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아킬레스건’ 언급한 한국, 미국으로 한걸음 더?

입력 2021.05.24 (15:19) 수정 2021.05.24 (15: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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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의미심장한 바이든의 "굿 럭(Good luck)"

“굿 럭!(행운을 빕니다!)"

현지 시간 21일, 미국 백악관에서 한미 정상회담이 끝난 뒤 이어진 문재인 대통령과 조 바이든 대통령의 공동 기자회견에서 외신 기자가 타이완 문제와 관련해 미국 측의 압박이 있었는지 문 대통령에게 묻자 바이든 대통령이 한 말입니다. 미국과 중국 사이에 서있는 한국의 난처함을 알고 있다는 듯한 분위기였습니다.

문 대통령은 "다행스럽게도 그런 압박은 없었다"면서도 "다만 대만해협의 평화와 안정이 대단히 중요하다는 데 인식을 함께했다"고 답변했습니다. 압박은 없었다지만, 한국 대통령이 중국이 민감하게 여기는 타이완 문제를 공식 언급한 것은 처음입니다.


■ '중국' 직접 거론 안 했지만 곳곳에 '中 아킬레스건'

레드라인을 넘지는 않았습니다. 한·미 공동성명에 '중국'을 직접 거론하진 않은 겁니다. 하지만 이번 정상회담을 계기로 미국의 대중 견제에 한국이 호응하는 듯한 내용들이 공식화됐습니다.

① 우선, 중국이 내정간섭으로 여기는 타이완 문제 언급이 있었습니다. 공동성명은 "대만해협 평화와 안정 유지의 중요성을 강조했다"고 밝혔습니다.

② 성명엔 또 미국이 주도하는 대중국 견제 성격의 4개국 협력체 ‘쿼드(Quad)’가 언급됐습니다. "투명하고 포용적인 지역 다자주의 중요성을 인식했다”며 쿼드의 중요성을 강조한 내용입니다.

③ 한국군의 '800㎞ 이내' 미사일 사거리 지침을 해제한 것도 중국이 민감해 할 수 있는 대목입니다. 미국이 중국을 군사적으로 견제하는 효과를 낼 수 있기 때문입니다.

④ 한미 양국이 반도체·전기차 배터리·AI·5G 등 첨단기술 분야 협력을 강조하면서 "민주적 가치에 따라 강력하고 회복력 있는 공급망을 조성하겠다"고 밝힌 점은 첨단기술 분야에서 대중국 견제에 한국이 협력할 것임을 시사하고 있습니다.

⑤ 공동성명엔 세계보건기구(WHO)도 등장했습니다. "WHO 개혁과 코로나19 발병 기원에 대한 투명하고 독립적인 평가 분석을 지원한다"고 나와있는데, 그간 미국이 코로나19 발원지 관련 조사에서 WHO가 중국에 편향돼있다고 비판해온 점을 고려하면 이 또한 중국을 겨냥한 문구임을 알 수 있습니다.


■ '심기 불편' 중국 "내정 간섭" 비난

중국은 바로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습니다.

한미 정상회담 직후 중국 관영매체 환구망은 "타이완 문제가 언급됐다"고 강조했는데, 전날에는 "(타이완 문제 언급이) 한국의 이익에 부합하지 않는다. 한국이 미국의 협박에 독약을 마시는 것과 같다"고 주장했습니다.

웨이보(중국판 트위터)도 한미 정상회담 공동성명이 타이완과 남중국해를 언급했다는 점을 핵심 내용으로 올려놨고, 이에 중국 누리꾼들은 "미국은 한국을 이용해 내정 간섭을 하지 말라"는 등 비난을 쏟아냈습니다.

중국매체 봉황망은 이번 한미 정상회담의 결과로 한국군의 미사일 개발에 족쇄로 여겨졌던 한미 미사일 지침이 42년 만에 역사 속으로 사라진 점을 주목했습니다.

■ 정부 "일반적인 표현"…확대해석 경계

이런 가운데 우리 외교당국은 확대 해석을 경계했습니다.

최종건 외교부 1차관은 오늘 TBS 라디오 '김어준의 뉴스공장' 인터뷰에서 타이완 문제 언급에 대해 오히려 "중국 입장에서는 대한민국이 중국을 적시하지 않은 점을 높이 평가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우리 정부가 미일 정상회담에서와는 달리 중국을 직접 거론하지 않은 점 등 수위 조절을 했다는 명분을 내세우는 것으로 풀이됩니다.


