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속도로 추돌 6명 사상…피해 컸던 이유는?

입력 2021.05.25 (20: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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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명이 숨지고, 4명이 다쳤습니다 . 사망자 2명은 모두 화물차 운전자였고, 부상자 4명 가운데 3명은 화물차, 1명은 승용차 운전자였습니다.

오늘(25일) 새벽 2시 40분쯤, 충북 옥천군 군북면 경부고속도로 증약터널 상행선에서 화물차와 승용차, 8대가 잇따라 추돌하는 사고가 났습니다. 운전자 병원 이송부터 사고 긴급 처리까지 걸린 시간만 5시간이 넘는 대형 사고였습니다.


■ 터널 추돌 사고로 6명 사상… "자욱한 연기에 전력 공급 끊겨"

1차 추돌 사고는 터널 입구에서 먼저 발생했습니다. 11.5톤 택배 차량이 앞서 달리던 8.5톤 화물차를 들이받은 겁니다.

사고 직후 두 차량에 불이 붙이면서 화염은 걷잡을 수 없이 커졌고, 바로 옆 터널 내부로 연결된 전기 공급선까지 태웠습니다. 터널 맞은편에서 불어오는 바람 탓에 차량에서 발생한 자욱한 연기는 터널 안으로 삽시간에 밀려들어 갔습니다.

다행히 1차 사고 현장에서는 인명 피해가 발생하지 않았습니다. 문제는 그다음부터였습니다.

충북 옥천군 군북면 경부고속도로 증약터널에서 차량 8대가 추돌해 2명 숨지고, 4명이 다쳤다 [화면제공: 충북소방본부]충북 옥천군 군북면 경부고속도로 증약터널에서 차량 8대가 추돌해 2명 숨지고, 4명이 다쳤다 [화면제공: 충북소방본부]

뒤따라오던 4.5톤, 25톤 등 크기도 제각각인 대형 화물차 5대승용차 1대가 차 화재 현장을 피해 터널 안으로 진입한 순간, 연쇄 추돌 사고로 이어진 겁니다.

이미 터널 안에 연기가 퍼진 상황. 전기 공급마저 끊겨 '터널 등'까지 꺼지자 운전자들의 시야 확보는 더 어려웠을 것으로 추정됩니다.

경찰은 "화재 연기가 터널 내로 들어가 시야가 제대로 확보되지 않은 상태였는데, 사고 현장을 피해서 터널 안으로 진행하다가 사고가 났다"고 밝혔습니다.

경찰은 이 같은 상황에서 앞서 터널 안으로 진입한 화물차멈춰 있다가 뒤따르던 차들과 부딪힌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전력 공급은 사고 발생 1시간 30여 분 뒤인 새벽 4시쯤에야 재개됐는데요. 현장에 출동한 터널 관리청인 한국도로공사 측 관계자가 수동으로 전력 공급 조작하면서부터였습니다.

앞서 터널 입구에서 발생한 화물차 추돌 사고로 화재가 발생했습니다 [화면제공: 시청자 송영훈]앞서 터널 입구에서 발생한 화물차 추돌 사고로 화재가 발생했습니다 [화면제공: 시청자 송영훈]

"비상 발전기 작동 안 돼, 화재 진입차단설비 없어"

사고 직후, '터널 등'을 다시 켜기 위한 비상 발전기왜 작동되지 않았을까요?

확인 결과, 사고 터널에는 비상 발전기가 제대로 설치돼 있었는데요. 한국도로공사 측은 "실제 모든 전력이 끊기는 정전이 발생하면 비상 발전기가 작동되지만, 이번 화재 사고로 일부 케이블 선이 불에 타 차단기만 내려간 상황"이라며, "비상 발전기가 작동되지 않았다"고 밝혔습니다.

문제는 또 있었습니다.

터널에서 화재가 발생하면 '진입 금지'라는 전광판 안내와 함께 운전자들에게 사고를 알리는 '터널 진입차단설비'가 설치되지 않았던 건데요. 차단 설비가 있었다면, 뒤따르던 운전자들이 터널 안으로 들어가지 않았을 겁니다.

국토교통부의 도로 터널 방재시설 설치 및 관리 지침국토교통부의 도로 터널 방재시설 설치 및 관리 지침

터널 전방 100m 앞에 설치되는 진입차단설비는 '도로 터널 방재 시설 설치·관리 지침(국토교통부 예규)'에 따라 방재등급 2등급 이상인 터널에 설치돼야 하는데요.

사고 터널인 증약 터널은 1999년에 준공된 이후, 5년마다 방재 등급 평가가 이뤄져, 2019년에야 방재 2등급으로 지정된 겁니다.

한국도로공사 측은 "예산 문제로 아직 설치를 못 했다"며, "조만간 설치할 계획이었다"고 해명했습니다.

김유식 한국국제대학교 방재기술연구센터장은 "터널 안에서는 사고 위험 요소크게 작용하는 만큼, 안전 설비의 설치 기준을 방재 등급별로 정해놓을 것이 아니라 사고 예방을 위해 전반적으로 안전 기준강화해야 한다"고 지적했습니다.

자칫 대형 참사를 부를 수 있는 터널 교통사고.

