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심야심] ‘김오수 없는 김오수 청문회’ 파행…무슨 일이?

입력 2021.05.27 (13: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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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26일) 열린 김오수 검찰총장 후보자 인사청문회가 결국 '파행'으로 끝났습니다. 청문회가 열렸던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회의장에는 여·야 의원들의 고성이 오갔고, 물리적 충돌 직전까지 갈 정도로 분위기가 악화됐습니다.

문재인 정부 마지막 검찰총장이 될 가능성이 높아서 시작 전부터 관심이 쏠렸던 김오수 후보자 청문회. 도대체 어제 회의장에서는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요 ?

■ '김오수 없는 김오수 청문회' 결국 파행

청문회 시작은 나쁘지 않았습니다. 모두 발언에서 '검찰개혁 완수'를 약속한 김 후보자를 향해 여당은 개혁 방향과 의지를, 야당은 김 후보자 신상과 관련된 의혹을 집중적으로 물었지만, 차분한 분위기였습니다.

하지만 더불어민주당 김용민 의원이 국민의힘 유상범 의원 관련 보도를 공개하며 분위기가 급변했습니다.

더불어민주당 김용민 의원이 청문회장에서 공개한 보도 화면더불어민주당 김용민 의원이 청문회장에서 공개한 보도 화면

야당 의원들이 김 후보자의 로펌 수임료 문제를 계속해서 지적하자 김 의원이 유 의원의 전관예우 의혹을 꺼내 든 겁니다. 해당 보도에는 검사장 출신인 유 의원이 변호사 시절 병원의 무면허 대리수술 사건을 상담해주는 과정에서 '사건 축소'를 제안했다는 의혹이 담겨 있었습니다.

이러한 김 의원의 지적에 유 의원은 곧바로 반박했습니다.

유상범 의원 (국민의힘)

"언론에 보도된 내용 그 자체에 대해서는 저 개인적으로 국민이 보시는 눈높이에서 보면 매우 부적절하게 보일 수 있다는 점에 대해서는 깊이 유감으로 생각을 합니다.


… 이게 지금 무슨 마주보면서 계속 상임위를 하는 과정에 이와 같은 형태로 상대방 의원에 대해서 명예를 훼손하면 … "

명예훼손 이야기가 나오자 분위기는 더욱 험악해졌습니다. 김 의원이 국민의힘에서 먼저 논란에 불을 붙였다고 말한겁니다.

김용민 의원 (더불어민주당)

"지금 이 논란은 국민의힘에서 먼저 시작했습니다. 김학의 사건 얘기하면서 국민의힘에서 저를 얼마나 많이 거론하셨습니까?


제가 고발됐다는 이유로. 수사받아야 된다, 수사받을 사람이 여기 있다, 그런 얘기 얼마나 많이 했습니까? 그리고 아까 유상범 의원도 말했는데, 아까 유상범 의원 PPT에도 제 얼굴, 이름 그대로 박혀있었습니다. 먼저 예의를 안 지킨겁니다."

이렇게 언쟁이 오가는 과정에서 국민의힘 조수진 의원도 가세했습니다. 그러자 김용민 의원이 조 의원을 향해 한 마디를 덧붙입니다.

김용민 의원 (더불어민주당)

" 조수진 의원님 툭하면 제 얘기하시는데, 눈 그렇게 크게 뜬다고 그렇게 똑똑해 보이지 않으니까, 발언권 얻고 말해주세요"


이 말과 함께 갈등은 더욱 치달았고 결국 위원장 직무대행을 맡은 민주당 박주민 의원이 "표현을 정제해 달라"는 말과 함께 오후 7시쯤 정회를 선포했지만, 한 번 험악해진 분위기는 정리되지 않았습니다.

정회 시간에도 여·야 의원들 사이에 팔을 잡아끄는 등 몸싸움이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이렇게 중단된 청문회는 5시간이 넘도록 다시 열리지 않았습니다. 여·야는 서로에게 사과를 들어야 인사청문회 재개에 합의할 수 있다고 맞섰고, 이렇게 합의에 이르지 못한 채 시간이 자정을 넘기며 회의는 자동 종료됐습니다.

김오수 후보자 인사청문회였지만 엉뚱하게 여·야 다툼 끝에 파행된 겁니다.

