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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소수자 위한 ‘성 중립’ 화장실 대학에 생긴다
입력 2021.05.26 (16:34) 취재K
[출처 : 게티이미지][출처 : 게티이미지]

집 밖에서 찾게 되는 공용화장실. 뜻조차도 '누구든지 이용할 수 있는 화장실'이지만, 이 공간에 편히 들어갈 수 없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트랜스젠더나 외적으로 '여성'이나 '남성'처럼 보이지 않는 사람들, 혹은 여성과 남성의 신체 특성을 동시에 지니고 태어났거나 어느 한쪽으로 분류하기 어려운 '간성'인 사람들입니다. 이들은 공용화장실을 쓸 때마다 곤혹스러운 상황을 마주합니다. 화장실에서 쫓겨나거나 욕설과 수군거림을 듣고, 심한 경우엔 신체적인 폭력까지 당합니다.

이른바 '소수자'인 이들이 마음 놓고 갈 수 있는 화장실이 서울의 한 대학교에 들어섭니다.

■ "누군가 쓰지 못하는 화장실 있다"…'모두의 화장실' 출발점

성공회대학교 학생 기구인 중앙운영위원회는 올해 총학생회 비상대책위원회 운영 계획에 대한 심의를 진행하면서 성 중립 화장실인 '모두의 화장실'을 설치하는 안건을 의결했다고 어제(25일) 밝혔습니다.

모두의 화장실은 문자 그대로 성별뿐만 아니라 나이와 장애 여부, 성적 지향, 성 정체성과 관계없이 모든 사람이 이용할 수 있는 화장실을 의미합니다. 일반 화장실과 기본 형태는 같지만, 장애인을 위한 보조 시설이나 기저귀를 갈 수 있는 공간 등이 더해질 예정입니다.

중앙위 측은 모두의 화장실 설치 의도도 밝혔습니다. "아이를 키우는 양육자 학우, 다른 성별의 활동 보조인과 함께하는 장애인 학우, 여성으로도 남성으로도 보이지 않아 어딜 들어가도 항상 눈총을 받고 심지어는 위협과 폭력에 노출된 학우 등은 필수시설이자 공공시설인 화장실에서 기본적인 권리를 보장받지 못하는 상황"이 발생해왔다며 "모든 사람이 안전하고 청결하고 소외되지 않으며 사용할 수 있는 공간"이 필요하다는 겁니다.

"학내 구성원 누군가 쓰지 못하는 화장실이 있다면, 문제의식을 갖고 움직여야 한다"라는 게 출발점이었습니다.

■ 이미 한 차례 시도됐다 무산…'불법 촬영 범죄 걱정' 시선도

모두의 화장실 설치 시도는 이번이 처음이 아닙니다. 지난 2017년 총학생회를 중심으로 한 차례 추진됐었지만, 학생들의 반대로 무산됐습니다.

이훈 비대위원장은 모두의 화장실을 대표 공약으로 내걸고 지난달 총학생회장 선거에 출마했지만, 투표율 미달로 당선되지 못했고 현재는 비대위 위원장을 맡고 있습니다. 그는 "학교 측도 모두의 화장실 설치에 적극적인 만큼 올해 안에 무리 없이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라며 "소수자들의 기본권에 관련된 문제가 드디어 해결된다는 점에서 감격스럽다"라고 밝혔습니다. 이 위원장은 지난해 성공회대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주관한 정책토론회에서 자신이 성소수자임을 밝히기도 했습니다.

다시 시도되는 모두의 화장실 설치. 미래가 밝은 것만은 아닙니다. 학내에는 여전히 반대의 목소리가 남아있습니다.

가장 많이 언급되는 문제는 '불법 촬영 범죄'에 취약하다는 점입니다. 이 위원장은 "불법 촬영은 성 구별이냐, 성 중립이냐의 문제가 아니라 화장실 자체에 대한 문제"라며 "탐지기를 통한 카메라 확인 등 범죄 예방 조치를 모든 화장실을 대상으로 진행해 안전한 화장실을 만들겠다"라고 설명했습니다.

비대위 측도 "진행 준비를 위한 과정에서 (학생 대표자들과) 함께 할 수 있도록 공론장 형성, 세미나, 설문 등의 과정을 가질 예정"이라고 덧붙였습니다. 이미 단과대 학생회와 학내 모임, 교직원, 교수 등은 연대 입장문을 내며 공론장 형성에 나선 상태입니다.

[출처 : 게티이미지][출처 : 게티이미지]

비대위 측은 논란 속에서도 모두의 화장실 설치 시도를 멈추지 않는 이유를 설명했습니다. "아직 한국 대학 내에 모두의 화장실과 같이 모든 사람을 배제하지 않아야 한다는 가장 당연한 전제 아래 만들어진 화장실은 없다"라는 겁니다. 또 "2017년 모두의 화장실 설치 계획이 성 중립 화장실로서의 기능을 가진 첫 번째 사례로서 언론에 집중 조명되었던 것을 보면, 좋은 선례를 남길 수 있고 그를 통해 다른 대학들과 사회 전체에까지 '좋은 변화'를 이끌어낼 수 있다"라는 겁니다.

