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빨간 옷 입지 마’ 농담했다 살인범 누명…“피해자 20여 명 더 있다”
입력 2021.05.28 (07:19)
수정 2021.05.28 (07: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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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2기 진실화해위원회가 어제부터 본격적인 활동에 들어가 앞으로 300여 건의 과거사 인권침해를 조사합니다.
이 중에는 경기도 화성 일대에서 14명의 여성이 살해당한 이춘재 연쇄 살인 사건도 있습니다.
당시 경찰의 강압수사로 최소 20명 이상의 무고한 시민들이 범인으로 몰린 것으로 추정됩니다.
김재현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뉴스9/1987년 5월 13일 : "홍성록 씨가 화성 부녀자 연쇄 폭행 살인사건의 진범으로 굳어지고 있습니다."]
1987년 5월 경찰은 경기도 화성에 사는 40대 남성 홍성록 씨를 연쇄 살인범이라고 공개했습니다.
홍 씨가 당시 화성 일대에서 일어난 살인 사건 중 최소 3건의 범인이라며, 홍씨가 자백했다는 진술도 공개했습니다.
[뉴스9/1987년 5월 13일 : "홍 씨는 경찰에서 가출한 부인이 평소 붉은색 옷을 즐겨 입어 술에 취했을 때 같은 색의 옷을 입은 여인을 보면 이상한 충동을 느껴 이 같은 범행을 했다고 밝히고..."]
모두 거짓이었습니다.
경찰은 지난해 이 3명을 살해한 건 이춘재였다고 발표했습니다.
이제 40대가 된 홍 씨의 아들은 당시 상황을 생생히 기억했습니다.
홍 씨가 다방 종업원에게 "빨간 옷을 입으면 죽게 된다"는 농담을 했단 이유로 연행돼 가혹행위를 당하다 허위 자백을 했다는 겁니다.
[홍 모 씨/고 홍성록 씨 아들 : "너무 힘들다고 말씀을 하셨어요. 사람을 잠을 안 재우면 미친다고, 정말 제정신 아니었다고 말씀하시더라고요."]
폭행도 있었다고 말합니다.
[홍 모 씨/고 홍성록 씨 아들 : "머리 같은 데를 맞으셨다고 했고요. 인격적으로 무시하는 말들을 하면 모든 게 무너져서 죽으려고 했다고 말씀하셨어요."]
증거 불충분으로 홍 씨는 일주일 만에 풀려났지만 경찰이 항상 자신을 감시한다는 불안감에 시달렸고, 결국 2002년 간암으로 숨졌습니다.
[홍 모 씨/고 홍성록 씨 아들 : "쌀 포대 자루에 소주병이 꽉 찰 정도로... 술 드시고 쉬고, 술 드시고 못 나가시고 이런 패턴이 되니 결국에 (회사도) 못 다니시게 된 거죠."]
홍 씨처럼 당시 연쇄 살인사건의 용의자로 몰려 경찰에게 불법 체포와 감금, 폭행 등을 당했다며 진실화해위원회에 신청한 사람은 지금까지 27명.
진실화해위는 특히 10대 피해자가 많았고, 석방된 뒤 스스로 목숨을 끊거나 정신이상이 된 사람도 있다면서 본격적인 조사에 착수했다고 밝혔습니다.
KBS 뉴스 김재현입니다.
촬영기자:김상하 류재현/영상편집:강정희
2기 진실화해위원회가 어제부터 본격적인 활동에 들어가 앞으로 300여 건의 과거사 인권침해를 조사합니다.
이 중에는 경기도 화성 일대에서 14명의 여성이 살해당한 이춘재 연쇄 살인 사건도 있습니다.
당시 경찰의 강압수사로 최소 20명 이상의 무고한 시민들이 범인으로 몰린 것으로 추정됩니다.
김재현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뉴스9/1987년 5월 13일 : "홍성록 씨가 화성 부녀자 연쇄 폭행 살인사건의 진범으로 굳어지고 있습니다."]
1987년 5월 경찰은 경기도 화성에 사는 40대 남성 홍성록 씨를 연쇄 살인범이라고 공개했습니다.
홍 씨가 당시 화성 일대에서 일어난 살인 사건 중 최소 3건의 범인이라며, 홍씨가 자백했다는 진술도 공개했습니다.