■ 전문가들 "한중관계 극단적으로 악화할 수준 아냐"

관심은 향후 파장이 어떨지, 중국이 추가 반응을 보일지에 모입니다. 중국이 한국 내 사드(고고도 미사일방어체계) 배치를 문제 삼아 경제 보복을 한 선례가 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이번 한미회담을 계기로 한중관계가 극단적으로 악화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분석입니다.

김현욱 국립외교원 교수는 "이번 정상회담이 한미관계를 강화하되 대중국 메시지에서 나름의 수위 조절을 했고 한미 간 군사협력과 같은 레드라인은 넘지 않았다"면서 "'사드 보복' 이후 한중 간 관계 악화라든지 한국 내 중국에 대한 여론 악화 등의 경험이 있기 때문에 강경책을 쓰는 것은 중국으로서도 리스크가 큰 부분"이라고 분석했습니다.

김흥규 아주대학교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미일 정상회담 때와는 다르게 대중 압박의 톤 약화는 분명히 했다"면서 "중국이 한국을 당장 사드 때처럼 압박하게 된다면 한국을 친미 편향의 국가로 인정하는 셈이어서 오히려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다"고 말했습니다.

다만, 향후 중국이 더욱 한미관계에 대한 경각심을 갖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습니다. 김 교수는 "한국이 어떤 편향의 외교정책을 구사할 것이란 점과 관련해 중국이 이번에 경각심을 갖게 됐고 대단히 큰 우려를 가지고 한국을 주시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이와 관련해 시진핑 중국 국가 주석의 방한 시기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는 분석도 있습니다. 지난 1월 말 한중 정상 간 통화해서 시 주석의 조기 방한이 언급된 바 있습니다.

김흥규 교수는 "아마 중국이 보다 적극적으로 시 주석의 방한을 추진하며 한국이 완전히 미국 편향으로 가는 것을 어느 정도 억지하지 않을까 싶다"고 전망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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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中 아킬레스건’ 언급한 한국, 미국으로 한걸음 더?
    • 입력 2021-05-24 15:19:14
    • 수정2021-05-24 15:20:48
    취재K

■ 의미심장한 바이든의 "굿 럭(Good luck)"

“굿 럭!(행운을 빕니다!)"

현지 시간 21일, 미국 백악관에서 한미 정상회담이 끝난 뒤 이어진 문재인 대통령과 조 바이든 대통령의 공동 기자회견에서 외신 기자가 타이완 문제와 관련해 미국 측의 압박이 있었는지 문 대통령에게 묻자 바이든 대통령이 한 말입니다. 미국과 중국 사이에 서있는 한국의 난처함을 알고 있다는 듯한 분위기였습니다.

문 대통령은 "다행스럽게도 그런 압박은 없었다"면서도 "다만 대만해협의 평화와 안정이 대단히 중요하다는 데 인식을 함께했다"고 답변했습니다. 압박은 없었다지만, 한국 대통령이 중국이 민감하게 여기는 타이완 문제를 공식 언급한 것은 처음입니다.


■ '중국' 직접 거론 안 했지만 곳곳에 '中 아킬레스건'

레드라인을 넘지는 않았습니다. 한·미 공동성명에 '중국'을 직접 거론하진 않은 겁니다. 하지만 이번 정상회담을 계기로 미국의 대중 견제에 한국이 호응하는 듯한 내용들이 공식화됐습니다.

① 우선, 중국이 내정간섭으로 여기는 타이완 문제 언급이 있었습니다. 공동성명은 "대만해협 평화와 안정 유지의 중요성을 강조했다"고 밝혔습니다.

② 성명엔 또 미국이 주도하는 대중국 견제 성격의 4개국 협력체 ‘쿼드(Quad)’가 언급됐습니다. "투명하고 포용적인 지역 다자주의 중요성을 인식했다”며 쿼드의 중요성을 강조한 내용입니다.

③ 한국군의 '800㎞ 이내' 미사일 사거리 지침을 해제한 것도 중국이 민감해 할 수 있는 대목입니다. 미국이 중국을 군사적으로 견제하는 효과를 낼 수 있기 때문입니다.

