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파원 리포트] 노마스크·악수·포옹…日 “한달 전엔 상상도 못했다”

입력 2021.05.23 (07:01) 수정 2021.05.23 (07: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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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장의 사진이 있습니다. 첫 번째는 청와대 페이스북에, 두 번째는 일본 총리관저 홈페이지에 오른 사진입니다.

한·미 정상회담에 나선 문재인 대통령이 5월 21일(이하 현지시간), 그리고 한 달여 전인 4월 16일 미·일 정상회담에 나선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일본 총리가 각각 카멀라 해리스 미국 부통령과 환담하는 모습이 담겼습니다.

친밀감을 강조하려는 사진들인데, 분위기는 사뭇 달라 보입니다.

공교롭게도 지난 1월 취임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백악관에 초청해 대면한 첫 외국 정상은 스가 총리였고, 문 대통령은 두 번째였습니다.

일본 언론들 역시 한·미 정상회담에 큰 관심을 보였는데, 민영방송 니혼TV는 워싱턴발 기사에서 이런 표현을 썼습니다.

"노 마스크에 악수, 포옹까지… 한 달 전까지만 해도 상상할 수 없는 광경이었다."

문재인 대통령(왼쪽)과 조 바이든 대통령이 5월 21일  워싱턴 백악관 이스트룸에서 열린 한국전쟁 명예 훈장 수여식에서 인사하고 있다. 〈워싱턴=연합뉴스〉문재인 대통령(왼쪽)과 조 바이든 대통령이 5월 21일 워싱턴 백악관 이스트룸에서 열린 한국전쟁 명예 훈장 수여식에서 인사하고 있다. 〈워싱턴=연합뉴스〉

조 바이든 대통령(왼쪽)과 스가 요시히데 일본 총리가 4월 16일 미국 워싱턴DC 소재 백악관에서 만나 주먹 인사를 하고 있다. 〈출처=일본 총리관저〉조 바이든 대통령(왼쪽)과 스가 요시히데 일본 총리가 4월 16일 미국 워싱턴DC 소재 백악관에서 만나 주먹 인사를 하고 있다. 〈출처=일본 총리관저〉

■"미일 150분"… "한미 171분"

실제로 한 달여 간격을 두고 열린 두 회담에서는 대조적인 모습이 잇따라 연출됐습니다.

우선 회담 시간입니다. 한·미 정상은 단독, 소인수, 확대회담 순으로 예정보다 1시간을 넘긴 171분(2시간 51분) 동안 만났습니다. 문 대통령이 백악관에 머문 전체 시간은 약 5시간 40분입니다.

미·일 정상도 같은 방식으로 세 차례에 걸쳐 150분(2시간 30분) 대화했습니다. 한·미 정상의 회담 시간이 약 21분 더 길었습니다. 백악관에 머문 시간을 따지면 격차는 더 벌어집니다.

스가 총리는 회담을 마친 뒤 "밑에서부터 차곡차곡 올라간 정치가라서 (바이든 대통령과) 공통점이 가득하다. 단번에 마음을 터놓았다. 교분을 계속 쌓을 수 있을 것으로 생각했다"고 강조하기도 했습니다.

조 바이든 대통령(오른쪽)이 5월 21일 문재인 대통령과 백악관에서 오찬을 겸한 단독 정상회담 모습을 공개했다. 〈출처=조 바이든 트위터〉조 바이든 대통령(오른쪽)이 5월 21일 문재인 대통령과 백악관에서 오찬을 겸한 단독 정상회담 모습을 공개했다. 〈출처=조 바이든 트위터〉

조 바이든 대통령(왼쪽)이 4월 16일 통역만 배석한 가운데 미국 백악관에서 스가 요시히데 일본 총리와 ‘햄버거 오찬’을 하고 있다. 〈출처=조 바이든 트위터〉조 바이든 대통령(왼쪽)이 4월 16일 통역만 배석한 가운데 미국 백악관에서 스가 요시히데 일본 총리와 ‘햄버거 오찬’을 하고 있다. 〈출처=조 바이든 트위터〉

■"크랩 케이크"… "햄버거"

오찬 풍경도 사뭇 달랐습니다. 미국 측은 오찬을 겸해 37분간 진행된 단독회담에서 메릴랜드 '크랩 케이크'를 주메뉴로 올렸습니다.

