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파원 리포트] 도쿄올림픽에 “매우 제한된 범주” 보낸다는 미 국무부…무슨 뜻일까?

입력 2021.05.26 (00:56) 수정 2021.05.26 (16: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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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쿄올림픽이 절대 다른 올림픽과 같을 수 없는 이유

25일자 워싱턴포스트의 보돕니다. 도쿄올림픽 개막이 정확히 59일, 이제 두달도 안남은 시점에서 "언제쯤 우리는 올림픽이 열릴 지 확실히 알수 있을까?" "도쿄 올림픽, 실은 취소되지 않을까?" 하는 질문들을 던지며 말미에 "취소할 거면 빨리 해라. 그 많은 인원과 물동량이 움직이기에 위험이 너무 크다"라고 은근히 취소 쪽으로 기울어진 상황을 보여줍니다.


■ 일본만 올림픽 취소를 바라는 건 아니다?

미국에서도 도쿄올림픽을 바라보는 시선은 걱정 한가득입니다. 가뜩이나 코로나19로 전세계에서 가장 많은 사망자를 낸 미국입니다. 아무리 백신접종을 완료했다고 해도 미 질병통제예방센터가 변이바이러스 운운하면서 백신접종완료자도 안전치 않다고 엄포를 놓고 있으니 마음이 무거울 수 밖에 없습니다. 미 올림픽위원회가 "팀US는 갈 거다"라고 아주 짧은 입장문을 발표했지만, 구체적으로 어떻게 몇 명이나 보낼 건지 확답하지 못한 상탭니다. 여전히 미국 내에서는 예선이 시작도 못한 종목들도 많습니다.

■ 국무부가 내린 여행금지 경보의 의미는?

이런 와중에 미 국무부가 일본을 "여행금지" 로 전격적으로 발표했습니다. 현지시간 24일 오후에 갑자기 나온 결정에 현지 언론도 앗!하는 눈치가 느껴집니다.

미 국무부는 지난 4월 20일 등록된 기자들에게 이메일을 보내, 전세계 국가들의 80% 가량이 "여행금지국"으로 지정될 것으로 보인다고 고지한 바 있습니다. 미국에서 백신접종에 전력투구하고 있는 와중에 미국민이 해외여행이라도 가서 감염되어 오면 방역에 구멍이 뚫리게 되는 만큼 집단 면역을 이뤄낼 때까지는 흐트러지게 해선 안된다는 의지가 느껴집니다.

당시 상황을 보면, 미국인들이 백신 인구가 늘어나며 지난해 가지 못했던 여행에 대한 욕구가 폭증하는 시점이었습니다. TV에서는 프랑스와 이탈리아, 스위스를 배경으로 한 광고들이 등장하며 "떠나라 당신!"을 부추기고 있었고, 항공사에서는 여름 휴가철 유럽행 항공표가 매진이라고 법석을 떨고 있을 때였습니다. 그런만큼 미 국무부가 팔짱을 단단히 끼고, 프랑스, 이탈리아, 스페인 등 유럽 대부분 국가들을 "여행금지"로 지정하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방역 수순이었습니다. 아무리 국무부의 여행지침이 '권고'라고 해도 사실상 '경고'라는 건 사람들도 알고 있으니까요.


그런데 일본의 경우는 좀 다릅니다. 프랑스 등 유럽 대부분 국가들이 여행금지로 지정된 건 4월 20일에서 5월 10일 사이로, 여행가지 말라는 신호는 이미 충분히 주어졌습니다. 여기에 인도에서 코로나19 대유행이 새롭게 번지기 시작하면 인도도 여행금지국에 빛의 속도로 이름을 올렸지요. 하지만 일본은 묵묵했습니다. 긴급사태 2번을 겪었지만 그대로 "여행재고" 지침만 있었을 뿐, 최고 단계인 4단계로 격상되진 않았거든요.

■ 그런데 왜 갑자기, 그것도 지금?

아무래도 도쿄올림픽을 고려하지 않았다고 말하기 힘들어 보입니다.

KBS가 국무부에 서면질의를 해봤습니다. 여행금지조처가 올림픽 선수단과 동료들에게는 예외인지,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말이죠. 국무부의 답변이 아주 빨리 도착했습니다.

"매우 제한된(very limited) 범주의(category) 여행객들만 올림픽에 참여할 것이다"
"입국, 이동경로, 절차는 모두 IOC, 일본정부, 도쿄위원회와 합의했고, 올림픽 운영집(playbook series)에 명시되어 있다"

여기에서 주의깊게 봐야할 것은 미 국무부가 "선수단(athlete)"을 지칭하지는 않았다는 겁니다. 대신 여행자(travelers)라는 단어를 사용했죠. 하지만 동시에 "매우 제한된 범주"일 것이라고 선을 그으며 이는 "올림픽 운영집에 명시"되어 있다고 답변합니다. 올림픽 운영집에 명시된 사항이 일반 여행객일 리 없습니다. 선수단에 대한 규정입니다. 때문에 미 국무부의 답변은 일본 정부를 자극하지 않는 선 상에서 상당히 예민하게 선을 그었다는 것을 보여줍니다.


