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술실 內 CCTV 향방은?… “의료진 동의” vs “녹화 의무화”

입력 2021.05.26 (16:10) 수정 2021.05.26 (16: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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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술실 CCTV 설치에 대한 입법 공청회가 오늘(26일) 국회에서 열렸습니다.
지난 2월 국회 문턱을 넘지 못했던 법안을 두고 환자협회와 대한의협이 팽팽히 맞섰습니다.

가장 큰 쟁점은 CCTV 설치 위치와 동의여부입니다.

환자협회는 의료 과실을 입증할 유일한 근거가 CCTV인 만큼 수술실 입구뿐 아니라 내부에도 설치해야 한다는 반면, 대한의협은 CCTV 설치가 불법 의료를 막을 수 있는 대안이 아니라며 적극적인 의료행위가 후퇴할 수 있다고 맞섰습니다.

앞서 국회 복지위에서는 수술실 입구에 CCTV 설치는 의무로 하되, 수술실 내부 설치는 자율로 하자는 안이 중론이었는데 오늘 공청회에서는 과연 어떤 말들이 오갔을까요?

한국환자단체연합회 안기종 대표한국환자단체연합회 안기종 대표

■ 환자협회 측 “CCTV는 반드시 내부에 설치…의무적으로 촬영돼야”

공청회에 환자 측 대표로 참석한 안기종 한국환자단체연합회 대표는 수술실의 특성상 마취된 환자와 의료인 간의 비대칭적 정보 해소를 위해 수술실 CCTV가 필요하다고 거듭 강조했습니다.

안 대표는 “수술실은 외부와 철저히 차단돼 있다. 그 안에서 발생한 일은 그 누구도 알 수 없다”며 “안에서 범죄가 발생한다면 수술에 참여한 사람은 모두 공범 관계라 내부자 제보도 불가능하다. 이 때문에 의료사고 조직적 은폐가 지속적으로 반복된다”고 주장했습니다.

또한, 수술실에 CCTV를 의무적으로 설치하고 촬영하는 이유는 수술실 내 환자의 안전을 지키는 최소한의 조치이기 때문이라고 지적했습니다.

안 대표는 특히 “지난 20대 국회에서는 의료인 안전보호를 위한 법안이 30여 개 발의됐고, 대부분 국회를 통과해 시행됐다”며 “환자 안전을 위한 법은 대부분 통과되지 못한 것과 비교할 때 환자와 의료진의 안전 보호는 같은 잣대로 이루어져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지난 2016년 성형외과에서 수술을 받다 과다 출혈로 숨진 고 권대희 씨의 어머니인 이나금 환자권익연구소장 또한 “내 아들은 수술실에 누웠다 살아나오지 못했는데 아무도 잘못이 없다고 한다”며 “우리 사회는 수술실에서 환자가 죽거나 장애 판정을 받아도 의료 사고로 정의해 의료 범죄가 수없이 숨겨졌다”고 덧붙였습니다.

대한의사협회 김종민 보험이사대한의사협회 김종민 보험이사

■ 의사협회 측 “잠재적 범죄자 취급…대리수술 발생률은 0.001% 수준”

반면 공청회에 참석한 의료계 전문가들은 “수술실 내 CCTV 설치는 단순히 불법의료행위를 막고자 한다는 행정편의주의에 불과하다”며 “의사들은 잠재적 범죄자로 취급받을 뿐 아니라, 감시받고 있다는 생각에 적극적인 의료활동을 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맞섰습니다.

김종민 대한의협 보험이사는 공청회에 앞서 “우선 수술실 CCTV 설치의 단초를 제공한 것이 의사들이라는 사실에 부끄러움을 느낀다”면서도 “다만, 지난 68개월 동안 112건의 대리수술만 발생했을 뿐, 발생률이 0.001% 수준”이다. “보편적이지 않은 의료 범죄를 두고 법제화를 논의하는 건 옳지 않다” 고 밝혔습니다.

특히 어린이집 내 CCTV 설치를 예로 들며 수술실 CCTV를 설치해도 의료 범죄가 줄어들지 않을 것이라는 주장도 했습니다.