'크랩 케이크'가 미국 유명 음식인 데다 해산물을 좋아하는 문 대통령 식성까지 세심하게 고려한 것이라는 점에서 미국 측이 성의를 표한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왔습니다.

반면 바이든 대통령과 스가 총리는 햄버거를 앞에 두고 2m 정도의 긴 테이블 끝에 각각 자리하는 이례적인 오찬을 했습니다. 스가 총리는 약 20분 간의 짧은 오찬을 마친 뒤 기자들에게 "햄버거는 손도 대지 않았다"면서 "그 정도로 (대화에) 열중했다"고 말한 바 있습니다.

하지만 당시 공개된 사진을 보면 바이든 대통령은 흰색 위에 검은색 '이중 마스크'를, 스가 총리는 백악관이 제공한 '의료용 마스크'를 썼습니다. 이 때문에 외교가에선 음식을 곁들인 편안한 대화와는 거리가 멀고, 햄버거는 장식품에 불과했을 거라는 분석이 나왔습니다.

이와 관련해 산케이(産經)신문은 "일본 정부는 정상 만찬을 원했으나 미국 측이 방역을 이유로 응하지 않았다"면서 "만찬 대신 업무 오찬(워킹런치)을 하는 방안도 모색했으나 이마저 실현하지 못해 결국 햄버거를 놓고 짧은 대화를 하는 방안을 택했다"고 전했습니다.

문재인 대통령(왼쪽 아래)이 5월 21일 미국 백악관 이스트룸에서 열린 한국전쟁 명예 훈장 수여식에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랠프 퍼켓 주니어 예비역 대령 가족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워싱턴=연합뉴스〉문재인 대통령(왼쪽 아래)이 5월 21일 미국 백악관 이스트룸에서 열린 한국전쟁 명예 훈장 수여식에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랠프 퍼켓 주니어 예비역 대령 가족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워싱턴=연합뉴스〉

스가 요시히데 일본 총리(왼쪽)와 조 바이든 대통령이 4월 16일 미국 워싱턴 백악관에서 만나 대화를 나누고 있다. 〈출처=일본 총리관저〉스가 요시히데 일본 총리(왼쪽)와 조 바이든 대통령이 4월 16일 미국 워싱턴 백악관에서 만나 대화를 나누고 있다. 〈출처=일본 총리관저〉

■"두 겹 마스크"… "노 마스크"

한·미 정상이 '노 마스크'로 만난 점도 다른 점입니다.

앞서 미국은 지난 13일 백신 접종자는 실내외 대부분의 경우에 마스크를 쓰지 않아도 된다는 새 지침을 내놓은 바 있습니다. 한·미 정상 모두 백신 접종자였습니다.

니혼TV는 특히 한국전쟁 영웅에게 준 '명예훈장 수여식'에 주목했습니다.

"바이든 대통령이 미군 최고위 훈장인 명예훈장 수여식에 외국 정상으로는 처음으로 문 대통령을 초청하는 '특별한 무대'를 마련했다"면서 "백악관이 문 대통령의 방미에 맞춰 '공고한 한미동맹'을 연출했다"고 평가한 것입니다.


일본 주요 일간지 5월 18일자 1면에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스가 요시히데 일본 총리의 정상회담 및 공동성명에 관한 소식이 실려 있다. 〈도쿄=연합뉴스〉일본 주요 일간지 5월 18일자 1면에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스가 요시히데 일본 총리의 정상회담 및 공동성명에 관한 소식이 실려 있다. 〈도쿄=연합뉴스〉

■일본, 1호 정상회담에 '집착'

미국을 유일 동맹국으로 둔 일본은 과거에도 미국 신임 대통령과 가장 먼저 대면하기 위해 각별한 노력을 기울여 왔습니다.

2017년 2월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소유한 미국 플로리다 '마러라고 리조트'에 초청된 첫 외국 정상이 됐고, 2009년 2월 아소 다로(麻生太郞) 총리 역시 버락 오바마 대통령으로부터 가장 먼저 백악관 초청장을 받았습니다.

이번에도 스가 총리가 바이든 대통령의 첫 대면 정상회담 상대로 결정됐을 때 일본 정부는 들뜬 분위기였다고 합니다.

