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의 '톱다운식' 대북 접근을 채택하지 않고 상향식 접근을 할 것임도 분명히 했습니다. 바이든 대통령은 "북한과 마주앉기 전에 우선 우리의 팀들이 북한 팀과 먼저 만나야 할 것이고, 우리가 무엇 때문에 만나는지를 고민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 대북특별대표 직함에 'North Korea' 대신 'DPRK'

공동회견에서 바이든 대통령이 소개한 김 대행의 직책명은 '대북특별대표(Special Envoy for the DPRK)'였던 점도 주목할 점입니다. 북한의 정식 국호인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의 영문 약어인 'DPRK'가 들어간 겁니다.

트럼프 전 행정부에서 스티븐 비건 국무부 부장관이 겸임한 대북특별대표에는 DPRK 대신 'North Korea'가 들어갔던 것과 대조적입니다.

정식 국호를 직책에 넣음으로써, 협상 상대로서의 북한에 대한 존중을 표현했다는 분석입니다.


■ '초청장'은 건넸지만…북한 호응이 관건

바이든 행정부가 외교를 통한 대북 접근법을 기조로 대북특별대표 임명까지 완료하며 북한과의 대화 환경 조성하려는 노력을 내비친 가운데, 이제 북한이 어떻게 반응할지에 관심이 쏠립니다.

최근 미국은 대북정책 검토 결과를 설명하겠다며 북한에 접촉을 요청했고 북한은 '잘 접수했다'는 반응을 보였지만, 지금까지 미국의 새 대북정책에 대한 공개 입장 표명은 내놓지 않고 있습니다.

북한은 대화 재개의 조건으로 대북제재 완화, 한미군사훈련 중단 등 '대북 적대시 정책 철회'를 요구하고 있지만 한미 공동회견에서 이 같은 언급은 없었던 점이 당분간 북한의 고민을 깊게 만들 것으로 보입니다.

오히려 한미 양국은 적대시 정책 철회보다는 공동성명에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대북제재 결의의 완전한 이행을 촉구했으며 북한의 인권 상황 개선을 위해 협력하겠다고도 언급했습니다.

임을출 경남대학교 교수는 "북한 입장에서는 이번 한미정상회담 결과를 분석 평가하면서 미국 측과의 탐색적 대화 시기를 내부적으로 저울질할 가능성이 있어 보인다"고 밝혔습니다.

이어 "북한은 ▲미국의 여전한 선비핵화, 후 보상(제재완화) 입장 견지 ▲중국과의 우호 관계를 고려한 새로운 대미 관계 설정에 대한 고민 ▲군사적 측면에서의 한미동맹 강화 움직임 등에 대한 불편한 심기 등으로 여전히 신중히 대응할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습니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는 "성김 대행이 임명된 만큼 북미 간 물밑 접촉이 보다 활발히 진행되게 될 것"이라면서 "문 대통령도 북한의 긍정적 호응을 촉구했고 바이든 대통령도 완전한 비핵화를 강조하면서 북한이 핵 감축 등에 있어 국제사회에 책임 있는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고 경고했기 때문에 북한으로서는 고민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라고 내다봤습니다.

한미 정상회담을 계기로 양국이 북한에 대한 외교적 접근법을 내세우며 공을 북한에 넘긴 가운데, 자력갱생을 기조로 내치에 집중하고 있는 북한이 가까운 미래에 대화로 복귀할지에 대해서는 유보적인 전망이 더 많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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