■ "청문회 이미 종료" VS "청문회 재개하자"

오늘(27일)도 갈등은 가라앉지 않았습니다. 더불어민주당 법사위 위원들은 공동입장문을 발표하고 김오수 검찰총장 후보자 인사청문회 파행 책임은 전적으로 국민의힘에게 있다고 비판했습니다.

민주당 의원들은 "수차례 설득을 통해 다툼이 있었던 당사자 간 또는 간사 간의 유감 표명을 하고 인사청문회를 진행할 것을 요청했지만, 국민의 힘은 사과를 거부하고 끝까지 전체회의에 참석하지 않았다"고 주장했습니다.

국민의힘 의원들의 입장은 달랐습니다. "김오수 검찰총장 후보자를 구하기 위한 민주당 김용민 의원의 인사청문회 뭉개기 행태는 점입가경" 이라며 "인사청문회 진행을 방해해서 자신들의 정권을 비호할 방탄 총장을 세우기 위한 것"이라고 비판했습니다.

이제 관심은 김오수 후보자 인사청문회 재개 여부입니다. 민주당은 법적으로 이미 어제(26일)까지였던 인사청문회 시한이 지나갔기 때문에 재개는 어렵다는 입장입니다.

박주민 민주당 법사위 간사는 "야당은 여·야가 동시에 유감 표명하자는 걸 끝까지 받아들이지 않다가 종료 5분 전에 들어와 차수 변경을 해달라고 했다"면서 "법사위에서 채택한 청문 계획서상의 청문회는 종료됐다"고 말했습니다.

반면 김도읍 국민의힘 법사위 간사는 청문회가 파행한 뒤 박주민 의원에게 "이렇게 청문회를 끝낼 수 없다"며 "민주당 원내지도부와 상의해 여야 합의로 청문회를 마무리할 수 있도록 해달라"고 요구했다고 밝혔습니다.

인사청문회상 국회가 시한을 넘길 경우 대통령은 열흘 이내에서 기한을 정해 재송부요청을 할 수 있고, 이 기한까지도 국회가 보고서를 내지 않으면 임명할 수 있습니다.

문재인 대통령도 이러한 절차에 따라 다시 보고서 제출 요청을 할 것으로 보이지만 이미 갈등이 깊어 질대로 깊어진 여야가 쉽게 합의에 이르기는 어려워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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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여심야심] ‘김오수 없는 김오수 청문회’ 파행…무슨 일이?
    • 입력 2021-05-27 13:57:47
    여심야심

어제(26일) 열린 김오수 검찰총장 후보자 인사청문회가 결국 '파행'으로 끝났습니다. 청문회가 열렸던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회의장에는 여·야 의원들의 고성이 오갔고, 물리적 충돌 직전까지 갈 정도로 분위기가 악화됐습니다.

문재인 정부 마지막 검찰총장이 될 가능성이 높아서 시작 전부터 관심이 쏠렸던 김오수 후보자 청문회. 도대체 어제 회의장에서는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요 ?

■ '김오수 없는 김오수 청문회' 결국 파행

청문회 시작은 나쁘지 않았습니다. 모두 발언에서 '검찰개혁 완수'를 약속한 김 후보자를 향해 여당은 개혁 방향과 의지를, 야당은 김 후보자 신상과 관련된 의혹을 집중적으로 물었지만, 차분한 분위기였습니다.

하지만 더불어민주당 김용민 의원이 국민의힘 유상범 의원 관련 보도를 공개하며 분위기가 급변했습니다.

더불어민주당 김용민 의원이 청문회장에서 공개한 보도 화면
야당 의원들이 김 후보자의 로펌 수임료 문제를 계속해서 지적하자 김 의원이 유 의원의 전관예우 의혹을 꺼내 든 겁니다. 해당 보도에는 검사장 출신인 유 의원이 변호사 시절 병원의 무면허 대리수술 사건을 상담해주는 과정에서 '사건 축소'를 제안했다는 의혹이 담겨 있었습니다.

이러한 김 의원의 지적에 유 의원은 곧바로 반박했습니다.

유상범 의원 (국민의힘)

"언론에 보도된 내용 그 자체에 대해서는 저 개인적으로 국민이 보시는 눈높이에서 보면 매우 부적절하게 보일 수 있다는 점에 대해서는 깊이 유감으로 생각을 합니다.