김 이사는 “어린이집 내 CCTV 설치 후 원내 아동 폭행은 증가 추세를 보인다. 만능이 아니다”라며 “외국 사례를 살펴봐도 수술실 내 CCTV 법안이 통과된 선진국이 없다. 법의 영역이 아니라는 판단 때문”이라고 주장했습니다.

오히려 CCTV의 설치로 인한 환자들의 이득보다 신체 노출 등 개인정보 유출에 따른 부작용이 더 심각할 수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국회 복지위 제 1 소위원장  강기윤 의원국회 복지위 제 1 소위원장 강기윤 의원

■ 국회 “의료진 동의 후 녹화 어떤가?” … 환자 측 “환자 동의가 있어야 녹화 중단”

환자 측과 의료진 측의 입장이 팽팽히 부딪히면서, 개정안을 심사하는 국회 복지위는 양측의 의견을 절반씩 수용하는 방향으로 가닥을 잡는 모양새입니다.

일단 수술실 내부에 CCTV를 단계적으로 설치하되, 녹화 여부는 환자의 요구에 따라 의료진의 동의를 얻는 것으로 논의가 모아질 것으로 보입니다.

공청회를 주재한 국회 복지위 제1소위원장인 국민의힘 강기윤 의원은 “공청회에서 나온 주장들을 종합하면 아직 수술실 내부에까지 설치하고 녹화하자는 것은 아니다.”라면서도 “다만 어느 정도 접점이 조심스럽게 좁혀지려고 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강 의원은 “수술 전에 환자들은 동의서를 쓰는 경우가 있는데 그때 CCTV 촬영을 요구한다는 부분이 들어갈 수 있다”며 “그때 표시를 하게 되면 의사의 동의가 있어야 녹화가 시작될 수 있을 것 같다”고 전했습니다.

그러나 환자협회는 녹화에 의사 동의가 전제되면 의료 행위상 환자는 ‘을’이 될 수밖에 없다는 입장을 거듭 확인했습니다.

안기종 한국환자단체연합회 대표는 “환자단체는 CCTV 의무 녹화가 필수이고, 의료진 요청 시 환자 동의로 녹화를 중단할 수 있게 해야 한다고 본다”며 “환자가 요청하고 의료진이 동의해야 진행되는 녹화라면 수술을 받는 환자 입장에서 쉽게 요청하지도 못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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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수술실 內 CCTV 향방은?… “의료진 동의” vs “녹화 의무화”
    • 입력 2021-05-26 16:10:49
    • 수정2021-05-26 16:17:54
    취재K

수술실 CCTV 설치에 대한 입법 공청회가 오늘(26일) 국회에서 열렸습니다.
지난 2월 국회 문턱을 넘지 못했던 법안을 두고 환자협회와 대한의협이 팽팽히 맞섰습니다.

가장 큰 쟁점은 CCTV 설치 위치와 동의여부입니다.

환자협회는 의료 과실을 입증할 유일한 근거가 CCTV인 만큼 수술실 입구뿐 아니라 내부에도 설치해야 한다는 반면, 대한의협은 CCTV 설치가 불법 의료를 막을 수 있는 대안이 아니라며 적극적인 의료행위가 후퇴할 수 있다고 맞섰습니다.

앞서 국회 복지위에서는 수술실 입구에 CCTV 설치는 의무로 하되, 수술실 내부 설치는 자율로 하자는 안이 중론이었는데 오늘 공청회에서는 과연 어떤 말들이 오갔을까요?

한국환자단체연합회 안기종 대표
■ 환자협회 측 “CCTV는 반드시 내부에 설치…의무적으로 촬영돼야”

공청회에 환자 측 대표로 참석한 안기종 한국환자단체연합회 대표는 수술실의 특성상 마취된 환자와 의료인 간의 비대칭적 정보 해소를 위해 수술실 CCTV가 필요하다고 거듭 강조했습니다.

안 대표는 “수술실은 외부와 철저히 차단돼 있다. 그 안에서 발생한 일은 그 누구도 알 수 없다”며 “안에서 범죄가 발생한다면 수술에 참여한 사람은 모두 공범 관계라 내부자 제보도 불가능하다. 이 때문에 의료사고 조직적 은폐가 지속적으로 반복된다”고 주장했습니다.

또한, 수술실에 CCTV를 의무적으로 설치하고 촬영하는 이유는 수술실 내 환자의 안전을 지키는 최소한의 조치이기 때문이라고 지적했습니다.