[뉴스9/1987년 5월 13일 : "홍 씨는 경찰에서 가출한 부인이 평소 붉은색 옷을 즐겨 입어 술에 취했을 때 같은 색의 옷을 입은 여인을 보면 이상한 충동을 느껴 이 같은 범행을 했다고 밝히고..."]
모두 거짓이었습니다.
경찰은 지난해 이 3명을 살해한 건 이춘재였다고 발표했습니다.
이제 40대가 된 홍 씨의 아들은 당시 상황을 생생히 기억했습니다.
홍 씨가 다방 종업원에게 "빨간 옷을 입으면 죽게 된다"는 농담을 했단 이유로 연행돼 가혹행위를 당하다 허위 자백을 했다는 겁니다.
[홍 모 씨/고 홍성록 씨 아들 : "너무 힘들다고 말씀을 하셨어요. 사람을 잠을 안 재우면 미친다고, 정말 제정신 아니었다고 말씀하시더라고요."]
폭행도 있었다고 말합니다.
[홍 모 씨/고 홍성록 씨 아들 : "머리 같은 데를 맞으셨다고 했고요. 인격적으로 무시하는 말들을 하면 모든 게 무너져서 죽으려고 했다고 말씀하셨어요."]
증거 불충분으로 홍 씨는 일주일 만에 풀려났지만 경찰이 항상 자신을 감시한다는 불안감에 시달렸고, 결국 2002년 간암으로 숨졌습니다.
[홍 모 씨/고 홍성록 씨 아들 : "쌀 포대 자루에 소주병이 꽉 찰 정도로... 술 드시고 쉬고, 술 드시고 못 나가시고 이런 패턴이 되니 결국에 (회사도) 못 다니시게 된 거죠."]
홍 씨처럼 당시 연쇄 살인사건의 용의자로 몰려 경찰에게 불법 체포와 감금, 폭행 등을 당했다며 진실화해위원회에 신청한 사람은 지금까지 27명.
진실화해위는 특히 10대 피해자가 많았고, 석방된 뒤 스스로 목숨을 끊거나 정신이상이 된 사람도 있다면서 본격적인 조사에 착수했다고 밝혔습니다.
KBS 뉴스 김재현입니다.
촬영기자:김상하 류재현/영상편집:강정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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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수정2021-05-28 07:58: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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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기 진실화해위원회가 어제부터 본격적인 활동에 들어가 앞으로 300여 건의 과거사 인권침해를 조사합니다.
이 중에는 경기도 화성 일대에서 14명의 여성이 살해당한 이춘재 연쇄 살인 사건도 있습니다.
당시 경찰의 강압수사로 최소 20명 이상의 무고한 시민들이 범인으로 몰린 것으로 추정됩니다.
김재현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뉴스9/1987년 5월 13일 : "홍성록 씨가 화성 부녀자 연쇄 폭행 살인사건의 진범으로 굳어지고 있습니다."]
1987년 5월 경찰은 경기도 화성에 사는 40대 남성 홍성록 씨를 연쇄 살인범이라고 공개했습니다.
홍 씨가 당시 화성 일대에서 일어난 살인 사건 중 최소 3건의 범인이라며, 홍씨가 자백했다는 진술도 공개했습니다.
[뉴스9/1987년 5월 13일 : "홍 씨는 경찰에서 가출한 부인이 평소 붉은색 옷을 즐겨 입어 술에 취했을 때 같은 색의 옷을 입은 여인을 보면 이상한 충동을 느껴 이 같은 범행을 했다고 밝히고..."]
모두 거짓이었습니다.
경찰은 지난해 이 3명을 살해한 건 이춘재였다고 발표했습니다.
이제 40대가 된 홍 씨의 아들은 당시 상황을 생생히 기억했습니다.
홍 씨가 다방 종업원에게 "빨간 옷을 입으면 죽게 된다"는 농담을 했단 이유로 연행돼 가혹행위를 당하다 허위 자백을 했다는 겁니다.
[홍 모 씨/고 홍성록 씨 아들 : "너무 힘들다고 말씀을 하셨어요. 사람을 잠을 안 재우면 미친다고, 정말 제정신 아니었다고 말씀하시더라고요."]
폭행도 있었다고 말합니다.
