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 본문 영역

상세페이지

[취재후] “해지 안한 고객님 탓”…통신사의 “몰라요” 기법
입력 2021.05.25 (15:02) 수정 2021.05.25 (16:48) 취재후

"저희 남편도 2년 넘게 통장에서 돈이 빠져나가 이동 통신사에 항의했어요. '해지 신청을 안 해서 그렇다'고 하더라고요" (제보자 A)

"해지 신청했던 휴대폰 번호에서 2007년부터 요금이 빠져나가고 있었습니다. 2G 서비스가 종료된다는 연락을 받고 알았어요." (제보자 B)


15년 전에 해지 신청을 한 휴대폰 번호가 그대로 유지되고 있어서, 지금까지 이용자도 모르게 요금이 빠져나가고 있었던 사연을 이틀 전에 보도했습니다.

[연관기사] ☞ “해지했는데 10년 넘게 요금 인출”…통신사는 “몰라요”
https://news.kbs.co.kr/news/view.do?ncd=5191836

그런데 방송 이후 '나도 비슷한 피해를 봤다'는 제보가 이어졌습니다. 이렇게 비슷한 피해 사례가 많다면, 뭔가 제도를 개선해야 할 필요가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휴대폰의 구매 통로는 다양합니다. 하지만 많은 경우 소비자는 통신사와 직접 계약하는 게 아니라 대리점이나 판매점 등 통신사의 업무를 대신 해주는 업체와 만납니다.

이 업체들은 통신사 소속이 아닌, 자영업자입니다. 각 대리점주가 '사장님'이고 개별로 영업합니다. 이런 구조적 상황은 통신사가 자신들의 책임을 '전가'시킬 수 있는 여지를 만들어 줍니다.

■ 175개월 동안 요금 빠져나간 사정은?

보도에서 소개된 40대 조 모 씨의 상황도 마찬가지였습니다. 15년 전 대리점에서 기존 번호는 해지하고, 신규 번호를 개통했습니다. 당연히 대리점에서 해지 업무를 처리했을 거로 생각한 조 씨는 이후 신규 번호를 계속 이용해 왔습니다.

그런데 지난 3월 말 통신사로부터 '이용 중인 2G 서비스가 곧 종료된다'는 연락을 받은 겁니다. 조 씨는 2G 서비스를 사용하고 있지 않았습니다.


부랴부랴 알아보니 15년 전 '그 휴대폰 번호'가 유지되고 있었습니다. 요금도 매달 꼬박꼬박 빠져나가고 있었습니다. 지금까지 175개월 동안 250만 원 정도가 인출됐습니다.


조 씨는 황당해 하면서도 어떻게 지금까지 한 번도 자신에게 연락이 없었는지 기가 막혔다고 합니다.

"그 번호로는 휴대폰이 켜진 적도, 문자가 발송된 적도, 전화통화가 이뤄진 적도 한 번도 없었을 거예요. 그런 사용 기록이 하나라도 있다면 인정하겠으니 기록을 보여달라고 했는데 못 보여주더라고요. 적어도 이렇게 십몇 년 동안 이렇게 요금이 청구된다면 한 번쯤은 제 명의로 된 번호로 연락해줄 수 있는 거 아닌가요?" (제보자 조 모 씨)


■ "통신사 태도에 더 화가 났죠"

조 씨를 더욱 화가 나게 한 건 통신사의 태도였습니다.

'아무리 찾아봐도 해지 기록이 없다'는 말만 반복할 뿐 적극적으로 해결책을 찾으려는 의지를 보이지 않았다고 합니다. 심지어 조 씨가 15년 전 개통과 해지 신청을 했던 그 대리점은 폐점된 상태였습니다.

조 씨는 여기서 '해지 업무는 우리가 한 게 아니라 대리점에서 한 건데 왜 우리에게 그러느냐'는 통신사 관계자의 뉘앙스를 느꼈다고 합니다. 조 씨를 포함해 많은 이들이 지적하는 것도 이 부분입니다.

최소한 매달 요금을 받아간 통신사라면, 개통과 해지 과정에 일말의 책임의식을 가져야 하는데 '난 몰라요.' 식으로 나온다는 겁니다.

