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후] 시장님의 ‘맹지’ 탈출법…도로 셀프지정에 법 절차 무시?

입력 2021.05.26 (07:01) 수정 2021.05.26 (16: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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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맹지(盲地)’. 도로와 맞닿은 부분이 전혀 없는 땅을 말합니다. 건축법상 땅에 도로가 없으면 건축을 할 수 없습니다. 차와 사람의 통행이 가능한 너비 4m 이상 도로가 땅과 2m 이상 접해야, 집이나 건물 등을 지을 수 있습니다.

맹지가 투자 가치가 떨어지는 ‘쓸모없는’ 땅으로 평가받는 이유입니다. 그런데 이 같은 맹지를 금싸라기 땅으로 바꿔버린 사람이 있습니다.

경남 양산시의 수장인, 김일권 시장입니다.

김 시장은 취임 1년 만에 자신이 보유한 농지를 맹지에서 탈출시킨 것은 물론, 이듬해 땅 바로 앞 진입로 폭까지 넓혔습니다. 땅값은 20배 넘게 뛰었습니다.

토지 투자 전문가 뺨치는 수준! 어떻게 이런 일이 가능했을까. 김일권 양산시장의 ‘맹지 재테크’, 그 이면을 KBS 취재진이 들여다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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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장 당선되자, 내 땅 앞 하천 제방 ‘셀프’ 도로 지정?

경남 양산시 상북면 소석리, 김일권 시장의 땅이 있는 곳입니다.

모두 1,530㎡ 규모의 농지로, 위로는 국도 35호선이 지나고 아래로는 1급수 생태 하천인 양산천이 흐릅니다.
김 시장은 1999년 농사를 짓겠다며 이 땅을 3.3㎡당 10만 5천 원을 주고 경매로 사들였습니다.

김일권 양산시장의 땅은 애초 하천 제방 안쪽에 있는 맹지였다.김일권 양산시장의 땅은 애초 하천 제방 안쪽에 있는 맹지였다.

애초 이 땅의 가치는 높지 않았습니다.

국도와 하천 등 주변 여건은 좋았지만 경상남도가 관리하는 하천 제방 안쪽에 있어, 도로와 맞닿은 부분이 없는 ‘맹지’였기 때문입니다. 맹지는 건축법상 건축 행위가 불가능해, 활용 가치가 떨어집니다.

그런데 2019년 5월, 갑자기 이 땅이 금싸라기 땅으로 변합니다.

김일권 시장이 이 땅과 맞닿은 하천 제방을 건축법상 도로로 직접 지정하면서, 맹지에서 벗어났기 때문입니다. 2018년 7월, 민선 7기 양산시장으로 취임한 지 불과 열 달 만의 일입니다.

현장에서 만난 김 시장의 한 지인은 “(시장에) 당선되기 전 김일권 시장에게 ‘땅값을 올리려면 도로 지정을 받아야 한다. 허가를 내주면 비싸게 팔아주겠다’고 말한 적 있다”라고 말했습니다.


■ 법도 조례도 모두 ‘무시’?…양산시 “적법하게 진행”

김일권 시장의 맹지와 맞닿은 하천 제방, 그리고 시장 취임 뒤 곧바로 이뤄진 하천 제방의 도로 지정! 당연히 사람들의 입길에 올랐습니다.

부동산 업자 A 씨는 당시를 이렇게 기억했습니다.

“제방은 도로로 잘 안되는 데, (지정이) 됐더라고 보니까. ‘날 것이 아닌데 왜 났나?’ 이런 생각을 했죠. 힘이 있는 사람이 했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어요.” - 부동산 업자 A씨

실제로 하천 제방이 건축법상 도로로 지정되는 것은 매우 이례적입니다.

하천법상 행정기관의 장이 하천구역 안에서 다른 법률에 따라 권리를 설정하려면, 미리 관리청과의 협의 또는 승인 등 까다로운 과정을 거쳐야 하기 때문입니다.


뭔가 ‘수상한’ 하천 제방의 도로 지정!.

취재진이 그 과정을 살펴본 결과, 다소 황당한 사실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김일권 시장이 관리청인 경상남도와 협의도 없이 ‘내부 검토’만으로 제방을 건축법상 도로로 지정했다는 점입니다. 심지어 시 조례로 지정한 심의위원회 심의 절차도 받지 않았습니다. 행정 절차상 반드시 지켜야 하는 법과 조례 등의 절차를 모두 건너뛴 겁니다.