KBS는 이어 "그 운영집을 좀 알려줄 수 있겠느냐"고 물었습니다. 국무부는 역시 총알같이 답변했습니다. 노코멘트. 일본에서는 미국의 '여행금지' 발표가 보도되면서 삽시간에 시끄러워지고 있었습니다. 국무부 담당자의 답변도 예민해진 기색이 역력했습니다.

일부 일본 언론에서는 미국이 차라리 보이콧해주면 좋겠다는 여론이 나오고 있습니다. 한 전문가는 니혼게이자이에 "이 시점에서 미국의 일본 방문 중지 권고는 스가 총리의 입장을 파악한 바이든 대통령의 도움이다"라는 해석까지 나오고 있습니다. 미국의 외압에 의해 스가 일본 총리가 어쩔 수 없이 취소하길 바라는 의중 아니겠느냐는 겁니다.

하지만 이 시점에서 도쿄올림픽 취소까지 바라는 것은 과도한 추론으로 보입니다. 일부긴 하지만 미국에선 선수단의 예선전이 한창입니다. 체조처럼 이미 출전자 명단이 확정된 종목도 있습니다. 선수단의 마음은 걱정은 되지만 4년 동안 갈고 닦은 역량을 발휘할 기회를 놓치면 이제 출전할 수 있는 연령을 놓치게 된다는 물리적인 제약도 큽니다.

다만, 미 국무부의 "매우 제한된 범주"는 앞으로 선수단을 파견할 때까지 좀 지켜보겠다는 것으로 해석됩니다. 양궁처럼 서로 거리두기가 가능한 종목이라면 모르겠지만, 레슬링이나 구기 종목처럼 서로 거친 호흡을 맞대고 경기해야 하는 상황이라면 제한을 걸 수도 있다는 걸로 들립니다. 다행히 일본은 미국의 "여행금지" 결정이 내려진 날 처음으로 대규모 백신접종 센터를 만들고 운영을 시작했습니다. 물론 이 역시 두고봐야 할 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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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1-05-26 00:56:18
    • 수정2021-05-26 16:03:53
    특파원 리포트

도쿄올림픽이 절대 다른 올림픽과 같을 수 없는 이유

25일자 워싱턴포스트의 보돕니다. 도쿄올림픽 개막이 정확히 59일, 이제 두달도 안남은 시점에서 "언제쯤 우리는 올림픽이 열릴 지 확실히 알수 있을까?" "도쿄 올림픽, 실은 취소되지 않을까?" 하는 질문들을 던지며 말미에 "취소할 거면 빨리 해라. 그 많은 인원과 물동량이 움직이기에 위험이 너무 크다"라고 은근히 취소 쪽으로 기울어진 상황을 보여줍니다.


■ 일본만 올림픽 취소를 바라는 건 아니다?

미국에서도 도쿄올림픽을 바라보는 시선은 걱정 한가득입니다. 가뜩이나 코로나19로 전세계에서 가장 많은 사망자를 낸 미국입니다. 아무리 백신접종을 완료했다고 해도 미 질병통제예방센터가 변이바이러스 운운하면서 백신접종완료자도 안전치 않다고 엄포를 놓고 있으니 마음이 무거울 수 밖에 없습니다. 미 올림픽위원회가 "팀US는 갈 거다"라고 아주 짧은 입장문을 발표했지만, 구체적으로 어떻게 몇 명이나 보낼 건지 확답하지 못한 상탭니다. 여전히 미국 내에서는 예선이 시작도 못한 종목들도 많습니다.

■ 국무부가 내린 여행금지 경보의 의미는?

이런 와중에 미 국무부가 일본을 "여행금지" 로 전격적으로 발표했습니다. 현지시간 24일 오후에 갑자기 나온 결정에 현지 언론도 앗!하는 눈치가 느껴집니다.

미 국무부는 지난 4월 20일 등록된 기자들에게 이메일을 보내, 전세계 국가들의 80% 가량이 "여행금지국"으로 지정될 것으로 보인다고 고지한 바 있습니다. 미국에서 백신접종에 전력투구하고 있는 와중에 미국민이 해외여행이라도 가서 감염되어 오면 방역에 구멍이 뚫리게 되는 만큼 집단 면역을 이뤄낼 때까지는 흐트러지게 해선 안된다는 의지가 느껴집니다.