지난해 방송통신위원회에 접수된 통신사 분쟁조정 신청은 모두 570여 건입니다. 이 중 개통이나 해지 과정에서 생긴 분쟁이 3분의 1이나 됩니다.

'분쟁조정'은 방통위 산하 통신분쟁조정위원회가 담당합니다. 양자 간 문제가 심각해 정부가 개입해야 할 정도의 사안을 의미합니다.

■ 소비자도 꼼꼼히 챙겨야 하지만...제도적 방안 없을까?

비슷한 피해가 이어지는 만큼 개선이 필요합니다.

우선 소비자 자신도 개통과 해지 업무를 꼼꼼히 챙겨야 하지만, 통신사들의 노력도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큽니다. 정지연 한국소비자연맹 사무총장은 이렇게 말합니다.

"소비자가 혹시 장기간 사용하지 않았을 때는 (통신사가) 이런 부분들을 모니터링을 통해서 제도적으로 막을 수 있는 부분들이 필요할 것으로 보입니다."

장기간 사용기록이 없는데도 요금이 빠져나간다면, 이를 선별해 조처하는 식입니다. 예컨대 금융기관의 경우 장기간 사용하지 않는 '휴면예금'은 여러 알림 서비스를 통해 이용자가 사용하도록 조처를 합니다.

이를 두고 '고객님이 사용 안 하신 거잖아요.'라고 대응하지는 않습니다. 물론 이는 '휴면예금 이체에 관한 특별법' 등 근거법이 마련됐기에 가능합니다.

조 씨에게 해당 통신사는 '해지했다는 증거 자료가 있느냐'며 수차례 물었다고 합니다. 십수 년 전 해지 자료를 일일이 고객이 챙기고 보관해놔야만 하는 상황, 이제는 바뀌어야 하지 않을까요?
  • [취재후] “해지 안한 고객님 탓”…통신사의 “몰라요” 기법
    • 입력 2021-05-25 15:02:31
    • 수정2021-05-25 16:48:07
    취재후

"저희 남편도 2년 넘게 통장에서 돈이 빠져나가 이동 통신사에 항의했어요. '해지 신청을 안 해서 그렇다'고 하더라고요" (제보자 A)

"해지 신청했던 휴대폰 번호에서 2007년부터 요금이 빠져나가고 있었습니다. 2G 서비스가 종료된다는 연락을 받고 알았어요." (제보자 B)


15년 전에 해지 신청을 한 휴대폰 번호가 그대로 유지되고 있어서, 지금까지 이용자도 모르게 요금이 빠져나가고 있었던 사연을 이틀 전에 보도했습니다.

[연관기사] ☞ “해지했는데 10년 넘게 요금 인출”…통신사는 “몰라요”
https://news.kbs.co.kr/news/view.do?ncd=5191836

그런데 방송 이후 '나도 비슷한 피해를 봤다'는 제보가 이어졌습니다. 이렇게 비슷한 피해 사례가 많다면, 뭔가 제도를 개선해야 할 필요가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휴대폰의 구매 통로는 다양합니다. 하지만 많은 경우 소비자는 통신사와 직접 계약하는 게 아니라 대리점이나 판매점 등 통신사의 업무를 대신 해주는 업체와 만납니다.

이 업체들은 통신사 소속이 아닌, 자영업자입니다. 각 대리점주가 '사장님'이고 개별로 영업합니다. 이런 구조적 상황은 통신사가 자신들의 책임을 '전가'시킬 수 있는 여지를 만들어 줍니다.

■ 175개월 동안 요금 빠져나간 사정은?

보도에서 소개된 40대 조 모 씨의 상황도 마찬가지였습니다. 15년 전 대리점에서 기존 번호는 해지하고, 신규 번호를 개통했습니다. 당연히 대리점에서 해지 업무를 처리했을 거로 생각한 조 씨는 이후 신규 번호를 계속 이용해 왔습니다.