논란이 되는 하천 제방의 도로 지정 공고. 양산시장 명의로 공고돼 있다.논란이 되는 하천 제방의 도로 지정 공고. 양산시장 명의로 공고돼 있다.

경상남도 관계자는 “하천 제방을 도로로 지정하려면 관리청 협의를 거쳐야 한다”라며 “양산시는 어떤 협의도 요청하지 않았다”라고 말했습니다.

이에 대해 국토교통부는 “행정 절차상 하자가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라며 “하천관리청 입장에서 양산시가 하천법을 위반했다고 볼 수 있다”라고 설명했습니다. 양산시는 이에 대해 모든 행정은 적법한 절차대로 진행됐다는 입장입니다.


■ 시 예산 수천만 원으로 ‘내 땅 진입로’도 확장?

김일권 시장의 ‘맹지 재테크’는 여기서 끝이 아닙니다. 양산시 예산 수천만 원을 들여, 자신의 땅 진입로로 쓰이는 하천 제방의 폭까지 넓혔습니다.

김일권 양산시장 땅에서 100여 m 떨어진 곳에 재해위험지구 정비 사업이 진행 중이다.김일권 양산시장 땅에서 100여 m 떨어진 곳에 재해위험지구 정비 사업이 진행 중이다.

김 시장의 땅에서 직선거리로 100여 m 떨어진 곳. 현재 하천 제방 안쪽으로 축댓돌을 쌓는 공사가 진행 중입니다.

2016년 태풍 ‘차바’로 이곳 일대가 재해위험지구로 지정되면서, 양산시가 3년 전부터 제방 보강이나 교량 재가설 등의 정비 사업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지난해 11월, 재해 예방을 위한 정비 사업에 난데없이 ‘자전거 도로 확·포장 공사’가 추가됐습니다.
하천 제방을 자전거 도로로 쓰는 이용자들을 위해 하천 제방의 둑마루를 기존 3m에서 7m로 넓히자는 겁니다.

이 공사는 지난 1월, 전부 완료됐습니다.

양산시는 자전거 도로를 만들겠다며 김일권 시장 땅 바로 앞 제방 폭을 3m에서 7m로 넓혔다.양산시는 자전거 도로를 만들겠다며 김일권 시장 땅 바로 앞 제방 폭을 3m에서 7m로 넓혔다.

이상한 점은 공사 구간! 공사의 전체 구간 길이는 106m입니다. 하천 제방 밖 국도 35호선부터 시작됐는데, 아주 ‘우연하게도’ 김일권 시장이 보유한 땅 바로 앞에서 확·포장 공사가 끝이 났습니다.

자전거 도로를 만들겠다던 양산시가 결과적으로 김일권 시장의 땅 진입로로 쓰이는 하천 제방의 폭을 넓혀 준 셈입니다. 전액 양산시 예산으로 진행된 이 공사의 사업비는 6,600여만 원! 사업비를 승인한 결재권자는 바로 김일권 양산시장입니다.

부동산 업자 B 씨는 “하천 제방의 폭을 확장하면 이득을 본다”라며 “진입로가 넓으면 그만큼 좋은 것이고, 진입로 폭이 좁으면 그만큼 땅값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라고 말했습니다.

양산시 관계자는 “자전거 도로 확·포장 공사는 인근 마을 이장과 자전거 동호회의 민원으로 진행됐다”라며 “김일권 시장의 땅과는 전혀 관련이 없다”라고 답했습니다


■ ‘맹지 탈출’로 땅값 ‘껑충’…아들 명의로 ‘카페 허가’까지!


다시, 김일권 시장의 땅으로 돌아가 보겠습니다. 3.3㎡당 10만 원짜리 맹지였던 김 시장의 땅! 2019년 자신의 땅과 맞닿은 하천 제방이 도로로 지정되면서, 맹지에서 탈출했습니다.

이듬해 자신의 땅 진입로로 쓰이는 하천 제방이 확·포장 공사를 하면서, 넓은 진입로도 갖게 됐습니다. 이 바람에 김 시장의 땅값은 크게 올랐습니다. 현재 3.3㎡당 시세가 200~300만 원 사입니다.