④ 한미 양국이 반도체·전기차 배터리·AI·5G 등 첨단기술 분야 협력을 강조하면서 "민주적 가치에 따라 강력하고 회복력 있는 공급망을 조성하겠다"고 밝힌 점은 첨단기술 분야에서 대중국 견제에 한국이 협력할 것임을 시사하고 있습니다.

⑤ 공동성명엔 세계보건기구(WHO)도 등장했습니다. "WHO 개혁과 코로나19 발병 기원에 대한 투명하고 독립적인 평가 분석을 지원한다"고 나와있는데, 그간 미국이 코로나19 발원지 관련 조사에서 WHO가 중국에 편향돼있다고 비판해온 점을 고려하면 이 또한 중국을 겨냥한 문구임을 알 수 있습니다.


■ '심기 불편' 중국 "내정 간섭" 비난

중국은 바로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습니다.

한미 정상회담 직후 중국 관영매체 환구망은 "타이완 문제가 언급됐다"고 강조했는데, 전날에는 "(타이완 문제 언급이) 한국의 이익에 부합하지 않는다. 한국이 미국의 협박에 독약을 마시는 것과 같다"고 주장했습니다.

웨이보(중국판 트위터)도 한미 정상회담 공동성명이 타이완과 남중국해를 언급했다는 점을 핵심 내용으로 올려놨고, 이에 중국 누리꾼들은 "미국은 한국을 이용해 내정 간섭을 하지 말라"는 등 비난을 쏟아냈습니다.

중국매체 봉황망은 이번 한미 정상회담의 결과로 한국군의 미사일 개발에 족쇄로 여겨졌던 한미 미사일 지침이 42년 만에 역사 속으로 사라진 점을 주목했습니다.

■ 정부 "일반적인 표현"…확대해석 경계

이런 가운데 우리 외교당국은 확대 해석을 경계했습니다.

최종건 외교부 1차관은 오늘 TBS 라디오 '김어준의 뉴스공장' 인터뷰에서 타이완 문제 언급에 대해 오히려 "중국 입장에서는 대한민국이 중국을 적시하지 않은 점을 높이 평가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우리 정부가 미일 정상회담에서와는 달리 중국을 직접 거론하지 않은 점 등 수위 조절을 했다는 명분을 내세우는 것으로 풀이됩니다.


■ 전문가들 "한중관계 극단적으로 악화할 수준 아냐"

관심은 향후 파장이 어떨지, 중국이 추가 반응을 보일지에 모입니다. 중국이 한국 내 사드(고고도 미사일방어체계) 배치를 문제 삼아 경제 보복을 한 선례가 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이번 한미회담을 계기로 한중관계가 극단적으로 악화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분석입니다.

김현욱 국립외교원 교수는 "이번 정상회담이 한미관계를 강화하되 대중국 메시지에서 나름의 수위 조절을 했고 한미 간 군사협력과 같은 레드라인은 넘지 않았다"면서 "'사드 보복' 이후 한중 간 관계 악화라든지 한국 내 중국에 대한 여론 악화 등의 경험이 있기 때문에 강경책을 쓰는 것은 중국으로서도 리스크가 큰 부분"이라고 분석했습니다.

김흥규 아주대학교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미일 정상회담 때와는 다르게 대중 압박의 톤 약화는 분명히 했다"면서 "중국이 한국을 당장 사드 때처럼 압박하게 된다면 한국을 친미 편향의 국가로 인정하는 셈이어서 오히려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다"고 말했습니다.

다만, 향후 중국이 더욱 한미관계에 대한 경각심을 갖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습니다. 김 교수는 "한국이 어떤 편향의 외교정책을 구사할 것이란 점과 관련해 중국이 이번에 경각심을 갖게 됐고 대단히 큰 우려를 가지고 한국을 주시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이와 관련해 시진핑 중국 국가 주석의 방한 시기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는 분석도 있습니다. 지난 1월 말 한중 정상 간 통화해서 시 주석의 조기 방한이 언급된 바 있습니다.

김흥규 교수는 "아마 중국이 보다 적극적으로 시 주석의 방한을 추진하며 한국이 완전히 미국 편향으로 가는 것을 어느 정도 억지하지 않을까 싶다"고 전망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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