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면허 적발했는데 ‘사망자’?…경찰관은 “난생 처음”

입력 2021.05.23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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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 김소영그래픽: 김소영

■ 무면허 운전자 적발해 조회했더니… 거주 상태 '사망'

충북 청주 청원경찰서 교통조사계의 한 경찰관은 최근, 생전 처음 황당한 일을 겪었습니다. 사건은 지난 3월 21일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충북 청주시 사창동에서 인도를 불법 주행하는 오토바이 배달원인 52살 A 씨가 암행 순찰차에 단속됐습니다. 경찰이 A 씨가 몰던 오토바이의 번호판을 조회했더니 '무보험' 원동기로 확인된 겁니다.

경찰의 추가 조사 결과, A 씨는 원동기 면허도 없는 '무면허' 운전자이기도 했습니다. 사건을 접수한 교통조사계 경찰관이 A 씨를 불러 인적 사항 등을 확인하던 그때부터 황당한 일이 시작됩니다.

A 씨의 신원을 조회하던 경찰은 A 씨의 거주 상태가 '사망'으로 표시된 걸 보고 깜짝 놀랐습니다. 멀쩡히 눈앞에 살아있는데, 전산상에는 '죽은 사람'으로 나온 것입니다.

대체 어떻게 된 일이었을까요?

"2008년 가족과 헤어져"… 실종 신고 뒤 주민등록 말소, 사망 등록 추정

A 씨는 경찰 조사에서 "전라남도 해남에 살다가 2008년, 가족과 헤어졌다. 10년 전쯤, 주민등록이 말소된 것을 알고 있었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경찰은 "A 씨가 집을 나온 뒤 곳곳을 떠돌면서 생활한 것으로 추정된다"면서 "왜 가족과 헤어졌는지는 구체적으로 확인하기 어려웠지만, 가족 등에 의해 실종 신고가 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습니다.

또 "현재 A 씨가 사는 주거지 구청에 확인해본 결과, 지자체 행정 시스템에는 '실종'으로 표기돼있다는 회신을 받았다"고 밝혔습니다.

A 씨가 경찰의 주민등록번호 조회망에는 '사망', 지자체 행정망에는 '실종' 상태로 달리 입력돼있는 데 대해서는 " 추가 조사가 필요하다"고 설명했습니다.

실제로 이 사실을 알게 된 A 씨는 " 내가 버젓이 살아있는데, 왜 경찰 조회망에는 사망자로 등록돼있는지 이해할 수 없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경찰은 "서류상 사망자였던 A 씨를 입건하는 데 시간이 걸릴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습니다.

"처음 겪는 사건이고, 실제 경찰 전산망에 등록된 인적 사항의 사실 여부를 일일이 확인하는 작업을 거쳤다"면서, " 서류상 사망자로 되어있더라도 무면허 운전으로 직접 적발됐기 때문에 입건할 수 있다"고도 설명했습니다.

경찰은 곧 A 씨를 도로교통법위반(무면허) 혐의로 검찰에 송치할 예정입니다. A 씨를 고용한 해당 업주에 대해서도 자동차손해보장법 위반 (무보험) 혐의로 송치한다는 입장입니다.

A 씨가 거주하는 지역의 관할 구청은 "A 씨가 실종 선고에 대한 취소 판결을 받고, 그 판결서를 첨부해서 거주지 행정복지센터에 제출해야 주민등록번호가 다시 살아난다"고 밝혔습니다.

결국, 서류상 '사망' 처리됐던 장기 실종자가 수년 뒤, 면허 운전으로 적발돼 '생존자'로 부활한 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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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무면허 적발했는데 ‘사망자’?…경찰관은 “난생 처음”
    • 입력 2021-05-23 08:00:24
    취재K
그래픽: 김소영
■ 무면허 운전자 적발해 조회했더니… 거주 상태 '사망'

충북 청주 청원경찰서 교통조사계의 한 경찰관은 최근, 생전 처음 황당한 일을 겪었습니다. 사건은 지난 3월 21일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충북 청주시 사창동에서 인도를 불법 주행하는 오토바이 배달원인 52살 A 씨가 암행 순찰차에 단속됐습니다. 경찰이 A 씨가 몰던 오토바이의 번호판을 조회했더니 '무보험' 원동기로 확인된 겁니다.

경찰의 추가 조사 결과, A 씨는 원동기 면허도 없는 '무면허' 운전자이기도 했습니다. 사건을 접수한 교통조사계 경찰관이 A 씨를 불러 인적 사항 등을 확인하던 그때부터 황당한 일이 시작됩니다.

A 씨의 신원을 조회하던 경찰은 A 씨의 거주 상태가 '사망'으로 표시된 걸 보고 깜짝 놀랐습니다. 멀쩡히 눈앞에 살아있는데, 전산상에는 '죽은 사람'으로 나온 것입니다.

대체 어떻게 된 일이었을까요?

"2008년 가족과 헤어져"… 실종 신고 뒤 주민등록 말소, 사망 등록 추정

A 씨는 경찰 조사에서 "전라남도 해남에 살다가 2008년, 가족과 헤어졌다. 10년 전쯤, 주민등록이 말소된 것을 알고 있었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경찰은 "A 씨가 집을 나온 뒤 곳곳을 떠돌면서 생활한 것으로 추정된다"면서 "왜 가족과 헤어졌는지는 구체적으로 확인하기 어려웠지만, 가족 등에 의해 실종 신고가 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습니다.

또 "현재 A 씨가 사는 주거지 구청에 확인해본 결과, 지자체 행정 시스템에는 '실종'으로 표기돼있다는 회신을 받았다"고 밝혔습니다.

A 씨가 경찰의 주민등록번호 조회망에는 '사망', 지자체 행정망에는 '실종' 상태로 달리 입력돼있는 데 대해서는 " 추가 조사가 필요하다"고 설명했습니다.

실제로 이 사실을 알게 된 A 씨는 " 내가 버젓이 살아있는데, 왜 경찰 조회망에는 사망자로 등록돼있는지 이해할 수 없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경찰은 "서류상 사망자였던 A 씨를 입건하는 데 시간이 걸릴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습니다.

"처음 겪는 사건이고, 실제 경찰 전산망에 등록된 인적 사항의 사실 여부를 일일이 확인하는 작업을 거쳤다"면서, " 서류상 사망자로 되어있더라도 무면허 운전으로 직접 적발됐기 때문에 입건할 수 있다"고도 설명했습니다.

경찰은 곧 A 씨를 도로교통법위반(무면허) 혐의로 검찰에 송치할 예정입니다. A 씨를 고용한 해당 업주에 대해서도 자동차손해보장법 위반 (무보험) 혐의로 송치한다는 입장입니다.

A 씨가 거주하는 지역의 관할 구청은 "A 씨가 실종 선고에 대한 취소 판결을 받고, 그 판결서를 첨부해서 거주지 행정복지센터에 제출해야 주민등록번호가 다시 살아난다"고 밝혔습니다.

결국, 서류상 '사망' 처리됐던 장기 실종자가 수년 뒤, 면허 운전으로 적발돼 '생존자'로 부활한 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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