매입 당시와 비교할 때, 적게는 20배 많게는 30배까지 올랐습니다. 전문 투기꾼 뺨치는 ‘맹지 재테크’입니다.맹지 탈출로 건축행위가 가능해져, 건물도 올리게 됐습니다. 실제로 지난해 김일권 시장의 농지에 건축 허가 신청이 접수됐습니다.

‘3층 규모의 대형 휴게 음식점을 내겠다’는 허가 신청서를 낸 것입니다.

신청자는 다름 아닌, 김 시장의 아들! 양산시는 지난 1월 카페 사업가로 알려진 김 시장 아들의 건축 신청을 허가했습니다. ‘양산시장 취임’부터 ‘하천 제방의 도로 지정’, ‘하천 제방의 확·포장 공사’, 그리고 ‘아들의 건축 허가’까지. 어떤 행정적 어려움이나 걸림돌도 없이, 이 모든 과정이 불과 2년 7개월 만에 일사천리로 진행됐습니다.


■ “몰랐다”·“관련 없다”… ‘시장님의 해명’

사실, 김일권 시장의 맹지를 둘러싼 문제는 또 있습니다. 농지법상 허용 면적이 20㎡인 농막을 2배 이상 규모로 무단 설치한 것은 물론, 냉장고와 취사도구, 싱크대까지 갖춰두고 농막을 사실상 ‘별장’처럼 이용했습니다.

‘셀프 특혜’ 논란이 계속 제기될 수밖에 없는 이유입니다.

이쯤 되면, 김일권 양산시장의 해명이 매우 궁금합니다. 김 시장은 KBS 취재진의 대면 인터뷰는 거절했지만, 장문의 서면 답변서를 보내왔습니다. 답변 내용은 “몰랐다” “관련 없다”의 반복이었습니다.

김일권 양산시장이 보낸 A4 5장 분량의 서면 답변서김일권 양산시장이 보낸 A4 5장 분량의 서면 답변서

먼저, 하천 제방의 도로 지정에 대해 “담당 공무원의 전결 사항이라 전혀 알지 못했다”라며 “특혜나 지위를 남용해 사익을 추구하는 이해충돌과 무관하다”라고 선을 그었습니다.

하지만 도로 지정 공고는 양산시장의 ‘명의’로 이뤄지는 터라, 여전히 의문이 남습니다.

하천 제방 확·포장 공사에 대해서는 “인근 마을 이·통장 건의사항과 자전거 동호회 민원에 따른 것으로 알고 있다”라며 “주민 건의사항을 반영한 것으로 이해 충돌과는 무관하다”라고 기존 양산시 관계자의 해명을 되풀이했습니다.

마지막으로 자신의 땅에 아들이 건축 신고를 한 부분에 대해선 “아들이 커피와 관련한 가게를 열기 위해 허가를 받았다”며 “아버지가 시장이라 오해의 소지가 있어 임기 등을 고려해 착공할 계획”이라고 말했습니다.


■ 철저한 수사로 ‘이해충돌 여부’ 밝혀내야

특혜 논란을 의식한 것일까요? KBS 보도 이후, 김일권 시장의 아들은 김 시장의 땅에 낸 건축 허가를 취소했습니다. 또, 김일권 시장 측은 맹지 안에 불법 증축한 농막에 대해서도 철거를 완료했습니다.

경찰 수사도 시작됐는데요.

경찰은 지난 18일 양산시에 ‘특혜 의혹’과 관련한 서류 일체를 요청했고, 검토가 끝나는 대로 관련 공무원들을 불러 조사할 방침입니다.

특히, 직권 남용 등 관련 공무원들의 비위가 있었는지, 시장의 입김이 작용한 것인지에 대해 수사력을 집중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작은 변화가 시작됐지만, 이것으로 그쳐선 안 됩니다.

한 점 의혹이 없도록 철저한 수사로 진실을 밝혀야 합니다. 만약, 시장이 지위와 권한을 남용해 사적 이익을 꾀했다면, 이는 지방자치의 근간을 무너뜨리는 일이기 때문입니다.

이제 남은 건 경찰 수사 결과를 기다리는 일입니다.