스가 총리는 아베 2차 정권 때 7년 8개월 동안 관방장관으로 내치를 담당해 외교 경험이 거의 없습니다. 여기에 올가을까지는 중의원 선거와 집권 자민당 총재 선거가 있을 예정이라서 미국 대통령과 신뢰 관계를 구축하는 것이 정권의 기반을 다지는 재료가 되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아사히(朝日)신문 여론조사에서 미·일 정상회담 직후, 스가 내각의 '5월 지지율'은 전달보다 되레 7%포인트 급락한 33%였습니다. 지난해 9월 내각 출범 당시(65%)에서 반 토막 났습니다.

단순히 정상회담 의전 측면에서만 본다면 일본 외교당국이 "일·미 회담을 좀 더 여유 있게 성사시켰어도 좋지 않았을까"라는 생각을 하지 않을지, 문득 궁금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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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특파원 리포트] 노마스크·악수·포옹…日 “한달 전엔 상상도 못했다”
    • 입력 2021-05-23 07:01:48
    • 수정2021-05-23 07:02:01
    특파원 리포트


두 장의 사진이 있습니다. 첫 번째는 청와대 페이스북에, 두 번째는 일본 총리관저 홈페이지에 오른 사진입니다.

한·미 정상회담에 나선 문재인 대통령이 5월 21일(이하 현지시간), 그리고 한 달여 전인 4월 16일 미·일 정상회담에 나선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일본 총리가 각각 카멀라 해리스 미국 부통령과 환담하는 모습이 담겼습니다.

친밀감을 강조하려는 사진들인데, 분위기는 사뭇 달라 보입니다.

공교롭게도 지난 1월 취임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백악관에 초청해 대면한 첫 외국 정상은 스가 총리였고, 문 대통령은 두 번째였습니다.

일본 언론들 역시 한·미 정상회담에 큰 관심을 보였는데, 민영방송 니혼TV는 워싱턴발 기사에서 이런 표현을 썼습니다.

"노 마스크에 악수, 포옹까지… 한 달 전까지만 해도 상상할 수 없는 광경이었다."

문재인 대통령(왼쪽)과 조 바이든 대통령이 5월 21일  워싱턴 백악관 이스트룸에서 열린 한국전쟁 명예 훈장 수여식에서 인사하고 있다. 〈워싱턴=연합뉴스〉
조 바이든 대통령(왼쪽)과 스가 요시히데 일본 총리가 4월 16일 미국 워싱턴DC 소재 백악관에서 만나 주먹 인사를 하고 있다. 〈출처=일본 총리관저〉
■"미일 150분"… "한미 171분"

실제로 한 달여 간격을 두고 열린 두 회담에서는 대조적인 모습이 잇따라 연출됐습니다.

우선 회담 시간입니다. 한·미 정상은 단독, 소인수, 확대회담 순으로 예정보다 1시간을 넘긴 171분(2시간 51분) 동안 만났습니다. 문 대통령이 백악관에 머문 전체 시간은 약 5시간 40분입니다.

미·일 정상도 같은 방식으로 세 차례에 걸쳐 150분(2시간 30분) 대화했습니다. 한·미 정상의 회담 시간이 약 21분 더 길었습니다. 백악관에 머문 시간을 따지면 격차는 더 벌어집니다.

스가 총리는 회담을 마친 뒤 "밑에서부터 차곡차곡 올라간 정치가라서 (바이든 대통령과) 공통점이 가득하다. 단번에 마음을 터놓았다. 교분을 계속 쌓을 수 있을 것으로 생각했다"고 강조하기도 했습니다.

조 바이든 대통령(오른쪽)이 5월 21일 문재인 대통령과 백악관에서 오찬을 겸한 단독 정상회담 모습을 공개했다. 〈출처=조 바이든 트위터〉
조 바이든 대통령(왼쪽)이 4월 16일 통역만 배석한 가운데 미국 백악관에서 스가 요시히데 일본 총리와 ‘햄버거 오찬’을 하고 있다. 〈출처=조 바이든 트위터〉
■"크랩 케이크"… "햄버거"

오찬 풍경도 사뭇 달랐습니다. 미국 측은 오찬을 겸해 37분간 진행된 단독회담에서 메릴랜드 '크랩 케이크'를 주메뉴로 올렸습니다.