안 대표는 특히 “지난 20대 국회에서는 의료인 안전보호를 위한 법안이 30여 개 발의됐고, 대부분 국회를 통과해 시행됐다”며 “환자 안전을 위한 법은 대부분 통과되지 못한 것과 비교할 때 환자와 의료진의 안전 보호는 같은 잣대로 이루어져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지난 2016년 성형외과에서 수술을 받다 과다 출혈로 숨진 고 권대희 씨의 어머니인 이나금 환자권익연구소장 또한 “내 아들은 수술실에 누웠다 살아나오지 못했는데 아무도 잘못이 없다고 한다”며 “우리 사회는 수술실에서 환자가 죽거나 장애 판정을 받아도 의료 사고로 정의해 의료 범죄가 수없이 숨겨졌다”고 덧붙였습니다.

대한의사협회 김종민 보험이사
■ 의사협회 측 “잠재적 범죄자 취급…대리수술 발생률은 0.001% 수준”

반면 공청회에 참석한 의료계 전문가들은 “수술실 내 CCTV 설치는 단순히 불법의료행위를 막고자 한다는 행정편의주의에 불과하다”며 “의사들은 잠재적 범죄자로 취급받을 뿐 아니라, 감시받고 있다는 생각에 적극적인 의료활동을 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맞섰습니다.

김종민 대한의협 보험이사는 공청회에 앞서 “우선 수술실 CCTV 설치의 단초를 제공한 것이 의사들이라는 사실에 부끄러움을 느낀다”면서도 “다만, 지난 68개월 동안 112건의 대리수술만 발생했을 뿐, 발생률이 0.001% 수준”이다. “보편적이지 않은 의료 범죄를 두고 법제화를 논의하는 건 옳지 않다” 고 밝혔습니다.

특히 어린이집 내 CCTV 설치를 예로 들며 수술실 CCTV를 설치해도 의료 범죄가 줄어들지 않을 것이라는 주장도 했습니다.

김 이사는 “어린이집 내 CCTV 설치 후 원내 아동 폭행은 증가 추세를 보인다. 만능이 아니다”라며 “외국 사례를 살펴봐도 수술실 내 CCTV 법안이 통과된 선진국이 없다. 법의 영역이 아니라는 판단 때문”이라고 주장했습니다.

오히려 CCTV의 설치로 인한 환자들의 이득보다 신체 노출 등 개인정보 유출에 따른 부작용이 더 심각할 수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국회 복지위 제 1 소위원장  강기윤 의원
■ 국회 “의료진 동의 후 녹화 어떤가?” … 환자 측 “환자 동의가 있어야 녹화 중단”

환자 측과 의료진 측의 입장이 팽팽히 부딪히면서, 개정안을 심사하는 국회 복지위는 양측의 의견을 절반씩 수용하는 방향으로 가닥을 잡는 모양새입니다.

일단 수술실 내부에 CCTV를 단계적으로 설치하되, 녹화 여부는 환자의 요구에 따라 의료진의 동의를 얻는 것으로 논의가 모아질 것으로 보입니다.

공청회를 주재한 국회 복지위 제1소위원장인 국민의힘 강기윤 의원은 “공청회에서 나온 주장들을 종합하면 아직 수술실 내부에까지 설치하고 녹화하자는 것은 아니다.”라면서도 “다만 어느 정도 접점이 조심스럽게 좁혀지려고 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강 의원은 “수술 전에 환자들은 동의서를 쓰는 경우가 있는데 그때 CCTV 촬영을 요구한다는 부분이 들어갈 수 있다”며 “그때 표시를 하게 되면 의사의 동의가 있어야 녹화가 시작될 수 있을 것 같다”고 전했습니다.

그러나 환자협회는 녹화에 의사 동의가 전제되면 의료 행위상 환자는 ‘을’이 될 수밖에 없다는 입장을 거듭 확인했습니다.

안기종 한국환자단체연합회 대표는 “환자단체는 CCTV 의무 녹화가 필수이고, 의료진 요청 시 환자 동의로 녹화를 중단할 수 있게 해야 한다고 본다”며 “환자가 요청하고 의료진이 동의해야 진행되는 녹화라면 수술을 받는 환자 입장에서 쉽게 요청하지도 못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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