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전에 막걸리’ 옛말…속리산 중턱 휴게소 철거

입력 2021.05.25 (08:00) 수정 2021.05.25 (16: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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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리산국립공원 옛 냉천골 휴게소(화면제공: 국립공원공단 속리산사무소)

속리산국립공원 옛 냉천골 휴게소(화면제공: 국립공원공단 속리산사무소)

빼어난 경관으로 사시사철 등산객이 끊이지 않는 속리산국립공원.

해발 1,054m의 문장대로 향하다 보면 상쾌한 숲 내음 사이로 고소한 기름 냄새가 코를 스칩니다. 허름한 판자 지붕 아래로 파전에 막걸리는 물론 시원한 음료수까지. 정상을 앞두고 만나는 냉천골 휴게소(해발 820m)입니다.


하지만 이제 이곳에서 ‘파전에 막걸리 한잔’은 옛말이 됐습니다. 속리산 중턱에서 등산객의 지친 몸을 달래주던 이 휴게소가 지난달 문을 닫았기 때문입니다. 근처의 금강골 휴게소(해발 720m)와 보현재 휴게소(해발 620m)도 영업을 마치고 철거를 시작했습니다.

속리산국립공원 지정(1970년) 전인 1960년대에 문을 열었으니, 영업을 시작한 지 50여 년 만입니다.

음식을 만들 때 환경 오염이 발생한다는 민원이 이어지고, 음주 산행으로 인한 안전사고 우려가 커지자 전면 철거하기로 한 겁니다. 국립공원공단은 1990년대 말 이들 휴게소를 소유한 법주사와 협의해 환경오염 방지시설을 마련하는 등 시설을 개선해왔지만 역부족이었습니다.

수년 전부터 냉천골 휴게소를 맡아 운영해 온 김남영 씨는 착잡한 마음을 감추지 못했습니다. “언젠가는 없어지리라고 생각했지만 이렇게 빨리 없어질 줄 생각지도 못했다”면서 “산에 오르락내리락하면서 산속 생활을 했는데 아쉬움이 너무 크다”고 말했습니다.

속리산국립공원 내 옛 보현재휴게소 일대 생태복원 예시 (화면제공: 국립공원공단 속리산사무소)속리산국립공원 내 옛 보현재휴게소 일대 생태복원 예시 (화면제공: 국립공원공단 속리산사무소)

국립공원공단 속리산사무소는 오는 7월까지 휴게소 철거 지역에 신갈나무와 국수나무 등을 심어 그동안 훼손됐던 주변 생태계를 복원한다는 방침입니다. 또, 휴게소 터에는 간단한 쉼터를 마련해 등산객들이 쉬어갈 수 있도록 할 계획입니다.

하지만 아직 속리산국립공원 내 고지대 휴게소가 모두 철거된 것은 아닙니다. 국립공원공단 측은 “신선대 휴게소는 소유주인 경희교육재단과 협의가 진행되지 못해 철거 여부가 결정되지 않았다”고 설명했습니다.

속리산 중턱의 휴게소 일대 자연환경이 하나하나 차례로, 무사히 복원될 수 있을지 지켜봐야겠습니다.

속리산 문장대 (화면제공: 국립공원공단 속리산사무소)속리산 문장대 (화면제공: 국립공원공단 속리산사무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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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파전에 막걸리’ 옛말…속리산 중턱 휴게소 철거
    • 입력 2021-05-25 08:00:06
    • 수정2021-05-25 16:48:10
    취재K

속리산국립공원 옛 냉천골 휴게소(화면제공: 국립공원공단 속리산사무소)

빼어난 경관으로 사시사철 등산객이 끊이지 않는 속리산국립공원.

해발 1,054m의 문장대로 향하다 보면 상쾌한 숲 내음 사이로 고소한 기름 냄새가 코를 스칩니다. 허름한 판자 지붕 아래로 파전에 막걸리는 물론 시원한 음료수까지. 정상을 앞두고 만나는 냉천골 휴게소(해발 820m)입니다.


하지만 이제 이곳에서 ‘파전에 막걸리 한잔’은 옛말이 됐습니다. 속리산 중턱에서 등산객의 지친 몸을 달래주던 이 휴게소가 지난달 문을 닫았기 때문입니다. 근처의 금강골 휴게소(해발 720m)와 보현재 휴게소(해발 620m)도 영업을 마치고 철거를 시작했습니다.

속리산국립공원 지정(1970년) 전인 1960년대에 문을 열었으니, 영업을 시작한 지 50여 년 만입니다.

음식을 만들 때 환경 오염이 발생한다는 민원이 이어지고, 음주 산행으로 인한 안전사고 우려가 커지자 전면 철거하기로 한 겁니다. 국립공원공단은 1990년대 말 이들 휴게소를 소유한 법주사와 협의해 환경오염 방지시설을 마련하는 등 시설을 개선해왔지만 역부족이었습니다.

수년 전부터 냉천골 휴게소를 맡아 운영해 온 김남영 씨는 착잡한 마음을 감추지 못했습니다. “언젠가는 없어지리라고 생각했지만 이렇게 빨리 없어질 줄 생각지도 못했다”면서 “산에 오르락내리락하면서 산속 생활을 했는데 아쉬움이 너무 크다”고 말했습니다.

속리산국립공원 내 옛 보현재휴게소 일대 생태복원 예시 (화면제공: 국립공원공단 속리산사무소)
국립공원공단 속리산사무소는 오는 7월까지 휴게소 철거 지역에 신갈나무와 국수나무 등을 심어 그동안 훼손됐던 주변 생태계를 복원한다는 방침입니다. 또, 휴게소 터에는 간단한 쉼터를 마련해 등산객들이 쉬어갈 수 있도록 할 계획입니다.

하지만 아직 속리산국립공원 내 고지대 휴게소가 모두 철거된 것은 아닙니다. 국립공원공단 측은 “신선대 휴게소는 소유주인 경희교육재단과 협의가 진행되지 못해 철거 여부가 결정되지 않았다”고 설명했습니다.

속리산 중턱의 휴게소 일대 자연환경이 하나하나 차례로, 무사히 복원될 수 있을지 지켜봐야겠습니다.

속리산 문장대 (화면제공: 국립공원공단 속리산사무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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