당시 상황을 보면, 미국인들이 백신 인구가 늘어나며 지난해 가지 못했던 여행에 대한 욕구가 폭증하는 시점이었습니다. TV에서는 프랑스와 이탈리아, 스위스를 배경으로 한 광고들이 등장하며 "떠나라 당신!"을 부추기고 있었고, 항공사에서는 여름 휴가철 유럽행 항공표가 매진이라고 법석을 떨고 있을 때였습니다. 그런만큼 미 국무부가 팔짱을 단단히 끼고, 프랑스, 이탈리아, 스페인 등 유럽 대부분 국가들을 "여행금지"로 지정하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방역 수순이었습니다. 아무리 국무부의 여행지침이 '권고'라고 해도 사실상 '경고'라는 건 사람들도 알고 있으니까요.


그런데 일본의 경우는 좀 다릅니다. 프랑스 등 유럽 대부분 국가들이 여행금지로 지정된 건 4월 20일에서 5월 10일 사이로, 여행가지 말라는 신호는 이미 충분히 주어졌습니다. 여기에 인도에서 코로나19 대유행이 새롭게 번지기 시작하면 인도도 여행금지국에 빛의 속도로 이름을 올렸지요. 하지만 일본은 묵묵했습니다. 긴급사태 2번을 겪었지만 그대로 "여행재고" 지침만 있었을 뿐, 최고 단계인 4단계로 격상되진 않았거든요.

■ 그런데 왜 갑자기, 그것도 지금?

아무래도 도쿄올림픽을 고려하지 않았다고 말하기 힘들어 보입니다.

KBS가 국무부에 서면질의를 해봤습니다. 여행금지조처가 올림픽 선수단과 동료들에게는 예외인지,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말이죠. 국무부의 답변이 아주 빨리 도착했습니다.

"매우 제한된(very limited) 범주의(category) 여행객들만 올림픽에 참여할 것이다"
"입국, 이동경로, 절차는 모두 IOC, 일본정부, 도쿄위원회와 합의했고, 올림픽 운영집(playbook series)에 명시되어 있다"

여기에서 주의깊게 봐야할 것은 미 국무부가 "선수단(athlete)"을 지칭하지는 않았다는 겁니다. 대신 여행자(travelers)라는 단어를 사용했죠. 하지만 동시에 "매우 제한된 범주"일 것이라고 선을 그으며 이는 "올림픽 운영집에 명시"되어 있다고 답변합니다. 올림픽 운영집에 명시된 사항이 일반 여행객일 리 없습니다. 선수단에 대한 규정입니다. 때문에 미 국무부의 답변은 일본 정부를 자극하지 않는 선 상에서 상당히 예민하게 선을 그었다는 것을 보여줍니다.


KBS는 이어 "그 운영집을 좀 알려줄 수 있겠느냐"고 물었습니다. 국무부는 역시 총알같이 답변했습니다. 노코멘트. 일본에서는 미국의 '여행금지' 발표가 보도되면서 삽시간에 시끄러워지고 있었습니다. 국무부 담당자의 답변도 예민해진 기색이 역력했습니다.

일부 일본 언론에서는 미국이 차라리 보이콧해주면 좋겠다는 여론이 나오고 있습니다. 한 전문가는 니혼게이자이에 "이 시점에서 미국의 일본 방문 중지 권고는 스가 총리의 입장을 파악한 바이든 대통령의 도움이다"라는 해석까지 나오고 있습니다. 미국의 외압에 의해 스가 일본 총리가 어쩔 수 없이 취소하길 바라는 의중 아니겠느냐는 겁니다.

하지만 이 시점에서 도쿄올림픽 취소까지 바라는 것은 과도한 추론으로 보입니다. 일부긴 하지만 미국에선 선수단의 예선전이 한창입니다. 체조처럼 이미 출전자 명단이 확정된 종목도 있습니다. 선수단의 마음은 걱정은 되지만 4년 동안 갈고 닦은 역량을 발휘할 기회를 놓치면 이제 출전할 수 있는 연령을 놓치게 된다는 물리적인 제약도 큽니다.

다만, 미 국무부의 "매우 제한된 범주"는 앞으로 선수단을 파견할 때까지 좀 지켜보겠다는 것으로 해석됩니다. 양궁처럼 서로 거리두기가 가능한 종목이라면 모르겠지만, 레슬링이나 구기 종목처럼 서로 거친 호흡을 맞대고 경기해야 하는 상황이라면 제한을 걸 수도 있다는 걸로 들립니다. 다행히 일본은 미국의 "여행금지" 결정이 내려진 날 처음으로 대규모 백신접종 센터를 만들고 운영을 시작했습니다. 물론 이 역시 두고봐야 할 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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