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 “미친 월세 그만!”…베를린 ‘월세 상한제’ 실패

입력 2021.05.26 (18:04) 수정 2021.05.26 (18: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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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임대료 폭등에 임대료 못 올리게 했더니 살 집이 사라졌다?

어디 얘기냐고요?

바로 독일 베를린시입니다.

베를린시 당국이 야심 차게 도입해 시행했던 '월세 상한제'가 사실상 실패로 끝났습니다.

<글로벌 ET> 서영민 기자 나와 있습니다.

독일도 집값 문제가 심각한가 봅니다?

[기자]

네, 유럽은 보통 집값보다는 임대료에 민감한데, 이 사진 한 번 보시죠.

지난 주말 베를린입니다.

시민들이 "미친 월세, 이제 그만!" 이렇게 적은 푯말과 현수막을 들고 거리로 나왔습니다.

임대료가 올라서긴 한데, 정확히 말하면 독일 헌법재판소 판결 때문입니다.

임대료 못 오르게 막아놨던 베를린시의 '월세 상한제'를 전면 무효로 했기 때문에, 이 헌재 판단 때문에 집값이 더 오른다며 항의 시위를 벌인 겁니다.

[앵커]

'월세 상한제'면 일정 선 이상으로는 월세를 올리지 못하게 한 것이고, 그럼 좋은 의도에서 만든 법 같은데 이걸 왜 헌재가 없애라고 했나요?

[기자]

법률적으로는 연방 정부 상한제가 있는데, 베를린시가 추가로 또 다른 상한제를 만든 건 무효다. 이런 취지인데, 내막을 들여다보면, 너무 과도하다, 실질적으로는 효과가 없는 정도에 그치는 게 아니라 역효과 난다, 이런 판단도 깔린 것 같습니다.

베를린 시가 만든 월세 상한제는 2019년부터 5년간 임대료를 동결하는 내용.

어기면 최대 50만 유로, 우리 돈 6억 원 이상을 벌금으로 내게 하는 굉장히 강력한 제도입니다.

실제로 여기에 따라 베를린시는 지난해부터 임대료를 동결했습니다.

[앵커]

어떤 역효과가 났던 겁니까?

[기자]

국내에서 화제가 됐던 사진입니다.

전셋집 보려고 이렇게 9명이 줄을 서서 기다리는 모습입니다.

비슷한 일이 베를린에서도 벌어졌습니다.

월셋집 한 채에 천 7백여 명이 모였습니다.

'월세 상한제' 시행을 불과 석 달 앞두고 벌어진 풍경인데, 법안 도입 이후 상황은 더 나빠졌습니다.

월셋값은 11% 하락했지만 베를린시 임대주택 공급량, 반 토막 났습니다.

매물이 자취를 감춘 겁니다.

이때 나타난 게 '풍선효과'입니다.

사람들이 도심을 벗어나 외곽으로 발길을 돌리자 베를린 인근 지역들의 월셋값이 10% 넘게 뛰었습니다.

[앵커]

정부의 개입이 오히려 역효과를 가져온 건가요?

[기자]

네, 좋은 의도, 선한 의도가 좋은 결과로 이어지는 건 아니다, 확인된 사례.

[임대인/베를린시 거주 : "건물에 투자한 자금은 사회에 선물하는 게 아닙니다. 제가 힘들게 일해서 이룬 것입니다."]

모든 게 정부 때문이냐, 그건 아닙니다.

결국, 시장 문제는 수요와 공급 차원 봐야 하는데, 베를린, 경제 침체한 유럽에서 최근 10년간 거의 유일하게 성장하는 대도시였습니다.

매년 4만 명씩 인구가 새로 유입되면 주택 공급 부족에 시달리고 있었던 거죠.

그러면 사실 시장원리론 공급이 필요한데 월세 상한제는 오히려 공급을 줄이는 방향으로 작용해버렸습니다.

[앵커]

아무래도 최근 세계적으로 선진국 큰 도시 집값이 많이 올랐는데 무관하지 않겠죠?