공직자의 이해충돌 논란이 여론의 질타를 받을 때만 잠시 수사 의지를 보이다, 슬그머니 사라져서는 안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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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취재후] 시장님의 ‘맹지’ 탈출법…도로 셀프지정에 법 절차 무시?
    • 입력 2021-05-26 07:01:07
    • 수정2021-05-26 16:03:53
    취재후·사건후

‘맹지(盲地)’. 도로와 맞닿은 부분이 전혀 없는 땅을 말합니다. 건축법상 땅에 도로가 없으면 건축을 할 수 없습니다. 차와 사람의 통행이 가능한 너비 4m 이상 도로가 땅과 2m 이상 접해야, 집이나 건물 등을 지을 수 있습니다.

맹지가 투자 가치가 떨어지는 ‘쓸모없는’ 땅으로 평가받는 이유입니다. 그런데 이 같은 맹지를 금싸라기 땅으로 바꿔버린 사람이 있습니다.

경남 양산시의 수장인, 김일권 시장입니다.

김 시장은 취임 1년 만에 자신이 보유한 농지를 맹지에서 탈출시킨 것은 물론, 이듬해 땅 바로 앞 진입로 폭까지 넓혔습니다. 땅값은 20배 넘게 뛰었습니다.

토지 투자 전문가 뺨치는 수준! 어떻게 이런 일이 가능했을까. 김일권 양산시장의 ‘맹지 재테크’, 그 이면을 KBS 취재진이 들여다봤습니다.

[연관 기사]
[단독] 시장 당선되자 자기 땅 앞 제방 도로 지정…맹지 탈출로 땅값만 껑충
시장 아빠 찬스? 맹지 탈출 뒤 아들은 카페 허가!
경찰, 양산시장 부동산 특혜 의혹 수사 착수


■ 시장 당선되자, 내 땅 앞 하천 제방 ‘셀프’ 도로 지정?

경남 양산시 상북면 소석리, 김일권 시장의 땅이 있는 곳입니다.

모두 1,530㎡ 규모의 농지로, 위로는 국도 35호선이 지나고 아래로는 1급수 생태 하천인 양산천이 흐릅니다.
김 시장은 1999년 농사를 짓겠다며 이 땅을 3.3㎡당 10만 5천 원을 주고 경매로 사들였습니다.

김일권 양산시장의 땅은 애초 하천 제방 안쪽에 있는 맹지였다.
애초 이 땅의 가치는 높지 않았습니다.

국도와 하천 등 주변 여건은 좋았지만 경상남도가 관리하는 하천 제방 안쪽에 있어, 도로와 맞닿은 부분이 없는 ‘맹지’였기 때문입니다. 맹지는 건축법상 건축 행위가 불가능해, 활용 가치가 떨어집니다.

그런데 2019년 5월, 갑자기 이 땅이 금싸라기 땅으로 변합니다.

김일권 시장이 이 땅과 맞닿은 하천 제방을 건축법상 도로로 직접 지정하면서, 맹지에서 벗어났기 때문입니다. 2018년 7월, 민선 7기 양산시장으로 취임한 지 불과 열 달 만의 일입니다.

현장에서 만난 김 시장의 한 지인은 “(시장에) 당선되기 전 김일권 시장에게 ‘땅값을 올리려면 도로 지정을 받아야 한다. 허가를 내주면 비싸게 팔아주겠다’고 말한 적 있다”라고 말했습니다.


■ 법도 조례도 모두 ‘무시’?…양산시 “적법하게 진행”

김일권 시장의 맹지와 맞닿은 하천 제방, 그리고 시장 취임 뒤 곧바로 이뤄진 하천 제방의 도로 지정! 당연히 사람들의 입길에 올랐습니다.

부동산 업자 A 씨는 당시를 이렇게 기억했습니다.

“제방은 도로로 잘 안되는 데, (지정이) 됐더라고 보니까. ‘날 것이 아닌데 왜 났나?’ 이런 생각을 했죠. 힘이 있는 사람이 했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어요.” - 부동산 업자 A씨

실제로 하천 제방이 건축법상 도로로 지정되는 것은 매우 이례적입니다.

하천법상 행정기관의 장이 하천구역 안에서 다른 법률에 따라 권리를 설정하려면, 미리 관리청과의 협의 또는 승인 등 까다로운 과정을 거쳐야 하기 때문입니다.