비대위 측은 다가오는 여름방학을 이용해 모두의 화장실 설치를 위한 공사를 진행할 계획입니다. 소요 예산은 5천만 원 정도이며 학내 건물 중 한 곳에 설치됩니다. 이들이 말하는 '좋은 변화'가 이뤄지는 첫걸음이 될지 지켜볼 때입니다.
  • 성소수자 위한 ‘성 중립’ 화장실 대학에 생긴다
    • 입력 2021-05-26 16:34:37
    취재K
[출처 : 게티이미지][출처 : 게티이미지]

집 밖에서 찾게 되는 공용화장실. 뜻조차도 '누구든지 이용할 수 있는 화장실'이지만, 이 공간에 편히 들어갈 수 없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트랜스젠더나 외적으로 '여성'이나 '남성'처럼 보이지 않는 사람들, 혹은 여성과 남성의 신체 특성을 동시에 지니고 태어났거나 어느 한쪽으로 분류하기 어려운 '간성'인 사람들입니다. 이들은 공용화장실을 쓸 때마다 곤혹스러운 상황을 마주합니다. 화장실에서 쫓겨나거나 욕설과 수군거림을 듣고, 심한 경우엔 신체적인 폭력까지 당합니다.

이른바 '소수자'인 이들이 마음 놓고 갈 수 있는 화장실이 서울의 한 대학교에 들어섭니다.

■ "누군가 쓰지 못하는 화장실 있다"…'모두의 화장실' 출발점

성공회대학교 학생 기구인 중앙운영위원회는 올해 총학생회 비상대책위원회 운영 계획에 대한 심의를 진행하면서 성 중립 화장실인 '모두의 화장실'을 설치하는 안건을 의결했다고 어제(25일) 밝혔습니다.

모두의 화장실은 문자 그대로 성별뿐만 아니라 나이와 장애 여부, 성적 지향, 성 정체성과 관계없이 모든 사람이 이용할 수 있는 화장실을 의미합니다. 일반 화장실과 기본 형태는 같지만, 장애인을 위한 보조 시설이나 기저귀를 갈 수 있는 공간 등이 더해질 예정입니다.

중앙위 측은 모두의 화장실 설치 의도도 밝혔습니다. "아이를 키우는 양육자 학우, 다른 성별의 활동 보조인과 함께하는 장애인 학우, 여성으로도 남성으로도 보이지 않아 어딜 들어가도 항상 눈총을 받고 심지어는 위협과 폭력에 노출된 학우 등은 필수시설이자 공공시설인 화장실에서 기본적인 권리를 보장받지 못하는 상황"이 발생해왔다며 "모든 사람이 안전하고 청결하고 소외되지 않으며 사용할 수 있는 공간"이 필요하다는 겁니다.

"학내 구성원 누군가 쓰지 못하는 화장실이 있다면, 문제의식을 갖고 움직여야 한다"라는 게 출발점이었습니다.

■ 이미 한 차례 시도됐다 무산…'불법 촬영 범죄 걱정' 시선도

모두의 화장실 설치 시도는 이번이 처음이 아닙니다. 지난 2017년 총학생회를 중심으로 한 차례 추진됐었지만, 학생들의 반대로 무산됐습니다.

이훈 비대위원장은 모두의 화장실을 대표 공약으로 내걸고 지난달 총학생회장 선거에 출마했지만, 투표율 미달로 당선되지 못했고 현재는 비대위 위원장을 맡고 있습니다. 그는 "학교 측도 모두의 화장실 설치에 적극적인 만큼 올해 안에 무리 없이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라며 "소수자들의 기본권에 관련된 문제가 드디어 해결된다는 점에서 감격스럽다"라고 밝혔습니다. 이 위원장은 지난해 성공회대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주관한 정책토론회에서 자신이 성소수자임을 밝히기도 했습니다.

다시 시도되는 모두의 화장실 설치. 미래가 밝은 것만은 아닙니다. 학내에는 여전히 반대의 목소리가 남아있습니다.

가장 많이 언급되는 문제는 '불법 촬영 범죄'에 취약하다는 점입니다. 이 위원장은 "불법 촬영은 성 구별이냐, 성 중립이냐의 문제가 아니라 화장실 자체에 대한 문제"라며 "탐지기를 통한 카메라 확인 등 범죄 예방 조치를 모든 화장실을 대상으로 진행해 안전한 화장실을 만들겠다"라고 설명했습니다.

비대위 측도 "진행 준비를 위한 과정에서 (학생 대표자들과) 함께 할 수 있도록 공론장 형성, 세미나, 설문 등의 과정을 가질 예정"이라고 덧붙였습니다. 이미 단과대 학생회와 학내 모임, 교직원, 교수 등은 연대 입장문을 내며 공론장 형성에 나선 상태입니다.

[출처 : 게티이미지][출처 : 게티이미지]

비대위 측은 논란 속에서도 모두의 화장실 설치 시도를 멈추지 않는 이유를 설명했습니다. "아직 한국 대학 내에 모두의 화장실과 같이 모든 사람을 배제하지 않아야 한다는 가장 당연한 전제 아래 만들어진 화장실은 없다"라는 겁니다. 또 "2017년 모두의 화장실 설치 계획이 성 중립 화장실로서의 기능을 가진 첫 번째 사례로서 언론에 집중 조명되었던 것을 보면, 좋은 선례를 남길 수 있고 그를 통해 다른 대학들과 사회 전체에까지 '좋은 변화'를 이끌어낼 수 있다"라는 겁니다.

비대위 측은 다가오는 여름방학을 이용해 모두의 화장실 설치를 위한 공사를 진행할 계획입니다. 소요 예산은 5천만 원 정도이며 학내 건물 중 한 곳에 설치됩니다. 이들이 말하는 '좋은 변화'가 이뤄지는 첫걸음이 될지 지켜볼 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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