[기자]

네,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시장에 돈을 푼 뒤, 이 돈 회수 못 하면서 세계 대도시 집값은 다 올랐고, 코로나19 이후 돈을 더 풀면서 전 세계 집값은 또 더 올랐습니다.

어제 발표된 미국 3월 집값 한번 볼까요?

이 지표는 로버트 실러라는 노벨상 받은 경제학자가 만든 건데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3.3% 올랐다.

굉장히 과열됐다는 숫자가 나왔습니다.

실러 교수도 직접 "지난 100년간 집값이 이렇게 높은 적이 없다. "했습니다.

세계적으로는 어떤지, 이 세계 지도 한 번 보실까요?

UBS가 분석한 세계 집값 거품 지수인데요,

세계 주요 도시 가운데 집값이 거품 수준으로 높아졌다는 도시들만 표시해봤습니다.

숫자가 높을수록, 더 거품이 심한 겁니다.

홍콩도 포함돼 있고 캐나다 토론토, 프랑스 파리, 네덜란드 암스테르담 외에 독일의 뮌헨과 프랑크푸르트 숫자가 아주 높아서 '거품 위험이 있다'.

[앵커]

우리나라는 어떻습니까?

[기자]

UBS와 같은 기준으로 우리 국토연구원이 거품 지수를 내봤더니, 서울 그리고 세종시가 이미 거품 위험이 있는 도시로 분류됩니다.

부산·대구·인천·광주, 대전·경기·전남은 가격이 고평가된 걸로 나옵니다.

우리 정부의 전·월세 상한제, 사실은 베를린 시의 월세 상한제와 닿아 있거든요?

아직 베를린 정도의 부작용이 나온 것은 아니지만, 그럼에도 베를린 사례를 눈여겨보긴 해야 할 것 같습니다.

[앵커]

모쪼록 베를린도, 우리나라도, 시장 원리를 거스르지 않으면서도 서민 주거 안정을 이룰 수 있길 바라봅니다.

잘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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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ET] “미친 월세 그만!”…베를린 ‘월세 상한제’ 실패
    • 입력 2021-05-26 18:04:37
    • 수정2021-05-26 18:20:20
    통합뉴스룸ET
[앵커]

임대료 폭등에 임대료 못 올리게 했더니 살 집이 사라졌다?

어디 얘기냐고요?

바로 독일 베를린시입니다.

베를린시 당국이 야심 차게 도입해 시행했던 '월세 상한제'가 사실상 실패로 끝났습니다.

<글로벌 ET> 서영민 기자 나와 있습니다.

독일도 집값 문제가 심각한가 봅니다?

[기자]

네, 유럽은 보통 집값보다는 임대료에 민감한데, 이 사진 한 번 보시죠.

지난 주말 베를린입니다.

시민들이 "미친 월세, 이제 그만!" 이렇게 적은 푯말과 현수막을 들고 거리로 나왔습니다.

임대료가 올라서긴 한데, 정확히 말하면 독일 헌법재판소 판결 때문입니다.

임대료 못 오르게 막아놨던 베를린시의 '월세 상한제'를 전면 무효로 했기 때문에, 이 헌재 판단 때문에 집값이 더 오른다며 항의 시위를 벌인 겁니다.

[앵커]

'월세 상한제'면 일정 선 이상으로는 월세를 올리지 못하게 한 것이고, 그럼 좋은 의도에서 만든 법 같은데 이걸 왜 헌재가 없애라고 했나요?

[기자]

법률적으로는 연방 정부 상한제가 있는데, 베를린시가 추가로 또 다른 상한제를 만든 건 무효다. 이런 취지인데, 내막을 들여다보면, 너무 과도하다, 실질적으로는 효과가 없는 정도에 그치는 게 아니라 역효과 난다, 이런 판단도 깔린 것 같습니다.

베를린 시가 만든 월세 상한제는 2019년부터 5년간 임대료를 동결하는 내용.

어기면 최대 50만 유로, 우리 돈 6억 원 이상을 벌금으로 내게 하는 굉장히 강력한 제도입니다.