뭔가 ‘수상한’ 하천 제방의 도로 지정!.

취재진이 그 과정을 살펴본 결과, 다소 황당한 사실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김일권 시장이 관리청인 경상남도와 협의도 없이 ‘내부 검토’만으로 제방을 건축법상 도로로 지정했다는 점입니다. 심지어 시 조례로 지정한 심의위원회 심의 절차도 받지 않았습니다. 행정 절차상 반드시 지켜야 하는 법과 조례 등의 절차를 모두 건너뛴 겁니다.

논란이 되는 하천 제방의 도로 지정 공고. 양산시장 명의로 공고돼 있다.
경상남도 관계자는 “하천 제방을 도로로 지정하려면 관리청 협의를 거쳐야 한다”라며 “양산시는 어떤 협의도 요청하지 않았다”라고 말했습니다.

이에 대해 국토교통부는 “행정 절차상 하자가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라며 “하천관리청 입장에서 양산시가 하천법을 위반했다고 볼 수 있다”라고 설명했습니다. 양산시는 이에 대해 모든 행정은 적법한 절차대로 진행됐다는 입장입니다.


■ 시 예산 수천만 원으로 ‘내 땅 진입로’도 확장?

김일권 시장의 ‘맹지 재테크’는 여기서 끝이 아닙니다. 양산시 예산 수천만 원을 들여, 자신의 땅 진입로로 쓰이는 하천 제방의 폭까지 넓혔습니다.

김일권 양산시장 땅에서 100여 m 떨어진 곳에 재해위험지구 정비 사업이 진행 중이다.
김 시장의 땅에서 직선거리로 100여 m 떨어진 곳. 현재 하천 제방 안쪽으로 축댓돌을 쌓는 공사가 진행 중입니다.

2016년 태풍 ‘차바’로 이곳 일대가 재해위험지구로 지정되면서, 양산시가 3년 전부터 제방 보강이나 교량 재가설 등의 정비 사업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지난해 11월, 재해 예방을 위한 정비 사업에 난데없이 ‘자전거 도로 확·포장 공사’가 추가됐습니다.
하천 제방을 자전거 도로로 쓰는 이용자들을 위해 하천 제방의 둑마루를 기존 3m에서 7m로 넓히자는 겁니다.

이 공사는 지난 1월, 전부 완료됐습니다.

양산시는 자전거 도로를 만들겠다며 김일권 시장 땅 바로 앞 제방 폭을 3m에서 7m로 넓혔다.
이상한 점은 공사 구간! 공사의 전체 구간 길이는 106m입니다. 하천 제방 밖 국도 35호선부터 시작됐는데, 아주 ‘우연하게도’ 김일권 시장이 보유한 땅 바로 앞에서 확·포장 공사가 끝이 났습니다.

자전거 도로를 만들겠다던 양산시가 결과적으로 김일권 시장의 땅 진입로로 쓰이는 하천 제방의 폭을 넓혀 준 셈입니다. 전액 양산시 예산으로 진행된 이 공사의 사업비는 6,600여만 원! 사업비를 승인한 결재권자는 바로 김일권 양산시장입니다.

부동산 업자 B 씨는 “하천 제방의 폭을 확장하면 이득을 본다”라며 “진입로가 넓으면 그만큼 좋은 것이고, 진입로 폭이 좁으면 그만큼 땅값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라고 말했습니다.

양산시 관계자는 “자전거 도로 확·포장 공사는 인근 마을 이장과 자전거 동호회의 민원으로 진행됐다”라며 “김일권 시장의 땅과는 전혀 관련이 없다”라고 답했습니다


■ ‘맹지 탈출’로 땅값 ‘껑충’…아들 명의로 ‘카페 허가’까지!


다시, 김일권 시장의 땅으로 돌아가 보겠습니다. 3.3㎡당 10만 원짜리 맹지였던 김 시장의 땅! 2019년 자신의 땅과 맞닿은 하천 제방이 도로로 지정되면서, 맹지에서 탈출했습니다.

이듬해 자신의 땅 진입로로 쓰이는 하천 제방이 확·포장 공사를 하면서, 넓은 진입로도 갖게 됐습니다. 이 바람에 김 시장의 땅값은 크게 올랐습니다. 현재 3.3㎡당 시세가 200~300만 원 사입니다.