그런데 지난 3월 말 통신사로부터 '이용 중인 2G 서비스가 곧 종료된다'는 연락을 받은 겁니다. 조 씨는 2G 서비스를 사용하고 있지 않았습니다.


부랴부랴 알아보니 15년 전 '그 휴대폰 번호'가 유지되고 있었습니다. 요금도 매달 꼬박꼬박 빠져나가고 있었습니다. 지금까지 175개월 동안 250만 원 정도가 인출됐습니다.


조 씨는 황당해 하면서도 어떻게 지금까지 한 번도 자신에게 연락이 없었는지 기가 막혔다고 합니다.

"그 번호로는 휴대폰이 켜진 적도, 문자가 발송된 적도, 전화통화가 이뤄진 적도 한 번도 없었을 거예요. 그런 사용 기록이 하나라도 있다면 인정하겠으니 기록을 보여달라고 했는데 못 보여주더라고요. 적어도 이렇게 십몇 년 동안 이렇게 요금이 청구된다면 한 번쯤은 제 명의로 된 번호로 연락해줄 수 있는 거 아닌가요?" (제보자 조 모 씨)


■ "통신사 태도에 더 화가 났죠"

조 씨를 더욱 화가 나게 한 건 통신사의 태도였습니다.

'아무리 찾아봐도 해지 기록이 없다'는 말만 반복할 뿐 적극적으로 해결책을 찾으려는 의지를 보이지 않았다고 합니다. 심지어 조 씨가 15년 전 개통과 해지 신청을 했던 그 대리점은 폐점된 상태였습니다.

조 씨는 여기서 '해지 업무는 우리가 한 게 아니라 대리점에서 한 건데 왜 우리에게 그러느냐'는 통신사 관계자의 뉘앙스를 느꼈다고 합니다. 조 씨를 포함해 많은 이들이 지적하는 것도 이 부분입니다.

최소한 매달 요금을 받아간 통신사라면, 개통과 해지 과정에 일말의 책임의식을 가져야 하는데 '난 몰라요.' 식으로 나온다는 겁니다.

지난해 방송통신위원회에 접수된 통신사 분쟁조정 신청은 모두 570여 건입니다. 이 중 개통이나 해지 과정에서 생긴 분쟁이 3분의 1이나 됩니다.

'분쟁조정'은 방통위 산하 통신분쟁조정위원회가 담당합니다. 양자 간 문제가 심각해 정부가 개입해야 할 정도의 사안을 의미합니다.

■ 소비자도 꼼꼼히 챙겨야 하지만...제도적 방안 없을까?

비슷한 피해가 이어지는 만큼 개선이 필요합니다.

우선 소비자 자신도 개통과 해지 업무를 꼼꼼히 챙겨야 하지만, 통신사들의 노력도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큽니다. 정지연 한국소비자연맹 사무총장은 이렇게 말합니다.

"소비자가 혹시 장기간 사용하지 않았을 때는 (통신사가) 이런 부분들을 모니터링을 통해서 제도적으로 막을 수 있는 부분들이 필요할 것으로 보입니다."

장기간 사용기록이 없는데도 요금이 빠져나간다면, 이를 선별해 조처하는 식입니다. 예컨대 금융기관의 경우 장기간 사용하지 않는 '휴면예금'은 여러 알림 서비스를 통해 이용자가 사용하도록 조처를 합니다.

이를 두고 '고객님이 사용 안 하신 거잖아요.'라고 대응하지는 않습니다. 물론 이는 '휴면예금 이체에 관한 특별법' 등 근거법이 마련됐기에 가능합니다.

조 씨에게 해당 통신사는 '해지했다는 증거 자료가 있느냐'며 수차례 물었다고 합니다. 십수 년 전 해지 자료를 일일이 고객이 챙기고 보관해놔야만 하는 상황, 이제는 바뀌어야 하지 않을까요?

■ 제보하기
▷ 카카오톡 : 'KBS제보' 검색
▷ 전화 : 02-781-1234
▷ 이메일 : kbs1234@kbs.co.kr
▷ 뉴스홈페이지 : https://goo.gl/4bWbkG
kbs가 손수 골랐습니다. 네이버에서도 보세요.
기자 정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