… 이게 지금 무슨 마주보면서 계속 상임위를 하는 과정에 이와 같은 형태로 상대방 의원에 대해서 명예를 훼손하면 … "

명예훼손 이야기가 나오자 분위기는 더욱 험악해졌습니다. 김 의원이 국민의힘에서 먼저 논란에 불을 붙였다고 말한겁니다.

김용민 의원 (더불어민주당)

"지금 이 논란은 국민의힘에서 먼저 시작했습니다. 김학의 사건 얘기하면서 국민의힘에서 저를 얼마나 많이 거론하셨습니까?


제가 고발됐다는 이유로. 수사받아야 된다, 수사받을 사람이 여기 있다, 그런 얘기 얼마나 많이 했습니까? 그리고 아까 유상범 의원도 말했는데, 아까 유상범 의원 PPT에도 제 얼굴, 이름 그대로 박혀있었습니다. 먼저 예의를 안 지킨겁니다."

이렇게 언쟁이 오가는 과정에서 국민의힘 조수진 의원도 가세했습니다. 그러자 김용민 의원이 조 의원을 향해 한 마디를 덧붙입니다.

김용민 의원 (더불어민주당)

" 조수진 의원님 툭하면 제 얘기하시는데, 눈 그렇게 크게 뜬다고 그렇게 똑똑해 보이지 않으니까, 발언권 얻고 말해주세요"


이 말과 함께 갈등은 더욱 치달았고 결국 위원장 직무대행을 맡은 민주당 박주민 의원이 "표현을 정제해 달라"는 말과 함께 오후 7시쯤 정회를 선포했지만, 한 번 험악해진 분위기는 정리되지 않았습니다.

정회 시간에도 여·야 의원들 사이에 팔을 잡아끄는 등 몸싸움이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이렇게 중단된 청문회는 5시간이 넘도록 다시 열리지 않았습니다. 여·야는 서로에게 사과를 들어야 인사청문회 재개에 합의할 수 있다고 맞섰고, 이렇게 합의에 이르지 못한 채 시간이 자정을 넘기며 회의는 자동 종료됐습니다.

김오수 후보자 인사청문회였지만 엉뚱하게 여·야 다툼 끝에 파행된 겁니다.

■ "청문회 이미 종료" VS "청문회 재개하자"

오늘(27일)도 갈등은 가라앉지 않았습니다. 더불어민주당 법사위 위원들은 공동입장문을 발표하고 김오수 검찰총장 후보자 인사청문회 파행 책임은 전적으로 국민의힘에게 있다고 비판했습니다.

민주당 의원들은 "수차례 설득을 통해 다툼이 있었던 당사자 간 또는 간사 간의 유감 표명을 하고 인사청문회를 진행할 것을 요청했지만, 국민의 힘은 사과를 거부하고 끝까지 전체회의에 참석하지 않았다"고 주장했습니다.

국민의힘 의원들의 입장은 달랐습니다. "김오수 검찰총장 후보자를 구하기 위한 민주당 김용민 의원의 인사청문회 뭉개기 행태는 점입가경" 이라며 "인사청문회 진행을 방해해서 자신들의 정권을 비호할 방탄 총장을 세우기 위한 것"이라고 비판했습니다.

이제 관심은 김오수 후보자 인사청문회 재개 여부입니다. 민주당은 법적으로 이미 어제(26일)까지였던 인사청문회 시한이 지나갔기 때문에 재개는 어렵다는 입장입니다.

박주민 민주당 법사위 간사는 "야당은 여·야가 동시에 유감 표명하자는 걸 끝까지 받아들이지 않다가 종료 5분 전에 들어와 차수 변경을 해달라고 했다"면서 "법사위에서 채택한 청문 계획서상의 청문회는 종료됐다"고 말했습니다.

반면 김도읍 국민의힘 법사위 간사는 청문회가 파행한 뒤 박주민 의원에게 "이렇게 청문회를 끝낼 수 없다"며 "민주당 원내지도부와 상의해 여야 합의로 청문회를 마무리할 수 있도록 해달라"고 요구했다고 밝혔습니다.

인사청문회상 국회가 시한을 넘길 경우 대통령은 열흘 이내에서 기한을 정해 재송부요청을 할 수 있고, 이 기한까지도 국회가 보고서를 내지 않으면 임명할 수 있습니다.

문재인 대통령도 이러한 절차에 따라 다시 보고서 제출 요청을 할 것으로 보이지만 이미 갈등이 깊어 질대로 깊어진 여야가 쉽게 합의에 이르기는 어려워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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