'크랩 케이크'가 미국 유명 음식인 데다 해산물을 좋아하는 문 대통령 식성까지 세심하게 고려한 것이라는 점에서 미국 측이 성의를 표한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왔습니다.

반면 바이든 대통령과 스가 총리는 햄버거를 앞에 두고 2m 정도의 긴 테이블 끝에 각각 자리하는 이례적인 오찬을 했습니다. 스가 총리는 약 20분 간의 짧은 오찬을 마친 뒤 기자들에게 "햄버거는 손도 대지 않았다"면서 "그 정도로 (대화에) 열중했다"고 말한 바 있습니다.

하지만 당시 공개된 사진을 보면 바이든 대통령은 흰색 위에 검은색 '이중 마스크'를, 스가 총리는 백악관이 제공한 '의료용 마스크'를 썼습니다. 이 때문에 외교가에선 음식을 곁들인 편안한 대화와는 거리가 멀고, 햄버거는 장식품에 불과했을 거라는 분석이 나왔습니다.

이와 관련해 산케이(産經)신문은 "일본 정부는 정상 만찬을 원했으나 미국 측이 방역을 이유로 응하지 않았다"면서 "만찬 대신 업무 오찬(워킹런치)을 하는 방안도 모색했으나 이마저 실현하지 못해 결국 햄버거를 놓고 짧은 대화를 하는 방안을 택했다"고 전했습니다.

문재인 대통령(왼쪽 아래)이 5월 21일 미국 백악관 이스트룸에서 열린 한국전쟁 명예 훈장 수여식에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랠프 퍼켓 주니어 예비역 대령 가족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워싱턴=연합뉴스〉
스가 요시히데 일본 총리(왼쪽)와 조 바이든 대통령이 4월 16일 미국 워싱턴 백악관에서 만나 대화를 나누고 있다. 〈출처=일본 총리관저〉
■"두 겹 마스크"… "노 마스크"

한·미 정상이 '노 마스크'로 만난 점도 다른 점입니다.

앞서 미국은 지난 13일 백신 접종자는 실내외 대부분의 경우에 마스크를 쓰지 않아도 된다는 새 지침을 내놓은 바 있습니다. 한·미 정상 모두 백신 접종자였습니다.

니혼TV는 특히 한국전쟁 영웅에게 준 '명예훈장 수여식'에 주목했습니다.

"바이든 대통령이 미군 최고위 훈장인 명예훈장 수여식에 외국 정상으로는 처음으로 문 대통령을 초청하는 '특별한 무대'를 마련했다"면서 "백악관이 문 대통령의 방미에 맞춰 '공고한 한미동맹'을 연출했다"고 평가한 것입니다.


일본 주요 일간지 5월 18일자 1면에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스가 요시히데 일본 총리의 정상회담 및 공동성명에 관한 소식이 실려 있다. 〈도쿄=연합뉴스〉
■일본, 1호 정상회담에 '집착'

미국을 유일 동맹국으로 둔 일본은 과거에도 미국 신임 대통령과 가장 먼저 대면하기 위해 각별한 노력을 기울여 왔습니다.

2017년 2월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소유한 미국 플로리다 '마러라고 리조트'에 초청된 첫 외국 정상이 됐고, 2009년 2월 아소 다로(麻生太郞) 총리 역시 버락 오바마 대통령으로부터 가장 먼저 백악관 초청장을 받았습니다.

이번에도 스가 총리가 바이든 대통령의 첫 대면 정상회담 상대로 결정됐을 때 일본 정부는 들뜬 분위기였다고 합니다.

스가 총리는 아베 2차 정권 때 7년 8개월 동안 관방장관으로 내치를 담당해 외교 경험이 거의 없습니다. 여기에 올가을까지는 중의원 선거와 집권 자민당 총재 선거가 있을 예정이라서 미국 대통령과 신뢰 관계를 구축하는 것이 정권의 기반을 다지는 재료가 되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아사히(朝日)신문 여론조사에서 미·일 정상회담 직후, 스가 내각의 '5월 지지율'은 전달보다 되레 7%포인트 급락한 33%였습니다. 지난해 9월 내각 출범 당시(65%)에서 반 토막 났습니다.

단순히 정상회담 의전 측면에서만 본다면 일본 외교당국이 "일·미 회담을 좀 더 여유 있게 성사시켰어도 좋지 않았을까"라는 생각을 하지 않을지, 문득 궁금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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