[홍 모 씨/고 홍성록 씨 아들 : "머리 같은 데를 맞으셨다고 했고요. 인격적으로 무시하는 말들을 하면 모든 게 무너져서 죽으려고 했다고 말씀하셨어요."]
증거 불충분으로 홍 씨는 일주일 만에 풀려났지만 경찰이 항상 자신을 감시한다는 불안감에 시달렸고, 결국 2002년 간암으로 숨졌습니다.
[홍 모 씨/고 홍성록 씨 아들 : "쌀 포대 자루에 소주병이 꽉 찰 정도로... 술 드시고 쉬고, 술 드시고 못 나가시고 이런 패턴이 되니 결국에 (회사도) 못 다니시게 된 거죠."]
홍 씨처럼 당시 연쇄 살인사건의 용의자로 몰려 경찰에게 불법 체포와 감금, 폭행 등을 당했다며 진실화해위원회에 신청한 사람은 지금까지 27명.
진실화해위는 특히 10대 피해자가 많았고, 석방된 뒤 스스로 목숨을 끊거나 정신이상이 된 사람도 있다면서 본격적인 조사에 착수했다고 밝혔습니다.
KBS 뉴스 김재현입니다.
촬영기자:김상하 류재현/영상편집:강정희
2기 진실화해위원회가 어제부터 본격적인 활동에 들어가 앞으로 300여 건의 과거사 인권침해를 조사합니다.
이 중에는 경기도 화성 일대에서 14명의 여성이 살해당한 이춘재 연쇄 살인 사건도 있습니다.
당시 경찰의 강압수사로 최소 20명 이상의 무고한 시민들이 범인으로 몰린 것으로 추정됩니다.
김재현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뉴스9/1987년 5월 13일 : "홍성록 씨가 화성 부녀자 연쇄 폭행 살인사건의 진범으로 굳어지고 있습니다."]
1987년 5월 경찰은 경기도 화성에 사는 40대 남성 홍성록 씨를 연쇄 살인범이라고 공개했습니다.
홍 씨가 당시 화성 일대에서 일어난 살인 사건 중 최소 3건의 범인이라며, 홍씨가 자백했다는 진술도 공개했습니다.
[뉴스9/1987년 5월 13일 : "홍 씨는 경찰에서 가출한 부인이 평소 붉은색 옷을 즐겨 입어 술에 취했을 때 같은 색의 옷을 입은 여인을 보면 이상한 충동을 느껴 이 같은 범행을 했다고 밝히고..."]
모두 거짓이었습니다.
경찰은 지난해 이 3명을 살해한 건 이춘재였다고 발표했습니다.
이제 40대가 된 홍 씨의 아들은 당시 상황을 생생히 기억했습니다.
홍 씨가 다방 종업원에게 "빨간 옷을 입으면 죽게 된다"는 농담을 했단 이유로 연행돼 가혹행위를 당하다 허위 자백을 했다는 겁니다.
[홍 모 씨/고 홍성록 씨 아들 : "너무 힘들다고 말씀을 하셨어요. 사람을 잠을 안 재우면 미친다고, 정말 제정신 아니었다고 말씀하시더라고요."]
폭행도 있었다고 말합니다.
[홍 모 씨/고 홍성록 씨 아들 : "머리 같은 데를 맞으셨다고 했고요. 인격적으로 무시하는 말들을 하면 모든 게 무너져서 죽으려고 했다고 말씀하셨어요."]
증거 불충분으로 홍 씨는 일주일 만에 풀려났지만 경찰이 항상 자신을 감시한다는 불안감에 시달렸고, 결국 2002년 간암으로 숨졌습니다.
[홍 모 씨/고 홍성록 씨 아들 : "쌀 포대 자루에 소주병이 꽉 찰 정도로... 술 드시고 쉬고, 술 드시고 못 나가시고 이런 패턴이 되니 결국에 (회사도) 못 다니시게 된 거죠."]
홍 씨처럼 당시 연쇄 살인사건의 용의자로 몰려 경찰에게 불법 체포와 감금, 폭행 등을 당했다며 진실화해위원회에 신청한 사람은 지금까지 27명.
진실화해위는 특히 10대 피해자가 많았고, 석방된 뒤 스스로 목숨을 끊거나 정신이상이 된 사람도 있다면서 본격적인 조사에 착수했다고 밝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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촬영기자:김상하 류재현/영상편집:강정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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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재현 기자 honor@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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