운전자의 부주의 가능성 등을 완전히 배제할 수는 없지만, 대형 사고에 철저히 대비하지 못한 터널 안전 대책 등 구조적인 문제가 피해를 키운 것은 아닌지 되새겨봐야 할 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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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고속도로 추돌 6명 사상…피해 컸던 이유는?
    • 입력 2021-05-25 20:50:48
    취재K


2명이 숨지고, 4명이 다쳤습니다 . 사망자 2명은 모두 화물차 운전자였고, 부상자 4명 가운데 3명은 화물차, 1명은 승용차 운전자였습니다.

오늘(25일) 새벽 2시 40분쯤, 충북 옥천군 군북면 경부고속도로 증약터널 상행선에서 화물차와 승용차, 8대가 잇따라 추돌하는 사고가 났습니다. 운전자 병원 이송부터 사고 긴급 처리까지 걸린 시간만 5시간이 넘는 대형 사고였습니다.


■ 터널 추돌 사고로 6명 사상… "자욱한 연기에 전력 공급 끊겨"

1차 추돌 사고는 터널 입구에서 먼저 발생했습니다. 11.5톤 택배 차량이 앞서 달리던 8.5톤 화물차를 들이받은 겁니다.

사고 직후 두 차량에 불이 붙이면서 화염은 걷잡을 수 없이 커졌고, 바로 옆 터널 내부로 연결된 전기 공급선까지 태웠습니다. 터널 맞은편에서 불어오는 바람 탓에 차량에서 발생한 자욱한 연기는 터널 안으로 삽시간에 밀려들어 갔습니다.

다행히 1차 사고 현장에서는 인명 피해가 발생하지 않았습니다. 문제는 그다음부터였습니다.

충북 옥천군 군북면 경부고속도로 증약터널에서 차량 8대가 추돌해 2명 숨지고, 4명이 다쳤다 [화면제공: 충북소방본부]
뒤따라오던 4.5톤, 25톤 등 크기도 제각각인 대형 화물차 5대승용차 1대가 차 화재 현장을 피해 터널 안으로 진입한 순간, 연쇄 추돌 사고로 이어진 겁니다.

이미 터널 안에 연기가 퍼진 상황. 전기 공급마저 끊겨 '터널 등'까지 꺼지자 운전자들의 시야 확보는 더 어려웠을 것으로 추정됩니다.

경찰은 "화재 연기가 터널 내로 들어가 시야가 제대로 확보되지 않은 상태였는데, 사고 현장을 피해서 터널 안으로 진행하다가 사고가 났다"고 밝혔습니다.

경찰은 이 같은 상황에서 앞서 터널 안으로 진입한 화물차멈춰 있다가 뒤따르던 차들과 부딪힌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전력 공급은 사고 발생 1시간 30여 분 뒤인 새벽 4시쯤에야 재개됐는데요. 현장에 출동한 터널 관리청인 한국도로공사 측 관계자가 수동으로 전력 공급 조작하면서부터였습니다.

앞서 터널 입구에서 발생한 화물차 추돌 사고로 화재가 발생했습니다 [화면제공: 시청자 송영훈]
"비상 발전기 작동 안 돼, 화재 진입차단설비 없어"

사고 직후, '터널 등'을 다시 켜기 위한 비상 발전기왜 작동되지 않았을까요?

확인 결과, 사고 터널에는 비상 발전기가 제대로 설치돼 있었는데요. 한국도로공사 측은 "실제 모든 전력이 끊기는 정전이 발생하면 비상 발전기가 작동되지만, 이번 화재 사고로 일부 케이블 선이 불에 타 차단기만 내려간 상황"이라며, "비상 발전기가 작동되지 않았다"고 밝혔습니다.

문제는 또 있었습니다.

터널에서 화재가 발생하면 '진입 금지'라는 전광판 안내와 함께 운전자들에게 사고를 알리는 '터널 진입차단설비'가 설치되지 않았던 건데요. 차단 설비가 있었다면, 뒤따르던 운전자들이 터널 안으로 들어가지 않았을 겁니다.

국토교통부의 도로 터널 방재시설 설치 및 관리 지침
터널 전방 100m 앞에 설치되는 진입차단설비는 '도로 터널 방재 시설 설치·관리 지침(국토교통부 예규)'에 따라 방재등급 2등급 이상인 터널에 설치돼야 하는데요.

사고 터널인 증약 터널은 1999년에 준공된 이후, 5년마다 방재 등급 평가가 이뤄져, 2019년에야 방재 2등급으로 지정된 겁니다.

한국도로공사 측은 "예산 문제로 아직 설치를 못 했다"며, "조만간 설치할 계획이었다"고 해명했습니다.

김유식 한국국제대학교 방재기술연구센터장은 "터널 안에서는 사고 위험 요소크게 작용하는 만큼, 안전 설비의 설치 기준을 방재 등급별로 정해놓을 것이 아니라 사고 예방을 위해 전반적으로 안전 기준강화해야 한다"고 지적했습니다.

자칫 대형 참사를 부를 수 있는 터널 교통사고.

운전자의 부주의 가능성 등을 완전히 배제할 수는 없지만, 대형 사고에 철저히 대비하지 못한 터널 안전 대책 등 구조적인 문제가 피해를 키운 것은 아닌지 되새겨봐야 할 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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