매입 당시와 비교할 때, 적게는 20배 많게는 30배까지 올랐습니다. 전문 투기꾼 뺨치는 ‘맹지 재테크’입니다.맹지 탈출로 건축행위가 가능해져, 건물도 올리게 됐습니다. 실제로 지난해 김일권 시장의 농지에 건축 허가 신청이 접수됐습니다.

‘3층 규모의 대형 휴게 음식점을 내겠다’는 허가 신청서를 낸 것입니다.

신청자는 다름 아닌, 김 시장의 아들! 양산시는 지난 1월 카페 사업가로 알려진 김 시장 아들의 건축 신청을 허가했습니다. ‘양산시장 취임’부터 ‘하천 제방의 도로 지정’, ‘하천 제방의 확·포장 공사’, 그리고 ‘아들의 건축 허가’까지. 어떤 행정적 어려움이나 걸림돌도 없이, 이 모든 과정이 불과 2년 7개월 만에 일사천리로 진행됐습니다.


■ “몰랐다”·“관련 없다”… ‘시장님의 해명’

사실, 김일권 시장의 맹지를 둘러싼 문제는 또 있습니다. 농지법상 허용 면적이 20㎡인 농막을 2배 이상 규모로 무단 설치한 것은 물론, 냉장고와 취사도구, 싱크대까지 갖춰두고 농막을 사실상 ‘별장’처럼 이용했습니다.

‘셀프 특혜’ 논란이 계속 제기될 수밖에 없는 이유입니다.

이쯤 되면, 김일권 양산시장의 해명이 매우 궁금합니다. 김 시장은 KBS 취재진의 대면 인터뷰는 거절했지만, 장문의 서면 답변서를 보내왔습니다. 답변 내용은 “몰랐다” “관련 없다”의 반복이었습니다.

김일권 양산시장이 보낸 A4 5장 분량의 서면 답변서
먼저, 하천 제방의 도로 지정에 대해 “담당 공무원의 전결 사항이라 전혀 알지 못했다”라며 “특혜나 지위를 남용해 사익을 추구하는 이해충돌과 무관하다”라고 선을 그었습니다.

하지만 도로 지정 공고는 양산시장의 ‘명의’로 이뤄지는 터라, 여전히 의문이 남습니다.

하천 제방 확·포장 공사에 대해서는 “인근 마을 이·통장 건의사항과 자전거 동호회 민원에 따른 것으로 알고 있다”라며 “주민 건의사항을 반영한 것으로 이해 충돌과는 무관하다”라고 기존 양산시 관계자의 해명을 되풀이했습니다.

마지막으로 자신의 땅에 아들이 건축 신고를 한 부분에 대해선 “아들이 커피와 관련한 가게를 열기 위해 허가를 받았다”며 “아버지가 시장이라 오해의 소지가 있어 임기 등을 고려해 착공할 계획”이라고 말했습니다.


■ 철저한 수사로 ‘이해충돌 여부’ 밝혀내야

특혜 논란을 의식한 것일까요? KBS 보도 이후, 김일권 시장의 아들은 김 시장의 땅에 낸 건축 허가를 취소했습니다. 또, 김일권 시장 측은 맹지 안에 불법 증축한 농막에 대해서도 철거를 완료했습니다.

경찰 수사도 시작됐는데요.

경찰은 지난 18일 양산시에 ‘특혜 의혹’과 관련한 서류 일체를 요청했고, 검토가 끝나는 대로 관련 공무원들을 불러 조사할 방침입니다.

특히, 직권 남용 등 관련 공무원들의 비위가 있었는지, 시장의 입김이 작용한 것인지에 대해 수사력을 집중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작은 변화가 시작됐지만, 이것으로 그쳐선 안 됩니다.

한 점 의혹이 없도록 철저한 수사로 진실을 밝혀야 합니다. 만약, 시장이 지위와 권한을 남용해 사적 이익을 꾀했다면, 이는 지방자치의 근간을 무너뜨리는 일이기 때문입니다.

이제 남은 건 경찰 수사 결과를 기다리는 일입니다.

공직자의 이해충돌 논란이 여론의 질타를 받을 때만 잠시 수사 의지를 보이다, 슬그머니 사라져서는 안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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