실제로 여기에 따라 베를린시는 지난해부터 임대료를 동결했습니다.

[앵커]

어떤 역효과가 났던 겁니까?

[기자]

국내에서 화제가 됐던 사진입니다.

전셋집 보려고 이렇게 9명이 줄을 서서 기다리는 모습입니다.

비슷한 일이 베를린에서도 벌어졌습니다.

월셋집 한 채에 천 7백여 명이 모였습니다.

'월세 상한제' 시행을 불과 석 달 앞두고 벌어진 풍경인데, 법안 도입 이후 상황은 더 나빠졌습니다.

월셋값은 11% 하락했지만 베를린시 임대주택 공급량, 반 토막 났습니다.

매물이 자취를 감춘 겁니다.

이때 나타난 게 '풍선효과'입니다.

사람들이 도심을 벗어나 외곽으로 발길을 돌리자 베를린 인근 지역들의 월셋값이 10% 넘게 뛰었습니다.

[앵커]

정부의 개입이 오히려 역효과를 가져온 건가요?

[기자]

네, 좋은 의도, 선한 의도가 좋은 결과로 이어지는 건 아니다, 확인된 사례.

[임대인/베를린시 거주 : "건물에 투자한 자금은 사회에 선물하는 게 아닙니다. 제가 힘들게 일해서 이룬 것입니다."]

모든 게 정부 때문이냐, 그건 아닙니다.

결국, 시장 문제는 수요와 공급 차원 봐야 하는데, 베를린, 경제 침체한 유럽에서 최근 10년간 거의 유일하게 성장하는 대도시였습니다.

매년 4만 명씩 인구가 새로 유입되면 주택 공급 부족에 시달리고 있었던 거죠.

그러면 사실 시장원리론 공급이 필요한데 월세 상한제는 오히려 공급을 줄이는 방향으로 작용해버렸습니다.

[앵커]

아무래도 최근 세계적으로 선진국 큰 도시 집값이 많이 올랐는데 무관하지 않겠죠?

[기자]

네,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시장에 돈을 푼 뒤, 이 돈 회수 못 하면서 세계 대도시 집값은 다 올랐고, 코로나19 이후 돈을 더 풀면서 전 세계 집값은 또 더 올랐습니다.

어제 발표된 미국 3월 집값 한번 볼까요?

이 지표는 로버트 실러라는 노벨상 받은 경제학자가 만든 건데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3.3% 올랐다.

굉장히 과열됐다는 숫자가 나왔습니다.

실러 교수도 직접 "지난 100년간 집값이 이렇게 높은 적이 없다. "했습니다.

세계적으로는 어떤지, 이 세계 지도 한 번 보실까요?

UBS가 분석한 세계 집값 거품 지수인데요,

세계 주요 도시 가운데 집값이 거품 수준으로 높아졌다는 도시들만 표시해봤습니다.

숫자가 높을수록, 더 거품이 심한 겁니다.

홍콩도 포함돼 있고 캐나다 토론토, 프랑스 파리, 네덜란드 암스테르담 외에 독일의 뮌헨과 프랑크푸르트 숫자가 아주 높아서 '거품 위험이 있다'.

[앵커]

우리나라는 어떻습니까?

[기자]

UBS와 같은 기준으로 우리 국토연구원이 거품 지수를 내봤더니, 서울 그리고 세종시가 이미 거품 위험이 있는 도시로 분류됩니다.

부산·대구·인천·광주, 대전·경기·전남은 가격이 고평가된 걸로 나옵니다.

우리 정부의 전·월세 상한제, 사실은 베를린 시의 월세 상한제와 닿아 있거든요?

아직 베를린 정도의 부작용이 나온 것은 아니지만, 그럼에도 베를린 사례를 눈여겨보긴 해야 할 것 같습니다.

[앵커]

모쪼록 베를린도, 우리나라도, 시장 원리를 거스르지 않으면서도 서민 주거 안정을 이룰 수 있길 바라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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